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발견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는 조금 달랐다. 도쿄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인 무지와 츠타야로 시작해보자. 두 브랜드 모두 우리가 ‘생활에서 사용하는’ 분야를 다루면서도 자신들의 업을 독특한 관점으로 새롭게
정의했다. 이들이 매력적인 이유는 업을 정의하는 방식과 그 일관성에 있다. - ''업'을 새롭게
정의하다' 중에서
라이프스타일의
제안
이 책의 저자
정지원은 아이덴티티 기획, 브랜딩,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등을 두루 경험하면서 브랜드 기획자로, 브랜드 크리에이터로
살아왔으며, 현재는 브랜드의 맥락을 설계하고 이를 매력적으로 표현하는 제이앤브랜드를 창업해 다양한 산업의 브랜딩
이슈들을 남다른 시각으로 풀어내고 있다. 저서로는 <맥락을 팔아라>, <어바웃 브랜딩>, <히트상품을 만드는 브랜딩
트렌드 30> 등이 있다.
공저자인
정혜선은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에이전시 인터브랜드에서 브랜더로서의 기틀을 다지고, 이후 스톤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로
적을 옮겨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으로 고민의 폭을 넓혔고, 지금은 이마트 브랜드전략팀에서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함께하는 브랜딩을 설계하고
있다. 또 다른 공저자 황지현은 브랜드 컨설팅 회사 브랜드메이저, 메타브랜딩, 그리고 SK텔레콤에서
브랜드를 만들고 키워 왔던 소문난 브랜드 덕후로, 마케터가 탐구해야 할 3대 브랜드로 애플, 도쿄 그리고 방탄소년단을
꼽는다.
책은
화和, 본本, 합合, 외外, 호好 등 5개 파트로
구성되었는데, 어떤 사람을 모여들게 하고 싶은가? CD 없이도 음악에 접속할 수 있고, AI가 플레이리스트를 짜주는 시대에 카세트테이프 숍이
주목받는 이유는? 일단 소비자의 발길을 붙잡았다면, 그다음에는 또 어떻게 머물게 할 것인가? 넘쳐나는 재화와 서비스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브랜드들은 이제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화두를 꺼내든다.
도쿄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무지의 철학은 심플하고 단순한 삶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한편 츠타야는
서점을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곳'으로 재정의했고, 이처럼 스스로 정의한 고객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서점에서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면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다.
무지가 호텔로 확장되고 츠타야가
아파트로 확장되는 것을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말해온 라이프스타일의 범주가 이미 호텔이나 아파트보다 훨씬 더 넓었기 때문이다.
즉 수납용품을 판매하던 무지가 호텔을 만들고, 음반과 책을 팔던 츠타야가 아파트를 제안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은 그런 일들이 단순한 시장
확장이 아니라 그 브랜드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충성 고객들을 중심으로 한 확장이었기
때문이다.
라이프스타일이 거의
동질화된 시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해당 카테고리를 장악하고 있는 매출 1위 브랜드를 선택하지만, 지금처럼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화된 시대에는 인지도나
인기가 아니라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기준으로 브랜드를 선택하게 된다. 특히 지금 소비의 중심이 된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들에게 '변화된 가치와 라이프스타일에 합당하느냐'라는 점은 소비에서
매우 중요한 조건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편견이 없는 세대, 그리고 가장 먹을 것이나 기호에 돈을 많이 쓰는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에게 무언가를
팔아야 하는 시대에, 더 깊어지는 도쿄의 라이프스타일에 집중해보자.
트렁크 호텔의 브랜딩이 성공한 것은 지역 문화와 딱
맞아떨어지는 타당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밀레니얼세대를 겨냥한 커뮤니티 상업 시설, 라이프스타일 호텔, 혹은 그러한
'공간'을 제공하는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 트렁크 호텔처럼 공간을 중심으로 사람을 모으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면, 고객들의 시공간에 어떤
거부감도 없이 자연스럽게 융화되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지극히 타당하되 브랜드의 본질에 충실한 메시지를 설계하고 시공해야 할
것이다.
"트렁크 호텔은 호텔
안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친환경적이며 사회공헌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호텔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즐기며 투숙객들은 어떤 부담도 없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게 된다"
패셔너블, 현재를
캐치하는 능력
최근
루이비통은 무선 이어폰을 출시했다. 이런 행보가 가능했던 것은 패션 비즈니스에 대한 루이비통의 정의에
있다. 루이비통이 생각한 패션 비즈니스는 옷을 파는 것이 아니라 '현재 가장 패셔너블하고 트렌디한 무언가를 파는
것'이었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이다.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는 가장 핫한 물건은 당연히 디지털
액서서리다.
