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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마케팅 - 끌리는 브랜드를 만드는 9가지 방법
김상훈.박선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평점 :
마케팅은 절대 사기가 아닙니다. '좋은 제품을 어떻게 잘 알릴 것인가' 하는 것이 마케팅의 사명입니다. 그래서 마케팅에는 당연히 '진정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마케팅이 진정성을 잃어가니까 '진정성 마케팅'이라는 용어가 생겼습니다. 진정성 마케팅은 모순어법이 아니라 동어반복인 것입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브랜드의 비밀
이 책의 저자 김상훈은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19년째 마케팅을 가르치고 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취득한 뒤 스탠퍼드대학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부터 서울대학교에서 마케팅 관리, 하이테크 마케팅, 문화예술 마케팅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한국소비자학회 회장, 한국경영학회 부회장, 한국마케팅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2005년 매일경제신문에서 경제경영 도서의 저자에게 수여하는 정진기언론문화 대상을, 2014년 서울대학교 교육상을 받았다. 해외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고, 저서로는 <하이테크 마케팅>, <상식파괴의 경영트렌드 28>, <앞으로 3년 세계 트렌드> 등이 있다. 국내 유수의 기업과 공공단체를 대상으로 자문과 강연을 하고 있으며, 깊이와 재미를 아우르는 강의로 늘 최고점을 받는 명강사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국내외의 수많은 마케팅 사례들의 연구를 통해 고객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는 비결은 바로 '진정성'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즉 아무리 많은 광고를 해도 허위로 밝혀지면 그 브랜드는 반드시 역풍을 맞게 되고, 이에 반해 뚜렷한 브랜드 철학, 환경문제 등 사회적 이슈에 의견을 표출하고 동참하는 브랜드가 '굿 컴퍼니'로서의 진정성 이미지와 함께 소비자의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총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소비자를 움직이는 '진심의 단서'를 어떻게 노출할지, 제품의 히스토리를 알리는 법, 좋은 제품을 만들고 본질적 가치를 알리는 마케팅 방법 등을 설명하는데 모나미 볼펜, 활명수 등 진정성 마케팅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얻은 기업과 브랜드 담당자를 직접 인터뷰하고 사례를 정리하고 있다.
122년의 스토리텔러, 활명수
최근에 브랜드나 제품의 특징을 긴 스토리에 담은 유튜브 동영상들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런데, 스토리의 근거가 없기 때문에 장점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거나 5초 이내에 시선을 끌기 위한 재미와 임팩트 요소를 넣곤 한다. 반면에, 진짜 스토리가 있는 브랜드는 주목을 유도하기 위한 액션이 필요 없다. 브랜드 스토리를 그대로 전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집 냉장고 안에는 비상약으로 활명수를 항상 비치하고 있다. 아마도 이렇게 비치하는 가정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우리집 가족들이 이 상품을 즐겨 애용하는데는 부모님들의 영향이 크다. 오랫만에 육류를 섭취하거나 고기를 구워먹는 날엔 꼭 활명수 1병을 마시도록 했는데, 이 전통은 큰 거부감 없이 대를 이어 전해지고 있다.
CEO가 독립운동에 참여했다는 스토리를 갖고 있는 동화약방은 민족자본을 키워 우리의 실력을 양성하자는 의지로 굳건히 성장했고 활명수는 우리 근대사를 상징하는 브랜드가 된다. 따라서 활명수의 애국은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브랜드가 젊은 세대에게 영원히 남겨줄 수 있는 스토리텔링의 좋은 주제인 셈이다. 활명수가 지니고 있는 스토리텔링은 그 자체가 바로 진정성이다.
백성을 살리는 물~ 위장장애와 소화불량은 백성들의 만성질병
대한민국 제1호 상표등록 브랜드~ 1910년 '부채표' 상표 등록
독립운동의 스토리~ 활명수 판매액을 독립운동자금으로 지원
조용히 본질적 가치를 창조하라
세기의 바둑 대결을 기억하는가? 당시 인공지능 알파고와 겨룬 이세돌 9단이 착용한 와이셔츠 소매엔 'G5'라는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이는 이 9단을 후원하는 LG전자에서 자사의 신형 스마트폰을 광고한다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인데, 워낙 작은 사이즈(크기가 1cm)인데다 칼러도 와이셔츠와 같았기에 '보이지 않는 광고'였음이 나중에 밝혀졌다. 이 일로 네티즌의 웃음거리가 되었지만, 언론들은 이를 '겸손 마케팅'이라고 미화했다.
