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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틸 - ‘제로 투 원’ 신화를 만든 파괴적 사고법과 무적의 투자 원칙
토마스 라폴트 지음, 강민경 옮김 / 앵글북스 / 2019년 3월
평점 :
재계에서 피터 틸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 그 사람은 분명 삼류다. 틸은 스타트업의 성지 실리콘밸리에서 위대한 기술의 선구자이자 탁월한 지성과 비전을 겸비한 인물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적 기업 세 곳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 곳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 결제 서비스 기업인 페이팔로, 그는 이 기업의 공동 창업자다. 또 다른 한 곳은 사용자 수 20억 명을 돌파한 세계 최대 SNS 기업인 페이스북인데, 틸은 창업 초기부터 페이스북을 지원했던 첫 외부 투자자였다. 그리고 마지막은 CIA나 FBI를 고객으로 둔 빅데이터 분석 기업 팰런티어로, 틸은 이 회사 역시 공동 창업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창업 전도사 피터 틸의 전모를 파악하다
이 책의 저자 토마스 라폴트는 1971년 독일에서 태어났으며 기업가, 투자가,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형 보험 회사 알리안츠에서 온라인 금융 포털을 구축한 후 다수의 인터넷 기업을 창업했다. 실리콘밸리에 정통하기로 유명한 그는 실리콘밸리의 여러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한편 독일 뉴스 전문 채널 N-tv 및 N24 등에서 실리콘밸리 금융 전문가이자 기술 전문가로서 활약하고 있다. 저서로는 <실리콘밸리 투자(Silicon Valley Investing)>가 있다.
피터 틸은 핀테크 시대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세계 최초 전자결제업체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이며, 스페이스엑스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 유튜브의 공동 창업자 채드 헐리와 스티브 챈, 링크드인을 만든 리드 호프먼 등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이들을 이끄는 '페이팔 마피아'의 대부代父로 알려져 있다. 또한 에어비앤비, 스포티파이 등 유명 벤처 기업에 초기 투자해 억만장자가 된 손꼽히는 벤처캐피탈 투자자이자, 페이스북의 가치를 꿰뚫어 본 첫 외부투자자로 3,400배라는 투자이익률을 거둔 '투자의 귀재'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테러와 범죄를 예측하는 빅데이터 분석업체 팰런티어 테크놀로지를 설립해 실리콘밸리의 비상장 기업 중 3위 안에 드는 기업가치 200억 달러로 추정되는 기업으로 키워냈다.
이 책은 '페이팔 마피아' 탄생의 밑바탕이 된 틸의 스탠포드 재학시절부터 페이팔 창업, 페이스북 저커버그와의 만남과 팰런티어의 설립 배경 그리고 미국의 그림자 대통령이 되기까지, 국내에서는 최초로 그의 일대기를 통해 <제로 투 원>에서 미처 밝히지 못했던 피터 틸만의 '시대를 이기는 안목'과 '숨은 투자 전략'의 비밀을 밝힌다.
견고한 유대관계
마피아 아지트처럼 어둑어둑한 방을 배경으로 가죽점퍼와 트레이닝복, 금목걸이 같은 독특한 차림을한 사내들, 이렇게 페이팔 창업자들의 단체 사진이 2007년 11월 <포춘>에 실렸다. '페이팔 마피아'라는 별명은 이 사진에서 탄생했다. 단단한 우정으로 맺어진 옛 페이팔 창업자들은 새로 사업을 시작할 때에도 서로 투자하며 협력했다.
페이팔 창업자들의 그 후 행보는 스타트업 세계의 전설이 되었다. 이베이에 회사를 매각한 후 페이팔을 떠난 220명은 소위 말하는 '유니콘 기업' 일곱 곳을 설립했다. 전설 속 동물인 유니콘만큼이나 진귀한 기업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은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일곱 곳의 유니콘 기업들과 각각의 기업가치 평가액은 아래와 같다. 페이팔 창업자들의 인맥은 현재에도 풍성한 결실을 맺고 있다. 이들의 성공 신화는 현재진행형이다.
