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형민우 초한지 10 : 최후의 결전 - 완결 이문열 형민우 초한지 10
이문열 원작, 형민우 각색.그림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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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지는 진나라 말 천하를 두고 패권을 다툰 항우와 유방 두 영웅호걸의 이야기로, 후세의 사람들은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영웅의 활약상 속에서 지혜와 용기, 기개와 신념, 리더십 같은 인간의 선의적善意的 가치를 교훈 삼아 왔습니다. 이는 제가 <초한지>를 집필할 때 가장 염두에 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에 저는 동양 최고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사기>를 원전으로 하여 역사적 사실에 입각하면서도 소설적 재미도 놓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저만의 초한지를 새로 집필하였습니다. - '작가의 말'

 

 

누가 천하의 주인이 되는가?

 

책의 저자 이문열은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북 영양 등지에서 자랐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수학했으며 197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사람의 아들>, <젊은날의 초상>, <황제를 위하여>,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시인>, <호모 엑세쿠탄스>, 평역소설 <삼국지>, <수호지>, <초한지> 등이 있다. 오늘의 작가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현재 미국, 프랑스 등 전 세계 20여 개국 15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고 있다. 2015년 은관문화훈장을 수상했다.

 

그림을 그린 형민우는 1993년 단편 <치씨부임기>로 데뷔한 이래 독특한 작품 세계와 화풍으로 우리 만화의 해외 수출에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프리스트>, <태왕북벌기>, <고스트페이스>, <무신전쟁>, <삼별초> 등이 있다. 이 중 <프리스트>는 온라인 게임으로 만들어져 중국 등에 수출되었고, 할리우드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한국 최초의 그래픽 노블 <고스트페이스>는 독일, 프랑스, 스페인, 미국 등에 판권이 판매되었다. 1999년 대한민국 만화문화대상 출판부문 신인상, 2002년 오늘의 우리만화상 등을 수상했다.

 

초한지에는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등장한다. 그렇지만 초한지의 주인공은 항우와 유방이라는 두 사람의 영웅으로 대표되는 작품이다. 이 책은 작가 이문열의 <초한지>를 만화가 형민우의 세밀한 북터치로 재탄생한 어린이와 청소년용 역사만화이다. 사실상 역사는 현재가 아닌 과거에 일어난 일이다. 그럼에도 지난 일이 현재에도 항상 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들은 역사도서를 통해 과거의 일을 통렬하게 반성하고 나아가 밝은 미래를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성찰한다.

 

"역사는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 에드워드 핼릿 카, 영국 역사학자

 

이 책은 총 여섯 단락으로 구성되었는데, 주요 줄거리는 이렇게 요약된다. 항우는 진나라의 마지막 왕 자영에게 자결을 명령하고, 스스로 초나라 왕, 즉 '서초 패왕'의 자리에 등극한다. 이후 더욱 오만해진 항우는 유방과 장량의 사주를 받은 진평의 이간질에 속아 초나라 최고의 전략가 범증을 잃고 만다. 한편, 파촉 땅에서 한왕이 되어 한신을 대장군으로 삼아서 힘을 키운 유방은 마침내 당대 최고의 무장武將이라 불리는 항우와 천하 주인의 자리를 놓고 최후의 결전을 치른다. 최후의 승자는 이미 우리들 모두가 아는 바 그대로다.

 

 

 

 

갓 쓴 원숭이

 

사람행세를 제대로 못하는 사람을 '갓 쓴 원숭이'라고 폄하한다. 즉 겉은 번지러하게 치장했지만 그 속은 난폭하고 사려가 깊지 못해서 사람으로서의 행세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이 항우에게 잘 어울릴 줄이야. 유방과 함께 경쟁적으로 진나라의 수도 함양성을 제압한 항우는 고향으로 금의환향해서 새로운 초나라를 건설하겠다고 결심을 굳힌다.

 

이 때 한생이라는 이름의 서생이 나타나 항우에게 천하를 얻고자 한다면 귀향길에 오르지 말고 함양성을 거점으로 삼아 공포에 떨고 있는 민심을 위무慰撫하는 게 급선무라고 조언하지만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쓴' 법임에도 항우는 이를 수용할 자세가 되어 있지 못했다. 그러자 이 서생은 물러나지 않고 항간엔 초나라 사람을 '갓 쓴 원숭이 같다'는 말이 떠돈다면서 이런 조롱을 입증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라고 항우의 화를 돋구자 항우는 무자비하게도 이 서생을 끓는 물에 삶아 죽인다.

 

이후 항우는 초나라 재건의 상징으로 삼았던 초왕 웅심을 몰래 죽이도록 명령을 내린다. 하지만 우연히 이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에 의해 이 사실이 백성들에게 알려지고 때문에 항우의 이같은 오만함과 잔인한 성품이 또 다시 세상에 알려진다. 마침내 항우는 스스로 왕위에 올라 '서초 패왕'이 된다. 그는 오직 강한 자가 권력을 손에 쥐고 국가를 통치하는 방식을 고집했다. 이에 불만을 품은 초나라의 많은 인재들은 유방 진영으로 합류한다. 이때 항우의 숙부인 항백도 변절하여 유방에게 투항한다.

 

 

 

진평의 이간계

 

진평은 본디 항우 진영에 속했다. 이후 유방에게 투항한 후 밀명을 받고 초나라의 내분을 일으키는 역할을 맡는다. 숙부 항량이 죽은 후 항우는 책사 범증에 대한 불신이 점점 커져만 갔다. 그래서 중대한 결정도 항우 독단적으로 진행함에 따라 두 사람의 관계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역이용한 진평의 이간계에 속아 항우는 범증을 다그치는, 즉 넘어선 안 되는 선을 넘고 말았다. 결국 초나라 최고의 전략가 범증 마저 항우 곁을 떠나고 만다.

 

이후 장량마저 복귀하자 유방은 그동안 군사훈련을 맡겼던 한신 대장군에게 초나라를 궤멸시키라는 출정명령을 내린다. 유방의 군세軍勢는 주변 제후국의 합류가 속속 이루어지면서 초나라를 충분히 압도할만 했다. 항우도 유방에 맞서고자 출정식을 갖는다. 그런데, 초나라 최고의 장수 종리매가 이미 물러난 범증의 말을 인용하면서 한신대장군을 너무 가볍게 보지 말고 한나라에 대한 책략을 다시 검토해 달라고 간언하자 항우는 종리매의 부대를 후방 수비로 좌천시키고 만다.

 

 

 

 

사면초가로 무너진 항우

 

장기판의 게임은 바로 초楚와 한漢의 싸움이다. 장기를 빌어 말하자면 항우는 이미 차와 포를 떼어놓고 유방과 결전을 벌이는 셈이다. 아무리 초군이 강하다 할지라도 초나라는 일인독재로 운용되는 시스템이기에 오직 항우만 돋보이는 나라였다. 전쟁이란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이 총집결되어 뛰어난 리더십으로 군을 움직여야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법이다. 이럴진대 과연 항우가 유방의 군대를 물리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길어진 원정 전쟁에 지친 초나라 군 진영에 초나라 노래가 울려퍼진다. 고향에 두고온 부모님과 처자식들이 당연히 그리워지는 법, 초나라 군대의 사기는 급하락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고사 '사면초가四面楚歌'이다. 결국 기원전 202년 유방은 한나라의 첫 번째 황제 고조로 등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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