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이솝우화 - 삶의 자극제가 되는
최강록 지음 / 원앤원북스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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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 읽으면 예민한 민심을 포착하는 심리서로, 사업가가 읽으면 세상의 흐름을 짚어내는 경영서로, 종교인이 읽으면 내면을 들여다보는 마음의 거울로, 교육자가 읽으면 배움의 이치를 깨닫는 교과서로 제격입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총 4부에 걸쳐 28개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데, 우화 속에는 웃음과 눈물, 재치와 감동이 약동하는 이야기들이 즐비하다. 그 이야기들은 착하고 바르게 살라는 도덕적인 교훈만 담고 있지 않다. 오히려 거칠고 잔인하며 처절하기까지 한 현실적인 교훈을 담고 있는 현대인을 위한 고전인 셈이다.


늑대와 당나귀


당나귀 한 마리가 초원에서 마음ㄲㅅ 풀을 뜯어 먹고 있었다. 날씨는 좋고 풀은 싱싱했다. 그러다가 깜작 놀랐다. 저만치서 사나운 늑대 한 마리가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당나귀는 목이 콱 막혔다. 맛있던 풀이 소태처럼 느껴졌다.


‘어쩐다? 도망가야 하나? 내가 늑대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을까?’


당나귀는 고통스런 표정을 지으며 발에 가시가 박혔으니 빼달라고 늑대에게 부탁했다. 잡아먹더라도 가시를 뺀 후 먹어야 목에 가시가 걸리지 않는다면서. 사실 맞는 말이죠. 늑대는 가시가 어디에 있냐며 얼굴을 점점 당나귀 발굽 가까이 들이밀었다. 찬스다! 한방을 냅다 갈겼다.




온몸에 식은땀이 나고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목숨이 위태로운 위기 상황에서도 당나귀는 섣불리 도망하거나 모든 걸 포기한 채 잡아먹으라고 주저앉지 않았다. 늑대의 행동을 주시하며 자신의 생존과 안전을 지킬 방법을 생각해냈던 것이다.


위기상황에서 공포감에 휩싸여 즉흥적으로 행동한다면 오히려 자신의 안위에 더 해로울 수가 있다. 당나귀는 경거망동하지 않고 늑대를 물리칠 수 있는 무기를 찾아냈다. 늑대에게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이 있다면 자신에겐 엄청난 괴력을 가진 발굽이 있었다.


문제는 자신의 발굽으로 늑대의 급소를 정조준할 수 있느냐 없느냐였다. 당나귀는 지혜를 발휘해 늑대가 자기 머리를 스스로 발굽에 들이밀도록 만들었다. 그야말로 탁월한 위기 대처 능력을 보여주었다.


개미와 베짱이


무더운 여름, 개미들은 열심히 일했다. 곧 추위가 다가오기 전에 먹을 식량을 많이 비축하기 위해서였다. 땡볕 아래에서 일하는 것이 무척 힘든 일이었지만 이를 인내하며 목표 달성을 위해 부지런히 일했다.


반면에 베짱이는 그렇지 않았다.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흥얼거리며 놀기만 했다. 땀 흘리며 일하는 개미들에게 쉬엄쉬엄 놀면서 하라고 놀려대기만 했다. 이후 가을이 되었다. 여전히 개미들은 추운 겨울을 준비했지만 베짱이 계속 노래하며 노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이런 베짱이에게 개미가 충고를 해줘도 ‘소 귀에 경 읽기’일 뿐이다. 추운 겨울이 오면 베짱이는 어떻게 될까?


아예 내일이 없는 것처럼 현재에 모든 걸 소진하며 사는 것도 위험하고, 행복은 모조리 내일로 미뤄놓고 현재는 괴로운 게 당연하다며 참기만 하는 것도 위태롭긴 마찬가지다. 그래서 균형이 중요하다.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건 바람직스러운 일이지만, 다가오지 않은 내일에 대해 지나치게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건 좋은 태도가 아니다. 불안과 걱정은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는다. 과도한 불안과 걱정은 정신질환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어서다.


그렇다. 인생의 정답은 개미에게만 있지 않고 베짱이에게만 있지도 않다. 일을 할땐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고, 놀 땐 베짱이처럼 신나게 노는 것이다. 즉 미래를 위해 준비하되 현재 주어진 하루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려고 애쓰는 것이 진정한 삶의 지혜인 것이다.


박쥐와 가시나무와 갈매기


박쥐와 가시나무와 갈매기가 한 자리에 모였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사업 이야기가 나왔다. 각자 각개격파로 애쓰기보다 함께 지혜를 모아서 한 가지 일에 집중하자는 갈매기의 제안에 박쥐와 가시나무도 이에 동의하면서 동업할 사업 밑천을 모아 멀리 떠나기로 했다.


이에 박쥐는 자기 돈과 빌린 돈을, 가시나무는 판매할 고급 옷감을, 갈매기는 귀한 청동을 각각 갖고서 배에 몸을 실었다. 부푼 꿈과는 달리 큰 폭풍을 만나 풍랑과 비바람으로 인해 배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심하게 흔들렸다.


살기 위해선 모든 짐을 바다로 던져야 할 상황이었다. 짐을 버렸음에도 풍랑은 그치질 않고 마침내 배는 산산조각 났고 세 친구는 육지로 떠밀려와 겨우 목슴은 구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들은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해 눈물을 흘렸다.


