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밖에 살 수 없다면 인문고전을 읽어라
김부건 지음 / 밀리언서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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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일사천리一瀉千里로 바뀌어갈수록 우리는 더욱 정신없이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럴수록 근본 뿌리가 튼튼해야 시시때때로 덮치는 어려움에도 변함없이 흔들리지 않고 꿋굿이 살아갈 수 있다. 삶을 통찰하는 지혜, 좋은 인성과 삶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 대인관계의 근본이 되는 사상이 바로 인문고전에 있다. -‘프롤로그’ 중에서




인문고전에 묻고 세상에 답하라


책은 총 4개의 파트에 걸쳐 100가지의 고전 명문장을 소개한다. 즉 선인先人들이 삶의 지침으로 삼은 고전의 정수를 자기계발서로 새롭게 풀어냈다. 흔히 한자漢字로 쓰인 다소 긴 문장으로 구성된 인문고전은 읽기에 어렵다는 선입견을 갖는다. 그렇지만 저자 김부건은 현대인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고전을 해설하고 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라


“태산을 옆구리에 끼고 북해를 건너뛰는 일을 두고 ‘나는 할 수 없다’고 말한다면, 이는 진실로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어른을 위해 가지를 꺾는 일을 두고 ‘나는 할 수 없다’고 말한다면, 이는 하지 않는 것이지 할 수 없는 게 아니다.”


이는 역사드라마 <정도전>에 인용된 글이다. 당시의 왕이 어진 정치를 베풀지 못한다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가능’과 ‘불가능’은 분명한 차이를 지닌 채 나뉜다. 고전 <맹자>의 ‘양혜왕 상上’편엔 이런 글이 나온다.


“불위야 비불능야” 不爲也 非不能也

(나는 하지 않는 것일 뿐,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상 가능함과 불가능함은 개개인의 능력 차로 인해 확연하게 니뉜다. 하지만 둘로 나뉜 영역은 자신의 도전 정신에 따라 그 결과가 바뀔 수가 있는 것이다. 예전에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감옥에 갇힌 죄수가 임종을 앞 둔 모친을 만나기 위해 탈옥을 시도하던 중, 추격하던 간수들에게 체포당할 절체절명의 순간에 앞길을 막아선 높은 담벼락을 단숨에 뛰어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렇다. 뛰어난 인물들은 이런 차이를 이미 깨닫고 있었다. 성공의 여부는 지금 바로 시작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회장의 신화도 그래서 탄생했다. 특히, 바닷물을 막는 간척사업의 난공사 구간을 폐 선박을 이용해 세계 최초의 '물막이 공법'을 선보일 수 있었다. 당시 불가능하다고 막아선 회사의 핵심 간부들에게 “해보긴 해봤어!”라고 꾸짖은 일화는 유명하다.


통상 연초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전정신을 일깨운다. 직장인이라면 가장 많이 세우는 계획이 금연, 금주, 영어회화 등이다. 목표를 수립할 당시엔 의욕이 넘쳐 불까지 날 정도가 된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 의욕과 의지는 수그러든다. 온갖 핑계가 등장한다. 꼭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며 마침내 내년도 목표가 되어 버린다. 성공이라는 자기계발은 실천하는 사람들의 몫인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조급하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


“심불망 물조장야” 心勿忘 勿助長也

(결코 마음으로 잊지 말고 억지로 자라길 도와주지도 말라.)


이는 고전 <맹자>의 ‘공손추 상上‘ 편에 나오는 글귀이다. 농경사회인 옛날에 한 어리석은 사람이 살았다. 자기 논에 심은 벼 싹이 남의 것보다 한참 더디게 자라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농부는 싹을 잡아당겨서 키를 늘렸다. 어찌되었을까? 오히려 싹은 모두 시들고 말았다. 차라리 싹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김매는 일에 전력을 다해야 했었던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도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는 명문장이 나온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알을 깨는 주체가 누구인가라는 점이다. 자연의 섭리에 따르면 알 속의 새는 점점 성장해서 알에서 나올 수 있을 즈음이면 자신의 부리로 알을 스스로 깬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잘못 헤아려 새가 빨리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돕는다며 누군가 알을 깨뜨리면 어떤 결과가 될까? 새가 밖으로 나오기는커녕 깨진 상태로 영원히 부화의 희망은 사라지고 만다. 어미새는 이를 잘 안다. 때가 이르지 않았으면 결코 자신의 부리로 알을 깨뜨리지 않는다. 소설의 이 대목은 위에 인용된 맹자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한것이다.


