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을 용기 - 인생의 전환점에 가져야 할 한 가지
김경록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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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후반전을 맞으면 꽃이나 잎을 자랑하며 살 수 없습니다. 나를 설명해주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고, 꽃 같았던 자식은 제 갈 길을 찾아갑니다. 따르던 사람들은 곁을 떠나고, 나를 대하는 사람들의 눈길마저 달라지며 급기야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습니다. - '머리말' 중에서

 

 

 

 

인생의 후반전에 필요한 삶의 자세 

 

책의 저자 김경록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최고책임자, 미래에셋캐피탈 대표이사,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관리부문 대표를 역임하고, 현재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대개 은퇴연구소는 마케팅 지원을 목적으로 하지만,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마케팅에 국한하지 않고, 고객과 잠재고객을 위한 은퇴 관련 정보, 콘텐츠와 잡지, 교육, 연구보고서를 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주로 인구구조와 고령사회, 노후 자산관리, 노후 일자리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다.

 

TV, 라디오, 신문 등 각종 언론매체에 은퇴와 관련한 주제로 칼럼, 인터뷰, 자문 등의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으며 현재는 <중앙일보>와 <서울경제>에 칼럼을 쓰고 있다. [KBS 아침마당 목요 특강]에 "인생후반 5대 리스크를 경계하라"라는 주제로 강연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인구구조가 투자지도를 바꾼다>, <폭발하는 글로벌 중산층, 투자의 지도를 바꾼다> 등이 있다. 

 

전략경제학자이자 은퇴 연구 전문가로 지난 7년간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온 저자는 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이들을 위해 삶의 근간을 이루는 5가지 요소를 견고하게 만드는 방법을 우리들에게 전한다. 즉  고령화, 저성장, 저출산이라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한 한국 사회에서의 성공적인 인생 후반전을 이끌 리노베이션을 소개한다.

 

한국의 중장년들을 입체적으로 분석한 결과, 책임감, 직위, 자존심은 내려놓고 자기 자신을 위해 사는 사람일수록 성공적인 인생 후반을 맞는다는 사실을 발견, 그는 잎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40~50대 인생 전환기에 튼튼한 몸통과 가지를 갖추라고 조언하면서 '성찰, 관계, 자산, 업(일), 건강' 등 다섯 가지 영역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성찰省察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있고, 학교를 졸업한 후 사회에 진입해서는 자연스레 형성되는 인간관계가 있기 때문에 자신의 언행언행에 대해서 반성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그런데, 나이가 점점 들어갈수록 이런 피드백을 제공하는 사람이 줄어들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5년, 10년의 세월이 흐르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옆길로 크게 어긋나는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살다보면 다양한 경험과 지식이 축적되는 만큼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게 되면서 회한 또한 늘어난다. 옆길로 폭주하는 인생이 되지 않으려면 스스로 반성하고 성찰하는 과정을 통해 이런 회한과 화해하고 새로운 탄생으로 변화해야만 한다. 따라서, 자신의 삶이 원하는대로 풀리지 않는다면 이런 성찰이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대체로 가장들은 인생 전반기를 가족을 위해 보낸다. 이후 중후반기에 접어들면 지나친 의무감을 내려 놓고 자신에게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 왜냐하면, 과거와는 달리 건강 장수시대가 도래함으로 인해 이젠 자신만의 삶을 추구할 수 있는 본격적인 장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물론 개개인의 준비 정도에 따라 여전히 가족들에 대한 경제적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은 인생 후반기일지라도 자신을 위해 살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수가 가져다준 축복을 즐기려면 이젠 생각의 전환이 요구된다. 그렇다고 장수의 축복을 무조건 즐기라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 앞에 펼쳐진 길엔 좋은 길도 안 좋은 길도 있기 마련이므로 자유와 방종, 무애無碍와 방탕放蕩은 구분해야 한다. 마땅히 계획도 수립해야 한다. 또 가족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심신 心身이 건강해야 행복할 것이다. 재정적인 면은 기본이며 비재무적인 자산도 있어야 한다. 사회 공헌도 중요하다. 이런 요소가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나이 듦이 아름다워진다.

