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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친절한 경제상식 - 뉴스가 들리고 기사가 읽히는
토리텔러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경제 기사를 읽는 일은 '명절 때 막히지 않는 도로를 고르는 일'과 유사하다. 지난 명절들의 사례를 샅샅이 분석해본들 이번 명절에 사람들이 어떤 도로로 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막히지 않을 듯한 도로를 고르기 위해 여러 정보들을 검토하더라도 결국 결정은 '나의 판단'에 따라 이루어진다. 이는 빅데이터가 활성화되고, 세상의 모든 정보가 공유된다고 해도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의 판단을 강제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경제도 똑같다. 정부가 모든 것을 통제하지 않는 한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므로 경제 기사를 보면서 나만의 기준을 세우고 그에 따라 판단하며, 판단의 결과에 따라 기준을 계속해서 수정하는 것이 경제 지식 쌓기에 적합한 방법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경제 아는만큼 보인다
책의 저자 토리텔러는 1996년에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IMF 외환 위기를 겪은 후 2002년부터 국내 최고의 미디어 그룹에서 콘텐츠 기획자로 일하며 현재는 뉴스 유통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의 뉴스 소비 형태가 급격히 변하고 있어 이에 대응하느라 고생 중이다. 오늘날 뉴스를 소비하는 채널은 신문과 TV에서 포털과 SNS를 거쳐 유튜브로 대표되는 짧은 영상 플랫폼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런 시대에 더 많은 사람에게 소비될 수 있는 뉴스의 소재와 형태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많다.
자본주의사회를 살아가는 사회 초년생에게 도움을 주는 경제 콘텐츠가 무엇인지 고민하다 실험과 연구를 목적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끈질기게 애써본 결과 1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얻었고, 지식과 정보를 보다 쉽게 전하기 위해 지금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브런치뿐만 아니라 다수의 칼럼 연재와 출판 경험을 쌓으며 '글쓰기 근육'을 단련하는 것이 요즘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저자는 사회 초년생을 비롯한 경제 입문자들에게 경제 기사를 읽으면서 현황이나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돈을 모으라고 권한다. 사회 초년생은 아직 자신만의 틀이 잡혀 있지 않으므로 이 시기에 틀만 잘 갖추면 대박까지는 몰라도 최소한 쪽박은 피할 수 있다면서 지금 시간을 투자해서 자신만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경기란 무엇인가
경기란 경제의 상태라고 이해하면 된다. 우리들이 흔히 일상에서 나누는 대화 속에 나타나는 경기가 '좋다' 또는 '나쁘다'는 그것 말이다. '경기가 좋다'는 주변 사람들의 씀씀이가 커지는 것을 의미하고, '경기가 나쁘다'는 주변 사람들의 지갑이 닫히는 것을 의미한다. 조금 더 확장해보면 '경기가 좋다'는 것은 우리들이 찾는 식당의 주인이 돈을 잘 번다는 뜻이다. 씀씀이가 커진 사람들이 식당에 가서 밥을 사 먹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식당의 주인이 돈을 번다면 이 식당에 식재료를 공급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돈을 더 벌게 된다. 여기서 범위를 더욱 넓혀보면 식당에서 사용하는 식재료 중 외국산도 많다는 점이다. 이런 외국산은 수입업자의 중개로 가능해진다. 우리들의 씀씀이가 커지면 수입업자 또는 수입업체의 매출이 증가한다. 이것이 바로 기업의 입장에서 '경기가 좋다'는 의미가 된다.
대체로 사람들은 경제를 '먹고사는 것'으로 인식한다. 흔히 '민생民生'이라고 말한다. 경제가 어려울 땐 '먹고살기 힘들다'고 얘기하지 않는가? 그런데, 경제 뉴스는 우리들이 느끼는 '먹고살기의 난이도' 대신에 다른 표현을 사용한다. 대표적인 용어는 GDP다. 이를 설명하는 말은 다소 어렵게 '한 나라의 모든 경제주체가 만들어낸 부가가치의 합'이라고 설명한다. 쉽게 표현하자면 '한 나라의 밥그릇 크기'다.
