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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사회 2.0 - 분권화 트렌드와 미래 한국
이근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7월
평점 :
바람직한 한국자본주의의 미래상은 '지속 가능한 성장, 안정적 고용과 공평한 분배'의 원천으로서 '분권화된 인간 중심의 디지털 사회'일 것이다. 또한 지속 가능한 포용적 성장의 원천으로 지속가능한 '지식 창조 생태계'가 필요하다. 이러한 디지털 사회는 다양한 측면의 디지털 인프라를 기초로 스마트홈・스마트팩토리・스마트 일자리・스마트시티・스마트 헬스 및 교육, 그리고 스마트 경제로 연결되고, 최종적으로 기존의 기축통화의 지배성을 넘어서는 새로운 세계통화(디지털 화폐)로 구성된다. - '들어가며' 중에서
새로운 디지털 사회가 도래한다
이 책의 저자 이근은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경제추격연구소장이고,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혁신분과 위원장이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버클리)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하였고, 서울대학교 중국연구소장, 경제연구소장을 역임하였다. 기술혁신 분야 최고 학술지인 <Research Policy>의 공동편집장이며 세계경제포럼WEF의 Council 멤버이다. 2014년 비서구권 대학 소속 교수로는 최초로 슘페터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경제추격론의 재창조>(2014), <미래산업 전략보고서>(2018) 등이 있다.
공저자 김상배는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로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이다. 미국 인디애나대학교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연구 분야는 정보혁명과 네트워크의 세계정치이다. 주요 저서로는 <버추얼 창과 그물망 방패: 사이버 안보의 세계정치와 한국>(2018)가 있다. 공저자 김준연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산업제도연구실장으로, 한양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주요 연구 분야는 기술추격, 기술혁신과 산업의 디지털 혁신 등이다.
공저자 임지선은 육군사관학교 경제법학과 교수로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현재 ICT와 관련된 다양한 사회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기술 혁신, 고용, ICT, 양극화, 일자리 문제 등이다. 공저자 최준용은 뉴마진캐피탈코리아 대표로 중국 베이징 대학교에서 MBA 석사를 거쳐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중국계 벤처캐피탈의 한국대표로 1억 달러 규모의 한중시너지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플랫폼경제, 공유경제, 기술혁신, 한중금융협력 등이다.
총 7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세계화 4.0 시대의 디지털 기술에 의한 정치, 사회 구조와 산업 경제의 변화를 조망하고, 이에 대응하는 한국 사회의 정책 방향과 실천 과제를 제시한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세계화 4.0 시대를 살아갈 새로운 한국사회의 모습을 '분권화된 인간 중심의 디지털 사회'로 설정하고, 미래 한국사회가 지향해야 할 디지털 사회의 비전을 정치, 기업, 노동, 금융, 교육, 헬스, 도시의 7대 영역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그리고 주요 영역별로 하위 비전을 상정해 이를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구현해나갈 것인가를 기술한다. 이 과정에서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들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지적ㆍ물적 능력을 보완시켜 고도화된 인간들이 좀 더 포용적인 시스템에서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세계경제포럼은 2030년의 비전을 기술이 아닌 '인간 중심'의 사회라고 제시한 바 있다. 책은 4차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새로운 기술들이 초래하는 미래사회의 기본 역할은 '보다 분권화된 인간 중심의 디지털 사회'라고 예단한다. 아날로그를 대체하는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이 사람들 간의 소통에 새로운 장을 열면서 이를 디지털 사회 1.0이라고 한다면, 4차 산업혁명으로 상징되는 사회 모든 분야의 디지털 전환은 바로 디지털 사회 2.0 버전일 것이다.
과거의 균형이 고인구성장, 고경제성장, 많은 일자리 창출이었다면, 이제는 낮은 인구성장률, 낮은 경제성장률, 고부가가치 일자리라는 새로운 균형이 이론적으로 가능해지고, 이러한 선순환형 균형만 달성된다면 굳이 성장률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즉 인구가 줄어도 노동의 고급화와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로 저성장형 균형 유지가 가능해진다. 게다가 도농都農 간의 공간적 균형까지 이룬다면 인구 균형, 공간 균형, 대중소기업 간 균형이라는 세 가지 새로운 균형상태로의 정착이 가능하다. 이런 선상에서 저자들은 바람직한 한국자본주의의 미래상을 '분권화된 인간 중심의 디지털 사회'로 제시하고 있다.
미래 한국사회가 지향해야 할 디지털 사회의 비전을 정치, 기업, 노동, 금융, 교육, 헬스, 도시의 7대 영역으로 살펴보면서 주요 영역별로 하위 비전을 상정해 이를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구현해나갈 것인가를 기술한다. 이 과정에서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들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지적, 물적 능력을 보완시켜 고도화된 인간들이 좀 더 포용적인 시스템에서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무튼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고도의 기술개발은 분권화 트렌드를 초래하고 이는 개개인의 삶을 더욱 높은 질로 보답할 것이 분명하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으로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 상품과 서비스를 디자인할 수 있음과 함께 3D프린터를 이용해 '대량맞춤'까지도 가능해짐에 따라 더욱 싼값에 이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이런 혁신은 비단 경제나 정치 분야 뿐만 아니라 의료서비스, 교육서비스 등 사회 전반에 고루 파급된다. 그러나 이러한 분권화 추세가 얼마나 지배적이 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현재 우버, 구글, 페이스북 등 소수의 플랫폼 독점 기업이 참여, 지배력을 행사하면서 초과 이윤을 확보하는 시스템을 보임에 따라 사실 많은 걱정과 비판이 존재한다.
