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아이디어는 발견 이다
박영택 지음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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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언가 새로운 것', '무언가 독창적인 것'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무언가 새롭고 독창적인 것'이 창의성의 본질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것을 스스로 생각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 그지없다. - '프롤로그' 중에서

 

 

여섯가지 창의성 발상 코드

 

이 책의 저자 박영택은 성균관대학교 시스템경영공학과 및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국 맨체스터 경영대학원 명예 객원교수와 중국 칭화대학교 경제관리대학 객원교수, 한국품질경영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였다. 교내 봉사로는 산학협력단 단장, 창업보육센터 센터장, 품질혁신센터 센터장, 시스템경영공학부 학부장 등을 역임하였다. 대학의 우수강의를 외부에 개방하는 K-MOOC 사업에 참여하여 <창의적 발상: 손에 잡히는 창의성> 과목을 운영한 바 있다.

 

그는 디자인, 비즈니스, 문화예술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영역의 수많은 창의적 사례들을 모으고, 거기에 나타나는 공통적 사고패턴을 추출,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창의적 발상의 보편적 사고 패턴을 일반인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단순화해서 정리했다. 즉 제거(Subtraction), 복제(Multiplication), 속성변경(Attribute change), 역전(Reversal), 용도통합(Task unification), 연결(Connection) 등의 6가지로 정리하고, 기억하기 쉽도록 'SMARTConnection'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책은 여섯 가지 발상 방법에 따른 구체적이고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줄 없는 줄넘기, 우산대만 남긴 우산, 때 빼지 않는 세제처럼 구체적인 창의력 발상 코드별 구체적인 제품 사례는 물론 맥도날드 프랜차이즈 시스템, 주차 공간 여유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 주차장과 같은 시스템, 서비스의 사례 등도 함께 소개한다.

 

 

 

 

제거

 

애플의 디자인 철학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정교함이 궁극에 이르면 단순함이 된다"라고 말할 수 있다. 세계적인 IT 기업 애플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는 '단순함'이다. 창의성을 대변하는 추상파 화가 피카소의 작품을 살펴보면 이를 이해할 수 있다. 즉 피카소의 추상화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단순해졌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고 스티브 잡스가 설립한 애플대학의 랜디 넬슨 학장도 피카소의 석판화 연작 황소를 이용해 애플이 추구하는 가치를 설명한다. 스티브 잡스의 창의성은 바로 화가 피카소로부터 배운 창의적 모방인 셈이다.

 

책은 핵심이 제거된 상품들을 소개한다. 줄 없는 줄넘기점프스냅사가 특허로 등록한 상품이다. 어떻게 보면 멍청한 상품처럼 보일지 몰라도 손목을 돌리면 마치 줄이 돌아가는 것처럼 쌩쌩 소리가 난다. 날개 없는 선풍기는 기존의 선풍기 개념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영국 다이슨사의 혁신 상품이다. 또 제임스 다이슨 디자인상을 수상한 '에어블로우 2050'은 방수천이 없는 지팡이 우산이다. 우산대 안에 장착된 작은 모터를 돌려서 우산대 위로 공기를 뿜어냄으로써 빗방울이 옆으로 떨어지도록 한다. 이 제품이 상용화 되려면 작은 모터의 완성이 핵심일 것이다. 아마도 디자이너는 2050년 쯤에는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 모양이다.

 

 

 

복제

 

면도기의 진화를 살펴보자. 목재의 겉면을 다듬을 때 사용하는 대패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안전면도기가 일상으로 맨 처음 들어왔다. 과거엔 날이 무뎌지면 이를 숫돌레 갈아서 날을 세웠다. 지금은 어떠한가? 질레트 면도기는 날만 교체한다. 질레트는 면도날이라는 교체용 소모품을 만들어냄으로써 돈방석에 앉은 셈이다. 이게 바로 창조성이다. 질레트 면도기는 계속 진화하여 2중 면도날, 삼중 면도날 등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갔다. 패스트푸드의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또한 복제의 개념이 적용된 사업이다.

 

 

속성변경

 

새벽에 목이 말라 잠에서 깨어 냉장고 문을 열면 실내등이 켜지는 경험을 누구나 했을 것이다. 정지해 있던 에스컬레이터에 이용자가 올라타는 순간 발계단이 움직이고, 또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려고 렌지에 올려놓은 주전자에서 물이 끓으면 소리가 난다. 이처럼 우리들의 일상엔 외부 조건에 따라 내부 속성이 변하는 경우를 경험한다.

