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애리얼리 부의 감각
댄 애리얼리 외 지음,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서 '금융구사능력'을 독자에게 가르치거나 지갑을 열 때마다 자기 돈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일일이 말해줄 생각은 없다. 대신 우리 저자들은 돈과 관련해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 중 몇 가지를 파고들고, (사실 이것이 더 중요한데) 왜 그런 실수를 저지르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 '서문' 중에서

 

 

돈과 관련한 의사결정

 

책의 저자 댄 애니얼리듀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경영대학원, 신경과학과, 의대 등에 두루 적을 두고 있다. MIT 미디어랩과 경영대학원 방문교수이자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연구원이기도 하다. 행동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다양한 실험을 통해 보다 현실적으로 인간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주력해왔다. 일상생활과 기업 경영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참신하고 탄탄한 이론을 통해 '미국을 대표하는 소장 경제학자'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천〉이 최근 선정한 '당신이 꼭 알아야 할 신진 경영 대가 1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의 다양한 연구 업적은 〈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워싱턴 포스트〉, 〈보스턴 글로브〉 등 유수의 매체에 소개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그의 첫 번째 저서인 <상식 밖의 경제학>은 행동경제학의 새로운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한 권의 책으로 그는 '경제학계의 코페르니쿠스'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경제 주체는 늘 합리적인 존재라는 기존 경제학의 대전제에 관한 근본적 회의감을 논리적이고 참신하고 설득력 있게 제기했기 때문이다.

 

 

 

 

잘못된 의사결정

 

돈과 관련된 의사결정은 왜 더 복잡할까? 바로 기회비용 때문이다. 돈의 특수한 성격을 고려할 때, 돈으로써 뭐든 다 할 수 있음은 명백하다. 그러나 돈으로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반드시 선택을 해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뭔가를 희생할 수밖에 없다.

 

즉, 어떤 것을 하지 않을지 선택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간에 돈을 사용할 때마다 우리가 분명히 기회비용을 생각한다는 뜻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점심 시간, 직장 동료들과 중식당에 갔다. 짜장면과 짬뽕, 어떤 음식을 택할 것인지는 개인의 취향에 달렸다. 짬뽕을 선택한 사람은 짜장면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포기한 짜장면은 바로 기회비용이다.   

 

의사결정의 지름길

가격할인은 멍청함을 부르는 독약이다. 가격할인은 의사결정 과정을 지나칠 정도로 단순화시켜버린다. 어떤 상품이 '세일 중'일 때 사람들은 해당 상품에 똑같은 가격표가 붙어 있어도 정상가격임을 알릴 때보다 빠르게 행동하고 생각도 적게 한다. 즉, 당연히 평상시보다 싼 값에 팔 것이라고 단정해 버린다.  

 

기본적으로 거의 모든 것의 가치를 평가하는 일이 너무도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상품이 세일 중이라고 하면(즉, 상대적인 가치평가 결과를 받아들 때) 손쉬운 길을 선택해서 그 세일 가격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다면 우리는 상대적으로 저항이 가장 적은 경로를 선택한다. 이는 원시 인류가 생존을 위한 빠른 의사결정 회로를 후손들의 DNA로 유전했기 때문이다. 

 

 

감정적 회계

 

조너선 레바브피트 맥그로는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돈을 얻게 되면 사람들이 이를 '세탁하려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이를 '감정적 회계emotional acconting'라고 부른다. 감정적인 돈세탁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고약하게 때가 묻은 돈은 채무변제 같은 심각한 일이나 고아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거나 하는 도덕적으로 바람직한 일에 사용함으로써 세탁할 수 있다.

 

스스로 좋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면 이 행위가 돈과 연관된 나쁜 감정을 씻어주고, 따라서 나머지 돈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된다. 이런 유형의 감정적 돈세탁은 누가 봐도 이성적이지 않지만,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는 사람들이 여러 가지 상황에서 돈을 지출하는 방식을 상당히 정확하게 진술해준다. 사람들은 이치에 맞는 방식이 아니라 기분이 좋게 느껴지는 방식으로 지출한다.