루이비통뿐만이 아니다. 지금 뭔가 가장 잘한다는 브랜드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변화의 시대에 변화가 시작되는 예민한 지점을 짚어내고 이를 현재의 언어, 시각, 문화적 언어로 해석하고 소화하는 것 말이다.
성공하는 마케팅의 핵심은 바로 '현재성'이다. 변화의 속도나 강도가 어 어느 시기보다도 남다른 지금,
우리들이 지금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지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날카로운 판단이 수반되어야 한다.
단 하나 불변의 진리는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이다. 변화를 마주할 때는 낙관도, 비관도 아닌 실체를 정확히 바라보려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호텔 코에나
스트라이프 인터내셔널의 CEO 이시카와에게 더 관심이 가는 이유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잘 판단하고 현재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왜 인기인지 고민해, 여력이 된다면 직접 한번 해보는 것. 물론 그 시도가 모두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도해보기를 권한다. 왜? 그의 말처럼, 가만히 있으면 죽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변화된 고객에
집중하라
'마트의 미래가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이런 어리석은 질문은 이미 기존 유통의 '프레임'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지금 1인 가구를 사는 20대의
라이프스타일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고령층에게도 충분히 먹을거리나 즐길 거리가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또
고객을 집단으로 바라보는 것도 위험하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취향을 맞추고 만족시킨다고 생각할 때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는 새로운 기회를
맞게 된다. 문제는 고객의 변화이고, 이 변화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 상품이다.
변화된 고객을 읽고 이해하는 것,
그리고 상품에 반영하는 것이야말로
오프라인 매장이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다.
의복이 인식을 바꾼다
워크웨어 슈트는 의복이 옷을 입은 당사자는 물론 타인의 인식까지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작업복을 남에게 보이기를 꺼려하는 일본의 현장 근로자, 서비스직 근로자들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그러나 복장 하나만으로도
부족했던 자신감을 살리리 수 있고 타인의 시선에서 당장해질 수 있다면 바꿔야 할 충분한 이유가 마련된 셈이다.
오아시스 라이프스타일 그룹의 계열사인 오아시스 솔루션의
주요 사업은 수도 공사와 점검이다. 이들의 업무는 주로 야외에서 진행되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먼지나 분진에 노출됨에 따라 온통 뒤집어쓰기
마련이다. 파열된 수도관에서 새는 물로 작업복이 젖는 일은 예사다. 최근 잦은 지진은 오아시스 솔루션과 같은 청소, 설비, 건설업에 더 많은
현장 인력이 필요해졌다. 이에 오아시스는 문제 해결을 '작업복'에서 찾았다. '슈트를 작업복으로
한다'는 컨셉을 정립했다.
마케터는 단순히 문화를 넘어 당사자의 인식까지 세심하게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오아시스 라이프스타일 그룹이 이용자의 일상과 업무 공간 모두에 워크웨어 슈트를 녹여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사소한 불만의 목소리도 허투루
보지 않는 세심함 덕이었다. 고객이 가진 불만의 본질을 제대로 들여다볼 때 비로소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
콜라보를 잘하는 집의
비결은 디테일과 스피릿
빔스는 콜라보가 뭔지도 모르던 시절부터 콜라보를 해온
브랜드다. 이들은 나이키, 아디다스 등의 브랜드와 초창기부터 협업을 해왔다. 당시엔 콜라보라는 개념도 용어도 없던 시절이었지만 빔스는 해당
브랜드의 디테일을 잘 이해하고 있었고, 이를 디자인에 반영해줄 것을 구체적으로 요청했기에 협업이 가능했다.
빔스의 CEO 시타라
요의 말에 따르면, 빔스 컬래버레이션의 중심에는 '스피릿'이 있다. 일본 철학에는 형태를 가진 모든 것에는 스피릿, 즉 정신이
깃들어 있다는 믿음이 있는데, 이는 곧 형태 안에 정신이 들어오게 하려면 형태부터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연결된다. 제품은 컬래버레이션을 하는 브랜드의 정신이 깃드는 장소라는 뜻이다.
단순히 브랜드 로고나 컬러만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정신에 걸맞은 형태와 재질을 선택해야 비로소 컬래버레이션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컬래버레이션이 좋은 컬래버레이션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빔스가 제시한 키워드,
디테일과 스피릿에서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