 

매우 흥미로운 제품도 있다. 이는 영국 십대 청소년들이 과학 경시대회에서 수상한 것으로 성볍 균을 만나면 색깔이 변하는 콘돔이다. 제품명은 '에스티아이'로, '성접촉 감염을 감시하는 눈'이라는 뜻을 지녔다. 즉 콘돔 고무에 함유된 분자의 색갈이 변하는 것이다. 클라디미아의 경우엔 녹색, 헤르페스엔 노란색, 매독엔 파란색 등으로 변한다. 말하자면 '에스티아이'는 스마트 콘돔인 셈이다.

 

 

역전

 

뜨거운 사막의 열기를 내품는 중동에서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을 개최한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다. 카타르는 축구장 내에 대형 에어컨을 여러 대 설치해 최상의 경기력을 보장하겠다는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개최지로 최종 낙점받았던 것이다. 사실 이런 개념은 이미 세계 최대의 카지노 기업 샌즈 그룹의 창업자 셸던 아델슨이 "사막 한가운데 물의 도시 베니스를 만든다"는 역발상을 통해 입증되었다. 그렇다. 라스베이거스다. 

 

한국의 쌍용건설이 시공을 맡았던 싱가폴 마리나베이샌즈호텔 "하늘 위에 배를 띄운다"는 역발상으로 건축되었다. 57층 건물 스카이파크에 수영장을 만들어 이용객의 짜릿한 경험을 유혹한다. 케첩의 마지막 한 방울도 버리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하인즈 사는 2002년 케첩 용기를 거꾸로 새워두는 형태로 개발했다. 이로 인해 출시 첫 해에 전체 케첩 시장이 2%의 성장율에 그쳤지만, 하인즈의 케첩은 6%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용도통합

 

최악의 재난사고로 인식되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은 영국의 타이태닉호 침몰이 아닐까 싶다. 1912년 4월 12일, 2200여 명의 승객과 승무원을 태우고 미국 뉴욕을 향해 첫 항해를 떠났다. 4월 14일 밤, 대서양에서 거대한 빙산을 만나 침몰하고 말았다. 이 사고로 2224명의 승객과 승무원 중 생존자는 711명, 사망은 1513명으로 집계되었다.

 

2015년 발표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12월호의 논문에선 빙산을 '재앙의 원인'이 아닌 '인명 구조의 해결책'으로 인식했다면 그 결과가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는 내용을 다루었다. 즉 수면 위에 떠 있던 빙산의 길이는 120미터가 넘었으므로 빙산 위의 평평한 곳에 구명보트로 승객들을 안전하게 이동시킬 수 있었으며, 심지어 타이태닉호가 얼마간은 항해할 수 있었으므로 빙산 가까이 선체를 댔다면 승객들이 그 위로 올라갈 수도 있었다는 것이었다. 위험물이 아닌 유용한 구조물로 보는 시각, 이것이 바로 창의력 발상코드 '용도통합'이다.

 

 

연결

 

창의 발상 코드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가 바로 '연결'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성화 점화식은 역대 올림픽 중 최고의 장면으로 손꼽힌다. 계단이나 리프트를 이용해 성화대 상단으로 올라가 불을 붙이는 대신 여기선 불화살을 쏘아서 점화했기 때문이다. 양궁하면 한국인데, 4년 전에 개최했던 88 서울올림픽에선 그렇게 하지 못했다. 겉보기엔 별 상관 없어 보이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요소를 결부시키는 게 '연결'이다.

 

 

한국의 홍대 앞에는 약국처럼 영업하는 술집이 있다. 문을 열고 가게에 들어서면 '조제실'이라고 적힌 곳에 흰색 가운을 걸친 남자들이 뭔가를 제조하고 잇다. 여기저기 약 봉투와 약병 등이 발견된다. 흡사 약국 내부의 모습이다. 분위기는 그렇지만 실상은 일정 금액을 내면 무제한으로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술집이다. 안주로 제공하는 젤리도 약 봉투에 담아준다. 주인장의 말이 걸작이다. '한 잔 술이 명약'이라는 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가게는 성업 중이다. 지상파 방송은 물론이고 일본, 중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어서 주말엔 한두 시간 대기해야만 이용할 수 있다.

 

 

 

 

뜻밖의 발견을 많이 마주쳐라

 

창의성 이야기에서 늘 빠지지 않는 게 있다. 바로 3M의 포스트잇이다. 강력 접착제의 실패작인 접착력이 떨어지는 제품을 접착식 메모지로 만들어 이 회사의 효자상품이자 대박상품으로 거듭났다고 말한다. 그렇다. 창의성 분야에선 이를 '세렌디피티(뜻밖의 발견)'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우연한 행운을 그대로 두면 만날 확률이 더욱 줄어들기 마련이다. 로또 복권을 구매하지 않는 사람에겐 당첨이라는 행운이 찾아오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앞서 살펴본 창의 발상 코드로 행운을 만날 확률을 높이라는 게 책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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