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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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는 1955년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멕시코인, 어머니는 미국인으로, 멕시코를 비롯한 남아메리카와 미국에서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랑, 상실, 승리, 죽음 등의 주제를 글로 썼다. 시, 소설, 수필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16권의 책을 출간했으며 펜포크너상, 에드거상, 라난 문학상을 비롯한 여러 상을 수상했다. 2005년에는 <악마의 고속도로(THE DEVIL’S HIGHWAY)>로 퓰리처상 논픽션 분야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 소설은 형의 마지막 생일 파티에 영감을 받아서 쓰게 되었는데, 뉴욕타임스 주목할 만한 책 TOP 100, 뉴욕타임스 북 리뷰 선정도서, 뉴욕도서관 올해의 추천도서, NPR 올해의 책 등에 선정되었으며,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할리우드 TV 영상화를 앞두고 있다.

 

 

"빅 엔젤은 어머니의 장례식에 지각했다"

 

소설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데 라 크루스 집안의 맏이 격인 빅 엔젤은 시간엄수로 유명한 멕시코 사람으로, 같은 직장에 다니는 미국인들조차도 그를 가리켜 '독일인'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과거 한국인들에겐 약속 시간에 늦다고 불명예스러운 '코리안 타임'이라는 별명이 붙여진 적이 있었는데, '멕시칸 타임'은 이보다 훨씬 더 했던 모양이다.

 

지금까지 빅 엔젤은 결코 늦는 법이 없었다. 그는 가족들이 '멕시칸 타임'이라고 말하며 느릿하게 구는 꼴을 두고 수없이 싸워왔다. 예컨대 6시에 저녁을 먹자고 정해봤자, 식사는 9시까지 시작도 못했다. 느지막이 모인 식구들은 오히려 자기네들이 일찍 온 것처럼 굴면서 멕시코 사람이면 늦는 게 당연하다는 식이었다.

 

그런데, 빅 엔젤이 왜 지각일까? 사연은 이렇다. 시한부 암 선고를 받은 그는 마지막 생일파티를 위해 흩어져 살던 가족들을 모두 소환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생일파티 일주일 전에 100세의 모친이 갑자기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장거리를 두 차례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을 고려해 장례식을 뒤로 미뤄 연속해서 생일파티를 함께 치루기로 했다. 시끌벅적한 집안 분위기 탓에 평소 시간을 칼 같이 지키던 빅 엔젤이 늦잠을 자고 말았으며, 도로는 체증이다.

 

 

 

이 소설은 이틀 동안 벌어지는 일이 전부다. 재혼한 모친에게서 태어난 동생은 소외감을 느끼고, 두 번이나 이혼하고 세 번째 결혼을 한 동생, 미군에 속아 불법체류자가 된 아들, 남편은 모르겠고 애는 셋인 딸, 데드메탈에 빠져 삐죽삐죽 머리를 하고 다니는 손자, 입만 열면 욕을 하는 동생의 아내 등등이 등장한다. 

 

빅 엔젤은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숨기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기절하는 바람에 종양을 발견했다. 간단한 수술로 포도처럼 퍼진 그 조그마한 종양을 야금야금 잘라냈다. 긴 탐침探針을 요도에 찔러 넣기도 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자그마한 포도송이 같은 종양 더미들이 사라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라진 줄 알았던 종양이 이제는 배 속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엑스레이와 MRI를 찍었고, 팔에는 바늘을 꽂아 독성 물질을 주입했다. 독에 이어 썩은 생선 냄새가 나는 온갖 약을 줄줄이 복용했고 방사선 치료도 했다. 그런데 그 보답이 뭔가. 바로 폐에 얼룩까지 보이다니. 그 다음엔 뼈가 시들어버렸다. 몸은 이미 지쳤고, 휠체어 신세를 져야만 했다.

 

"얼마나 더 살 수 있습니까?"

"한 달 예상합니다"

 

파티 시간이 다가오자, 아내 페를라와 딸 라 미나는 빅 엔젤을 화장실로 데리고 가 옷을 벗겼다. 목욕을 하기 위해서다. 멋지게 보이도록 하려고 두 여인이 나섰다. 아내는 비누로 거품을 낸 부드러운 스펀지로 그의 다리 사이를 씻는다. 혹시 딸이 부끄러운 부분을 볼까봐 이 장면을 보지 말라고 요구하고, 이에 딸은 겨드랑이 닦느라 그럴 겨를이 없다고 답한다. 이 대목에서 빅 엔젤은 과거 어린 딸을 씻기던 때가 떠올랐다.   


"네가 아기였을 적에, 내가 널 씻겨주었는데"
"나는 네 아버지였어. 그런데 지금은 네 아기가 되었구나"

 

 

이틀 동안에 벌어지는 한 집안의 가정사는 희노애락을 보여준다. 빅 엔젤과 리틀 엔젤은 이복형제이며, 리틀 엔젤은 소위 '반쪽 미국 놈 멕시칸'이다. 미국식 드라마가 흔히 그렇듯, 커플간의 질척한 성적 표현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 죽음을 곧 앞둔 빅 엔젤의 리더십과 긍정적인 사고는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시간의 전후로 봐선 장례식과 생일파티임에도 불구하고 장례식이 생일파티의 별책부록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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