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 - 미중 패권 대결 최악의 시간이 온다
마이클 베클리.할 브랜즈 지음, 김종수 옮김 / 부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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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對중국 봉쇄 전략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실행에 옮겨졌거나 추진 중에 있다. 중국의 디지털 전제주의 확산의 첨병인 화웨이와 ZTE를 사실상 서방 진영으로부터 퇴출시켰고, 첨단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반도체 동맹의 결성을 추진 중이다. 군사적으로는 대만의 방어력을 키우는 한편, 미군의 태평양 전력과 일본의 군사력을 대만 인근으로 전진 배치시키고 있다. 미국, 인도, 일본, 호주가 참여하는 4자 안보 대화Quad는 단순한 회의체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의 군사 경제적 연합체로 발전하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중에서




시진핑은 구舊 소련의 스탈린 이래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독재자가 되었다. 반면에 미국의 정치권은 공화와 민주로 진영으로 갈린 채 난맥상이 계속되었고, 전 세계에 걸친 위기와 분쟁으로 인해 미국의 주의력이 분산되었다. 이런 상황이 만들어지자 시진핑은 서서히 야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중국을 지배적인 지위로 올려놓겠다는 ‘중국몽中國夢’은 현실이 되기 직전이었다.


그런 시진핑의 야심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상승하는 중국의 시대가 아니라 이미 ‘정점에 도달한 중국’의 시대에 우리들이 살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세계를 재편하길 바라지만 그럴 수 있는 시간은 이미 끝나기 시작했다.


중국몽夢


과거의 중국은 역사적으로 상당히 긴 기간을 초강대국으로 군림했다. 그래서 중국 지도자는 이런 역사적 영광을 계승하는 것이 주어진 사명이라고 여긴다. 일련의 중국 왕조 국가들은 천하가 자신들의 손아귀에 있다고 여기며 주변의 다른 나라들은 모두 오랑캐로 얕잡아보았다. 그럼에도 과거 수나라와 당나라는 하찮게 여긴 한반도의 고구려를 침입했다가 멸망했고, 유목민들의 집합체로 생각했던 몽골에게 망해 원나라로, 또 여진족에게 망해 청나라로 새롭게 시작했다. 엄밀히 말해서 과거의 중국은 정통성이 있는 한족漢族의 역사만으로 보기 어렵다. 어쨌든 중국은 모두 자신들의 역사라고 생각하기에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자 한다.


그래서 중국의 관점에서 보면 중국이 초강대국이 아닌 차상위권 강대국에 머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는 분통 터지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현재의 국제 질서는 분열된 중국이 영국, 포르투갈, 독일 등 서구열강에게 약탈당했던 ‘굴욕의 한 세기’가 끝날 무렵인 2차 세계대전 이후에 형성되었다. 이에 다시 중국을 최정상의 위치에 되돌려 놓음으로써 역사를 바로잡는 일이 바로 중국공산당의 사명인 것이다.


인구 정점을 찍은 차이나


중국공산당이 우려하는 위협적인 대상은 미국만이 아니다. 2021년 중국공산당은 중국이 부흥하는 데 치명적인 또 다른 적을 정조준했다. 바로 ‘이혼’이다. 이혼을 신청하는 부부에게 중국 당국은 30일간의 숙려기간을 의무화했다. 이 기간 중 유어느 한쪽이라도 이혼을 취소할 수 있다. 아이 없는 부부에게는 특별세를 발의하고 심지어 공산당은 정관수술을 단속했다.


그럼에도 수십 년간 중국의 출산율은 현재의 인구 규모를 유지할만한 수준을 크게 밑돌았다. 인구 감소와 노령화는 경제 성장의 장애 요인이었다. 탄탄한 경제 성장이 지속되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중국몽은 일장춘몽으로 끝나고 만다. 이처럼 중국공산당은 이혼, 무자식 여성, 정관시술 남성을 장래의 위협으로 간주한다.


중국의 과욕이 대륙을 스스로 감금하다


미소 간의 냉전 이후 중국은 운좋게 행운을 거머쥘 수 있었다. ‘핑퐁외교’를 앞세운 미국을 위시한 자유민주세력들은 소련을 견제코자 넓은 중국 대륙을 ‘글로벌 공장화’함으로써 중국 경제를 도왔다. 지금껏 중국이 이룬 성취는 이제 과거의 일이 되었다. 패권 시도를 견제하기 위해 결집한 대항 세력 연합체가 출현하고 말았다.


중국은 스스로 과욕을 부리는 바람에 중국이 부흥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초강대국을 적으로 돌리고 말았으며, 가까운 나라와 먼 나라를 가리지 않고 도처에서 공포와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유럽, 아프리카 대륙 모두 ‘어글리 차이니즈’를 외친다. 이제 중국이 수십 년간 누려 왔던 전략적 호시절은 끝났다. 환골탈태하지 않는 한, 중국공산당에 대한 경쟁자들이 전략적으로 사방에서 포위해 중국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마침내 미중 간의 파열음이 발생했다. 2017년 12월,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이란 문건은 중국을 “미국의 가치와 국익”에 상반되는 방식으로 세계를 재편하려는 무법자로 묘사했다. 한 달 뒤 미 국방부는 ‘국가방위전략’이란 문서에서 “현상 변경적인 수정주의 세력과의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경쟁”이 미국의 전략적 지침이라고 선언했다. 국가안보회의(NSC)가 작성한 보고서는 중국이 기술 혁신의 우월한 고지를 장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자유세계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하며, 서태평양을 중국의 내해內海로 편입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한 상세 한 세부 계획을 제시했다.


