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 구글 최고의 혁신 전문가가 찾아낸 비즈니스 설계와 검증의 방법론
알베르토 사보이아 지음, 이지연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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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5년간 사업을 궤도에 올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들도 해보았지만 이제는 헐값의 매각 제안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상도 타고 쓸 만한 자산도 보유한 회사였다. 내가 채용했던 수십 명의 사람들, 나를 믿고 내 비전을 신뢰했던 사람들이 곧 실직자가 될 것이다. 나는 실패라는 야수에게 물렸다. 그 통증은 지옥과도 같았다. - '서문' 중에서

 

 

아이디어가 실패하지 않으려면


책의 저자 알베르토 사보이아는 구글 최초의 엔지니어링 디렉터이자 혁신 전문가. 실리콘밸리의 산실(産室)이라 불리는 스탠퍼드 공과대학(디스쿨 및 테크놀로지 벤처 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의 설계와 검증, 혁신의 방법론을 강의해왔다. 구글의 명예 혁신 전문가로서 다수의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사내 혁신 워크숍을 이끌고 있다.

1985년 선마이크로시스템스에 입사해 이후 소프트웨어 리서치 부문의 이사로 일했으며, 자바(JAVA) 기술 및 도구 개발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2001년 구글에 합류해 수많은 아이디어가 인류의 삶을 바꾸어가는 역사적 순간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2012년 소프트웨어 개발 및 테스트 분야 신생 기업과 프리토타입랩스(PRETOTYPELABS)를 공동 창업했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술혁신상(2005), 〈인포월드〉 TOP 25 CTO상·올해의 기술상(2005, 2006), 〈올웨이즈온〉 최우수혁신상(2004~2006) 등을 수상했다.

 

그가 자신의 성공과 실패 경험, 30년 넘게 실리콘밸리 유수의 기업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며 발견한 ‘될 만한 놈’을 찾는 검증 전략의 핵심은 바로 ‘프리토타입(PRETOTYPE)’ 기법이다. 가장 저렴하고 쉽고 빠르게 아이디어의 성공 가능성을 테스트하는 8가지 프리토타입 기법들과 이를 통해 얻은 유의미한 데이터의 분석과 활용 전략까지 탁월한 아이디어를 설계하는 최적의 방법론을 제안한다.

 

베스트셀러 도서 <과학콘서트>의 저자 정재승은 추천사에서 "세상에서 가장 독한 사람은 자신의 실패를 복기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그렇다. 실패를 바라보는 것은 정말 고통스럽지만 향후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자신의 아이디어 민낯을 마주하고 실패의 과정을 복기함으로써 비로소 가능해진다.

 

책의 핵심주제는 'XYZ 가설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프리토타이핑'으로 해결하라고 권한다. 여기서 '프리토타이핑'이란 소위 '될 놈'을 찾는 과정인 셈인데, 이런 서칭을 위해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난 수많은 성공과 실패 사례를 참조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불편의 사실)는 신제품 아이디어가 어떻게 알을 깨고 나오는지, 그 아이디어 앞에는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잇는지를 설명한다. 2부(쓸모 있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법)는 제대로 된 도구가 없다면 성공 가능성은 제로이므로 실패와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게 하는 다수의 강력한 도구를 소개한다. 끝으로 3부(유연한 전략)는 새롭게 배운 지식과 도구를 가장 잘 활용할 방법을 제시한다. 

 

'될 놈'을 찾아라 

아무리 뛰어난 것이라 할지라도 '생각'만으로는 어느 아이디어가 '될 놈'인지를 쉽게 결정할 수 없다. 비록 우리들이 이에 관해 골똘히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남들의 생각이나 의견을 흉내 낸다고 해결될 수 없다. 또한 소위 '전문가'라고 평가받는 사람들의 생각일지라도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는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가 아니다. 나도 너도 우리 모두 노스트라다무스가 아닌 것은 마찬가지다. 기껏해야 우리들의 예측은 '가끔씩' 옳았던 것으로 밝혀질 뿐이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운빨'이다. '될 놈'은 '생각랜드'에서 연역이나 귀납으로 도출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찾아낼 수 있는가? '될 놈'은 가상이 아닌 실제 세상에서 실험을 통해 발견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시장조사는 생각랜드에 기초를 두고 있다. 생각랜드에 기초한 시장조사가 왜 위험한지, 가장 흔한 시장조사 도구인 '포커스그룹(focus group)'을 보면 뚜렷이 알 수 있다. 

