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징 - 유니클로는 왜 이 책을 경영바이블로 삼았는가 CEO의 서재 14
헤럴드 제닌 지음, 권오열 옮김 / 센시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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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는 강물처럼 끊임없이 흐르며 구름처럼 변화무쌍하며 물고기처럼 활기로 가득 차 있다. 때로는 가을 매처럼 드높이 비상했다가 때로는 낙엽처럼 팔랑팔랑 떨어져 황량한 폐허를 이루기도 한다. 필요, 욕망, 탐욕, 만족이 물질적인 보상을 초월한 이타심, 헌신, 희생과 뒤섞이는 신비한 연금술의 과정이 바로 비즈니스이다. 비즈니스는 만인의 열망을 충족시키며, 또한 우리 모두의 육체적인 안전과 행복의 원천이기도 하다. - '서문' 중에서

 

 

헤럴드 제닌이 말하는 기업경영론

 

이 책의 저자 헤럴드 제닌은 1960~70년대 미국 경영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부실기업이던 ITT를 세계적인 복합기업으로 만든 경영의 대가이다. 취임하여 58분기 연속 전년대비 수익증가라는 미국 기업 역사상 전대미문의 실적을 달성하였다. 17년간 에이비스렌터카, 쉐라톤호텔, 하트퍼드보험회사를 비롯하여 80개국 350여 개의 회사를 인수·합병하였으며, 37만 5천 명을 고용했다. 취임 초기 7억 달러였던 매출을 220억 달러로 끌어올렸다. 제닌이 은퇴할 당시 ITT는 포춘 500대 기업 최상단에 랭크되었고, 당시 미국 경영계는 제닌 이전과 제닌 이후로 양분되었다.

 

유니클로는 세계 SPA 브랜드 업계의 톱3 중 하나이다. 한국 내 매출액을 기준으로 볼 때 유니클로(일본), 자라(스페인), H&M(스웨덴) 순이다. SPA는 '자사 상표 의류의 전문 판매점'의 약어略語로 이는 제조와 유통을 한 회사가 한꺼번에 한다는 의미이다. 참고로 SPA 브랜드의 유래는 미국 청바지 회사 갭Gap이 처음으로 1986년에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최신 유행하는 의류를 신속하게 공급한다는 장점 때문에 '패스트 패션FF'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왜 뜬금없이 유니클로를 거론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의 가치를 경험적으로 생생하게 보여주는 회사가 바로 야나이 다다시가 경영하는 유니클로이기 때문이다. 즉 젊은 시절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작은 회사를 현재의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시킨 비밀이 바로 총 13장으로 구성된 헤럴드 헤닌의 '메니징'이란 책의 내용에서 영감을 받고 이를 회사 경영의 바이블로 삼았던 덕분이다.

 

 

 

 

1974년, 스물세 살의 한 청년이 자본금 6백만 엔의 회사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는데, 신사복 매장과 캐주얼웨어 숍 등 2 곳으로 연매출이 약 1억 엔 정도였다. 이후 그는 의류 매장을 늘려나갔고 특히 캐주얼웨어의 성장 가능성을 미리 알아보고 여기에 더욱 집중했다. 1984년 6월, 마침내 히로시마 시에 "유니크, 클로징 웨어하우스"를 개점함으로써 현재의 유니클로 1호점이 탄생했다. 당시 매장의 콘셉트는 누구나 쉽게 저렴한 가격의 캐주얼웨어를 마치 주간지 고르듯 구입할 수 있는 셀프서비스 매장으로 정했다. 매장 상품의 가격은 1,000엔과 1,900엔의 단 두가지 종류였다.

 

오픈 이틀 동안 아침 6시에 개점했는데도 불구하고 매장 안의 고객은 인산인해인산인해였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그는 이듬해 6월에 시모노세키 시에 최초의 교외형 매장을, 10월엔 요코하마 시내와 교외에 각각 1곳의 매장을 추가로 출점시켰다. 이로써 현재의 오카야마 현, 히로시마 현, 야마구치 현 등지에 해당하는 산요도를 중심으로 매장 확대 전략을 현실화시키는 발판을 만든 셈이었다. 

 

어느날, 그는 야마구치 현 우부 시의 한 서점에 들렀다가 달랑 1권만 선반에 놓여 있던 '매니징'이란 도서를 만났다. 이 책의 독서는 아마도 그가 유일한 듯하다. 책을 읽어내려 가는 동안 그는 처음 접해보는 신선한 내용이라서 가히 '서든 임팩트sudden impact'였다. 마침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그의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내가 지금껏 해온 경영은 틀렸다! ... 나의 경영은 서툴렀다... 경영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현 유니클로의 회장 야나이 다다시가 오늘날의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매니징'에서 배운 내용을 회사 경영에 도입한 탓이라고 고백한다. 이 책 '매니징'에서 가장 감명을 주는 대목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G이론, 세 문장 경영 강좌, 어닝 서프라이즈를 없애라, 독단 경영의 허실, 경영은 목표 달성 등이 바로 그것이다.

 

 

G이론

 

이는 매니징의 저자 제닌의 첫 글자에서 따온 말하자면 '제닌의 경영 이론'인 셈이다. 사실 경영 이론은 정말 많다. 그런데, 제닌은 이렇게 말한다. "이론만으로는 기업은 물론 그 어떤 것도 경영할 수 없다"고 말이다. 이는 다수의 경영학자, 경영자, 그리고 평론가들이 제안하는 기존의 경영 이론들을 전면 부정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지금껏 제닌의 이론은 일종의 사이비 종교의 교리 정도로 배척되어 왔던 것이다.

