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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와 M&A 트렌드 2023 - 기관투자자, M&A전문가, 컨설턴트들이 분석한 미래 투자 전략
최우석 외 지음 / 지음미디어 / 2022년 12월
평점 :
2022년은 글로벌 경제와 자본시장의 변화가 숨 가쁘게 일어나며 리스크가 한층 커진 변동성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큰돈을 굴리는 기관투자가로 일하며 2008년 금융위기를 견뎌냈고, 이후 매년 크고 작은 위기를 지나며 시장에서 잘 살아남아 왔다. 그런데도 다시금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눈앞이 캄캄해지는 심정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들은 큰돈을 굴리는 기관투자자 및 M&A 전문가로서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위기가 다가온 현재, 어떤 산업에 집중하고 투자를 판단하여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을 제안한다. 사모펀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져가는 지금, 기관투자자의 관점에서 기록한 사모펀드와 M&A 행보를 살펴본다면 투자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2022년 사모펀드와 M&A 시장을 돌아보며 자본시장과 투자 업계를 끌고 가는 동력과 트렌드를 분석한 후, 2023년에 예상되는 사모펀드와 M&A 시장의 흐름을 짚어보면서 투자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메가 트렌드에 속하는 다섯 가지 산업 섹터를 분석하여 새로운 투자처를 모색하려 한다.
금리인상 시대
금리인상은 투자 풍속도를 180도 바꿔놓았다. 위험자산에 투자하지 않더라도 채권에 투자하면 7~8%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인수금융 등 기업대출 역시 6%를 넘어서면서 안전자산의 기대수익률이 높아지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메자닌, 에쿼티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는 매력적인 투자 영역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 연기금, 공제회 등 기관투자자들은 금리인상을 고려해 출자에 소극적이 됐다.
대형 사모펀드 중심으로 이미 출자금을 조성한 블라인드 펀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금을 먼저 모으고 이후 투자처를 찾아 투자하는 방식의 펀드)가 있어 시장이 투자 절벽에 직면한 것은 아니지만, 단일 투자를 목적으로 한 프로젝트 펀드는 벌써 빙하기에 접어들었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중소형 사모펀드들은 2022년 투자 계획을 접고 상황이 바뀌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플랫폼 옥석 가리기
플랫폼 기업의 신화는 미국의 팡(FANG)으로 불리는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이 문을 열었고, 국내에서는 쿠팡이 투자 시장에서 신기원을 열었다. 쿠팡은 ‘의도된 적자’라는 신개념을 통해 플랫폼 채널로 시장을 장악하고, 그 이후 수익화 모델을 구축하는 전략을 짰다.
오랜 기간 적자를 감내하는 ‘캐시버닝(cash burning)’ 전략의 핵심은 당연히 외부 자금조달에 있다. 쿠팡은 매출과 시장 장악력이 높아질수록 적자폭은 커지지만 기업가치도 덩달아 높아져 투자자에게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데 매번 성공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수조 원의 투자를 결정하면서 자금 부족 이슈는 사라졌다. 오히려 더 큰 손해를 볼수록 더 비싼 기업이 되는 역설이 통용되었고, 2021년에는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해 한때 100조 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쿠팡이 월간 기준 흑자로 전환한 것은 2022년이 되어서야 가능했다.
그러나 캐시버닝 전략이 지속 가능하지 않을 때 위기는 가속화된다. 아침배송으로 지명도를 높인 마켓컬리는 제2의 쿠팡을 꿈구며 신선식품 배송시장을 개척했다. 새벽배송을 구축하기 위한 비싼 인건비와 신선식품 조달을 위한 대규모 물류창고 조성, 재고와 폐기 처리 관리비용 등이 추가로 든다. 그만큼 비용 부문을 감내하고 시장을 키워내야 하는 부담이 큰 섹터인 셈이다.
그럼에도 매번 기업가치를 높여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그러나 금리인상에 따른 자본시장의 경색으로 돌연 큰 위기에 직면했다. 비상장주식 거래에서 기업가치가 1/2 수준인 2조 원 밑으로 떨어졌고, IPO 시장도 침체되어 공모자금 모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되고 말았다. 굳이 진행하려면 기업가치를 대폭 낮추어야 IPO 추진이 가능한 실정이다. 이처럼 플랫폼 기업의 옥석 가리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환경에 처하고 말았다.
