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리커버 에디션)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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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전에 다가온 서른 살이 두려웠고, 열심히 살았는데 이루어진 건 하나도 없다는 생각 때문에 피로했고, 사랑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사랑은 행복보다는 고통에 가까운 무엇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늘 묻고 싶었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지! - '본문' 중에

 

 

세상을 향해 던지는 나의 질문은 무엇인가?

 

책의 저자 정여울매일 글 쓰는 사람, 쉬지 않고 꿈꾸는 사람. 자신의 상처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드러내며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가.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학위를 받은 후 인문학, 심리학, 글쓰기에 대한 강연으로 전국의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우리가 간절한 마음으로 붙잡지 않으면 자칫 스쳐 지나가버릴 모든 감정과 기억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문학과 여행과 심리학을 통해 내 아픔을 치유한 만큼, 타인의 아픔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글을 쓰고 싶다. 한때는 상처 입은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타인에게 용기를 주는 치유자가 되고 싶다. 인문학, 글쓰기, 심리학에 대해 강의하며 ‘읽기와 듣기, 말하기와 글쓰기’로 소통한다. 세상 속 지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글을, 한없이 넓고도 깊은 글을 쓰고자 한다.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책은 저자의 첫 번째 에세이로, 꿈, 취업, 인간관계 등 20대가 안고 있는 고민에 대해 공감 어린 조언을 담고 있으며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대의 가장 큰 고민은 내 꿈을 이룰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내 꿈이 진정 무엇인지도 깨닫지 못할까 봐 느끼는 불안, 내가 진정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차분히 생각할 시간조차 없는 것일 것이다. 그런 청춘들을 위해 저자는 함께 고민하면서 도움이 되는 충고를 전한다. 

 

 

 

 

여행 - 당신에겐 가슴 두근거리는 장소가 있나요?

 

쾌락은 우리를 자기 자신으로부터 떼어놓지만,

여행은 스스로에게 자기 자신을 다시 끌고 가는 고행이다.

- 알베르 카뮈

 

20대에 가장 어울리는 감성은 '설렘' 아닐까 싶다. 이는 아무리 애를 써도 인위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스스로 경험해 보지 않은 첫사랑의 설렘을 억지로 조작할 수는 없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런 순수한 감성은 점점 느끼기 힘들어진다. 하지만 이십대는 무슨 일을 새로 시작해도 웬만하면 대부분 설레기 마련이므로 이런 감성을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는 가장 멋진 시기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 저자는 스페인의 유명 소설가 카뮈의 말을 인용하면서 20대에 놓쳐버린 '기회들'보다 20대에 놓쳐버린 '감성'을 이야기하려 한다. 이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즉 기회는 노력해서 다시 만들 수 있지만, 감성은 노력만으로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다. 또 지식은 추구하여 얻을 수 있지만, 감성은 노력보다 당시 그 순간의 우연에 기댈 때가 많기 때문이다.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그런 상태에 찾아온 '첫사랑의 입맞춤' 같은 그런 감성이야말로 20대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일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20대에 간직해야 할 소중한 키워드를 '사랑'이 아니라 오히려 '여행'을 꼽고 있다. 왜 그럴까? 이런 소중한 감성은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여행을 통해 무진장 많은 감성의 보물창고를 헤집고 다니라는 의미일 것이다. 물론 사랑이 덜 중요하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므로 오해는 말자.

 

그렇다면 여행은 아무 때나 떠나는 것일까? 아니다. 제대로 출발해야 그 맛을 느끼게 된다. 살면서 갑자기 내 삶에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싶을 때가 있는 것처럼, 이럴 때 나의 시간대를 떠나 다른 시간대로 들어가는 것이 바로 여행인 것이므로 이 때야말로 제 맛을 만끽할 수 있다. 내 삶을 내려놓고 여유롭게 타인의 삶을 둘러보면서 삶 자체를 새롭게, 넓게 관조할 수 있는 시야를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은 인간을 겸허하게 합니다.

세상에서 인간이 차지하고 있는 입장이 얼마나 하찮은가를

두고두고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 구스타프 플로베르

 

누구나 갑자기 살아가다가 내 삶의 운전대를 확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 그렇다고 비극적이고 불행한 생각은 금물이다. 자신의 삶을 인위적으로 종료하자는 게 아니므로. 그렇다. 하는 일에 지쳤다거나 또는 지루해서 또다른 전환점을 모색하고 싶을 때. 정말 잠시만이라도 지금 잡고 있는 삶의 운전대를 놓고 싶을 것이다.

 

여행은 삶의 고삐를 놓은 채로 삶에 대해 치열하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한다. 삶의 목적을 생각하면 무조건 앞으로만 내달리는 것이 아니라, 삶 자체를 생각하며 두리번거리면서 남의 삶을 관찰하고 싶은 때가 있다. 이때 우리들은 일단 떠나야 한다. 스스로의 욕구를 억지로 꾹꾹 누르면서 평소의 일상 그대로 살아가다가는 결국 사고를 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여행을 40대 중반에 처음으로 할 수 있었는데, 새로운 신천지의 경험이 늦었다는 생각이 여행 내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사랑~ 너와 나의 경계가 엷어지는 것

 

사랑의 문제는 인류가 겪고 있는 커다란 고통이다.

