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디자인 1 지식을 만화로 만나다 1
김재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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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캐리커처>라는 제목을 달고 이 책의 초판이 세상에 나왔을 때만 해도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할 얘기가 참 많았다. 우리 사회의 놀라운 학습 능력은 짧은 기간에 디자인을 보고 읽는 방법을 체화했고 세세하고 전문적인 영역에서 다루어진 것들까지 대중의 눈높이로 끌어내렸다. 예전이 디자이너들에게 좋은 시절이었다면 지금은 소비하던 대중이 생산과 설계까지 주무르는 전혀 다른 양상의 좋은 시절이다. 이 좋은 시절에 <디자인 캐리커쳐>는 <더 디자인>으로 개명을 하게 되었다. 이제까지의 디자인이 언제 누구에 의해 어떤 모양으로 명멸했는지를 더듬는 회상이 될 것 같다. - '서문' 중에서

 

 

디자인은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

 

이 책의 저자 김재훈텍스트를 흥미로운 만화로 재가공하는 데 탁월하기로 정평이 난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겸 저술가다. 서울여대와 홍익대에서 일러스트레이션과 글쓰기 강의를 맡기도 했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광고 일러스트, 애니메이션 미술감독 등의 일을 했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을 거치면서 글과 기호로만 이루어진 지식을 만화라는 매체에 갈아 태우겠다는 목표로 지식만화의 세계를 넓혀가고 있다. 저서로 <어메이징 디스커버리>, <플레이>, <과학자들>, <라이벌> 등이 있다.

 

이 책은 2010년 처음 출간되어 현대 문화사의 흐름 속에서 디자인의 역할과 의미를 짚어주었던 <디자인 캐리커처>의 개정증보판이다. 디자인에 대해 알고 싶지만 마땅한 입문서가 없어 고민하던 독자의 눈높이와 시대의 흐름에 맞게 내용을 수정, 정보를 업데이트했으며 유의미한 챕터들을 추가하여 보기 쉽게 재편했다.

 

출판사 21세기북스가 새롭게 런칭하는 '지식을 만화로 만나다(이하 지식만만)'궁금하지만 따로 시간 내어 공부하기는 어려운 지식을 만화로 알려주는 어른을 위한 지식교양만화 기획이다. 이 시리즈의 첫 권이 바로 <더 디자인>이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 누구나 이 시리즈를 통해 단시간을 투자해 상식을 넓힐 수 있다는 기본 취지에 맞게 이 책은 현대 문화사라는 생소한 분야를 디자인이라는 익숙한 주제로 입문하도록 돕는다.

 

책은 브랜드, 패션, 디자이너, 아키텍처, 퍼니처, 라이팅, 카, 에어크래프트, P.S 디자인 등 아홉 파트로 구성되었는데, 디자인 경영의 애플, 한국 자동차 산업의 분수령이 된 포니의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 아이 러브 뉴욕(I♥NY)의 디자이너 밀턴 글레이저 등등 생생한 현대 디자인 역사를 만날 수 있다. 또한, 디자인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들어본 적 있는 메이커의 뒷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애플의 디자인 경영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CEO로 재직하던 시절, 애플의 신화는 곧 디자인의 승리라고 말할 수 있다. 당시 애플의 대표 디자이너는 조너선 아이브로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등 애플의 대표적 제품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애플의 심볼인 사과 이미지를 만든 이는 그래픽디자이너 롭 제노프였는데, 최초의 심볼은 무지개색의 사과였다고 한다. 현재의 심볼은 계속 업그레이드된 결과물인 셈이다.

 

애플 마니아들은 애플의 제품을 단순한 기계가 아닌 '문화'라고 말한다. 한입 떼어져 나간 사과를 통해 사람들은 문화의 싱싱하고 새콤한 맛을 한껏 즐기고 있다. 이것이 바로 경영의 귀재로 불리는 스티브 잡스가 노린 애플의 이미지 전략이다. 그는 애플이 미래에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기술에 걸맞는 감성적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굿 디자인이 굿 비즈니스다"

 

신제품의 디자인 과정에선 다양한 계층의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요구를 받게 된다. 예를 들면, 알뜰 소비자는 새로 출시되는 제품은 이것저것 다 되면서 가격은 저렴하길 원하지만 엔지니어 입장에선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디자인은 아예 사절이다. 나아가 회사의 사장은 경영 실적의 개선을 위해 주구장창 원가 절감만 외친다. 이런 이해관계자들의 요청을 모두 반영한다면 볼품 없는 디자인의 제품이 나오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애플 디자인 팀은 '아이팟'이라는 불세출의 디자인 제품을 탄생시켰다. 결국 대중들은 다소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이 제품을 선택했다. 훌륭한 디자인을 위해서라면 꼭 필요한 것마저 빼버려야 함을 보여준 사례이다.

 

 

 

코코 샤넬의 패션디자인

 

12세에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에게 버림받아 고아원에 맡겨진 소녀는 나중에 역사에 길이 남을 디자인계의 레전드로 성장한다. 이 소설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코코라는 별명을 가진 가브리엘 샤넬이다. 그녀는 여성 패션의 패러다임을 바꾼 인물이다. 샤넬 이전의 패션은 사회적인 관습과 통념에 따라 여성들이 활동하기에 매우 거추장스러운 옷을 입어야만 했다.

 

샤넬은 여성들에게 편한 옷차림으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권리를 찾아주었다. 즉 주머니가 달린 가벼운 차람의 재킷, 양손을 자유롭게 해준 숄더백, 다리를 자유롭게 만들어준 치마 길이 등 그녀가 만든 옷과 여러 잡화 등의 스타일은 '토털룩'이라 불리는 현대 여성복의 기초가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수많은 제약으로부터 여성을 해방시킨 '혁명가'라고도 말한다.

 

 

 

이밖에도 책은 마시는 문명 코콜라, 리바이스 청바지,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현대차 포니 쿠페의 디자인, 프랑스의 콩코드 비행기 등에 얽힌 디자인 이야기들을 연이어 펼친다. 20세기아 21세기에 탄생한 대표적인 디자인과 이를 디자인한 다자이너의 이야기를 만화로 유쾌하게 그려낸다. 아마도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마침내 디자인에 관한 일반 상식이 레벨업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디자인 없이 성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는 없다

 

역사 속에서 디자인이 어떻게 기능했는지, 각각의 시대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분석하고 정의한다. 또 우리가 '디자인'을 통해 앞으로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개선해나가야 하는지, 정치사회적 맥락 속에서 올바른 디자인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평소 디자인에 대해 궁금증이 많았거나 디자인에 관한 상식을 넓히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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