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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의 모든 것 - 30년 조세 정책 전문가가 보는
김낙회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세금은 우리 생활 속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예를 들어 소득에 대해 부과되는 소득세가 있고, 소비에 대해 부과되는 소비세, 그리고 자산에 대해 부과되는 재산세 등이 있다. 마음 한편으로는 이러한 세금을 왜 내야 하는고, 얼마나 내야 하는가 하는 궁금증이 들기도 한다. 세금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것 또한 세금이다. - '세금의 의미' 중에서
세금에 대한 이해
이 책의 저자 김낙회는 기획재정부 세제실의 주요 요직을 거치면서 세제 실무와 정책을 두루 섭렵한 조세 정책 전문가이다. 한양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영국 버밍엄 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가천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3년 행정고시에 합격, 국세청(1985~1993)과 기획재정부(1993~2018)에서 근무했다. 기획재정부 조세정책국장, 국무총리실 조세심판원장,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관세청장 등을 역임했으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재정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법무법인 율촌에서 고문, 가천대학교 석좌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30여 년 동안 조세 정책 전문가로 활동해온 저자는 세금의 본질, 즉 세금이란 무엇인지, 왜 내야 하는지,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것을 제안한다. 세금은 정부의 재원을 조달하는 주요 방법이자 소득 양극화 해소, 빈부격차와 불평등 완화같이 자본주의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총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고대 이집트 시대에서부터 중세 유럽을 비롯해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세금이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되는지 역사를 설명해주고, 세금의 역할은 무엇인지 등을 쉽게 설명해 지금까지 잘 몰랐던 세금에 대해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 세금에 대한 이론을 OECD 국가 자료 등 각종 표와 그래프를 곁들여 설명하고 조세 정책 결정 과정의 이해를 돕는다.
세금의 역사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세금은 기원전 3000년경 고대 이집트 왕국 때 였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즉 이집트 최초로 통일 왕국을 이룬 메네스 왕조 때 노역勞役과 십일조 형태의 공납은 바로 세금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유프라테스강에서 번성했던 메소포타미아문명에서도 세금이 있엇다. 기원전 2500년대에 수메르 라가시 왕조의 지배자가 세금을 감면했다는 기록이 수메르 점토판에 새겨진 쐐기긓자에서 확인되고 있다.
고대 왕조의 세금은 주로 십일조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보편적으로 활용되던 세율이 10%였다. 물론 지역과 시대에 따라 세율이 다르기도 했다. 성경의 기록엔 히브리 노예로서 이집트 국무총리가 된 요셉 치하에선 흉년에 대비해 식량 비축 목적으로 20%를 거두었다는 것이다. 또 인도와 중국 등에서도 발견된 세율이 10%, 20%, 25%, 50% 등으로 다양했다.
로마 시대로 들어오면서 세금은 다양해진다. 직접세와 간접세인데, 직접세는 주로 인두세와 토지세였고, 간접세는 관세와 통행세가 있었다. 이 제도는 중세 봉건시대에도 큰 변화 없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동양에서의 가장 오래된 조세제도는 중국 주나라의 정전제로 사실상 십일조 형태의 세금이었다. 당시 '우물 정井' 모양으로 9등분한 땅을 백성들에게 배분, 정 가운데 있는 땅은 공동 경작한 후 생산된 곡물을 세금으로 국가에 바치도록 했던 것이다.
이후 중국은 춘추전국시대와 진한시대를 거쳐서 당나라 시대가 되면서 세금제도는 조용조租庸調의형태로 정착되었다. 조租란 토지 사용의 대가로 국가에 납부하는 부담을 말하는 것이고, 용庸이란 국민이 노동력을 국가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사람에 대해 부과하는 것이며, 조調란 특산물을 국가에 바치는 것으로 가구당 부과되었다.