갈매기는 혹시 청동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서 바닷가를 맴돌며 살았으며, 박쥐는 돈을 빌려준 사람을 만날까 염려되어 동굴 속에 숨어 지내며 밤에만 먹을 거리를 구하려 밖으로 나왔다. 가시나무는 자신의 옷감을 주워 옷을 만든 사람이 있는지 살펴보려고 사람들만 보면 옷을 먼저 보았다. 심지어 지나가는 행인들의 옷에 찰싹 달라붙기까지 했다.


세 친구의 사례처럼 쓰디쓴 실패를 경험한다는 건 정말 아프고 괴로운 일이지만 이미 벌어진 일은 도저히 돌이킬 수 없다. 아파하고 괴로워한다고 해서 이미 발생했던 과거가 없어지거나 뒤바뀌지도 않는다.


매일 집착에 빠져 산다 한들 떠나간 연인이 되돌아오거나 망해버린 사업이 다시 일어서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빨리 잊고 훌훌 털어버리는 게 가장 좋은 치유법이다. 기회는 반드시 또 오게 마련이다.


고깃덩어리를 입에 문 개


욕심 많은 개가 있었다. 먹을 게 눈에 보이면 잽싸게 달려가 낚아챈 후 혼자서 멀리 나가 먹곤 했다. 아무리 양이 많아도 남들과 나눠먹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하기사 힘도 세고 성질이 사나워서 누가 말릴 수도 없었다.


하루는 잔칫집에서 실컷 얻어먹고 고기 한 덩어리를 챙겨서 입에 물고 길을 걷고 있었다. 강을 만났는데 여기를 통과해야 집에 도착할 수 있기에 다리를 건너게 되었다. 중간쯤 가다가 무심코 아래를 내려보게 되었다.


강물 위로 큼직한 개가 커다란 고깃덩어리를 입에 문 채 자신을 노려보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더구나 자기 입에 문 고깃덩어리를 노리고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이에 기선을 제압하고자 다리 아래에 있는 개를 독하게 노려보았다.


그런데, 평소 다른 개들은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보면 꽁무니 빼기가 일쑤였지만 이번 만큼은 달랐다. 강물 속의 개도 자신과 동일한 자세를 견지하며 으르릉대고 있었다. 그러자 욕심많은 개는 목청껏 크게 짖었다. 그럼에도 강물 속 개는 여전히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허전한 자신의 입을 느낀 순간 물고 있던 고깃덩어리가 사라지고 말았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말이 있다. 작은 걸 탐하다가 큰 손실을 당한다는 가르침이 담긴 옛말이다. 자신의 재주와 능력 등 분수를 넘어 지나치게 욕심을 내다 보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최근에 주식으로 돈 좀 벌었다고 더 많은 돈을 끌여들여 투자했던 전기차 관련 주식이 70%나 폭락하는 케이스와 일맥상통하다.


그렇다. 삶은 혼자 사는 게 아니다. 가족과 이웃과 사회와 함께 사는 것이다. 독불장군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 타인을 존중하고 인정해야 그 타인들로부터 자기 자신도 존중받고 인정받는 게 세상 이치인 것이다.


고깃덩어리를 입에 문 개가 다리 위를 지나다가 강물 속에 비친 자기 모습을 봤다. 잘생긴 개가 커다란 고깃덩어리를 입에 문 걸 봤을 때, 다른 개도 충분히 잘생길 수 있고 고깃덩어리를 물고 걸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더라면 그냥 묵묵히 자기 길을 갔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집에 가서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을텐데.


북풍과 태양


태양과 북풍 간에 논쟁이 벌어졌다. 태양과 북풍은 서로 자기들이 존경받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어느 날, 둘은 길을 지나는 나그네의 옷을 누가 먼저 벗기는지 시합을 하기로 했다. 서로 자신이 이길 것이라고 의기양양했다.


북풍은 차겁고 매서운 바람을 나그네에게로 보냈다. 그런데, 나그네는 강한 바람을 이겨내려고 오히려 옷깃을 더욱 세차게 잡아당기며 걸어 나갔다. 결국 북풍은 힘이 다 빠져 더 이상 입으로 강풍을 내보낼 수가 없었다.


이에 태양이 나섰다. 온화한 햇살을 무한정 비추기 시작했다. 그러자 길가던 나그네는 수건으로 담을 닦으며 옷깃을 풀어 헤쳤다. 태양은 좀 더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나그네는 겉옷을 벗었다. 이후 계속 내리쬐는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옷을 다 벗고 강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누군가의 행동을 바꾸거나 평소 그의 생각이나 의지와는 다른 행동을 하게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힘으로 굴복시켜 행동하게 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설득으로 스스로 행동하게 하는 것이다.


상대가 도저히 대항할 수 없을 만큼 강한 힘을 가진 쪽이 그렇지 못한 쪽을 압박해 강제로 행동하게 할 수 있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행동을 바꾼다. 하지만 속으로는 수긍하지도 승복하지도 않는다.


이에 반해 충분한 설득으로 상대를 이해시켜 스스로 행동을 바꾸게 한 경우, 상대는 수긍하고 승복한다. 설령 상황이 바뀌어도 결정에 책임을 지기 위해 행동을 쉽게 바꾸지 않을 것이다.북풍과 태양이 대결하는 우화 속에 담긴 교훈은 바로 ‘힘의 논리’와 ‘설득의 논리’ 중 어느 것이 더 유효하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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