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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머니 커넥션 - 마지막 남은 성공투자의 나라 북한에 파고드는 중국의 치밀한 전략
이벌찬 지음 / 책들의정원 / 2020년 3월
평점 :
북한은 어떻게 초강도 제재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결국 답은 중국이었다. 중국이 북한에 돈줄을 대고 있었다. 북한 내부 발전에 필요한 물자를 공급하고, 밀무역과 북한 노동자 불법 체류를 눈 감아주며 외화를 수혈하고 있었다. 제재 예외 대상인 관광업에서는 북한과의 협력을 확대했다. 중국이 북한에 투자하는 이유는 명백했다. 순망치한, 상부상조, 한반도 비핵화도 중요하지만 북한의 체제 유지가 우선이고, 북한과 국경을 맞댄 중국 도시들이 발전하려면 북중 경제 협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중국은 어떻게 북한 경제를 독점하려 하는가?
책의 저자 이벌찬은 2014년 베이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같은 해 〈조선일보〉 공채 기자로 입사해 사회부, 미래기획부를 거쳐 현재 국제부에서 일하고 있다. 학창 시절을 포함해 17년 동안 중국 지린성, 랴오닝성, 베이징 등지에서 거주한 중국통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 당시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단독 인터뷰하는 등 북중 관계의 중요한 순간들을 기록해왔다.
북한 경제는 수수께끼였다. 북한의 경제성장률이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도 북한 내부 상황은 안정적이었다. 그렇다면 배급이 충분해서 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북한 정권의 배급은 통치자금의 감소로 인해 이미 끊긴지 오래 되었다. 오죽하면 그토록 자본주의 체제를 혐오하면서도 자본주의 경제체제인 '장마당'을 통한 장사로 인민들이 먹고살도록 허용했겠는가 말이다.
특히 충격적인 사실은 북한과 중국의 경제협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북중 접경지에서 각종 신호들이 감지되었다. 즉 국경 다리와 북중 통상구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중국 대북사업의 주축이었던 조선족과 북한 화교가 중국의 주류인 한족으로 대체되고 있다. 개인 사업자 간의 거래는 줄고 정부 간의 거래는 늘어낫으며, 단일 거래 규모가 커지면서 대북 사업 리스크는 줄어들었다.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들은 속속 대북 사업 정책을 쏟아내면서 북중 경협 확대를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었다.
중국은 국제적 합의인 초강도 제재에 구멍을 내면서까지 북한과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겉으로는 대북제재에 동참한다고 밝히지만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오히려 제재를 느슨하게 만드는 효과를 만들어내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2016년 중국 상무부는 고시를 통해 북한의 주력 수출품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지만, 접경지역에선 양국 간의 밀거래를 오히려 방조함으로써 북한에 돈줄을 대고 있다. 이미 북한은 중국의 자원 공급처로 전락했으며 대중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피와 살을 중국에 상납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 북한이 중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는 품목은 바로 피 같은 광물 자원이다. 저자는 2019년 7월 중국 지린성 옌지에서 옌볜延邊톈츠天池공사 장 경리를 만났다. 중국 영업부 책임자인 그는 50대 한족 남성으로, 대학 졸업 후 금속 가공 공장 영업사원으로 일하다 2000년대 초반에 톈츠공사에 입사했다. 톈츠공사는 중국에서 대북 거래 규모가 가장 큰 기업 중 한 곳인데, 매년 약 100만 톤의 철광석을 북한 함경북도 무산철광에서 수입해 중국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에 팔고 있다.
