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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급등 사유 없음 - 세력의 주가급등 패턴을 찾는 공시 매뉴얼
장지웅 지음 / (주)이상미디랩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기술적 분석과 차트를 통해 주가 부양 세력을 파악할 수 있다고 믿는 개인 투자자가 정말 많다. 언젠가 주식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하면서 세력이 들어가 있는 종목과 그렇지 않은 종목의 차트를 소개했다. 그리고 세력주를 찾아내서 매수 타점을 잡아보는 문제를 드렸다. 그날 강의에 참석한 약 150명 중 세력주를 찾아낸 분은 5명이었다. 그런데 설명을 듣고보니 차트상 오랜 기간 횡보했기 때문이라고 답한 분이 3명, 이평선이 정배열로 들어섰기 때문이라고 답한 분이 2명이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주가급등 패턴을 찾아라
이 책의 저자 장지웅은 15년간 다수의 상장사와 자산운용사, 창업투자회사, 벤처캐피털 등 기업의 인수합병(M&A)을 주도하며 실무와 운영을 모두 거쳤다. 현장에서 M&A 전 과정을 꼼꼼하게 총괄해왔기에 기업 CEO가 믿고 맡기는 전문가로 알려졌다.
M&A 업계를 떠난 후 맥킨지, 베인 앤드 컴퍼니,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삼일 PwC, JP모건, HSBC 코리아 등 세계적인 컨설팅펌과 투자은행에 자문을 제공했고 동시에 이상투자자문사의 사외이사, 주식교육 전문 채널 이상스쿨의 대표강사, 미디어 커머스 기업 이상미디랩의 대표, 이상투자그룹 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차트에만 의존하며 세력주를 쫓다가 오히려 세력들에게 되치기 당해 낭패를 입는 많은 투자자들의 투자 행태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세력들의 급등주 패턴을 어떻게 해야 알아챌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주된 관심사항이자 바로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다. 이에 저자는 이렇게 단언한다.
"공시를 봐야 알 수 있다"
책에서 말하는 '세력'의 의미는 일차원적인 용어가 아니다. 즉 우리들이 흔히 입에 오르내리는 소위 '어둠의 세력'인 주가조작 작전 참여자에 국한하는 게 아니라 포괄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주식 시장에 참여하는 다양한 참여자들인 외국인 투자자, 기관 투자자, 연기금, 개인 투자자, M&A 주체, 특수관계인 등을 함께 아우르고 있다.
여기서 나의 상장회사 임원시절을 소개해본다. 재무를 총괄하던 나는 회사의 유상증자 계획을 수립하고 자금조달 규모를 책정했다. 통상 증자를 공시하고 나면 주가가 스멀스멀 하향하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이론 권리락 때문에 그렇다고 설명하기도 하지만 여기엔 다양한 팩터들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즉 누군가는 증자에 참여하지 않고자 권리부 시세에서 매도를 원하고, 또 누군가는 저점에서 매수하여 권리까지 취득한 후 향후 주가 상승시 더 큰 수익을 누리기를 원하는 사람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얽히게 마련이다.
반면, 증자를 실행하는 회사의 입장은 어떨지를 잠시 생각해 보자. 그렇다. 회사는 자금유입의 극대화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바로 '주가관리'이다. 증자후 유입된 자금으로 회사의 미래가치가 더욱 커진다는 걸 투자자들에게 홍보해야 할 것이며, 또 시장에 개입해서 최소한의 악성 물량들은 매수함으로써 주가의 급락을 방어해야 한다. 이를 증권거래법에선 '불공정거래'라고 트집 잡는다. 나 역시 검찰에 불려 갔다. 담당 검사에게 내가 한 말은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자는 모두 나름의 작전을 한다. 작전이 아닌 주식은 이 세상에 없다"였다. 괘심죄에 걸려 '파면'을 권고받기도 했었다.