한국에서도 최초 국가인 고조선(기원전 2333년~ 기원전 108년)에서도 조세에 관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중국 역사서 <시경詩經>에는 고조선이 농토를 정리해서 세금을 매겼다는 기록이 있고, <맹자孟子>에는 고조선에서 20분의 1을 세금으로 징수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에 대해 맹자는 단군조선이 중국에 비해 월등히 낮은 세금으로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궁궐이나 대규모의 사원을 건축하지 않는 검소한 생활을 했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아무튼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금의 역사는 불공평과 억압, 그로 인한 저항의 역사였다. 국가의 역할이 다양해지면서 세금의 수요도 커졌다. 세금의 수요가 커지면서 위정자들에게는 어떻게 하면 백성들의 저항 없이 수월하게 세금을 거둘 수 있을지가 고민이었다. 반대로 백성들은 어떻게 하면 세금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느냐 하는 바람을 가졌던 것이다.
공평과 효율의 조화
세금을 '누구에게 어떻게 부담하도록 할 것인가'는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하면서도 근본적으로 가치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조세부담과 관련한 제도를 설계함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핵심가치는 '공평'과 '효율'이다. 세금을 국민 모두에게 능력에 맞게 골고루 부담하도록 하면서 세금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한으로 줄이자는 것이 그 요체이다. 18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자신의 저서 <국부론>에서 "세금은 각자의 '능력'에 비례하여 '공평'하게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가 언급한 공평의 가치는 오늘날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가치이다.
공평의 기준
공평에는 수평적 공평과 수직적 공평이 있다. 수평적 공평은 "소득이 같으면 세금도 같게" 부담하자는 말이다. 한편 수직적 공평은 "소득이 다르면 세금도 다르게" 부담하자는 말이다. 그런데 공평을 따지기에 앞서 몇 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다. 소득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소득을 개인 기준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부부의 소득을 합쳐서 볼 것인지, 과세 기간은 얼마로 할 것인지 등의 문제이다. 어떤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세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소득의 범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선 소득원천설과 순자산증가설이라는 2가지 입장이 있다. 소득원천설은 어떤 고정된 원천으로부터 발생한 순소득으로서 규칙적, 반복적으로 생기는 재화의 합을 소득으로 보는 것이고, 순자산증가설은 일정 기간 내에 발생한 순자산 증가분을 모두 소득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현행 소득세는 소득원천설의 입장에서 과세대상을 열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법인세 부담주체
세수 전체 중에서 소득세 다음으로 비중이 큰 법인세는 누가 부담하는 것일까? 세법상으로 보면 법인세 부담주체는 법인이다. 법인세법(제2조 납세의무)에 따르면 내국법인과 국내원천소득國內源泉所得이 있는 외국법인은 그 소득에 대한 법인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법인은 법적인 조직일 뿐이므로 세금을 실제로 부담하는 궁극적인 주체는 법인의 주주이다.
경제학적인 관점에서는 부담주체를 달리 분석하고 있다. 법인세는 다양한 형태로 주주, 근로자, 소비자 등 기업과 연관된 개인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주에게는 법인세만큼 배당소득이나 자본이득이 줄어들고, 근로자에게는 법인세로 인해 급여가 일정 수준 낮아지며, 소비자에게는 가격이 높아지는 형태로 전가된다는 것이다. 주주가 세금부담의 주체라면 법인세의 상당 부분은 외국인이 부담하고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 상장기업들은 외국인 주주의 비율이 3분의 1을 넘고 있다.
세금, 국가와 국민은 서로 생각이 다르다
세금에 대해서 정부의 생각과 국민의 생각은 크게 차이가 난다. 어떤 사안은 국민들의 시각이 옳은 부분이 있고, 국민들에게 정부의 생각을 좀 더 진솔하게 전달하고 동의를 구해야 하는 사안도 있다. 그런데, 가장 위험한 생각은 국민들에게 높은 세금을 부담시켜 조성된 재원으로 무상 복지에 활용하는 정치적 포퓰리즘이다. 이런 식의 세수 정책은 망국의 길을 앞당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