디지털 정치
핵심 의제는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들이 가진 양면성, 즉 '디지털 분권화의 가능성'과 그에 반대되는 '새로운 지배와 중앙집권의 가능성'이다. 이를 정치적 차원에서 보면, 블록체인 기술은 분산된 자율조직을 도입해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거버넌스의 수립을 기대하게 하는 반면, 지배와 감시를 증가시켜 기성 권력의 지배 메커니즘을 강화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인공지능이 확산하면서 알고리즘의 사회경제적 활용이 증대하는 가운데 인공지능의 명령어인 알고리즘이 차별적이고 편향된 데이터 입력에 의해 정치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알고리즘이 내리는 자동화된 의사결정에는 우선순위 결정, 분류, 관련짓기, 필터링 등의 과정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이러한 과정이 단순히 중립적인 기술과정이 아니라 인간이 개입하는 편향적인 과정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인공지능 기술의 영역도 본질적으로 차별적인 정치공간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인공지능을 어떻게 다스릴 것이냐의 문제, 즉 거버넌스의 문제가 제기된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이 거버넌스의 주체가 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 말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의 통제를 확보함으로써, 더 나아가서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함께 어우러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떠한 종류의 거버넌스를 구축할 것인가의 문제가 관건이다.
새로운 경제 생태계
최근 등장하는 디지털 소호는 단순히 수급을 연결하는 차원을 넘어 다른 소호들을 연결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온라인 전자상거래로는 최초로 저녁 11시까지 주문하면 익일 아침 7시까지 배송하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놀라운 것은 창업 3년 만에 월매출 100억 원을 돌파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자극받은 신세계, 쿠팡 등도 신선식품 새벽배송에 진출하고 있다.
이 사업의 생명은 콜드체인시스템이다. 때문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또한 수요에 있어서 최적의 물량 확보가 중요하다. 이윤 극대화 때문이다. 그런데, 마켓컬리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수요 예측에 활용, 이 문제를 해결했다. 마켓컬리는 빅데이터를 통한 수요 예측으로 상품 폐기율이 1%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런 콜드체인과 수요예측에 의한 당일 배송은 타업체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마켓컬리의 가장 차별화된 경쟁력은 '큐레이션 서비스'다.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대기업의 기성제품이 아닌 동네 소호의 제품을 소개한다. 상품기획자가 전국의 음식점과 농가들을 찾아다니면서 이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소개된 대표적인 소호는 미자언니네, 정미경키친, 리치몬드제과점 등 다양하다.
또 마켓컬리의 상품은 제품 1개당 최대 3개의 브랜드만 유지하고 있다. 70여 가지 항목을 엄격히 심사해서 이를 통과한 제품만 직접 구매해서 소비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재고 부담을 크게 줄여 가격 인하를 다렁했다. 반면에 쿠팡이나 11번가 등의 오픈마켓에서는 판매자가 각각 다른 수십 종류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도 마켓컬리가 새벽배송에서 앞서 나갈지를 지켜볼 일이다. 신세계까지 이 사업에 뛰어들었으니 말이다. 과연 흑자 사업인지 궁금증이 생긴다.
지속가능한 경제 생태계를 위한 과제
실업지원에서 창업장려로 전환
플렛폼 독점에 의한 불공정 계약을 알고리즘형 공정경쟁으로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는 사회적 부의 재분배와 교육 강화
한편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직업은 인공지능과 로봇에 의해 미국에서만 약 47%가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한다. 또한 인공지능과 로봇이 향후 10년간 인간의 일자리 7500만 개를 빼앗아 많은 사람들이 긱이코노미의 일원이 되어 프로젝트성 일에 종사하게 되지만, 소수의 슈퍼개인이나 디지털 소호들은 시장에서 절대적 위상을 확보하는 생태계가 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강화된 개인이 역량을 발휘하고 디지털 소호가 활성화되는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사회적 부의 재분배 시스템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고소득 디지털 소호에 대한 세금 부담을 상향 조정하고, 최저생계비를 대체할 최소생계 과업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일반 대중이 언제든 소호 창업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 분권화는 이미 진행중이다
이밖에도 책은 미래 한국형 일자리, 미래 금융 시스템, 한국의 미래 교육, 한국의 미래 헬스케어, 한국의 미래형 도시 등에 관하여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일자리에 있어선 포괄적 사회안전망 제도의 확충과 단기 특수계약 근로자로의 전환을, 금융에 있어선 암호화폐에 대한 정책조차 제정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샌드박스 제도와 네거티브 규제의 도입과 함께 전문가 양성에 나설 것을, 교육에 있어선 학생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학습을 디자인할 수 있는 하이테크를, 헬스케어에 있어선 환자별 맞춤 의료 서비스를, 스마트리빙에 있어선 도시의 변화 사례들을 분석해 우리 현실에 도입함으로써 도시 인구과밀화와 집값상승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모든 이에게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