경제성장률 = 밥그릇 크기의 증가율
부채 = 남에게 줘야 하는 밥의 양
전반적인 경기를 파악하려면 '공격'과 '수비'를 잘 가늠해야 한다. 공격 측면에서는 GDP를, 수비 측면에서는 부채를 확인하면 된다. 수비가 엉망이면 공격을 잘해도 이기기 어렵다. 아무리 득점해도 상대에게 점수를 계속 내주는 상황에서는 수비를 탄탄하게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따라서 꾸준한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부채를 줄여야 한다.
한 나라의 경제는 가계, 기업, 정부라는 세 주체가 주인공이 되어 만드는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세 주체가 모두 주인공인 이유는 셋 중 어느 하나라도 들러리가 되면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는 세 주인공이 각각 자기의 역할(경제행위)을 잘하면서 서로 큰일을 매끄럽게 처리할 때 좋은 작품이 탄생한다.
금리는 돈을 빌려쓰는 사용료
금리란 돈을 사용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다. 예를 들어, 자전거를 빌려 탈 때 우리는 돈을 낸다. 이때 내는 돈을 사용료 또는 (대여)비용이라고 한다. 그 금액은 보통 '1시간에 1,000원'과 같이 시간 단위로 매겨진다. 여기서 자전거를 돈으로 바꿔 생각해보자. 돈을 빌릴 때도 자전거를 빌릴 때처럼 사용료를 지불한다. 일반적으로 돈을 빌려 쓰는 기간은 1년 단위로 한다. 따라서, 1년 동안 돈을 빌려 쓰기 위해 지급해야 하는 사용료가 바로 금리다.
기준금리는 각 나라의 중앙은행이 결정한다. 한국의 경우는 한국은행이다. 시중금리는 기준금리에 은행의 수익을 포함한 여러 추가적 이율을 더해서 결정한다. 경기의 흐름을 자동차에 빗대어보면 시중금리는 자동차가 달리는 속도이고, 기준금리는 자동차의 속도를 조절하는 액셀과 브레이크다. 이 자동차의 운전대는 한국은행이 잡고 있다. 국민은 뒷좌석에 탄 승객이다. 승객은 운전자에게 목적지에 시간 맞춰 안전하게 도착하기를 요구한다.
부동산을 볼 줄 알아야 경제가 보인다
아파트는 매우 유용하고 검증된 투자 상품이라 할 수 있다. 가격이 좀 비싸긴 해도 차근차근 돈을 모아온 사람들에겐 자신의 부富를 확장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물론 아파트의 시세가 올라갈 경우에 해당된다. 아파트의 가격이 한없이 오른다면 아파트 미보유자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부를 쌓을 수 없을뿐더러 부의 불균형이 심화되기만 한다.
이에 정부는 부의 확장 가능성을 어느 정도 보장하는 측면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자격을 제한해 기회를 최대한 공평하게 나눠 가질 수 있도록 한다. 여기에 효과적으로 활용되는 '아파트 청약' 제도 역시 이런 정책 중의 하나다. 이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에게 아파트 신규 공급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정당한 경쟁을 통해 당첨자에게 배분하는 제도이다.
아파트를 구매하는 방법은 크게 새 아파트를 구매하는 분양과 헌 아파트를 구매를 위한 매매로 나뉘는데, 어떤 방법으로 구매하든 부족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선 대출이 거의 불가피하다. 이를 주택담보대출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우리들은 주택담보대출의 증가 추이를 살펴보면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될지 침체될지 가늠할 수 있다.
즉, 부동산 경기가 활황 국면에 접어들면 집값의 상승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아파트를 많이 사게 되고 덩달아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할 것이고, 반면에 부동산 경기를 관망 내지는 하락세로 판단한다면 아파트를 사지 않게 될 것이고 당연히 주택담보대출도 줄어들 것이다. 다만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추이가 부동산 경기의 흐름과 꼭 들어맞지는 않는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사람들도 있어서다.