변동성의 시대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
변동성의 시대에 살아남는 것을 넘어 좋은 성과를 내는 펀드와 투자처를 발굴하는 것은 쉽지 않다. 과거에 좋은 성과를 내왔던 곳이 계속 그 성과를 동일하게 내준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투자 환경은 계속 바뀌고 다양하고 복잡한 변수들이 산재해 있다.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갖추고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과거에 잘했던 펀드를 골라서 투자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재 그리고 미래에 예상되는 환경 변화에 잘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갖춘 펀드와 투자처를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반도체와 배터리
2022년도엔 기관투자자가 주목한 투자처는 역시 반도체와 2차전지였다. 반도체와 2차전지 섹터는 산업의 규모와 성장성을 모두 가진 흔치 않은 섹터라는 데 대다수의 기관이 뜻을 모으고 있다. 기관의 투자 심리가 두 영역으로 쏠리면서 사모펀드 시장에서의 거래도 밸류체인 전반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모든 플레이어가 주목하고, 그만큼 성과를 내고 있으므로 향후에도 뭉칫돈이 이 영역으로 쏠릴 것이 분명하다. 우리가 여전히 반도체, 2차전지 영역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선택받은 주요 딜을 서술하기 전에 이해를 돕기 위해 간략하게 반도체 산업에 대해 알아보자. 먼저 반도체는 국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강세를 가진 메모리반도체와 비메모리반도체(완전한 동일 범주는 아니나, 시스템반도체 불리기도 한다)로 크게 나뉜다.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기능적인 면에서 데이터의 저장만을 주로 담당하기 때문에 칩별로 기능적인 차별성은 작아 가격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돈 되는 소재 산업
2022년의 투자는 또 ‘소·부·장’이라는 테마에 주목했다. 이는 바로 IT 완성품을 생산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소재, 부품, 장비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그래서 기관투자자에게 유망한 소재 산업이란 이미 상용화가 된 성숙 분야가 아닌 짧은 시일 내에 상용화가 완료되어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거나, 기존에 존재했던 소재지만 처리 및 가공 기술의 차별화로 초과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는 곳을 의미한다. 이는 사모펀드가 투자하는 다른 섹터와 마찬가지로 정해진 펀드 만기에 따라 목표하는 수익률을 달성해야 하는 특성 때문이다. 5년 내에 투자 당시보다 높은 가격에 재매각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모펀드를 통해 경영권 인수 또는 그에 준하는 소수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투자는 일반적으로 기존 소재 산업에서 일정 수준의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이런 시장 장악력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업사이드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적 혹은 평판상의 차별점을 확보한 곳이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이끌어냈다.
2023년 산업경제 조망
산업에 대해 살펴볼 때 거시적인 흐름, 시대의 변화, 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예측해볼 수 있는데,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 세계적인 사건이 2년여가 지나서 막을 내렸다. 식당을 가도 북적이고, 여행지도 북적이는 걸 보니 사람들의 일상은 이전으로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모양이지만, 산업계를 살펴보면 원래의 상태로 그냥 돌아가지 않는 듯하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산업 전반에 변화가 시작되었고, 엔데믹 시기로 넘어온 뒤로는 세계의 정치, 경제 환경에 따른 또 다른 변화들이 감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을 살펴보는 것이 앞으로 산업이 어떻게 전개될지 조망해보는 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주요한 변화 요인은 크게 네 가지로,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공급망의 변화, MZ세대를 통해 산업의 변화와 향후 전망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러한 요인들은 모든 산업의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고, 기업이나 투자에 있어 리스크도 커지겠지만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전환은 과거부터 다양한 산업에서 시작되엇지만 코로나19 기간에 가장 급속하게 진행된 변화 중 하나이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이 영역을 넓혀 일상을 파고들어 엄청난 성장세를 보였다.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쿠팡이다.
지금까지는 눈에 보이는 산업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이 트렌드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향후엔 모든 산업 전반에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에서도 스마트 공장, AI 기술을 활용해 사람의 역할을 대신하는 영역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 전략(5가지 섹터)★
여전히 매력적인 반도체
디지털 전환을 선점
소비주체 MZ세대
플랫폼 테크
수소 시장
플랫폼 전성시대
★플랫폼의 기본기 3요소★
명확한 소구점~ 소비자 회원을 확보
공급자 혜택~ 공급자 생태계 유지
매칭 기술~ 공급자와 소비자 간을 연결
명확한 소구점을 통해 회원을 확보하고, 이를 수익 구조로 구현했다면 해당 플랫폼은 분명 괄목할 만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고민은 이것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이다. 이는 끊임없이 고객의 니즈와 피드백을 확인하고 이를 비즈니스에 반영하는 과정일 것이다. 전통 산업은 이를 위해 많은 리소스를 투자해야 했었고 그럼에도 명확한 확인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반면, 플랫폼 산업은 오히려 이러한 부문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 그 원동력은 바로 ‘데이터’이다.
플랫폼이라는 IT 기반에서 모든 비즈니스 주체의 행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고객이 어떻게 플랫폼에 유입되었고, 플랫폼 내의 어떤 페이지에서 언제 얼마나 시간을 보내고, 어떤 상품 또는 서비스에 관심이 있고, 구매까지 진행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가 원활히 수집되고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저장되고 실제 활용된다면 비즈니스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확대해나가는 마스터키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수소에너지
재생에너지의 한계로부터 새로운 에너지원으로서의 수소의 가치가 대두되게 된다.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활용하여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기체가 생산되고, 이렇게 생산된 수소기체를 액화시키거나 암모니아 등의 다른 물질로 전환하면 대형 탱크를 통해 저장·운반이 가능해지며, 이렇게 옮겨진 수소를 연소 또는 반응시키면 필요한 지역에서, 필요한 시점에 전력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소는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극복하게 하는 에너지캐리어(Energy Carrier)로서의 가치를 갖는 물질이며, 수소경제는 인류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벗어나 재생에너지와 수소 중심의 에너지 패러다임 대전환을 통해 지속 번영할 수 있게 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 및 기업의 경쟁적인 수소 산업 정책과 투자의 이유는 탄소중립, 기후협약, RE100 등 ‘친환경’ 기조와 연관된 여러 키워드와 모두 맞닿아 있고 이를 가능케 하는 매개로서 수소가 갖는 가치를 알아야 비로소 이해될 수 있다.
열정과 냉정 사이
바둑의 고수들은 한 판을 진 후, 그 대국의 복기를 통해 실패의 원인을 규명한다고 한다. 책도 2022년 시장상황을 되돌아보면서 주요한 맥락을 짚어보았다. 나아가 롤러코스트 국면이 지속될 2023년도 여건 하에서도 주목해야 할 5가지 투자섹터를 제안하고 있다. 투자업무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