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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의 교향곡 - 음악에 살고 음악에 죽다
금수현.금난새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평점 :
아버지 하면, 사람들은 가곡 '그네'를 먼저 떠올립니다. 그래서인지 저 역시 이 노래에 대한 애착이 남다릅니다. 아버지가 이 곡을 작곡하신 건 제가 태어나던 1947년 무렵입니다. 일본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아버지는 부산에서 음악 교사로 일하면서 제자인 어머니를 만나 결혼했는데, 어머니의 어머니, 즉 아버지의 장모님은 소설가였습니다. 제 외할머니인 김말봉 작가님은 글재주가 탁월해 여러 권의 인기 소설과 수 편의 시를 남기셨습니다. 가곡 '그네'는 아버지가 장모님의 시를 읽고 영감을 받아 곡을 붙임으로써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이 담긴 100편의 에세이
책의 저자 금난새는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지휘자이자, 경희대 교수로
1947년 부산에서 출생,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베를린예술대학교에서 라벤슈타인을 사사했다. 1977년 최고 명성의 카라얀 콩쿠르에 입상한 후 프라하 방송 교향악단, 도이치 캄머오케스트라,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객원지휘했으며, 유러피안 마스터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거쳐 KBS교향악단, 수원시향 등을 지휘했다.
1998년부터는 '벤처 오케스트라'인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창단 당시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내 최초로 '해설이 있는 청소년 음악회'를 시작한 뒤 1994년부터 1999년까지 '전회 전석 매진'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 앞장섰다. 아울러 기업과 예술의 만남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노하우를 벤처 오케스트라 경영에 접목시켜 삼성전자, 포스코, CJ, 삼성테스코 등과 함께 활발한 연주를 이어 오고 있다. 2007년에는 용인시의 후원으로 연간 12회의 음악회를 성황리에 진행하기도 하였다.
아버지 금수현은 1919년생으로 부산제2공립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음악대학교의 전신 동양음악학교 본과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경남 도립극장장, 경남여고 교감, 부산사범학교 교감, 경남여중 교장, 통영여고 교장 등을 거치는 동안 지역 음악 발전에 크게 기여한 그는 1957년부터 6년간 문교부 편수관으로 근무하면서 한국의 음악 용어를 한글로 바꾸는 데 공헌한다. 이후 영 필하모닉 관현악단 이사장, 음악저작권협회장, 한국작곡가협회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 클래식 음악 발전이 이바지하는 한편, <국제신보>와 <서울신문> 등에서 사회적 칼럼을 연재하고 한글 이름 짓기에 선구적 역할을 담당해 '외솔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책은 '제1악장-거리에서 본 풍경', '제2악장-사람 속마음 들여다보기', '제3악장-생각이 보배다', '제4악장-인생은 음악과 같다' 등 총 4악장으로 구성되었는데, 마치 한 편의 교향곡을 연상시킨다. 제1악장에서 제3악장까지는 아버지 금수현의 글을, 제4악장은 아들 금난새의 글을 담고 있다.
밤낮은 조물주가 만들었지만 그 흐름을 가위질한 것은 인간이다. 시간에 얽매인 인간은 때로는 "시간은 돈이다"라고 하면서 스스로 만들어낸 물건과 시간을 교환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란 모두에게 동일한 가치를 느끼도록 하진 않는다. 즉, 그것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가치를 지닌 것이지만, 필요 없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가야금은 한 번 퉁기면서 줄을 늘이면 몇 가지의 소리가 난다. 이런 특색 있는 악기는 다른 나라에는 없다. 그러나 단칸방에서만 알맞은 악기다. 좀 더 크게 만들고 큰 소리가 나도록 개량하면 세계 여행을 할 수 있는 악기다. 보수족들은 못마땅하게 생각할는지 모르지만 국악기는 개량되어야 하고, 음률도 순정률로 고쳐야 화음을 낼 수 있고, 음감이 정해진 학생에게도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화폐 박람회 공식 연주회 다음 날 우리는 카이저 빌헬름 기념 교회 콘서트홀에서 전날에 수행했던 프로그램을 한 번 더 연주했다. 갑자기 열린 음악회라 안내 팻말 하나만 세워두었을 뿐인데, 청중이 300명 넘게 모여들었다. 연주 중 취지를 설명했더니 난민들을 위한 기금이 3천 유로 이상 모금되었다. 음악회도 기금 모금도 성공적이었다. 이 사실이 현지 신문에까지 보도될 정도였다.
성악을 공부하는 학생도 목관 악기를 가르치는 스승에게 가서 배울 필요가 있다. 목관 악기가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를 알면 사람이 어떻게 해야 좋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더 깊이 깨닫게 될 것이다. 피아노를 전공하는 학생도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스승에게 가서 배우면 좋을 것이다. 바이올린 현의 미세한 소리를 들으며 피아노 건반을 다루는 느낌을 더 성숙하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선생님을 찾아가 배우는 것은 지금까지 나를 가르친 선생님을 외면하는 게 아니다. 스승의 바람대로 더 큰 제자가 되기 위함이다. 다양한 배움을 위해서는 모두의 마음이 활짝 열려 있는 게 바람직하다.
제주 신라호텔에서의 '제주 뮤직 아일 페스티벌'은 호텔 총지배인의 배려로 시작되었다. 나는 기업과 지역과 음악과 청중이 한 공간에서 어우러지는 페스티벌을 구상했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식사를 하고 차나 와인도 마시면서 충분히 담소를 나눈 다음, 편안한 분위기 속에 음악을 감상하는 축제를 만들고 싶었다.
해마다 포스코센터 로비에서 음악회를 갖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이 분주히 오가던 로비가 클래식 음악이 울려 퍼지는 콘서트홀로 변신한 것이다. 금난새는 이 로비에서 '베토벤 페스티벌', '차이콥스키 페스티벌', '브람스 페스티벌' 등을 이어가며 세 음악가의 교향곡 전곡을 연주했다. 이 새로운 시도의 음악회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다른 연주단체의 각종 공연들이 이곳에서 펼쳐지게 되었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빈 공간이 훌륭한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일에 누구보다 열정이 많은 고려제강 홍영철 회장이 또 하나의 야심작으로 선보인 것이 'F1963'이다. 세계 최대 특수 선재 회사인 고려제강이 부산시 수영구 망미동에 처음 공장을 지은 해가 1963년이다. 회사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낡은 공장을 완전히 새롭게 꾸며 부산을 상징하는 문화 공장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대를 이어가는 음악가 금난새
누구나 대부분 그렇듯 아들은 젊은 시절 제 나름대로 아버지를 극복하기 위해 애를 썼는데, 나이를 먹다 보니 어느새 아버지를 점점 닮아가고 있다. 자꾸 글도 쓰고 싶고, 노래도 부르고 싶고, 말도 많아지고,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일들이 늘어난다. 이 역시 아버지 금수현에게서 물려받은 천성이다. 이렇게 대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