현재의 주식시장 분위기는 '과열'이라고 매스컴에선 떠든다. 얼마 전 잔고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증권사 객장에 들렀다가 붐비는 사람들로 인해 평소에 비해 장시간이 걸렸을 정도로 과열 상태임은 부인할 수 없다. 정부, 증권 기관, 언론 등이 연일 '과열'을 쏟아내는 것은 주가 폭락시에 입게 될 투자자들의 재산보호라는 측면에서의 선제적 조치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반면에 투자자들은 잘 올라가는데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왜 '초를 치느냐'고 억울해 할 수도 있다. 이런 모든 일들이 바로 '세력'인 것이다.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일부 투자자들은 세력에 대해선 알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주가는 주식의 내재가치에 자연스레 회귀되므로 저가(저평가)에 매수해서 고가(고평가)에 매도하면 된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세력의 작전만으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계속 컨트롤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즉 가치투자자든 세력이든 간에 모두 '저가에서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차트는 세력의 발자국
기술적분석을 신봉하는 투자자들은 주가차트에 매달린다. 이동평균선의 정배열 여부, 거래량 봉차트, 심지어 캔들의 모양 등까지 연구한다. 이를테면 '예쁜 차트'를 찾는 여정을 떠난다. 반면에, 소개하려는 '투자의 귀재'는 하루종일 콜라1병에 관심기업의 보고서를 정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 '워렌 버핏'이다. 이를 한국증시에 해석하자면 그는 해당기업의 '공시내용'을 꼼꼼하게 읽고 분석하는 게 하루 일과라는 말이 된다.
차트란 역사적인 주가 흐름, 즉 지나간 주가를 선으로 연결해주는 도표이다. 바둑으로 말하자면 '복기復棋'인 셈이다. 그렇게 바둑돌을 놓지 않았다면 다른 형태의 행마行馬가 가능하므로 승리 가능성이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해보는 과정인 것이다. 그런데, 주식투자는 과거지향적이지 않다. 오히려 미래지향적이다. 미래의 가치를 발굴할 수 없다면 쉽게 주식투자에 나서면 안 된다. 따라서, 저자 또한 차트에다 반드시 '기업 공시'를 병행해서 공부해야함을 강조한다.
M&A를 눈여겨보라
과거 주가 조작꾼들은 대주주에게 접근하여 선제적으로 물량을 확보했다. 욕심이 과한 대주주는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수한다고 계약까지 체결해주니 가만히 앉아서 돈도 벌고 회사 주가도 상승하는 좋은 일이라고 여겼다. 이는 바로 세력의 유통주식수 잠금이 목적이었다. 유통주식수가 적어야 적은 돈으로도 해당 기업의 주가를 쉽게 부양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요즈음은 기업의 M&A 재료를 이용한다. 세력들에게 유용한 수단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시가총액을 늘려주고, 둘째는 주가를 올려주기 때문이다. 대개는 시가총액이 증가하는 것과 주가 부양을 동일한 의미로 생각할 수 있지만 세력의 입장에서는 각기 다른 전략이며 그에 따라 접근 방식도 다름을 이해해야 한다.
먼저 시가총액을 증가시키는 것은 사업적인 측면에서 중기적인 시야로 접근해야 한다. 다음으로 주가를 상승시키는 것은 사업과 상관없이 이벤트라고 말할 수 있는 '단발성 호재'로도 순간적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시총을 늘려려면 사업성은 물론이고 이에 대한 평가까지 뒷받침되어야 하므로 관련 일들이 다양하고 많다. 반면에 주가 부양은 '호재성 재료'와 '호가 관리'에 의한 기술적 조치로 쉽게 달성 가능하다.