 

생각랜드와 긍정 오류

 

생각랜드는 긍정 오류를 양산한다. 신제품 아이디어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과 예측이 충분히 많이 수집되므로 인해 이런 아디어를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 이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마침내 실행에 옮겨서 힘든 과정을 극복하고 아름다운 신제품을 출시한다. 하지만 그 이후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이 오류가 뉴욕시에 있는 바퀴벌레만큼 흔하다"

 

긍정 오류의 극적인 사례는 어느 업종, 어느 사업에서나 발견된다. 저자는 좀 오래됐지만 훌륭한 사례로 '웹밴'이라는 스타트업을 예로 든다. 온라인 스토어 아마존이 성공하자 식료품 사업에서도 아마존 같은 파괴적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확신한 사람들이 있었다. 대부분의 가정은 책보다는 식료품에 훨신 돈을 많이 사용하지만 마트에서 상품을 고르는 일엔 재미를 덜 느낀다는 점에 착안했던 것이다.  

웹밴의 설립자들은 온라인으로 쉽게 식료품을 주문하고 정해진 시간에 밴으로 집까지 배달받을 수 있는 신규 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비즈니스 애널리스트, 식료품업 컨설턴트, 인터넷 전문가 등은 열이면 열 모두 어마어마한 시장 기회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인터뷰에 응한 잠재적 소비자들 역시 대부분 열렬한 반응을 보였다.

 

"근사한 얘기네요. 저도 식품을 고르고, 줄서서 기다리고,

차까지 들고 가고, 그런 걸 정말 싫어하거든요."

 

첫 번째 투자금 모집에서 업계 최고의 벤처캐피털 몇 곳으로부터 1억 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받은 웹밴은 일사천리로 사람을 고용하고 물건을 구매하고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찌된 노릇인지 줄을 서서 기다리느니 온라인에서 식품을 구매하겠다던 대규모 소비자들의 약속은 끝내 실현되지 않았다. 영업을 시작한 지 약 2년이 지난 2001년 웹밴은 파산을 신청했다.

 

숫자로 이야기하라

구글에서 일하는 동안 저자가 습득한 귀중한 습관 중 하나는 '모호한 용어를 피하고 가능하다면 늘 숫자를 사용하라'는 것이다. 만약 '의견보다 데이터'가 더 중요하다면 그 데이터를 표현하는 최고의 방법은 '숫자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숙련된 구글 직원이라면 "우리가 '회원가입' 버튼을 조금 더 넓게 만들면 클릭을 좀 더 받을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말하는 대신에, '조금 더 넓게'와 '클릭을 좀 더'를 구체적인 양으로 바꿔서 이 애매모호한 의견을 검증 가능한 가설로 바꿔놓을 것이다.

 

숫자로 이야기함으로써 애매모호한 신념은 명확하게 진술된, 검증 가능한 가설이 된다. 이 경우 실험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가 뚜렷해진다. 이용자를 A집단(원래 크기의 버튼)과 B집단(20퍼센트 넓은 버튼)으로 나누어 두 집단 간의 클릭수를 비교하면 된다. 즉 이런 절차를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애매모호한 의견~ '회원가입' 버튼을 조금 더 넓게 만들면 클릭을 좀 더 받을 수  

검증 가능한 가설~ 20퍼센트 더 넓게 만들면 가입자가 최소 10퍼센트는 늘 것

검증 결과~ A/B테스트를 실시, 그 결과 가입자가 14퍼센트 늘어났다

 

유튜브 프리토타입

 

 

구글 글래스는 많은 가능성을 약속했으나, 당초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는 못했고, 결국 프로젝트는 취소됐다. 이 아이디어는 나중에 다른 형태로 혹은 다른 시장에서 부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처음의 대단한 선전에도 불구하고 이 시점에서의 이 기술은 '될 놈'은 아니었다.