 

 

관계關係 

 

인생의 전환점을 유연하게 넘기 위해선 관계망關係網이 중요하다. 관계는 부모에서 시작해서 친구로 확장된 후, 결혼을 통해 배우자의 관계망에 접속되고, 사회생활을 통한 인간관계에 의해 관계망은 폭발적으로 넓어진다. 하지만 일에서 은퇴하면서 사회적 관계망은 급속도로 감소하기 때문에 질적으로도 점점 나빠지게 된다. 그래서 우리들에게 연착륙을 통한 좋은 관계망 유지라는 과제가 부과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우선 부부 관계를 견고하게 하라고 충고한다. 통상 부부란 삶의 전환기에 함께 그 변화를 이겨내는 동반자이다. 뒤에서 밀고 앞에서 이끌어주는 그런 인간관계인 것이다. 부부 관계가 삐꺽대는 사람은 이 시기에 별거, 졸혼, 황혼이혼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부부는 나이가 들수록 서로에게 도움되는 가장 소중한 자산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데, 인간관계는 마치 참나무의 그늘 같아서 만들어지려면 오랜 시간이 흘러야 한다. 19세기 영국의 계관시인 알프레드 테니슨은 80세에 <참나무>라는 시를 통해 인생을 참나무의 사계에 비유했다. 요약하면 '인생을 이렇게 살라'는 그런 내용이다. 만들어진 그늘을 소홀히 하면 안 되는 이유다. 나이들수록 관계망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관계망을 보살피고 확장하면 노후에 좋은 쉼터를 얻을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17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별거, 미혼, 이혼 등 배우자가 없는 사람이 자살을 더 많이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왜 그럴까? 이는 교화敎化적 기능의 대화를 나눌 상대방이 없기 때문 아닐까 싶다. 흔히 '짝 잃은 외기러기가 수명이 짧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비록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부부 중 한 명이 "나 오늘 정말 피곤해"라고 말할 때 "에구, 이를 어째!"라고만 반응해줘도 정서적 스트레스는 상당히 해소된다. "나 먼저 잔다", "그래 자" 혹은 "갔다 올게", "갔다 와" 하는 대화만으로 생존할 힘을 얻게 된다. 이에 반해 귀가했을 때 아내나 남편이 "오늘 성과 좀 냈어요? 어제보다 영업 실적이 올랐어요?"라고 물어본다면 뒷골이 뻐근해지지 않겠는가. 

 

교화적 기능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자신의 옆에 많이 있다면 든든하다. 옛말에 '가는정이 있어야 오는정이 있다'고 했듯이, 나 자신부터 주변 사람들과 이와같은 교화적 기능을 담은 대화를 나누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냥 가마니처럼 무뚝뚝하게 있지만 말고 이것저것 지인들에게 물어보는 게 더욱 빨리 가까워지게 만든다.

 

장자'무용지용無用之用'이라는 말을 했다. '쓸모없어 보이는 게 오히려 쓸모가 있다'는 의미이다. 얼핏보면 마치 말장난 같은 궤변처럼 들리지 몰라도 이 세상에 쓸모 없는 존재가 없듯이, 그의 말은 지혜를 담고 있다. 그렇다. 쓸모없어 보이는 대화가 오히려 더 쓸모가 있을 수 있다. 곁에 있는 배우자와 이런 교화적 기능의 대화를 나눔으로써 곧 행복의 문으로 들어서는 셈이다.  

 

 

자산資産

 

늙은 호랑이는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이 빠지고 난 후 사냥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서 결국엔 죽고 만다. 말하자면 아사餓死인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늙어서 일할 힘이 없어도 살아남을 수 있다. 왜 그럴까? 바로 '돈' 때문이다. 젊은 시절 열심히 개미 처럼 모아서 노후에는 마치 배짱이 처럼 번 돈을 쓰면서 행복하게 지낼 수가 있다. 이처럼 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자산 관리의 핵심이다. 우리 모두의 삶에 '생노병사'가 있듯이, '저축-축적-인출-상속'이라는 기나긴 과정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자산 관리 기본 원칙

 

승부처는 마지막 15분

노후대비 주식투자

본질가치를 지켜라

내가 남느냐, 돈이 남느냐

축구 감독처럼 생각한다


축구 감독은 공격, 수비, 미드필드를 각각 담당할 선수를 적절하게 배치한다. 금융 시장도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 배분에서 꼭 개선되어야 할 점이 있다. 아파트 위주의 부동산자산 비중을 낮추고 금융자산 비중을 늘려야 한다. 초저금리 시대에는 예금성 자산만으로 생존할 수 없으므로 투자자산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해외 자산 비중이 전체 자산의 절반은 되어야 한다.