투키디데스의 고전적 공식


기원전 431년부터 405년까지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에 벌어진 펠로폰네소스전쟁을 기록한 연대기에서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이자 정치철학자인 투키디데스는 고전적 공식을 제시했다. 발군의 해군력을 바탕으로 새롭게 부상한 아테네가 당시 패권자인 육상 강국 스파르타를 위협했다. 아테네는 군사력 증강과 함께 주변국을 자신의 세력으로 끌어들여 연합세력을 구축했던 것이다.이 과정을 지켜본 스파르타는 너무 늦기 전에 싸우기로 결심했다. 그 결과는 그리스 황금시대의 종말을 초래했다.


소위 ‘국제관계학의 아버지’로 여겨지는 투키디데스는 강대국 사이의 충돌을 바라보는 설명을 통해 국제관계학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즉, 패권 이행 이론에 따르면 신흥 국가가 기존 패권국을 추월하려고 위협할 때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도전자가 점차 강성해짐에 따라 기존 체제는 불안정해진다. 신흥 강자는 기존의 패권국과 힘겨루기를 시도하고, 그 결과는 적대적인 대립의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것이다.


과거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독일제국이 교과서적인 사례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의 영국-독일 간 경쟁은 종종 미국-중국 간 경쟁의 전례前例로 간주된다. 급속히 성장하는 전제주의 강대국이 당시의 자유주의 초강대국에 도전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 불길한 전조는 이것이다. 바로 궁지에 몰려 몰락하는 독일이 싸우지 않고서는 경쟁국을 추월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1차 세계대전은 독일의 놀라운 상승 시대에 종지부를 찍었다. 빌헬름1세와 재상 비스마르크는 덴마크,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프랑스 등과 짧은 전쟁을 겪으며 1871년 독일제국을 세웠다. 이내 유럽의 선도적인 경제 대국이 되었는데, 강력한 육군과 영국에 맞먹을 해군력까지 구축했다. 그 결과, 독일은 주변 연합국들의 포위를 자초했다.


누군가 역사는 반복된다고 말했다. 지난 역사의 수레바퀴를 또 다시 돌린다는 지적인 셈이다. 독일이 전쟁을 일으켜 혼이 난 역사를 경험하겠다고 자처한 나라가 있었다. 그렇다. 일본이다. 역사가들은 흔히 1차 세계대전 이전의 독일과 2차 세계대전 이전의 일본을 신흥 강국이라고 생각한다.


메이지 유신(1868년)은 일본을 근대화로 이끌었으며,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약소국에서 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일본제국은 특히 1930년대에 급속히 성장했다. 1914년에 독일은 1871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강력한 경쟁자였다. 일본과 독일 두 나라는 이미 기존의 세계 질서에 근본적으로 도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그 절정의 순간에 독일제국과 일본제국의 지도자들은 그들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지 못했다.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다’


침체나 포위, 혹은 이 두 가지의 어떤 조합에 의해 그 절정의 순간이 지나가고 있다고 믿게 되었다. 미래를 불안해하기 시작한 현상 변경의 신흥 강국은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고 여기는 나라보다 더 충동적으로 행동할 공산이 크다. 이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걱정해야 할 함정이다.


민주주의를 막고 디지털 권위주의를 확산


민주주의를 막으려는 중국의 노력은 이념 공세인 바, 첫째 최근의 우려스러운 추세를 이용해서 민주주의 후퇴가 상대적으로 그들의 철권통치를 설득력있게 만들고, 둘째 주요 국제기구에서 주도적인 자리를 성공적으로 차지해 반민주적 영향을 확산시킨다. 코로나 창궐시 WHO(세계보건기구) 총장을 주물러서 중국발병기원설을 잠재웠던 사례가 바로 그것이다.


세 번째이자 중국의 노력을 과열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현재 진행 중인 디지털 혁명이다.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가 갖고 있는 데이터 수집 능력과 메시지 전달 능력을 중국공산당의 손아귀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해 보라. 중국 정부는 AI와 빅데이터, 사이버·생체·음성·안면인식 기술을 결합해서 독재자가 국민에 관해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의 대만 침공설은 이젠 아예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로 변했다. 만약에 중국이 대만을 제압한다면 세계적 수준의 대만 반도체 산업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만 침공에 투입된 수십 척의 함선과 수백 기의 미사일 발사대, 수백 대의 전투기, 수십억 달러의 방위비를 더 멀리 떨어져 있는 적을 파괴하는 데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즉 중국은 태평양으로 군사력을 전개하고, 일본과 필리핀을 차단하며,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동맹 관계를 깨뜨리기 위해 대만을 ‘불침항모不沈航母’로 이용할 것이다. 특히 대만 공격에 성공하면 세계에서 유일한 중화권 민주 국가를 제거하게 되므로 중국공산당의 정통성을 흔드는 위협을 없애 줄 것이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중국 본토의 일부가 되는 것을 원하는 대만인의 수효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으며, 미국 또한 대만과의 군사적, 외교적 동맹을 더욱 강화할 것이 때문이다.


