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지 않고서야 - 일본 천재 편집자가 들려주는 새로운 시대, 일하기 혁명
미노와 고스케 지음, 구수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7월
평점 :
일시품절


대중이 열광하는 콘텐츠란, 골똘히 생각해보면 특정한 어느 한 명에게 강력히 가닿는 콘텐츠다. '30대 영업사원을 위한 비즈니스 서적'처럼 대충 뭉뚱그려 잔재주를 부리는 마케팅으로는 책을 팔 수 없다. 어느 한 명의 영업사원이 점심으로 무엇을 먹는지, 닭튀김 정식인지, 편의점 도시락인지 철저하게 상상하지 않으면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킬 책을 만들 수 없다. 극단적일 정도로 어느 한 개인을 위해 만든 것이 결과적으로 대중에게 퍼져 나간다. 사람들이 매일 무엇을 느끼는지 냄새 맡는 후각은 앞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힘과 더불어 온갖 종류의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데에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 '들어가며' 중에서

 

 

미쳐야만 성공한다

 

책의 저자 미노와 고스케는 1985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와세다대학 제1문학부 졸업 후, 2010년 후타바샤 출판사에 입사해 패션 잡지의 광고영업부에서 제휴와 상품 개발 등을 담당했다. 광고영업부에 적을 둔 채로 잡지 <네오힐즈 재팬>을 창간해 아마존 재팬 종합 순위 1위를 달성했다. 2014년 편집부로 이동해 <전설이 파는 법>(겐조 도루), <역전의 업무론>(호리에 다카후미)을 편집했다.

 

이후 겐토샤로 이직해 2017년 'NEWSPICKS BOOK'을 설립하여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다동력>(호리에 다카후미), <MONEY 2.0>(사토 가쓰아키), <일본 재흥 전략>(오치아이 요이치),  <인생의 승산>(마에다 유지) 등을 편집했으며 창간 1년 만에 100만 부를 팔아치워 '일본을 대표하는 천재 편집자'로 불리게 됐다. 현재 1,3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일본 최대급의 온라인 살롱 '미노와 편집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기존 편집자의 틀을 뛰어넘어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 편집하고 있다.

 

지금 세상은 하루가 다를 정도로 급변하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생겨나고 이에 발맞춰 사람들의 행동도 바뀜으로써 사회 또한 함께 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이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바는 바로 이와같은 이노베이션 현상이 점점 더 많이 그리고 확대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변화가 심해진다면 미래 자체를 예측하기가 힘들어 진다. 그래서 저자는 이런 시대엔 정답이 없으므로 뭐든 부딪혀 보라고 주문한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제1장(혼돈 속에 뛰어들어라)은 '생각하는 법'을, 제2장(자신의 손으로 돈을 벌어라)에선 '장사하는 법'을, 제3장(이름을 팔아라)에선 '개인을 세우는 법'을, 제4장(손을 움직여라)에선 '일하는 법'을, 제5장(유착하라)에선 '인간관계를 만드는 법'을, 마지막으로 제6장(편애와 열광으로 승부하라)에선 '살아가는 법'을 우리들에게 각각 제안한다.

 

 

 

 

사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미쳐야 산다'라는 주제어는 과거 선현들의 가르침 속에도 있었다. '불광불급不狂不及', 즉 '미쳐야만 비로소 미친다'고 했다. 어떤 분야든 그 분야에 미친듯이 깊이 빠져들어 최고의 장인이 되어야 비로소 그 분야에서 성공하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그런 의미이다. 아마도 선현들이 살았던 그 시대에도 변화의 속도는 나름 빠르지 않았을까?

 

 

재미있는 잡지를 론칭하다

 

인터넷 비즈니스로 큰 돈을 벌어 고급 타워 맨션에 살며 고급 차와 명품 브랜드로 치장하는 신흥 부유층을 일본에선 '네오힐즈족'이라고 말하는 모양이다. 지금 이 순간 나는 희대의 사기꾼으로 판정받고 검찰에 구속된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을 떠올린다. 책에서 거론하는 요자와 츠바사와 청담동 슈퍼리치 이희진은 마치 평행이론처럼 닮아있기 때문이다.

 

"3천만 엔을 주시면 재미있는 잡지를 창간해 책임편집장 자리를 드리겠습니다"

 

텔레비전을 통해 요자와의 존재를 알게 된 일본의 천재 편집자인 저자는 마치 먹잇감을 만난 맹수로 돌변, 만남의 자리를 갖고서 상대에게 이런 제의를 하고 즉석에서 승낙을 받는다. 롯폰기 힐즈에 살면서 롤스로이스 팬텀과 페라리를 번갈아 타고 다닐 정도로 TV에 방영되었으니 이 정도의 투자는 가능하다고 저자는 판단했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에 요자와는 이미 '사기꾼, 범죄자'라는 정보가 돌고 있었으니 저자의 상사는 그런 위험한 돈을 받을 수 없다고 나무란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상사를 설득하여 기어코 잡지의 론칭을 성사시킨다. 그리고 이런 기획에 동참할 전문가와의 협업도 어렵사리 동의를 이끌어낸다. 사실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었을 것 같다. 뭔가가 틀어지기라고 하면 그는 허풍쟁이로 변해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테니 말이다. 도박이란 이런 식으로 진행되기에 당사자는 짜릿한 쾌감을 맛보게 된다. 도덕성은 뒷 전이고 말이다. 