그러므로 누구도 사랑에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해서는 안 된다.

- 칼 구스타프 융 

 

20대의 사랑은 정말 어렵고 힘이 든다. 왜 그럴까? 바로 '현실'이라는 벽 때문이다. 마냥 순수한 감성인 걸로만 알았는데, 막상 사랑을 시작해보니 새롭게 보이는 게 생긴다. 사랑하는 사람의 성격이나 조건 등으로 인해 스스로의 내면과는 물론이고 키워주신 부모님과의 갈등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과연 이 사람을 선택하면 경제적으론 문제가 없을까, 미래는 탄탄할까, 나를 끝까지 사랑해줄까 등에 관해 복잡한 감성이 생긴다.

 

이처럼 어렵고 복잡한 갈등을 마주칠 수 있다고 20대만의 사랑을 포기할 순 없다. 이때의 열정은 나이가 들수록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사실상 '모태솔로'도 없고, '건어물녀'도 없다. 단지 제대로 된 사랑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 뿐이다. 스스로 닫힌 마음을 열어야만 찬란한 20대의 사랑을 통해 값진 인생의 교훈을 배울 수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상처를 두려워하지 말자. 이는 사랑을 시작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마음보다 훨씬 아름답다. 세계 명작 100권 속에 등장하는 사랑 이야기를 읽는 것보다도, 지구를 한 바퀴 돌면서 남의 사랑을 살펴보는 것보다도, 한 사람을 미친 듯이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일에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배운다.

 

 

 

 

방황~ 우리에겐 눈치 보지 않고 방황할 권리가 있다

 

우리는 때로 길을 잃어보아야 한다.

세계를 잃어버린 다음에야 비로소 우리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디쯤 서 있는지 우리를 둘러싼 무한한 관계 속에서

나를 깨닫기 시작하는 것은 바로 길을 잃으면서부터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월든> 중에서

 

방황한 적이 있는가? 아마도 정도의 차이일 뿐,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우리 모두는 방황을 경험한다. 저자는 방황의 본질을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익숙한 나로부터 불쑥 탈출하고 싶은 순간. 그럴 때야말로 우리가 평소에는 이런저런 일상의 습관에 가려 좀처럼 만날 수 없었던, 마음 깊은 곳의 나와 만나는 순간이다'

 

나는 최루탄 세대이다. 어렵게 삼수 끝에 입학한 대학에서의 세상은 내가 원했던 세계와는 다르게 펼쳐졌다. 학문을 배우는 그런 곳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미흡했다. 시골에서 상경한 나로선 비싼 학사금이 아까울 뿐인데, 군사 정권에 맞선 민주화 운동은 툭하면 학내에서의 집회로 인해 교정은 최루탄의 화염으로 휩싸인 날이 많았다. 덩달아 공부하기 싫은 학생들과 교수님들은 휴강, 공강이 일상인 그런 시절이었다. 

 

대학 동기들과 민주화 투쟁 집회장소로, 당구장으로, 커피숍으로, 음악감강실로, 술집 등으로 어울리며 대학 생활을 보냈다. 이때 나는 불량이라는 걸 많이 경험할 수 있었다. 고지식한 부모님 보호관찰 하에 있었다면 도저히 누릴 수 없었던 자유, 아니 방종을 만끽할 수 있었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고 하지 않았던가. 담배와 술을 몰랐던 나는 동기들과 어울리면서 아예 술담배에 찌들어 살았다. 당시 대학 주변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하숙을 하던 나는 외박하는 날이 많아지고 '탕진잼'을 즐기고 있었다.

 

결국 올 것이 오고 말았다. 소위 '시골장학금'을 앞당겨 사용하다가 하숙비가 여러 달 밀리다 보니 하숙집 여주인이 시골 우리집으로 연락을 함에 따라, 급히 상경한 어머니에게 이 모든 사실이 들통나고 말았다. '휴학과 군입대', 양자택일을 하라는 어머니의 강권에 난 '군입대'를 선택했다. 동기들이 신나게 인생을 즐길 그런 시기에 신입생 1학기를 마친 나는 논산훈련소로 향했다. 

 

하지만 '매는 먼저 맞는 게 좋다'고 했던가. 군에 입대했지만 여전히 방황기를 겪으면서 힘든 군생활을 거치면서 내 마음의 근육은 점점 단단하게 다져지고 있었던 것이다. '흑과 백'이라는 양자택일이 아니라 '회색지대'를 바라볼 줄 아는 그런 사람으로 성장해가고 있었다. 대학생들의 민주화 투쟁을 부추기는 그런 야권 정치인들도 내 눈엔 보이기 시작하면서 누구에게나 인생은 '자기중심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학생, 군인, 사회 등을 방황했던 나의 20대는 그래서 값진 것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이십대, 어떻게 보낼 것인가?     

 

이밖에도 저자는 재능, 멘토, 행복, 탐닉, 직업, 소통, 정치, 가족, 젠더, 예술 등 총 스무 가지의 주제를 다루면서 자신의 경험을 통해 얻었던 통찰을 우리들에게 전하며 한편으로는 여전히 혼란을 겪으며 방황하는 이십대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보낸다. 특히, 지금 이십대라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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