미국은 상황에 적합한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앞으로 한 세대 또는 그 이상의 기간 동안 도전적인 전제주의 중국을 상대하기 위한 장기 전략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부터 10년간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를 헤쳐 나가려면 단기 전략 역시 필요하다. 미국이 이 불확실한 싸움에서 평화적으로 승리하려면 먼저 위험 구간을 건너가야 한다. 여기서 다시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트루먼은 1953년 퇴임하면서 “역사가 내 재임 기간에 냉전이 시작되었다고 말할 때, 그 8년 동안 우리가 냉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 또한 언급할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 었다. 사실 초기 냉전은 아마도 성공적인 위험 구간 전략의 가장 좋은 역사적 사례일 것이다.


위험 구간 속으로


2021년 2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을 배경으로 중국에게 기술 냉전을 선언했다. 그는 대통령에 취임한 후 불과 몇 주일 만에 미국의 기술 공급망을 철저히 검토할 것을 의무화하는 대통령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장기 경쟁에서 희토류와 이외 핵심적인 투입 요소의 원천 확보가 긴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와 기타 기술 분야에서 압 도적 우위를 유지하려면 장기 투자가 필요했다.


역사는 그 시대의 핵심 기술을 지배하는 자가 그 시대를 지배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영국은 누구보다 앞서 증기기관, 제철, 전신 분야의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에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미국의 패권은 철강, 전자, 항공우주, 화학, 그리고 최근에는 정보기술 등의 분야에서 우위를 점한 바에 힘입었다. 지금 중국은 인공지능, 통신, 양자 컴퓨터, 합성생물학 같은 분야에서의 탁월한 역량을 이용해 다른 나라를 복속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산업혁명과 대규모 군대가 출현한 이래 강대국 간의 전쟁은 짧게 끝나기보다는 길어진 경우가 자주 있었다. 나폴레옹전쟁과 미국의 남북전쟁,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 등이 모두 단기간에 한쪽이 전멸하기보다는 끈질긴 소모전을 하고 나서야 승패가 났다. 중국은 대만 침공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더라도 전쟁을 계속해야 할 강력한 이유가 여럿 있다. 시진핑이 대만의 반란 세력과 미 제국주의자들에게 당한 패배를 인정하면, 중국은 지정학적으로 곤경에 빠지고 중국공산당의 정통성이 위험에 처해 결국은 자신의 권력이 전복될 것임을 우려할 게 확실하다.


몰락하는 강대국의 내리막길


“한 나라에는 많은 몰락의 단계가 있다.”


이는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한 말이다. 몰락하는 강대국의 내리막길은 실로 긴 여정이 될 수 있다. 소련은 냉전의 첫 10년 안에 승리할 수 있었던 최고의 기회를 놓쳤다. 1960년대에 소련은 와해되기 시작해서 1970년대에는 정치적, 이념적 사망의 소용돌이가 시작되었지만 소련의 군사력과 지정학적 팽창은 1970년대 말에서야 정점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예리한 관찰자들조차 소련 체제의 치명적인 침체 상황을 거의 알아채지 못했다.


소련제국은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가 되어서야 마침내 무너졌다. 미국이 냉전의 위험 구간을 통과한 뒤에도 냉전이 미국의 판정승으로 종식되기까지는 수십 년에 걸친 압박과 노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번 10년간 미국의 과제는 정점에 도달한 중국이 자신의 의지를 전 세계에 관철시키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그러나 전략적 긴급성에는 반드시 전략적 인내가 뒤따라야 한다. 위험 구간 통과에 대해 미국이 받는 보상은 한 세대 또는 그 이상의 기간에 걸쳐 미국의 우위를 결정적으로 입증하는 기나긴 싸움에 들어서는 입장권에 불과할 수 있다. 이는 미흡하기 짝이 없는 보상처럼 보일런지 몰라도 오늘날 미국과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위험의 관점에서 보면 확실히 받을 만한 보상이다.


현재의 중국은 강대국의 함정에 빠진 상황


그동안 미중 경쟁은 100년에 걸친 장기 마라톤이라는 게 다수의견이었지만 저자는 그런 견해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현재 양국은 2021~2030년 단기 총력 경쟁 중이라 전쟁의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미 중국은 정점을 지나 내리막길에 접어들기 시작했으므로 기회의 창이 닫히기 전에 모든 것을 걸고 정면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한다. 1914년 1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 1941년 태평양전쟁을 시작한 일본 모두 이런 ‘정점을 지난 강대국의 함정‘에 빠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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