"톈츠공사는 매년 120만 톤 정도의 철구(鐵球)를 생산하는데 원료 대부분을 북한산 철광에 의존해요. 북한에서 함량 66%인 철광석을 들여와 중국 지린성 허룽의 공장에서 함량 67.5%의 철구로 재가공하지요" - 톄츠공사의 장 경리
나아가 중국은 북한 광산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말이 좋아 개발 참여이지, 실상은 경제 식민지화를 획책하고 있는 것이다. 일제 치하의 한반도를 생각해보라. 그 당시가 연상되는 동일한 참상인 것이다. 북한의 경제난을 도와주는 척하지만, 중국은 자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북한산 광물을 수집하는 중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0~2015년 중국의 대북투자에서 60% 이상이 광업 분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린성 옌지, 랴오닝성 단둥 등 가는 곳마다 북한 담배를 파는 가게를 찾을 수 있었다. 담배는 주로 육상 운송로를 이용해 중국으로 유입된다. 다른 품목과 섞어서 통관 절차를 밟는다. 최근에는 중국 세관이 첨단 검색 장비를 설치하고 전수검사를 하자 중국 어선이 북한 인근까지 가서 받아온다. 어선 한 척이 나가면 5만 위안(약 840만 원) 어치의 담배를 싣고 돌아오는데 중국에서 2~3배 가격에 되팔 수 있다. 미국 재무부는 2018년 "북한의 담배 밀무역 순이익이 연간 10억 달러(약 1조 1,000억 원)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역사상 요즘같이 북한과 중국 양국을 이어주는 다리들이 많이 건설된 적이 없었다. 해방 이후 2010년까지 65년간 북중 국경에는 단 하나의 다리도 새로 건설되지 않았다. 양국이 서로를 경제 협력의 관점보다 안보적 관점에서 바라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0년 이후 북중 교역이 급증 추세를 보이고 중국이 '동북 지역진흥전략'을 본격 추진하면서 4개의 북중 국경대교가 착공됐다.
마치 서울의 강남과 강북을 연결하는 여러 대형 다리가 연상될 정도이다.
랴오닝성 단둥의 신압록강대교(개통 예정), 지린성 지안의 지안―만포대교(임시 개통), 지린성 투먼의 투먼대교(투먼―남양, 건설 중), 지린성 훈춘의 신 두만강대교(훈춘―나선, 개통)가 새롭게 들어선 다리들이다. 이 4개의 다리는 북중 접경 1,334km의 시작과 끝에 걸쳐 있다. 단둥은 북중 접경의 서쪽 끝이자 압록강 하구이고, 지안은 압록강 중류, 투먼은 두만강 상류, 훈춘은 북중 접경의 동쪽 끝이자 두만강 하구에 있는 북중 교역 거점이다. 이는 양국의 관계가 가깝지 않으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며, 아울러 중국의 북한 침입이 우려되는 현실이기도 하다.
장사를 하다 보면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라는 말처럼, 축적된 실패의 경험이 이젠 노하우로 작용한다. 돈 떼먹힌 경험도 노하우로 쌓여서 대북사업을 하는 중국 회사들이 오히려 노련해지고 있다. 앞서 살펴본 톈츠공사는 북한 광산에 투자할 때 '최소화' 전략을 구사한다. 직접적인 설비 투자는 최소로 줄이고, 거의 가공을 거치지 않은 광석 위주로 수입해 온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중국 기업들은 북한 지하자원을 개발하기 위해 시설 장비를 대거 투입하고 제련 공장을 지었다. 그러나 북한 측에서 투자 회수 조건을 갑자기 변경하거나 도로 등 인프라 구축의 추가 요구 등으로 사업에 난항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거액을 투자한 중국인 사업가가 투자 지분을 헐값에 다른 투자자에 넘기고 빠져 나오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자 톈츠공사는 설비 투자 규모를 줄였다.
중국은 북한 경제의 좀벌레
중국의 대북 사업의 노하우는 갈수록 쌓여간다. 대북제재 등 국제적인 정세를 적극 이용한다. 대북사업에서 중국 회사의 입김이 세진 것이다. 제재가 강화될수록 중국측은 자신들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켰다. 이를테면 갑질인 셈이다. 삼지연 건설과 갈마해안관광지구 조성 사업에서 중국인 투자자들이 독자 경영을 요구한 일도 있었다. 그렇다. 이렇게 시간이 갈수록 북한 경제는 중국이라는 좀벌레에 서서히 파먹히고 있다. 정작 통일되었을 때 북한은 빈 껍데기만 남아 있지나 않을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