세력이 실패하는 6가지 사례
1. 기존 최대주주나 대표이사가 실권주를 내놓지 않는 경우
2. 최대주주와 대표이사가 의도적으로 숨기는 것이 있을 때
3. 시장 상황
4. 인수자가 약속 이행을 못 하는 경우
5. CB, BW, 유상증자 등의 참여자 지분을 내놓지 않을 경우
6. 유상증자 참여로 경영권과 최대주주 지위를 약속한 후, 이를 어길 경우
주가 급등 사유 없음
특정 종목의 시세가 급등할 경우 거래소는 이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한다. 즉 스스로 기업이 그 이유를 밝히라고 요청한다. 그런데, 투자심리의 과열로 갑자기 상한가를 치는 경우나 세력이 개입해서 폭등한 경우에 해당 기업은 이에 대해 상투적인 공시를 발표한다. "주가 급등 사유에 대해서 우리는 모른다"
종종 시중에 떠도는 풍문으로 인해 주가에 영향을 주는 일이 발생할 때에도 거래소는 '조회공시'를 요구한다. 이럴 때에도 누가 이를 시시콜콜하게 발표하겠는가? 당연히 시치미를 떼고서 "별도로 공시할 중요한 정보가 없음"이라고 회신할 뿐이다.
그럼에도 특정 종목의 주가가 급등하면 투자자의 입장에선 그 이유가 분명 궁금해진다. 물론 특정 테마나 재료에 의거해 급등할 경우도 있지만, 이 또한 밖에서 바라본 결과론적 해석인 것이다. 세력의 입장에선 계획대로 차근차근 진행된 일의 결과이므로 당연히 오리발을 내밀어야 할 것이다. 굳이 그 이유를 말하자면 '탐욕의 결과'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세력과의 인터뷰
"내가 왜 이러고 살았지?"
세력의 성공확률은 15%도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들은 과연 평범한 일상을 보낼까? 실제로 M&A 시장에 활동하는 브로커는 부자보다 가난한 사람이 태반이다. 이들은 한탕으로 자신의 삶을 바꿔보려한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영화 같은 삶은 잘 이루어지질 않는다. 성과를 거두려면 시간과 돈, 그리고 인맥 등 많은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실행력이 가당치나 하겠는가? '용두사미'로 끝나는 허세만 남는다. 저자는 실제로 이런 삶을 산 '정프로'를 소개한다.
정프로는 회사를 인수하면서 기존 임원진에 대한 고소와 고발을 가장 먼저 이행했다. 특별한 이유없이 그리 했다. 새 집을 차지했으니 자신만의 가구 배치를 위한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일로 징역을 살게 된 사람이 늘어갔다. 어느날 그는 이 일에 피로감을 느껴 검찰조사가 지겨워졌다. 이에 대충 대응하고 말았다.
일이 갑자기 꼬이면서 그는 긴급 체포되고 말았다. 사건은 무죄로 마무리되었지만 약 8개월간 구치소에 수감되었던 것이다. 검찰이 징역 15년에 추징금 300억 원을 구형할 만큼 검사 측은 유죄 확신이 강했다고 한다. 그때 정프로는 자신이 하던 일과 살아온 삶에 깊은 회의감이 들었다. 그리고 구치소로 자신을 찾아온 어머니를 보는 순간, 이건 몹쓸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판은 단순히 짜증스러운 일에 불과했지만, 구치소의 차가운 건물에 들어선 어머니의 표정은 그에게 가혹한 판결문이었다. 앞으로 더 이상 M&A 세력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판결인 셈이었다. 정프로는 그제야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무죄로 풀려난 그에게 함께 일했던 윤회장은 당시 40억 원을 호가하는 삼청동 빌라를 제공하며 합류를 권유했지만 그에게 더 이상 돈은 어머니의 판결문과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그들의 언어로 공시를 읽어라
전 세계 금융시장은 위기와 상관없이 자금력을 지닌 주체에 의해서 흘러갈 것이다. 그리고 주식 시장 역시 자금력을 지닌 주체, 즉 세력의 의도에 따라서 종목들은 방향성을 가질 것이다. 저자는 단순히 공시 해석에 포인트를 두지 않고, 자금의 주체인 세력과 그들의 의도를 읽어내는 시야를 전달하고 있다. 우리들에게 전하려는 메세지는 '그들이 소통하는 공시를 그들의 언어로 읽어내야 돈의 방향성이 보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