 

프로토타이핑이 긍정 오류를 낸 경우가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처음에는 관심도가 매우 높았고 많은 사람이 기꺼이 1500달러를 지불하기까지 했지만, 그 결과는 정반대였다. 구글 글래스는, 초기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해당 제품이 '될 놈'인지의 여부를 결정할 수 없음을 잘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다. 즉 일부 제품과 서비스의 성공엔 '반복적인' 사용'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하다. 

 

특히 구글이나 애플 같은 회사의 경우,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버즈를 일으키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처음의 그 버즈가 지속적인 관심과 일관된 사용으로 전환되느냐의 여부다. 유튜브 프리토타입을 탐험가 프로그램과 결합함으로써 구글은 이 제품에 대한 최초의 관심도를 알아냈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열정적이던 탐험단이 처음의 흥분이 가시고 난 후에도 계속해서 열정적인지를 추적 관찰할 수 있었다. 

 

내일보다 오늘 테스트하라

 

테스트를 미루지 마라. 우리들의 아이디어를 생각랜드에서 끄집어낸 후 최대한 빨리 시장으로 가져가라. 첫 호응 가설을 정하고, XYZ가설 형식으로 표현하고, 범위 축소를 통해 xyz가설로 좁히고, 프리토타이핑 실험을 설계했다면, 이젠 추상적 사고에서 구체적 테스트로 이동할 때다.

 

시장 실패의 법칙으로부터 벗어날 방법은 없다. 우리들의 대부분 아이디어는 시장으로부터 거절당할 것이고 이에 덩달아 우리들은 마음에 상처를 입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언급한 도구와 전략은 이런 고통을 빠르게 통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니 미루지 마라. 지난 세월 저자는 수백 개의 팀과 함께 수천 개의 신제품 아이디어를 작업하면서 다음과 같은 패턴을 발견했다.

 

생각랜드에서 의견과 그들의 데이터에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고 다시 사업 계획서를 쓰느라 몇 달씩 시간을 보내는 팀은 보통 실패한다.

계획과 검증은 최소만 실시하고 출시를 서두르는 팀은 보통 실패한다.

시장 '테스트'를 서두르는 팀은 보통 성공한다.

 

다시 말해 생각랜드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면 안 되지만, 그렇다고 완성된 제품의 시장 출시를 서둘러서도 안 된다. 대신에 제품을 출시하고 싶은 간절함을 이용해 먼저 시장을 '테스트'하라. 

 

'될 놈'을 되게 하라

 

테슬라모델3에 대해 수십만 건의 선주문이 쏟아져 들어왔다.1년이 지나자 제조상의 여러 문제로 인해 일정은 많이 지연되엇고 자동차가 고객에게 언제 배송될지가 불확실했다. 입금햇던 사람들은 화를 내고, 실제로 받을 수는 있는지 그 답을 듣고 싶어 했다. 이에 일론 머스크는 그 중 한 명에게 트위터로 대답했다.

 

알게 되는 즉시 알려드리겠습니다. 

제조가 정말 지옥이네요.

 

하지만 사람들은 듣고 싶어 했다. 그리고 일론 머스크가 끔찍한 좌절과 수그러들지 않는 스트레스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알고 싶어 했다. 머스크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나보다 더 훌륭한 답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나는 그냥 고통을 받아들이고, 내가 하는 일을 정말로 소중히 여기려고 한다."

 

'될 놈'을 만들고 있는지 분명히 확인하고,

제대로 만들기 전에

그 일이 내가 정말 소중히 여기는 것인지 확인하라.

 

다시 말해 어느 아이디어가 궁극적으로 성공하려면 그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될 놈'이라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 아이디어는 '여러분'을 위한 '될 놈'이어야 한다. 양방향으로 서로 맞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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