LG전자는 그 전에도 스마트폰 V10에 20K 금도금을 해놓은 것이나, 이어폰을 만들면서 세계적인 음향업체와 협업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서 '바보 엘지'라는 별명을 얻었다. 화려한 마케팅이 욕을 먹으면서, 오히려 '다운플레이 마케팅'이 트렌드가 되었다. 작은 차이 같지만 이런 브랜드의 태도가 소비자의 마음을 아주 편안하게 하는 것 같다. 우리가 겸손한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와 같다.
사회적 이슈에 반응하는 개념 있는 브랜드가 되라
"브랜드는 기업의 영혼이다", "의미 있는 신념을 상징하지 못하는 브랜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이는 <양심 경제>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개념 없는' 기업은 비난을 받고 '의식 있는' 기업은 칭송을 받는다. 요즘 글로벌 브랜드들은 더 이상 광고에서 제품의 효능과 장점, 이른바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를 떠들지 않는 대신에 소셜 이슈를 건드린다. 품질 격차가 거의 사라진 지금은 미미한 품질의 차이를 설명하는 것보다 자신이 '어떤 사람(회사)'인지 설명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신발 한 켤레를 사 주시면 가난한 아이들에게 한 켤레를 신겨 줍니다"
아르헨티나 여행에서 신발 살 돈이 없어서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을 목굑하고 충격을 받은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는 한 가지 캠페인을 통해 9년간 무려 3,500만 켤레의 신발을 아이들에게 기부했다. 이 회사는 바로 '원 포 원' 캠페인을 통해 사회적 기업의 롤 모델이 된 탐스이다. 이후 이 신발 회사는 안경, 커피, 가방 등 다양한 제품으로 캠페인을 확대했다. 소비자들은 이처럼 개념 있는 브랜드에 흔쾌히 자신의 지갑을 연다.
친절이 마케팅보다 강하다
미담美談이 마케팅보다 강력한 이유는 '체험된 친절'만이 비로소 생명력을 갖기 때문이다. 반면에 그냥 입을 통해 공중을 떠돌아다니는 마케팅 문구는 아무 힘이 없다. 즉 구체적인 실천도 없이 화려한 말로 소비자를 현혹시킨다는 느낌만 들게 한다면 이는 그냥 홍보에 그치고 만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체험이 되고 팩트가 된 마케팅, 즉 진정성이 입증된 마케팅만이 효과를 낼 수 있다.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팀버랜드 브랜드 사명)
"세상에 행복을 배달한다"(자포스의 철학)
"따뜻한 세상"(네파의 아웃도어 패딩 브랜드)
'갓뚜기'라는 닉네임이 생길 정도로 훈훈한 미담으로 존경받는 브랜드 오뚜기나,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밝혀지는 선행으로 '미담 제조기'가 된 LG, 굶주린 이웃을 위해 60년 넘게 빵을 나누고 있는 성심당 등 소셜 미디어의 시대에는 지적 특성인 '유능함'보다 사회적 특성인 '따뜻함'이 더 중요해져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미담에 집중하는 것 같다.
소비자의 행복에 초점을 맞추라
새로운 시대는 마케팅에 성과와 효율보다 사회적 책임을 요구한다. 매출보다 소비자의 '행복'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는 얘기다. 소비자를 행복하게 하는 마케팅은 진심을 다하는 마케팅이고, 그런 마케팅을 우리는 '진정성 마케팅'이라 부른다. 오해나 실수로 변심한 연인을 돌아서게 하기 위해 '진심 어린 소통'이 필요하듯, 기업들도 진정성 마케팅으로 고객과의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진정성 마케팅은 유행이나 트렌드가 아니다. 패러다임의 변화인 것이다. 교묘한 술수와 전략으로 소비자를 꼬드기는 마케팅은 지나갔다. '진짜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본질에 집중하여 실제적인 가치를 만드는 마케팅만 살아남을 것이다.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는 모든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