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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서서 먹는 식당의 비밀 - 불황을 이기는 김현수의 인사이트 분석
김현수 지음 / 이상미디어 / 2019년 9월
평점 :
책의 저자 김현수는 고려대학교 체육교육학과를 한 후 신문사와 광고 관련 직장에서 월급쟁이로 일했다. 1995년 옥외광고·SP광고 전문지인 월간 〈사인문화〉를 창간, 사장이 되면서 자투리 시간이 생기자 맛있다고 소문난 음식점을 찾아다녔다. 이때 다양한 음식을 접하고 미각의 영토를 넓혔는데 이 과정에서 식당 옥외광고와 외식업 마케팅에 주목했다. 2005년 외식 전문지 〈월간외식경영〉을 창간, 외식 전문 컨설턴트 겸 외식 콘셉트 기획자의 길로 들어섰다. 현재 〈월간외식경영〉 발행인으로 일하면서 서울 대치동 <호천당〉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
도처에 늘린 게 식당이며, 하루에도 수많은 식당이 명멸明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식당은 레드오션이다. 과거엔 식당의 특징과 장점을 효과적으로 홍보하면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도 어느 정도 커버가 됐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실력이 부족한 식당은 아무리 홍보해도 부족한 실력이 가려지지 않는다. 그만큼 고객의 눈높이가 높아졌고 예리해졌다. 실력이 없으면 홍보발도 받기 어렵다. 즉 실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식당을 고객들이 외면하는 세상이므로 이젠 당연히 실력을 갖춘 자가 강자인 셈이다. 실력의 원천은 바로 '분석력'이다.
사람들은 벤치마킹의 목적을 단순한 보방이나 짝퉁 메뉴의 게발 정도로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이는 다름아닌 남의 것을 내 몸에 알맞게 변형시키는 것이다. 남의 장사가 대박을 친다고 그 메뉴를 고스란히 받아들여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내 몸에 남의 장기를 이식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내 몸이 허용하는 범위에 있어야 이질적인 것을 받아들여도 거부반응이 생기지 않는다. 남의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벤치마킹을 하려면 각각의 요소를 유기적으로 잘 조합해야 한다. 이것이 진짜벤치마킹과 가짜 벤치마킹을 가르는 기준이다.
1990년대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는 아이템을 잘 선택해서 큰 성공을 거둔 식당이 많았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 역시 잘 나갔던 시절이었다. 시장 분석이나 소비자 니즈 분석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숙성 삼겹살 붐에 힘입어 서울과 수도권에 연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식당들이 속속 등장했다. 하지만 지금의 환경은 완전히 바뀌었다.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 그렇다면 연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분석력과 안목이 요구된다. 그러자면 평소 글쓰기 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 도구를 갖춘 후에 다음 단계로는 기록하고 분석하는 것으로 넘어가야 한다. 즉 벤치마킹을 다녀와서 후기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다음, 이를 토대로 자신의 식당에 필요한 여러 가지 카피를 구상해 기획서 내지는 제안서를 따로 만들어보는 것이다. 내 사업이라는 주인 의식이 분명한 사람만이 100억 원대 매출을 올맇 수 있는 것이다.
갈수록 치열한 경쟁 탓에 블루오션의 메뉴는 줄어든다. 세계적인 주식투자가 워렌 버핏은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회사에 즐겨 투자한다고 자신만의 투자 비결을 밝힌 바 있다. 그렇다. 식당도 마찬가지다. 가능한 한 독점적인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경쟁을 피하고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것이 필요하다. 경기도 분당에는 약 19평 규모의 매장에서 일일 200인분의 수제비만 판매하는 매장이 있다. <행하령수제비>, 과거 2천만 원으로 영업을 시작했던 <연남수제비>의 현재 가게 이름이다. 분당엔 수제비로 딱 떠오르는 식당이 없었다. 지금은 '행하령'으로 통한다.
중식은 여전히 틈새 아이템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중식당 <송쉐프>는 입지가 거의 B, C급임에도 테이블은 만석 퍼레이드를 연출한다. 더구나 오픈도 최근이고 특별한 홍보 활동도 없는데도 말이다. 이 식당엔 나름 비결이 있다. 이곳을 즐겨 찾는 단골은 가정주부나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다. 그 이유는 음식의 퀄리티에 비해 가격이 비싸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아주 싼게 아니라 강남의 중산층이 지갑을 쉽게 열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이다.
예전에는 화상華商이 운영하던 꽤 괜찮은 중식당들이 많았는데 하나둘 사라졌다. 새로 생겨난 중식당들의 음식 수준은 사라진 중식당들의 음식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양이 줄었고 가격도 비싸졌다. 소비자 입장에서 볼때 갈 만한 중식당은 적어진 셈이다. 소비자들이 점점 중식을 외면하게 만든 요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중식은 틈새 아이템이다. 합리적 가격의 괜찮은 중식당이 생긴다면 소비자들은 찾아갈 것이다.
또한, 백반은 영원한 틈새 아이템이다. 특히, 직장인과 가정주부들이 즐겨찾는 메뉴인 탓이다. 제 집에서 먹는 음식과 같은 분위기라면 금상첨화인 메뉴가 백반이다. 역시 손님은 식지 않은 따뜻한 음식, 푸짐하고 손맛이 있는 음식을 원한다. 따뜻한 응대, 푸짐한 양, 손맛 등 모든 측면에서 만족도가 높은 '집밥'이라면 성공을 보장받는다. 집에서 먹는 것처럼 손맛이 담긴 백반을 구현할 수 있다면 어떤 상권 어떤 입지에서도 선방할 수 있다. 오피스 상권이나 주거 상권에서도 백반집은 성공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식당 창업을 준비하려는 사람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한다. 즉 '식당 이름이 식당의 기를 살린다', '80% 이상 망해 나간 입지에서 살아남은 식당', '생선구이 전문점의 고객의 절번은 여성', '준비 덜 된 개점은 비극의 시작' 등이 그것이다. 좋은 식당명은 식당의 특징과 개성을 담아야 한다. 발음하기 쉽고 간단하면서 나름의 의미를 함축해야 한다. '대박', '부자', '복', '돈' 등 지나치게 물욕을 드러내는 것은 피할 것을 주문한다. 천박할 뿐 아니라 차별성도 부각되지 않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