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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바꾼 공학, 공학을 바꾼 뇌 - 뇌공학의 현재와 미래, 개정판
임창환 지음 / Mid(엠아이디) / 2023년 1월
평점 :
인간의 뇌는 아직도 알고 있는 사실보다 모르는 사실이 훨씬 더 많은 미지의 대상이다. 인간 수명이 늘어나면서 뇌 질환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이들 질환의 정복은 요원하기만 하다. 놀라운 사실은 미국과 유럽이 뇌 연구에 배정된 투자 금액의 대부분을 뇌공학 기술 개발에 쏟아 붓고 있다는 점이다. 뇌공학이 인간 뇌의 비밀을 풀고 뇌질환을 정복하는 열쇠를 쥐고 있음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증거다. - ‘서문’ 중에서
이 책의 저자 임창환은 인간의 뇌와 기계를 연결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뇌공학자로 과학 대중화와 공학문화의 확산에 관심이 많으며, 방송과 강연을 통해 대중들에게 이를 널리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
책은 이미 2015년에 초판을 출간한 바 있는 같은 제목의 도서를 개정해 새로 출간했다. 총 13개의 스토리와 부록으로 구성되었는데 초판과 비교했을 때 목차는 동일하지만, 아마도 7년이나 지나 발간된 개정판의 내용은 업데이트되지 않았을까 싶다.
드림 레코드, 꿈의 저장
우리 모두는 잠을 자면서 꿈을 꾼다. 그 꿈을 꾼 사람이 이를 기억하든 기억하지 못하든 간에 말이다. 이제 과학은 꿈을 기억하는 저장장치를 연구 중에 있다. 2013년 4월 일본의 국제전기통신기초기술연구소ATR 연구팀은 자기공명영상을 이용해 꿈을 읽는 역사적인 실험을 시도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잠에 들기 전 여러 가지 사진들을 보게 한 후 이들이 꿈을 꿀 때 깨워서 어떤 꿈을 꾸었는지 물어보았다. 그런 다음, 이들이 굼을 구고 있을 때 측정된 자기공명영상 데이터를 분석해서 영상을 만들어 내고 실제로 그들이 꾼 꿈과 일치하는지를 확인했다. 그 결과 아주 정확하진 않았지만 유사한 사진이 만들어졌다. 과연 우리들이 잠을 자면서 꾼 꿈을 저장할 수 있을까, 점점 다가가는 느낌마저 든다. 아무튼 이를 해결할 열쇠는 뇌공학이리라.
거짓말 탐지 MRI, 뇌는 진실만을 말한다
“내일부터 회사에 나오실 필요 없습니다. 당신은 해고입니다. 지난주에 받은 정기 MRI 검사에서 당신이 회사 기밀을 외부로 유출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경찰조사도 받게 될 겁니다.”
만일 우리들이 이런 황당한 인사 조치를 받게 되면 어떤 기분이 들까? 인간성이 기계에게 짓밟히는 느낌이 들 것 같다. 이렇게 책은 특정한 상황 묘사로 포문을 연다. 과연 MRI 검사를 통해 회사의 기밀 유출을 시도한 직원의 비리를 밝혀낼 수 있을까?
여기서 말하는 MRI는 바로 ‘거짓말 탐지 MRI 기술’을 지칭한다. 앞서 살펴본 내용도 잠을 자면서 꾼 꿈을 기록하는 기술이어서 놀랐는데, 이번엔 거짓말을 탐지하는 MRI 기술이라니 입의 벌어져 다물어지질 않는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자. 현실에 적용했을 때의 영향을 추측해볼 수 있다.
2006년에 설립된 미국의 ‘노-라이 MRI’ 회사는 고객의 진실을 증명하는 사업을 했다. 회사 사장은 자신들이 보유한 기술은 정확도가 100%에 가깝다고 자랑하면서 비록 사람들이 연습을 통해 거짓말을 할 수 있을진 몰라도 뇌는 거짓말을 못한다는 주장이었다. 어떻게 이 회사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
한번 검사에 6백만 원이나 들지만 이 검사를 받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든다고까지 했다. 심지어 자신들이 보유한 MRI 기계만으로 이를 감당하지 못해 인근 종합병원에서 기계를 대여받아 업무를 수행할 정도였다. 그런데, 고객의 대부분이 외도를 의심하는 의처증이나 의부증을 가진 사람이며, 외도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려는 아내나 남편이 MRI 촬영에 응하는 셈이다. 이를테면 소위 부자들이 이 기술을 이용한다. 일부회의론자들은 이 회사의 기술과 그 판단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최근 과학자들은 뇌공학이 발전하며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윤리적인 문제를 예상하고, 적절한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신경윤리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앞서 살펴본 거짓말 탐지 MRI 기술도 신경윤리를 고려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나아가 첨단 뇌공학 기술이 인류의 행복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길 기대한다.