여기서 좀 더 비약해보자. 자식을 양육하는 부모들의 교육 방식에 대한 것이다.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는 아기가 뭔가에 걸려 넘어질 수 있다. 넘어진 아기가 스스로 일어나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부모가 빨리 일으켜 세울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현명한 부모들은 빨리 가자고 자식의 손을 잡아 댕기는 게 아니라 먼 발치에서 자식이 스스로 걷도록 지켜보는 입장을 취한다.


‘일시불포’一匙不飽라는 말은 ‘첫 술에 배 부르랴’는 뜻이다. 이제 막 한술 뜨려는데 그만 먹으라고 한다면 과연 배가 부를까? 또 ‘대기만성’大器晩成이란 말처럼, 큰 인물로 성장하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더 많이 든다. 이럴진대 갓 심은 벼가 금방 풍성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것은 어리석음 그 자체인 것이다.




빈 깡통이 소리를 더 낸다


“단지 한 사람의 손으로는 천하의 모든 사람의 눈을 가릴 수 없다. 한번 세상에 드러난 나쁜 일은 아무리 감추려고 애써도 감춰지지 않는다. 즉, 한두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온 세상 사람들을 속일 수는 없다.”


난장일인수 엄득천하목 難將一人手 掩得天下目

(한 사람의 손으로는 천하의 눈을 기릴 수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고전과 경전에선 겸손과 정직을 가르치고 있다. 자신이 저지른 악행을 감춘다고 있던 일이 없는 게 되는 것이 아니다. 남 탓으로 돌리며 한두 명을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모든 사람들을 속일 수 있다고 잔꾀를 꾸미는 사람은 결국 패망의 길을 걷게 될 뿐이다. 이 대목에서 한 야당 대표의 얼굴이 겹쳐 보인다.


말과 행동이 다른 걸 ‘모순矛盾’이라고 한다. 이 말은 중국의 전국시대 초나라에서 창과 방패를 파는 상인에게서 유래했다. “이 창는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답니다. 그리고 이 방패는 어떤 창도 막을 수 있어요.”라고 상인이 떠들며 호객 행위를 하자, 한 구경꾼이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나요?”라고 물었다는 일화이다. 결코 진정성이 없는 화려한 말장난은 속임수일 뿐이다.


한결같은 마음


“난호유항의”難乎有恒矣

(변하지 않는 마음을 지닌다는 것은 어렵다.)


이 글은 영원한 고전 <논어> ‘술이’ 편에 나온다. 공자는 군자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 했다. 그래서 착한 사람을 만날 수 없을테니 항심恒心을 지닌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아가 공자는 어리석은 세 가지를 ‘삼치三痴’라 했다.


첫째, ‘없어도 있는 체’(망이위유亡而爲有)

둘째, ‘비었어도 가득한 체’(허이위영虛而爲盈)

셋째, ‘적으면서도 많은 체’(약이위태約而爲泰)


어찌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겠는가.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는 말이 오로지 진리이다. 그러니 한결같은 마음恒心을 갖고서 살아가기도 당연히 어렵다. 이는 ‘말 바꾸기의 달인’들이 우글대는 여의도 정가를 보면 쉽게 이해된다. 따라서 공자의 가르침에 따르자면 ‘삼치’가 되지 말고 나날이 새롭게 변화 발전해 나가야 한다.


성공의 기운은 집 안에서 시작된다


“부자독,형제목,부부화,가지비야”父子篤,兄弟睦,夫婦和,家之肥也


이는 <예기禮記> ‘예운禮運’ 편에 나오는 글이다. 부자간에 애정이 두텁고, 형제간에 화목하며, 부부간에 화합이 잘 된다면 이 집안은 살찌고 윤택해진다는 뜻이다. 흔히 말하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과 맥을 같이 한다.


<명심보감> ‘치가治家’ 편에서도 “자식이 효도하면 양친이 즐거워하고, 가정이 화목하면 만사가 이루어진다.”는 뜻의 ‘자효쌍친락 가화만사성’子孝雙親樂 家和萬事成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렇다. 가정은 인생에서 온실과도 같다. 온실 속의 화초가 바로 개개 가족 구성원인 셈이다. 화초를 잘 키우려면 관심과 사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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