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 - 내 감정의 주인이 되는 자기결정권 연습
정정엽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마음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를 고민하기 전에 선행해야 할 일은 마음의 빈 공간을 점검하는 일이다. 여태까지 마음을 돌본 적이 없다면 당신이 몇 살인지와 상관없이 새삼스럽게 자신을 관찰하고 발견하고 이해해줘야 한다. 그제야 비로소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등 떠밀리지 않고 단단하게 나의 인생을 살 수 있다. 삶의 주도권을 찾게 된다는 말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내 감정의 주인은 나다

 

이 책의 저자 정정엽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 의학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군의관 시절 군대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장병들을 대상으로 인지 치료 기반의 집단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질환뿐만 아니라 일상의 괴로움에도 정신의학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경험으로 생활 속에서 마음 건강을 관리하는 일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마음이 아플 때 주저 없이 전문가에게 도움을 구할 수 있도록 정신과 치료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힘쓰고 있다.

 

대다수 한국인이 우울감을 느끼는 이유가 삶의 수준을 정해놓고 살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는 그는 남들이 보기에 괜찮은 삶을 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고백한다. 운이 좋아 목표한 바를 몇 개 이루었지만 성취로 인한 기쁨은 짧았고 결핍을 채우기 위해 새롭게 세운 목표들이 계속해서 자신을 압박하고 힘들게 만들었다.

 

사회에서 인정받은 것이 훌륭한 것이고, 다른 사람이 내게 바라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착각하며 살 때 삶은 무의미와 허무로 가득 찬다. 저자는 이런 억압에서 벗어나는 열쇠를 정신의학에서 찾았다고 밝히며, 과거의 자신처럼 심리적 자유를 박탈당한 채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을 위해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을 집필했다. 

 

 

 

 

내 마음 속의 이분법

 

우리를 좌절하게 만드는 것은 마음속의 '이분법'이다. 행복은 100퍼센트로 오지 않는다. 언제나 약간의 불행과 함께 온다. 휴양지로 여행을 떠나도 약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즉 바가지를 씌우려는 관광지 상인들과 실랑이, 입에 맞지 않는 음식 등이 그것이다. 그래도 좋은 풍경을 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행복하다고 느낀다. 0:100으로 판단하면 세상에 행복은 없다. 사소한 행복과 기쁨은 무의미하고 무가치하다고 폄하해버리면 삶에서 행복은 배제된다. 

 

감정이 없으면 결정도 없다

 

"이성은 정념의 노예다"

- 데이비드 흄

 

한 실험에 따르면, 의사결정 과정에 감정을 참여시키는 안와전두피질이 손상된 사람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성의 영역을 관리하는 뇌의 다른 부분은 멀쩡했기 때문에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장단점을 따질 수는 있었지만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었다. 이성적인 행동에 방해가 되는 감정적인 부분이 없어졌으니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대상자들은 장점과 단점을 나열하기만 할 뿐 그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했다. 사실은 감정이 행동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이었던 것이다.

 

감정 뒤에 숨은 생각

사람들은 객관적인 세상을 똑같이 바라보고, 느끼며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자신만의 주관적인 세상에 산다. 내 마음이 만들어낸 세상, 개인이 느끼는 주관적인 세상을 심리학 용어로 '심리적 실재'라고 한다. 세 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눈 상황을 나중에 개개인에게 물어보면 서로 다르게 기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각자 자기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습관을 멈추고 객관적인 사실 자체만을 보려 노력해야 한다.

 

세상을 보는 나만의 안경, 스키마

인지행동치료의 핵심 용어이기도 한 스키마는 쉽게 말해 생각의 뿌리다. 상황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틀 혹은 자기만의 색안경이라고 여기는 이해가 쉬울 것이다. 세상이 수만 가지의 색으로 이뤄졌어도 빨간색 안경을 쓰고 보면 세상은 온통 빨간색이다. 다른 색은 배제된다. 한쪽으로의 쏠림이자 왜곡 현상인 셈이다.

 

이처럼 스키마가 한번 뿌리 내리면 의도하지 않아도 그 방향으로 생각이 퍼지기 때문에 많은 일에 영향을 끼친다. 자기계발서에서 물이 반쯤 찬 컵을 보며 "반밖에 안 남았네"가 아니라 "반이나 남았네"라고 생각하는 연습을 하라고 조언하지만 쉽게 되지 않는 것도 생각의 뿌리가 워낙 단단하게 자리잡고 있는 탓이다.

 

나는 사랑받을 수 없어: 정서적 박탈감

 

"중요한 것은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하는 것이었다"

- 영국의 소설가 서머싯 몸

 

어렸을 때 사랑을 받는 경험은 물론 중요하지만 언제까지 과거에 머무를 수는 없는 일이다. 과거의 경험은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족쇄가 아니다. 그 누구도 나를 충분히 사랑해주지 않았다고, 나는 언제나 인기가 없는 사람이었다고, 아무도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고 이해해주지 않았다고 사랑을 거부하고만 살 수는 없다. 너무도 뻔한 말이지만 사람만이 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높은 성벽 안에 갇혀 소중한 사람들을 놓치며 살기엔 우리 자신이 너무나 아까운 존재다. 

 

자기결정권 연습

 

자기결정권이란 스스로 정한 원칙이나 신념을 지켜나가는 힘으로 풀이할 수 잇다. 특히 자기결정권에서의 '자기'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주체, 다른 개체와 구별되는 독립된 존재인데 이는 우리들 모두 스스로 채워나가야 할 부분이다. 즉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자유는 바로 이것이다. 

인생에 어떤 지점, 어떤 선택 앞에서도 우리는 스스로에게 '그냥 해도 된다'라고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 왜 아프고 시한부일 때만 자유를 허락하려고 하는가? 이것은 2평 남짓한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과 같다. 작은 것부터 스스로 결정하는 연습을 하자. 2평에서 4평, 4평에서 8평으로 점점 범위를 넓혀가다 보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들판을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는 틀리지 않았다

 

평생 거짓으로 살 수는 없으니 조금씩 자신을 드러내고 편안해지는 방향으로 생각해보자고 말하면 사람들은 겁을 먹는다. "저 하나 노력한다고 세상이 바뀌겠어요? 제가 맞추는 게 더 나아요." 물론 숨죽여 사는 인생 안에도 그 나름의 자유는 있고, 나를 드러내는 인생 안에도 그 나름의 불편이 있다. 어디에 가나 완전한 자유로움을 누리는 일은 불가능하다. 단지 어떤 삶을 선택하든 이에 대한 책임은 내가 져야할 뿐이다.

 

 

 

 

내가 나로 산다고 해서 세상이 바로 다음 날 내게 우호적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그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존재가 보이기 시작한다. 네모 나라에서 동그라미로 살았던 다른 이의 존재를 발견하는 것이다.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나 말고도 많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위안을 얻을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