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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부동산 경험치 못한 위기가 온다 - 큰 판을 읽으면 기회가 보인다
이광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9년 4월
평점 :
이 책 저자 이광수는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과 건설회사를 분석한다. GS건설을 다녔고, 한때 집에서 살림을 하기도 했다. 그는 2013년 부동산 시장이 우울할 때 "집을 사야 한다"는 내용의 리포트를 쓰고 비난받은 바 있다. "너나 사라"는 비아냥을 가장 많이 들었다. 그 이후 집값은 얼마나 올랐는가?
2018년에는 <흔들리지 않는 부동산 투자의 법칙>이라는 책을 썼다. 당시 서울 집값이 폭등할 때 강남 집을 팔라고 했다가 또다시 욕을 엄청 먹었다. 40만 명 넘게 읽은 인터뷰 기사에 달린 댓글 중 가장 상처받은 말은 "믿음이 안 가게 생겼다"라는 말이었는데, 외모까지 대입시켰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강남 아파트 시장은 어떠한가? 그는 애널리스트로서 누군가 막막한 길을 갈 때 나침반이 되어주고 싶은 사람이다. 그게 비록 단 한 명일 지라도. 그래서 다시 책을 썼다.
결론은, '집값 하락'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집값은 더 빠질 것이고 시장 역시 더더욱 위축될 가 능성이 크다. 투자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높아진 가격과 커진 빚이다. 높아진 가격은 속도의 문제고 커진 빚은 인내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부 동산도 마찬가지다. 리스크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속도와 인내심을 파악 하는 게 중요하다. 수요와 공급은 가격을 결정하지만 속도와 인내심은 리스크를 결정한다. 투자에서 가격은 기회로 읽힐 수 있으나 리스크는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속도와 인내심 차원에서 2019년 대한민국 부동산은 위기다. 리스크 가 커졌기 때문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빠른 가격 상승과 부동산 담 보대출 증가는 위험을 확대시켰다. 확대된 리스크는 변동성을 키울 것이 다. 이후 가격 하락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무릇 자산의 가격에 거품이 낀다면 언젠가는 적정한 수준의 가격이라는 제자리 찾기가 발생한다.
나의 사견으로는 지나치게 상승된 거품은 언젠가는 가라앉기 마련이므로 가격 현실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속도이다. 여기엔 사람의 심리가 반영되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결국은 국내 경기가 지속적으로 침체 분위기 속에 걷게 된다면 남보다 빨리 정리하려는 심리가 준동할 수 있으리라 본다. 상환 여력을 초과하는 담보대출을 안고 있다면 '투매' 현상도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집값은 단순한 수요공급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가구수나 임금이 증가하다가 2~3년 만에 갑자기 줄어드는 건 재앙급의 엄청난 이벤트가 없으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주택 시장 변동 요인을 꼼꼼히 살펴보면 수요가 갑자기 변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2009년에는 수요가 증가해서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거래량이 증가했는데, 1년 만인 2010년에는 주택수요가 갑자기 감소하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거래량이 떨어졌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2~3년 만에 주택수요에 영향에 미치는 인구, 가구, 소득이 갑자기 바뀐 걸까?
주택공급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주택공급은 아파트의 총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공급이 원인이 되어 주택 가격과 거래량이 변동된 시점과 주택분양 및 입주물량 증감은 다르다. 최근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가격 상승과 거래량 감소의 이유는 공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급(분양물량, 입주물량) 총량은 지속 증가했다. 입주 아파트는 지속 증가했다. 결국 단기간 주택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수요와 공급은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샹각하는 그런 수요와 공급이 아닐 수 있다. 그럼 뭔가? 바로 투기수요인 것이다.
사적私的 대출 '전세'에 유의하라
전세금을 사적 대출이라 생각하면, 가계부채처럼 빠르게 증가한 속도가 문제될 수 있다. 매매가격 대비 전세 비율은 2013년부터 빠르게 상승했다. 전세금 상승은 그만큼 전세를 통한 주택자금 대출 비율이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전세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아직 숫자는 미미하지만 전세 보증금 반환 보증 사고 세대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자료에 의하면 2018년 9월까지 전세 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자 중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는 234건이었으며 미환수 보증금은 487억 원으로 나타났다. 2015년 1억 원, 2016년 34억 원, 2017년 75억 원과 비교하여 미환수 보증금이 급증하고 있다.
우리는 확증편향의 노예
"사람들이 가장 잘하는 것은 기존 견해가 온전하게 유지되도록
새로운 정보를 걸러내는 일이다"
이는 현존하는 최고 투자자 워런 버핏의 말이다. 또 이와 비슷한 말로는 창조적 천재로 평가받는 로마인 카이사르도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라고 했다. 이처럼 우리들은 위기를 기회로 잡기 힘든 이유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자기 생각을 확증하는 증거를 선택적으로 탐색하고 생각에 반대되는 증거는 무시하는 행동 편향성)의 노예가 되었기 때문에 위기를 기회로 잡기 힘들다.