요동치는 주식시장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바뀌는데 주식시장에서는 공급이 거의 한정되어 있다. 어떤 회사가 새롭게 상장되거나 상장폐지되는 등 공급에 변화가 생길 때도 있지만 대체로 수요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이라고 봐도 큰 문제가 없다. 어떤 주식의 가격이 상승하려면 그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늘어나면 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실전에선 이를 '매수가 늘어난다'고 말한다.
주가의 상승은 빨간색으로 표시한다. 주식시황표에 빨간색이 많이 보이면 현재 주식시장이 활황임을 나타내는 셈이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한다는 의미가 된다. 반대로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할 경우 사람들은 주식을 팔기 시작한다. 파는 행위를 '매도'라고 하는데, 매도가 월등히 많으면 주가는 당연히 떨어진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사항은 주가는 계속해서 오르기만 하거나 내리기만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를 '조정'을 거친다고 말한다.
모바일 게임에서의 캐릭터 레벨을 떠올리면 주식시장에서의 외인, 기관, 개미들이 지닌 힘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다. 외인과 기관은 최고 등급의 파티를 구성한 클랜이다. 최고 수준의 검사, 마법사, 치료사 등이 모여 던전(주식시장)에서 보스(수익률이 높은 종목)를 사냥한다. 수차례의 강화를 거친 막강한 무기와 방어 도구를 온몸에 두른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보스를 제압하고 대단한 아이템(이익)을 얻어간다. 반면 개미는 갓 게임을 시작해 단검 하나를 손에 든 채 용감히 던전을 누비는, 이른바 '쪼렙'들이다. 가끔은 최고 레벨에 준하는 개미도 나타난다. 이를 '슈퍼 개미'라고 부른다.
경상수지와 관세
경상수지란 외국과의 거래를 얼마나 잘했는지를 따져보는 지표다. 수지란 '수입과 지출'의 줄임말이다. 수입이란 해외에서 물건을 들여오는 말이 아니라 '벌어들인 이익'을 가리킨다. 우리나라의 수출과 수입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정말 많다. 중국인 관광객이 줄었다거나 유가가 폭등한다거나 하는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난다. 그 과정을 일일이 분석하는 것은 굉장히 복잡한 일이라서 결과만 따로 숫자로 정리한 것이 경상수지다.
무역도 시장 원리를 따라 움직인다. 이때 일부 나라들은 무역 때문에 손해를 본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럴 때 '무역 장벽'을 세운다. 무역 장벽을 세우는 대표적인 방법은 관세를 이용하는 것이다.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활용되는 무기가 바로 고율의 관세 부과인 것이다. 관세의 일반적인 의미는 통관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부과되는 세금이다.
경제기사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기사라고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단점도 있다. 이는 당해 기자와 미디어의 능력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요즘 정치판에선 현 정권이 여론조사를 조작한다는 양심선언이 있는 것처럼, 실시간으로 올리는 기사를 왜곡해서 올린다면 이를 읽는 독자들은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는오류를 범하게 된다. 불행하게도 경제기사를 읽는 사람이 스스로 걸러서 읽고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독재란 그래서 나쁜 것이다.
경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왜 나라 곳간만 '풍년'일까 (세계일보, 2019.1,27)
헤드라인부터 함께 보자. 경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치는 것은 누구일까? 가계나 기업일 것이다. 나라 곳간, 다시 말해 정부만 풍년이라고 덧붙인 것을 보니 그렇다. 가계와 기업은 어려운 데 정부가 세금을 많이 걷었다는 제목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풍년'이란 단어다. 이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흉년이 들어 가계와 기업이 굶주리는데 정부는 자기 배만 불리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렇다면 세금을 더 걷어야 할까? 덜 걷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