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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디까지 행복해봤니? - 네 마음이 반짝반짝 빛나는 곳으로 너를 데려다줄게
곽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4월
평점 :
신은 네 심부름센터가 아니야. 세상에서 가장 너를 사랑하는 지혜로운 분이시다. 부모들도 사랑한다고 해서 어린 자식이 조르는 것을 모두 들어주진 않지 않니? 하지만 일단 아들딸이 뭘 원하는지는 알고 있어야 해. 네가 원하는 바로 그때, 원하는 바로 그걸 주진 않을지 모르지만 들어뒀다가 너의 때가 무르익었다 싶을 때, 너에게 적당하겠다 싶은 걸로 골라 주는 것이 더 크고 현명한, 진정 너를 사랑하는 보호자가 하는 일이란다. - '시작하며' 중에서
이 책의 저자 곽세라는 20년째 여행하며 글을 쓰고 있는 몸, 마음 전문가이다. 그녀는 이화여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과 인도 델리대학교 힌두철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았다. 유명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던 중 '머리'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가슴'으로 살고 싶다는 열망에 따라 인도로 떠나 요가와 철학, 명상을 배우는 것을 시작으로 피트니스와 웰빙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글로벌 리조트 클럽메드에서 피트니스, 요가 아시아 퍼시픽 트레이너로 활동했으며, 교통방송 '상쾌한 아침'에서 '세라의 레몬요가'를 진행했다. <월간 조선>, <바앤다이닝>, <석세스파트너> 등의 잡지를 통해 웰빙, 건강 칼럼니스트로 활약하는 틈틈이 일본 미술국전인 니카(NIKA) 전 입상으로 화가로 데뷔했고, 인도 전역을 돌며 힐링을 주제로 한 아트쇼 '아트 투 하트(ART TO HEART)'를 펼치기도 했다.
삶을 부드럽게 꿰뚫는 시선과 독특한 사유의 힘을 지닌 메시지로 지친 현대인들의 가슴에 고요한 치유를 선사하며 이 시대를 대표하는 힐링라이터로 사랑받고 있으며, 저서로는 <인생에 대한 예의>, <앉는 법, 서는 법, 걷는 법>, <멋대로 살아라>, <길을 잃지 않는 바람처럼>, <모닝콜>,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너를 어쩌면 좋을까> 등이 있다.
책은세 파트로 구성되었는데, 우리들은 책 속에서 다양한 인물들을 접하게 된다. 즉 천 리 앞을 내다보는 장님 해리는 "너는 그 슬픔을 가지고 무얼 할 거냐? 불행한 채 여행하지 마" 라고 충고한다. 또 꿈을 지키는 사람 파루는 "버킷리스트보다 급한 건 독버섯리스트야. 제발 원치 않는 것을 선택하지 말고, 가슴 뛰지 않는 일엔 발을 들여놓지 말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는 얽히지 마라" 고 말하며, 별을 이야기하는 소년 야란은, 알을 깨고 꿈의 바다로 나가 결국 '내 마음의 집'을 찾고 '내 부족을 만나는 법'을 알려준다.
나에게 일어날 일에 관심을 가져라
천리 앞을 내다보는 눈을 '천리안'이라고 한다. 이는 범인凡人들이 결코 가질 수 없는 특출한 재능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해리라는 인물은 부족 중에서 가장 밝은 안목을 지닌 샤먼이었다. 이런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은 신들이 시기한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해리는 태어날 때부터 장님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찾아온 이들의 손을 만져보고 그들의 삶을 읽어냈다.
해리는 이 일을 하면 할수록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그저 무슨 일이 발생할지를 알려달라고 조르기만 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제일 필요한 것은 자신에게 일어날 일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일어날 일엔 관심이 없다. 이처럼 사람들은 인생을 크게 오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행복한 사람이 되어서 가면 세상 어디든 행복할 거다.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라 출발점이다. 신발과 같아. 먼저 신발을 신어야 어디든 갈 수 있지 않니? 밑창이 튼튼한 신발을 신은 사람은 가시덤불이 나와도, 얼어붙은 강을 만나도 웃으며 성큼성큼 건널 수 있다. 불행한 채 어딘가로 간다는 것은 맨발로 길을 떠나는 것과 같아. 그곳에 가면 신겠다고 신발을 머리에 이고 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 맨발로 얼마나 버티겠니? 조그만 자갈돌 하나만 밟아도 그 자리에 주저앉게 된단다" (44쪽)
행복을 찾는 여행
바다거북은 바다에서 긴 여정을 하다가 때가 되면, 즉 후손을 만들려고 알을 낳고자 해변가로 올라와서 일을 치른다. 모래구덩이에 수많은 알을 낳고서는 마치 자신의 일을 다한 양 또다시 바다로 여정을 떠난다. 이후 이 알들은 따뜻한 모래 덕분에 부화를 거쳐 그들의 어미가 그랬던 것처럼 바다를 향해 뒤뚱거리며 나아간다. 이 때 천적들에게 노출되어 먹잇감이 되고 마는 불행한 일을 당하기도 한다. 책은 이런 바다거북을 위한 지침을 소개한다.