 

"누군가에게 허락을 구해가며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사람은 없다. 안전, 안심을 파괴하라"

- 톰 피터스/경영 컨설턴트

 

아무튼 <네오힐즈 재팬>은 완성되어 발매를 앞두게 된다. '호사다마'라고 발매 당일 요자와의 검찰 송치 소식이 속보로 흘러나왔다. 전속 운전사를 폭행한 혐의였다. 책임편집장을 맡은 잡지가 창간일에 폐간할지도 모른다는 기사가 연속해서 인터넷에 등장하고, 텔레비전에서도 보도 기사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이때 저자는 이를 '노이즈 마케팅'으로 승화시켜 끝까지 추진한다. 결과는 대만족, 3만부가 완판되었다. 이후 그는 편집부로 이동, 출판계의 풍운아인 겐토샤의 사장 겐조 도루를 다루는 단행본 <전설이 파는 법>을 추진하게 된다.

    

주변에서는 "단행본을 만들어본 적 없는 사람이 겐조 씨의 책을 만드는 건 너무 위험하다",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출판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라고들 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처음부터 실패할 거라 생각하고 싸우는 바보가 어디 있단 말인가. 결과적으로 겐조 도루와 함께한 나의 첫 단행본은 누계 12만 부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 '안심을 파괴하라' 중에서

 



'왕은 벌거벗은 원숭이'라고 떠들어라

 

규칙이나 관습은 변하기 마련이다. 그 시절의 실정을 고려하기에. 하지만 소위 '꼰대'들은 마냥 옛 관습을 지키고 싶어한다. 그래서 '보수保守'라는 말이 나온다. 물론 이 말은 상당히 문제가 있는 표현이다. 흑백논리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상사들은 자신들이 걸어왔던 길을 걸으면 편하기 때문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게 당연할 것이다. 그런 반면, 젊은 사람들의 눈에는 영 맘에 들지 않는다.

 

이에 저자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회사원으로서 조직생활을 하다보면 자신이 모시는 상사나 거래 기여도가 큰 거래처로부터 무의미한 요구사항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다. 말하자면 '갑질'이다. 그런데, 이를 계속 수용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게 규칙이자 관습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의 해법을 들어보자.

 

"하지만 자신에게 세 번 거짓말하면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다"



회사원은 노예가 아니다

 

사기업이 취업 규칙으로 부업을 금지하는 것은 의미 없는 짓이다. 당연히 법률은 부업 금지를 인정하지 않는다. 생각을 해보자. 회사는 사원의 인생을 통째로 책임져주지 않을 뿐더러, 갑자기 연봉이 크게 깎이거나 권고사직 또는 명예퇴직을 당할 수도 있다. 또한 자신의 생계를 맡긴 회사가 내일 망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사원을 노예처럼 여기는 회사라면 버려야 한다. 근무시간 외에 개인적인 시간까지 속박하는 것은 일종의 권력남용인 셈이다.

 

열심히 아르바이트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정규직 사원으로 뽑힌다는 생각은 연공서열과 종신 고용이 가능하던 시절의 케케묵은 발상이다. 아예 그런 생각을 버려야 한다. 사양길인 출판 업계에서 아저씨들의 등만 바라보며 순서를 기다리다간 회사와 함께 침몰해버릴 뿐이다. 시대감각이 무딘 사람은 애초에 편집자와 어울리지 않는다. 완전히 새로운 규칙과 질서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살아갈 인간에게 요구되는 일이다. 

회사의 눈치만 살피는 적당주의자가 되어선 곤란하다. 그렇다고 회사에 크게 기여하는 바도 없으면서 무조건적으로 '반골' 기질을 발휘해 회사일에 태클을 걸어서도 안된다. 자기 자신이 새로운 현상을 일으키는 인간이 되려면 그에 합당한 결과를 남기는 동시에 스스로 전설을 만들어야 한다. 노력의 결과로 구축한 '브랜드'에 비로소 사람도, 돈도 따라온다. '미노와가 편집한 책이라면 믿고 살 수 있어'라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명확하게 답할 수 있는 인간이 돼라.

자신의 이름을 팔아라"

 

 

팔리지 않는 책을 만들어도 좋다(?) 

이렇게 낭만적인 생각을 하는 편집자들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소속된 회사에 엄청난 민폐를 끼치면서, 즉 적자를 발생시키면서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들면 된다'라는 것은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는 유치한 발상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단호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 "그럴 거면 본인 돈으로 하라. 그런 사람이 만드는 책은 대개 재미도 없다"라고 말이다. 

 

왜냐하면 이런 부류의 편집자는 남다른 각오가 없기 때문이다. 각오가 야물지 못한 사람의 콘텐츠는 대체로 느슨한 편이다. 이는 비즈니스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생긴 현상이다. 즉 비즈니스로 하는 일이 돈을 벌지 못하면 이는 언젠가 종말을 맞이한다. 이는 진리이다. 그렇다. 진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만들어 자유롭게 살고 싶다면, 숫자와 싸워서 이겨야 한다. 이에 대해 편집자로서의 저자는 자신의 의견을 이렇게 밝힌다. "이 책을 통해 의식이 달라진다. 시각이 달라진다. 행동이 달라진다. 이런 체험까지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위험 따위 없다. 모든 성공도, 실패도 인생을 장식하는 이벤트에 불과하다.

미래는 밝다.

바보가 되어 날아올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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