 

 

고통스러운 지출의 방지 

지불의 고통은 당연히 사람들이 고통스러운 지출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옳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고통을 종식시키는 대신에 신용카드 같은 여러 금융 '서비스'의 ‘도움’을 받아서 그 고통을 누그러뜨릴 여러 방법을 고안해낸다. 신용카드, 전자지갑, 자동이체 등을 사용하는 것은 '금융 헬멧'을 쓰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람들은 실력이 형편없는 의사와 마찬가지로 고통이라는 증상을 치료하긴 하지만 그 증상의 근본 원인인 지불을 치료하지는 않는다. 바로 이것이 지출과 관련해서 스스로 내리는 의사결정을 평가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실수다. '지불의 고통 =시간 + 주의력'이란 공식이 성립한다. 즉 돈을 지불하는 시각과 물건의 소비 시각 간의 간극을 넓히고, 지불에 요구되는 주의력을 줄인다.

 

 

매몰비용

 

어떤 사람이 지금까지 약 이십 년을 이어온 부부 관계를 정리하려고 이혼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이 사람은 지난 세월 공을 들인 노력과 아름다웠던 추억 등을 높이 평가함으로써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다. 그러자 가장 친한 친구가 옆에서 이런 조언을 한다. "지난 이십 년 동안 친구로 지내왔는데, 지금 이 사람에게 청혼하고 싶어?"라고 말이다.

 

우리들은 흔히 대화 속에서 '죽은 자식 ~만지기'라는 말을 한다. 이미 죽어버린 자식의 거시기를 만진다고 해서 갑자기 일어설 리가 있겠는가. 결코 그럴 수가 없다. 왜 이런 말이 탄생했을까? 그만큼 인간은 소유물에 대한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소유물에 대한 투자는 이미 과거의 역사 속에 묻히고 만 것임에도 여기에 자꾸 커다란 의미와 가치를 부여한다.   

 

인생의 많은 측면에서, 자신이 과거에 어떤 투자를 했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걸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성적인 세상에서라면 사전에 투자한 금액의 규모는 현재의 행동 결정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또한 만약 이 사전 투자가 실패로 끝났다면 그건 이미 '매몰비용'이다. 성공했든 실패했든 간에 그 돈은 수중에 남아 있지 않다. 그 돈은 이미 날아가고 없다. 미래가치 예측이 더 중요하고 더 필요하다. 때로는 미래를 바라보기만 해도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돈에 대해 알아야 할 10가지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돈은 대체 가능하다

고통을 회피하려는 습관

자신을 믿는 어리석음이 부르는 힘

우리는 소유한 것의 가치를 과대평가한다

공정함과 노력에 대한 과도한 염려

언어와 제의가 만드는 마법

기대치를 뛰어넘어야 하는 까닭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들

돈, 너무 많이 생각해서 탈이다

 

 

돈, 어떻게 쓸까 - 돈 쓰기의 기술

 

그렇다면 우리들은 돈을 어떻게 소비해야 할까?라는 숙제가 남는다. 책은 "마음이 가는 곳에 돈을 써라"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기사로 나온 7급 공무원의 1억원 기부를 소개하려 한다. 대구시 수성구청 7급 공무원인 김영익 씨는 최근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그는 1억 원이나 기부할 정도로 재력가일까?

 

아니다. 그는 27평 아파트 1채를 소유하고 있지만, 역시 공무원인 아내와 협의한 끝에 3년전 3억원을 주고 산 아파트가 거의 5억원까지 상승했으니 이 중 1억원은 5년 할부로 기부금을 내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그는 인생의 성공 평가를 얼마나 재산을 많이 모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남을 위해 사용했는가로 그 척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정말 존경심이 저절로 생기는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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