뇌조절 기술
시험 성적이 좋지 않아 우울해진 김군은 기분 전환을 위해 브레인사우나를 찾았다. 많은 사람들이 미용실 파마 기계처럼 생긴 의자에 앉아 브레인사우나를 즐기고 있었다. 소음이 다소 거슬렸지만 30분 정도 앉았던 김군은 훨씬 좋아진 기분에 만족하며 사우나를 나갔다.
이는 뇌조절 기술에 관한 내용으로 빠르면 10년 내에 현실이 될 수도 있는 광경이다. 지금까지는 자기장이나 전류를 사용해서 뇌를 자극하고 있지만 향후엔 빛이나 소리, 마이크로파를 이용해서도 뇌의 상태를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머리 밖에서 전류를 흘려 뇌를 자극하는 방법은 200여 년 전에 유럽의 의학자 알디니, 록웰 등이 처음 시도했다. 당시엔 머리에 전류를 흘려서 조현병이나 우울증을 치료하려고 했지만 전류의 양을 정확하게 조절할 수 없어서 부작용이 많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안전한 전류량과 전류 흐름 시간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는 불과 10여 년이 지나지 않았다. 전류를 이용한 치료법으로는 기록에 따르면 기원전 43년 로마 의학자 스크리보니우스 라르구스는 두통 치료를 위해 전기가오리를 아픈 부위에 갖다 대거나 전기가오리가 담겨진 물에 아픈 부위를 집어 넣는 치료법을 시도했다고 한다.
1804년 이탈리아인 지오반니 알디니는 전기로 뇌를 자극해서 정신질환자를 치료허려는 시도를 했는데, 이 방법은 현대 의학에서도 일부 뇌질환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현대 의학에서 전기자극을 이용한 치료 기술을 정립한 사람은 미국 의학자 조지 비어드와 동료 의사 알폰스 록웰이었다. 두 사람은 <의학적 및 수술적 전기 이용의 실제>(1871년)을 집필, 전기 자극 치료의 기초를 수립한 것으로 평가된다.
뇌공학자들은 빛을 이용해 뇌를 자극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신경세포에 해조류에서 추출한 채널로돕신2라는 단백질을 바이러스를 이용해서 넣은 다음 특정한 파장의 빛을 쪼이면 단백질이 발현된 신경셒의 활동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광유전효과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2004년 처음 발견된 이 현상은 현대 신경과학의 핫이슈가 되었다.
최근에는 소리를 사용해서 뇌를 자극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인간의 가청주파수보다 높은 주파수의 초음파를 한 곳에 집중시키면 해당 부위의 뇌 활동을 유도할 수 있다. 심지어 뇌공학자들은 뇌의 감각 중추를 소리로 자극해서 손, 팔, 다리의 감각을 느끼게 하려는 연구도 시작했다.
뇌모방 기계
많은 공상과학 영화들이 인간처럼 생각하는 기계가 초래할지도 모를 미래의 재앙을 소재로 삼았다. 2014년 5월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를 비롯한 유명 과학자 4명이 영국 인디펜던스에 기고한 글에서 인공지능이 초래할 수도 잇을 미래의 재앙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공지능 로봇에게도 윤리와 도덕을 가르칠 필요성을 거론한 셈이다. 사실 수십 년 전 아이작 아시모프가 발표한 ‘로봇 삼원칙’이 있다. 이는 영화 <아이, 로봇>에도 등장하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되며, 위험한 싱황에 있는 인간을 모른척 해서 인간에게 해가 가도록 해서는 안된다.
●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이 내리는 명령에 반드시 복종해야 한다.
●1, 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 세 가지 원칙만으로 쉽게 결정 내릴 수 없는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따라서, 이와같은 원칙을 폐기하고 새로운 로봇윤리를 만들 필요성에 대해 얘기한다. 한 예로 위험에 빠진 사람이 두 명인데, 누구를 먼저 구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 문제는 인간에게도 어려운 문제다.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학숩을 통해 충분히 똑똑해지기 전에 인간의 거짓말에 속아서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최근들어 학자들은 60년이 넘은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을 없애고 보다 완벽한 로봇윤리를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뇌공학은 뜬구름 잡는 기술이 아니다
책의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어서 뜬구름을 잡는 장밋빛 미래만을 얘기하지 않는다. 즉 뇌공학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면서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와 함께 부족한 점도 지적하고 있다. 뇌공학에 관심 있는 분들과 앞으로 뇌공학자를 꿈꾸는 학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