부동산 가격에서 싼 가격은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너도 나도 팔려고 할 때 나타난다. 특히 투기공급이 줄어들면서 매도 물량이 증가할 때가 가장 싼 가격이다. 절대 가격보다 가격을 형성하는 공급과 수요 변화에 주목하면 싼 가격으로 부동산 투자가 가능하다. 매도 물량이 증가하면 집값이 급락하고 거래량이 회복세를 보이게 된다. 집값이 떨어지는데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다면 시장 가격은 충분히 싼 가격일 수 있다.
꾸준히 거래가 되고 있는가?
거래가 빈번해야 한다. 거래는 변화를 이야기한다. 부동산 투자를 다른 투자 상품과 비교했을 때 단점은 환금성이 낮다는 것이다. 따라서 더더욱 환금성을 가장 중요한 선택 사항으로 고려해야 한다. 환금성마저 높은 부동산이라면 가치가 배가 될 수 있다. 고령 세대가 부동산에 투자할 때 집중하는 투자는 아파트다. 부동산 중에서 아파트가 가장 환금성이 높기 때문이다.
거래량은 환금성뿐만 아니라 안정성 차원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많은 사람이 거래하는 자산은 일종의 공인효과가 있다. 형성된 가격에 대해 신뢰를 가질 수 있다는 말이다. 부동산의 경우 담합을 통해 거래 가격이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한두 채 거래가 되었다고 이 가격이 대표성을 가질 수는 없는 법이다. 메뚜기 한철이 아니라 꾸준히 거래가 이루어졌을 때 기회를 포착하는 게 좋다.
과잉반응 경계하면 기회가 보인다
변화 시그널를 찾기 위해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개인의 경험이나 위치에서 좋은 것만 취하려는 체리 피킹(Cherry Pickining)을 피해야 한다. 체리 피킹은 데이터에 기반해 해석하는 전문가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신의 의견에 맞는 데이터만 보다 보면 변화의 바람을 절대 느낄 수 없다. 투자자들은 데이터 해석을 특정 전문가에만 의존하지 않고 폭 넓게 접근하고 공부해야 한다.
"바람은 촛불을 꺼뜨리지만, 모닥불은 살린다"
-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안티프래질> 중에서
과잉 반응을 경계해야 한다. 변화 시그널을 인지하면서 지나친 반응을 경계해야 한다. 현상에 대한 과잉 반응은 특히 변화가 처음 일어날 때 또는 예상치 못한 변화가 일어날 때 발생한다.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다가 혹시라도 조금 빠지면 언론, 전문가들은 난리가 난 것처럼 반응한다. 변화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자세는 안티프래질(충격을 가하면 더 좋아진다)이다. 변화를 적극적으로 해석, 이용해야 한다.
세금, 3기 신도시, 그리고 문재인 정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억제책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한 세금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공시지가가 현실화되면서 세금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보유세는 투자 수익률을 낮춰 투기공급을 부추길 수 있다. 어차피 부동산 세금은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이와같은 불확실성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정부는 규제책과 함께 물량 공급이라는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했다. 수도권에 30만 호 공급이 예정되어 있다. 지역을 떠나 향후 서울에 근접한 아파트 공급 증가는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이런 부동산 정책은 실정失政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상승한 이유는 집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투기수요와 매물 감소가 주요 원인이다. 따라서 투기수요가 감소하고 매물이 증가하면 집값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집값이 하락할 때 신규 아파트 공급이 증가하면 시장 불확실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 이에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새로운 신도시 계획을 우려하는 이유다.
아무튼 부동산 시장에서 정부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짧게 보면 무력해 보이지만 정부는 법과 규칙, 규제, 세금을 통해 부동산 시장을 의도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정부 규제를 비난하기보다 정해진 운동장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나 도한 노무현 정부 시절에 이미 이런 경험을 했다. '악법도 법이다', 투자에서 이기는 길은 싸울 대상을 잘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 때 지켜야 할 원칙
예측하지 말고 행동하라
큰 판을 읽어라
사이클을 공부해라
겸손해라
확률론적 사고를 가져라
흐름을 통해 판단해라
실제 투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고령화, 저출산, 저성장 등등 지금 한국 경제는 온통 부정적인 단어가 지배하고 잇다. 그래서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하지만 과거에도 늘 그랬다. 본디 다가오는 미래는 항상 두렵고 불안한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걱정만 하지 말고, 무언가를 실행해야 한다. 바로 투자다. 반드시 돈이 투입되는 그런 투자를 말하는 게 아니다.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관심을 갖고, 심신을 건강하게 하는 일이 투자다. 그래야 기회가 보이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