 

그럼에도 제닌은 '비즈니스 이론들은 유행가처럼 한때를 풍미했다가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자신도 ITT의 CEO로 재직시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발표한 최신 경영 이론을 소개받은 적이 있는데, 이는 ITT처럼 복수複數사업부를 거느린 기업의 현금 흐름을 시스템화하는 방법론에 관한 내용이었다. 즉 수익률과 성장 잠재력이 높은 사업부(스타), 수익은 높지만 성장 잠재력이 낮은 사업부(캐시 카우), 성장 잠재력은 높지만 수익률이 낮은 사업부(퀘스천 마크), 성정 잠재력과 수익률이 모두 낮은 사업부(도그)로 편제를 나눈 후 캐시카우에서 짠 젖을 스타에게 먹이는 경영을 해야 한다는 식이었다. 

 

겉으론 그럴듯해도 그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현실에서 통하지 않는 것으로 자신이 다져 놓은 팀웍만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우리들에게 묻는다. 이렇게 편제를 짠다면 '당신은 과연 캐시카우 부서에서 일하고 싶은가?'라고 말이다. 기껏 자신들이 불철주야 노력해서 벌어놓은 돈으로 남 좋은 일만 시킨다면 현실적으로 누가 이 부서 나아가 회사를 위해서 땀을 흘리겠느냐는 것이다. 아마도 희생의 제물이 되고 싶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또한, 소위 도그 사업부에 대해서는 해결책을 찾는 게 경영진의 임무이지 조직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무조건 해고하는 방식은 옳지 않다면서 '적어도 훈련을 시켜 그레이하운드 급으로 양성해서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재의 분류도 그렇다. 회사에 도움되지 유형은 머리가 좋고 용기를 갖춘 인재일 것이다. 회사에 모두 이런 인재로 구성한다면 가히 어벤져스 급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회사의 인재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장단점이 함께 버무려질 때 비로소 그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프로야구에 홈런만 잘 치는 선수들로 구성된 구단은 항상 승리할까? 그래서 제닌은 '장작을 때는 스토브로 요리하듯 경영하라'고 역설한다. 

 

 

세 문장 경영 강좌

 

책은 첫 페이지부터 읽어나간다.

그러나 사업 운영은 반대로 한다.

즉 끝에서부터 시작한 다음 최종 목적자에 이르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하나도 남김없이 처리한다.

 

최고경영자는 나홀로 결단을 내려야 하는 고독한 사람이다. 회사의 목표와 이를 위한 업무 설정 등을 명확하게 밝히고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떠안아야 한다. 그래서 제닌은 "경영자는 경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실상 이는 어떻게 경영하느냐 하는 방법론에 관한 것이다. 즉 최고경영자와 경영진을 평가하는 기준은 단 한가지 바로 '성과'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따라서 화려한 말재간도 필요 없고, 인맥과 명성 또한 소용없다. 경기의 부침에 흔들림 없이 꾸준하게 성과를 내는 것이 바로 경영이라는 것이다.

 

 

ITT의 CEO로서 제닌은 "연 수익 10~15% 증가"라는 목표를 정한 후 이에 도달하기 위해 먼저 몇 가지 주요한 목표를 달성해야 했다. 말하자면 목표 달성을 위한 '전제조건'인 셈이다. 첫째, 회사를 잘 관리되는 조직으로 개편했다. 둘째, 첫째 목표와 성장률 달성을 위해 본부의 경영팀을 철저히 분석했다. 셋째, 둘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고의 참모와 관리자가 필요했다. 따라서, 제닌의 경영은 결과를 먼저 정한 다음 이에 걸맞는 세부 목표들을 차례차례 해결함으로써 최상의 결과물을 획득하는 방식이었다.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결정한 다음 곧바로 일에 착수하라"

 

 

어닝 서프라이즈를 없애라

 

일반적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실현하면 상장회사일 경우 이 회사의 주가는 즉각 상승으로 반응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좋은 일을 왜 제닌의 경영은 이를 오히려 나쁜 일이라고 고함을 치는지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을 좀 더 자세히 읽어내려 가면 충분히 이해되는 이유를 거론한다. 애초에 목표 자체를 너무도 느슨하게 잡았기 때문에 어닝 서프라이즈 발생했다고 혹평한다. 심하게 말하면 이는 속임수라는 것이다. 이처럼 어닝 서프라이즈를 칭찬 내지는 포상하는 대상으로 규정한다면 어느 누가 목표를 높게 잡겠느냐는 것이다. 

 

"목표를 높게 잡지 않으면 누구도 열정적으로 일하지 않는다"

 

경영은 팀워크이다. 경영자라면 자신의 한계를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뛰어난 사람들과 팀을 구성함으로써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향해 매진할 수 있는 것이다. 즉 달성해야 할 목표는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임을 팀원들과 공유시키고, 나아가 목표를 향해 열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목표 달성이 바로 경영이다

 

'실패의 경영학'이란 말이 있다. 몇몇 기업들은 실패를 오히려 권장하는 경영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3M의 '포스트잇'을 거론한다. 즉 애초에 목표한 접착제로선 실패한 제품인데, 나중에 이를 '포스트잇'이란 상품으로 대박을 터뜨렸다고 말이다. 하지만 제닌은 이를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일을 사랑했으며, 한 번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 심지어 주말이나 출장여행 기간에도 특별히 주문 제작한 특대 가죽가방(18kg) 두세 개에 일거리를 담았다고 알려진다. 지금껏 목표 달성에 있어서 만족스럽지 않은 경험이 있는 경영자 및 관리자라면 이 책의 필독을 권하고 싶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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