여행을 하는 바다거북을 위한 지침
흐름에 몸을 맡기고 헤엄칠 것.
방향을 잃지 말 것.
위기가 닥치면 껍질 안에 웅크리고 낮게 가라앉을 것.
오래 생각할 것.
우아하게 나이들 것.
멀리 여행하되 잊지 말고 네 바다로 돌아올 것.
우리들 대부분은 행복에 대한 환상으로 인해 지나치게 이를 추구하고 그리고 이를 찾는 여행을 떠난다. 나 역시 그러했다. 그런데, 이젠 나는 "행복을 추구하는 순간, 당신은 불행해질 것이오"라는 저자의 표현법에 공감하고 동의한다. 그 머나 먼 여정의 끝은 결국 자기 자신의 내면에 살아 숨쉬고 있음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호주여행을 떠난 적이 있는가? 이 땅엔 붉은 영혼의 빛을 띄는 울룰루라는 거대한 바위산이 있다. 여행사에선 이를 에어즈락(호주 초대 수상의 이름)으로 소개하며 일출, 일몰여행을 추천한다. 호주 원주민인 아낭구 부족은 오랫동안 이곳을 중심으로 조상의 영혼들이 모이는 성스러운 장소로 인식해왔다. 따라서 이곳의 명칭은 원주민이 부르는 울룰루로 복원시켜야 한다.
책엔 엉클 파루가 등장한다. 꿈을 지키는 사람인 그는 자신을 아난구아무투 부족 야뭄무의 아들이라고 소개한다. 그도 자신들의 부족이 4만 년 전부터 이곳 붉은 땅에 살고 있었으며 들꽃도, 나무도, 덤불도, 모래도 모두 그들의 가족이었으므로 결코 외롭지 않다면서 "어디에 있건 너는 혼자가 아니다. 삶은 완벽하단다. 그저, 감사하며, 있어라"고 어른들이 그를 가르쳤다고 말한다.
행복을 추구하고 행복을 찾는다고? 추구하고 찾아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은 당신 것이 아니오. 어렵게 얻는다 해도 언젠가는 당신을 떠날 것들이오. 오른쪽 눈을 찾아 여행을 떠난 적이 있소? 어머니의 사랑을 얻기 위해 연구하고 실험한 적이 있소? 진정한 ‘당신 것’은 처음부터 거기 있는 거요. 잃지 않도록 마음을 쓸 뿐, 그걸 얻으려 애쓸 필요가 없어야 당신 거요.(85쪽)
꿈을 꾸는 법부터 배워라
울룰루에는 대략 다섯 명 정도의 스타텔러가 있다고 한다. 스타텔러란 '별을 이야기하는 사람' 또는 '하늘 길을 그리는 사람'을 가리킨다. 말하자면 직업이다. 이는 점성술사와는 달랐다. 별에 얽힌 모든 이야기들을 기억하고 있다가 필요한 사람에게 이를 전달하는 메신저인 셈이다. 책엔 22살에 스타텔러가 된 야란이라는 소년이 등장한다.
"별을 읽다보면 사람이 읽힌단다. 우리는 별의 가루로 만들어진 존재니까.
길 잃은 사람은 길 잃은 별처럼 빛이 바랜다. 한눈에 알아볼 수가 있지"
야란은 금세기를 지나고 있는 인간들 대부분이 앓는 병에 대해 얘기한다. 즉 자기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를 모르는 병이다. 먼저 꿈꾸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거꾸로 꿈을 이루려고 애쓰는 법부터 배운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계획할 줄만 알고 원하는 법을 모른다. 또 해치울 줄은 알아도 이룰 줄은 모른다. 인생의 열쇠를 찾는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사실 열쇠는 이미 우리들이 갖고 있다. 자기 자신이 바로 열쇠인 것이다.
무엇부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면 지금은 멈추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시작하지 마라. 벌여놓은 일에서 손을 떼고 신발 끈을 풀고 앉아라.
경험을 믿어라
우리들 대부분은 행복을 멀리 떨어진 외딴 섬에 살고있는 파랑새로 여긴다. 그래서 이 파랑새를 찾고자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그렇다고 이런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왜냐하면, 우리들 인생이 다 그렇듯 한참을 돌고돌아 결국엔 제자리를 찾게 되기 때문이다. 결코 먼 곳이 있진 않다. 사랑과 마찬가지로 행복 또한 경험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내가 행복해봐야 남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난 곽세라 작가를 2012년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로 첫 인연을 맺었다. 신비로운 보랏빛 머리카락을 지닌 17살 소녀 류를 통해 생의 심오한 물음과 비밀을 깨닫게 해준다. 함께 읽으면 좋을 듯해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