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소담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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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인 통념이나 사상을 논하기에 앞서, 인연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본서는 자칫 지루하고 통속적일 수 있는 연애사를, 작가 특유의 섬세한 심리 묘사와 두 젊은이의 대조적인 상황 전개를 통해 잔잔한 재미를 담아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사랑이 인생의 행복을 결정한다

 

이 소설의 작가 에쿠니 가오리'여자 무라카미 하루키'라고 불리며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으로 수많은 독자로부터 사랑받는다. 그녀는 1964년 동경에서 태어나 미국 델라웨어 대학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일본 3대 여류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참신한 감각과 세련미를 겸비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그녀는 <반짝반짝 빛나는>으로 무라사키시키부 문학상(1992), <나의 작은 새>로 로보노이시 문학상(1999), <울 준비는 되어 있다>로 나오키상(2004), <잡동사니>로 시마세 연애문학상(2007), <한낮인데 어두운 방>으로 중앙공론문예상(2010)을 받았다. 

 

장편소설 <도쿄타워>은  마흔 살 여자와 스무 살 남자의 만남을 그리며 또 한번 평범하지 않은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다. 도쿄 타워가 지켜봐 주는 장소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작가는, 특유의 감각적인 묘사로 도쿄에 사는 스무 살 남자 아이들의 사랑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미 2005년에 출간되어 오랫동안 꾸준히 한국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던 이 작품은 출간 15주년을 기념해 새 옷을 입고 우리들 앞에 다가왔다.

 

 

 

 

 

오직 시후미라는 한 여성을 통해 자기 자신을 찾고 사랑을 배워나가는 코지마 토오루, 본잉 원해서든 아든 간에  끊임없이 반복되는 여성들과의 만남과 이별을 통해 자기 자신을 확인하려 한 코우지는 명문으로 손꼽히는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다. 그런데, 두 사람의 공통점은 비교적 성적이 좋았다는 점 뿐이었다.

 

소설의 첫 문장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풍경은 비에 젖은 도쿄 타워이다"라고 시작한다. 이는 토오루의 생각인데,어릴 적부터 쭈욱 젖어 있는 도쿄 타워를 보고 있으면 슬프고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말한다. 1980년 3월생인 그는 잔디 깔린 높직한 평지에 자리 잡은 맨션에서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토오루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해에 여성 잡지 편집장으로 일하던 어머니는 여자가 생겨 바람을 피우던 건축가인 아버지와 이혼하고 말았다.  

 

토오루의 연인은 놀랍게도 엄마 요우코의 친구인 중년 여성이다. 돈, 자기 소유의 셀렉트숍, 그리고 남편까지 모두 가졌다. 열일곱 살인 고등학생때 엄마로부터 소개받은 첫 인상에서 호감을 느꼈다. 날씬한 팔다리, 풍성한 검은머리, 흰 블라우스에 짙은 감색 스커트를 입고 있는 눈과 입이 큼직한 이국적인 외모였다. 이 중년 여성의 이름은 '시후미',  당시 토오루를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음악적으로 생긴 아드님이네"라고 말문을 열었다.

 

오후 4시,

이제 곧 시후미한테서 전화가 결려온다. 

토오루는 생각한다. 언제부터였을까.

언제부터 나는 그 사람의 전화를,

이렇듯 기다리게 되었을까.

 

대학 2년생인 토오루는 대학 생활이 따분한 탓인지 요즘 수업에도 잘 나가지 않는다. 출석 상황을 엄격하게 체크하면서 교수님의 강의 내용까지 따분하면 정말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그는 하이포지 그룹의 음반을 스테레오레코드에 넣고 달콤하고 촉촉하면서도 가볍고 유쾌한 보컬의 목소리에 귀기울인다. 유리창 밖, 비에 젖은 주택가와 도쿄 타워를 바라보면서.

 

연상의 여인과 아들 같은 젊은 남자 간의 사랑은 마치 숨바꼭질 놀이처럼 보인다. 기다림은 오롯이 이 젊은 남자의 몫이다. 왜냐하면 시후미에게 시간이 나야만 토오루에게 만남의 찬스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남자 참 착하다(?). 마냥 기다려야 하는 이런 기다림을 오히려 행복으로 여긴다. 그렇다면, 과연 중년 여성이 이 청년에게 가진 감성은 뭘까?

 

한편, 소설은 토오루의 학창시절 친구 코우지를 등장시킨다. 그는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의 소유자로 서른다섯 살의 연상녀 키미코와 사귀면서 동시에 동갑인 유리와도 만남을 가지는 양다리를 걸친다. 토오루는 중년이든 젊은 여성이든 간에 육체적 사랑에만 몰입하는 친구 코우지의 모습이 가엽다고 여긴다. 누가 누구에게 할 소리?

 

이런 코우지는 특별한 규칙을 세워놓고 여성과의 사랑을 나눈다. '버리는 건 내 쪽이다', '자식 있는 여자는 건드리지 않는다'라는 것들이다. 이런 가치관 혹은 원칙 탓인지 몰라도 아무런 죄책감이나 책임감 없이 여러 명과 동시에 사랑을 나눈다. 그리고 너무나도 쉽게 쿨한 이별을 해버린다. 착실하게 대학 수업에도 참석하면서 알바로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평범한 대학생의 모습을 보인다.

 

토오루가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엄마 같은 중년 여성과 사랑을 이어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이 점에 대해 작가는 이런 표현을 한다. "시후미는 마치 작고 아름다운 방과 같다고, 토오루는 가금 생각한다. 그 방은 있기에 너무 편해서, 자신이 그곳에서 나오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이런 토오루를 상대하는 시후미는 과연 자신의 사랑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함께 살 수는 없지만 함께 살아가는 것을 원한다"

 

토오루의 친구 코우지와 불륜 관계를 가지는 가정주부 키미코는 "남편한테는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어"라면서 매우 야성적이면서 동물적인 본능에 충실하다. 둘의 만남은 항상 온몸이 땀으로 흥건히 젖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그녀는 시후미와는 달리 소유욕이 강하다. 즉 코우지를 속박하고 집착하는 욕망을 가진 중년 여성이다. 그럼에도 때가 되면 버리는 껌처럼 '내가 먼저 버린다'는 원칙을 가진 코우지를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둘의 육체적 관계를 먼저 차 버린다.

 

사랑은 세월의 흐름 속에 변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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