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공부 - 느끼고 깨닫고 경험하며 얻어낸 진한 삶의 가치들
양순자 지음, 박용인 그림 / 가디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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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0여 년 동안 서울구치소에서 사형수를 상담했어. 나는 극도의 불안감과 절망 속에서 시들어가는 사형수들을 보면서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수도 없이 생각해봤어. 그리고 그들과 이별하면서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나름대로 깨달았지. 한마디로 그들을 통해 어른이 된 거지. - '프롤로그' 중에서




30년간 사형수 교화위원으로 활동해오면서, 그리고 암 선고를 받고 죽음이 다가옴을 인정하면서, 저자 양순자는 삶의 소중한 가치들과 훗날 어떻게 기억되어야 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총 5장으로 책은 구성되었는데, 이별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이런 친구 하나 있으면 더 바랄게 있을까, 마음을 따라가는 계산해보기, 내 눈에 맞는 안경 끼고 살아보기, 돈으로 못 드는 인간보험 들기, 내 비문에 새겨놓고 싶은 말 등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현실에 뿌리박은 지혜를 전하며,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한다. 책 속의 인상적인 내용들을 소개해 본다.


이별도 연습이 필요하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 죽었다고 생각하고 한번 살아봐. 그러면 용서 못 할 일도 없고, 싸울 일도 없고, 속상해할 일도 없어. 하루가 덤으로 오는 보너스 같아. 그래서 매일 고맙지. 물건 살 때 하나 더 주면 기분 좋아지는 것처럼.


나는 사형수들을 떠나보내면서 죽음이라는 단어 앞에서 의연해졌어. 돌이켜보면 이별 연습은 사형수들이 나에게 가르쳐주고 간 인생 공부야. 사형수들에게 일러준 대로 나도 가면 되는 거야.


이런 친구 하나 있으면 더 바랄게 있을까


우리는 돈이 많은 사람을 ‘돈 부자’라고 하지. 친구가 많은 사람을 ‘친구 부자’라고 하고, 돈이 많아도 통장에만 넣어놓고 쓰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더라고. 친구가 많다고 해도 결정적인 순간에 그 친구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 때도 있어.


돈이 돈의 역할을 잘 해줄 때 진짜 돈이 좋은 것이지. 친구도 마찬가지. 결정적인 순간에 나에게 도움이 되는 친구가 진짜 친구야.


교과서 같은 부모가 되려고 하지 마라


아직 내 아이가 말도 못 하는 어린아이일지라도 교육시킨다는 명분으로 명령하고 억압할 권리는 없어. 부모는 애들이 홀로서기까지 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도우미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나 또한 오래 걸렸어.


아직 어린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라면 절대 나 같은 실수를 하지 말라고 외치고 싶어. 아이들은 엄마의 훌륭한 말로 크는 것이 아니라 따듯한 가슴으로 큰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해.


어떤 얼굴로 작별할 것인가?


인간은 아픔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거야. 내가 잠깐 입원했던 암 병동에는 많은 암 환자가 있었는데 성장의 터널을 지나는 모양새가 다 달랐어. 긍정적으로 암을 안고 가는 사람, 의사와 병원을 잘못 선택했다며 골이 나 있는 사람.


이들은 얼굴 색깔부터가 달라. 그러고 보면 아프고 난 뒤 모두 다 성장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 아프고 나서도 성장하기는커녕 신세 탓, 환경 탓만 하는 사람도 있지. 선택은 각자의 몫이야.


내 비문에 새겨놓고 싶은 말


우리나라에 한때 유서 쓰기가 유행한 적이 있었어. 긴 유서가 부담스러워 포기했다면 두 줄도 아니고 한 줄로 비문을 써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야. 내 인생 전부를 압축기에 넣고 엑기스를 짜내듯 비문에 새길 한 줄의 글을 써봐. 그것을 매일 읽어본다면 삶의 이정표가 되어 그곳을 향해서 열심히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목적 없이 가는 삶은 힘이 없어.




마지막 기도


나는 수술대 위에서 마취가 되기 직전 지상에서의 마지막 기도를 했지. 깨어나면 '의미 잇는 일'을 하게 해달라고. 내가 마난 소중한 인연들에게 살아가는 힘을 주는 일을 하고 싶었어. 비틀거리고 일어서지 못하는 사람의 손을 잡아주고 잠시 기댈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이 책을 잉태하게 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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