 

한국의 경제상황이 앞으로 장기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면 자산가치가 오르지 않아 가계 자산의 증식이 어려울 수 있다. 인도, 베트남, 중국처럼 성장하는 국가와 바이오,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숱한 혁신기업이 있는 세계 시장으로 가야 한다. 해외로 자산 배분을 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당장 1~2년은 수익이 특별히 높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도 있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라는 속담처럼 10년 이상 세월이 지나면 그 차이를 확연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한편, 투자를 바라보는 프레임이 있다. 대체로 우리들은 지능, 통찰력, 투자 기법 등을 먼저 고려하는데, 사실은 이보다 원칙태도가 먼저이다. 축구 감독이 높은 승률을 유지하기 위해 경기 방식에 몇 가지 원칙을 견지하듯이, 우리들은 자산 관리를 할 때 운용 자산을 어떤 프레임으로 보느냐가 중요하다.

 

장기 프레임을 가져야 한다

나이들수록 소득 프레임을 가져야 한다

개인의 자산 배분은 생애설계 프레임을 가져야 한다 

 

 

업業(일)

                            
인생 후반부의 일은 돈뿐 아니라 건강, 관계와도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처럼 일은 나이 들어서도 삶의 토대가 된다. 그런데, 늙어서 가야 하는 길은 소위 '길 없는 길'이 되기 쉽다. 말하자면, 대기업체 사장을 하다가 은퇴했을지라도 아파트나 빌딩의 경비가 되어야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정해진 길이 없는 길을 걸어야 한다고 해서 결코 무리하거나 과욕을 부려선 곤란하다. 젊어서 큰 손해를 보더라도 만회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겠지만 늙어서 하는 실패는 '노후 빈곤'이라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걸어야 한다. 금융 사기나 은퇴 창업 같은 일은 피하면서 자신의 전문성과 기술을 살릴 수 있는 게 옳은 길이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사람들은 퇴직하면 자영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남이 고용하지 않으니 스스로 고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돈을 투자해서 가게부터 차린다. 자영업은 50대 이상 비중이 55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높고, 기술보다는 소자본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다 보니 실패율이 높아서 3년 이내 폐업하는 확률이 최소 47퍼센트에 이른다. 실패할 경우 부채까지 떠안게 되므로 노후가 더 불안정해지는 악순환에 빠지고 만다.

 
자영업의 개념을 소자본 창업보다는 기술 창업으로 바꾸어야 한다. 거창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분야에서 스스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으면 된다. 향후 베이비부머들이 지속적으로 정년을 맞이하면서 자영업 시장은 아파트촌 상가의 넘치는 부동산사무소처럼 레드 오션이 되고, 단순히 소자본에 의존한 창업은 심한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기술을 익혀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 시간이 걸려도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장수 사회라는 걸 염두에 두고 10년 후쯤 전문가가 되면 된다.

 

 

건강健康

퇴직한 사람의 몸도 미세한 균열이 축적된 강철 같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은 수많은 상처를 품고 있다. 몸속의 장기들이 여기저기 약해져 있다. 퇴직하고 나면 갈 길이 멀고 마음이 초조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된다. 거기에다 페르소나를 벗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어느 날 강철 같은 몸이 거짓말처럼 부러져버린다. 남성들은 50대 중반부터 60대를 특히 조심해야 한다. 저자는 이를 '피로조직의 비극'이라 말한다.


퇴직하고 나면 몸에 이상이 없는 것 같아도 푹 쉬면서 몸의 고장 난 곳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리노베이션(renovation)해줘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몸은 퇴직하고도 50년을 더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몸이 건강할 때 50년을 달리는 것과 몸이 약해졌을 때 50년 달리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이를 위해 자원을 아낌없이 투자해야 한다.

 

첫째, 철저한 건강검진으로 병의 싹을 살펴보자

둘째, 몸에 축적된 피로를 풀자(휴식, 요가, 태극권 등)

셋째, 자존감을 높여라(자기 사랑, 가족의 인정)

 

 

 알프레드 테니슨 <참나무>

 

 

노목老木에도 꽃은 핀다

 

불교의 화엄華嚴'온 세상에 꽃이 활짝 핀 세계'를 의미한다. 노목이라고 꽃이 피지 않을소냐. 제 하기 나름이다. 꽃을 피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이미 우리들은 다섯 요소, 즉 성찰, 관계, 자산, 업(일), 건강 등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결론을 얻었다. 손자도 병법에서 '지피지기 백전불태'라고 했다. 나를 먼저 알고 삶의 전장터에 나선다면 위태롭지 않을 것이다.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는 모든 이들에게 책의 필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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