테슬라 모터스 395억 달러
링크드인 253억 달러
팰런티어 200억 달러
스페이스엑스 210억 달러
옐프 26억 9천만 달러
유튜브 16억 5천만 달러
야머 12억 달러
"페이팔 동료들과는 특별한 유대감이 있어요. 그 시절의 경험은 정말 강렬햇습니다.지금까지도 우리의 관계가 단단한 것응 바로 그런 경험 덕이죠" - 피터 틸
핀테크의 선구자
"나는 결제 플랫폼계의 마이크로소프트, 즉 전 세계를 위한 금융 운영체제로 자리 잡을 기회가 우리 회사에 있다고 믿습니다" - 피터 틸이 페이팔 직원들에게 한 말
페이팔의 비전은 정부가 밀어붙이는 통화의 속박으로부터 세계를 해방시키고, 국가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새로운 인터넷 화폐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권력의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틸의 자유지상주의적인 세계관 그 자체였고, 그 결과 세계 최초의 글로벌 금융계 인터넷 기업이 탄생하게 되었다. '핀테크'라는 개념은 그로부터 15년쯤 지난 다음에야 비로소 정착했고 그 후 은행, 보험회사, 벤처투자가는 너도나도 금융의 디지털화에 투자하기에 이르렀다.
오래 함께할 팀을 구축하라
기업의 비전이나 전략의 성공 여부는 직원들이 그것을 얼마나 잘 실행에 옮기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이런 이유로 틸은 동료 의식과 팀워크를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데, 페이팔을 창업했을 때부터 시작된 이러한 전통은 그 후로도 꾸준히 이어졌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술 기업 출신의 창업자들이 페이팔 마피아처럼 질과 양 모두 충실한 스타트업을 일궈내지 못하는 것은 틸이 보기에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좋은 기업에는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특수한 임무가 있습니다. '그 일은 당신만이 실현할 수 있다' 이것이 페이팔의 비전이었죠" - 피터 틸
빅데이터, 테러를 예측하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아무도 경험한 적 없는 신종 전쟁을 위해선 예전과 다른 대책이 필요했다. 틸의 대책이란 기술의 힘으로 테러를 방지함과 동시에 시민의 자유도 보호하는 것이었다. 페이팔의 매각으로 약 5,500만 달러를 손에 넣은 틸은 다시 새로운 '전투'에 돌입했고 2004년에 팰런티어를 창업했다. 팰런티어는 데이터 마이닝 소프트웨어를 개발, 판매하고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팰런티어의 근원 역시 페이팔이다. 페이팔은 결제 시의 사기를 방지하고 수상한 돈의 흐름을 탐지하는, 대단히 뛰어난 독자적 알고리즘을 개발한 바 있었다. 이 알고리즘은 정밀도가 높아 치안 당국도 주목할 정도였는데, 팰런티어는 이 기술을 발전시켜 테러와 범죄 단속 등의 거시적인 니즈에 부합하고자 했다.
엔지니어 중심의 창업 문화
팰런티어의 중추는 영업이나 마케팅 같은 부문이 아니라 엔지니어 중심의 창업 문화다. 일반적인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사무실에만 틀어박혀 일할 뿐 고객과 직접 만날 일이 없지만 팰런티어에서는 다르다. 일단 계약이 성사되면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고객과 직접 소통하면서 고객의 요구에 맞춰 제품 개발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앨릭스 카프는 개발자야말로 제품의 장단점을 가감 없이 설명할 수 있고 눈앞에 놓인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잘 알기 때문에 고객과 강한 신뢰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큐텔의 책임자였던 허시 파텔은 아래와 같이 말하며 혀를 내둘렀다.
"개발자들은 어떻게 봐도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 같지만, 업무적으로 항상 기대를 저버리지 않다 보니 고객으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받죠. 팰런티어는 그런 회사입니다. 팰런티어의 개발팀은 그야말로 초일류예요. 문제를 철저히 파고들며 데이터와 ‘대화’하는 모습은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죠"
미래 시장을 선점先占하라
틸은 경제통임과 동시에 철학자다. 틸의 목표는 보통 사람들과 다른 길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는 역발상 투자가로서 또 다른 버블과 비정상적인 세계 경제라는, 어느 쪽으로 흘러가도 위험한 베팅에 굳이 몸을 던진다. 그의 투자 팀은 다른 투자자들이 일본 국체를 팔아치울 때 그것을 사들였고 석유 공급이 어려워지면 치솟는 유가에 베팅하는 등 투자에서 역발상적인 행보를 보였다. 부동산 버블이 한창이던 2008년 여름까지 펀드 수익률이 오르면서 클래리엄에 투자했던 틸의 원금 1,000만 달러는 70억 달러 이상으로 불어났다. 고작 6년 만에 700배의 수익을 거둔 것이다. 이때 그는 '투자의 귀재'라는 명성을 얻었다.
워렌 버핏과 피터 틸
틸은 잡스와 애플이 제품으로 달성한 것과 똑같은 성공을 투자에서 세 차례나 이루어냈다. 페이팔과 팰런티어의 창업자로서, 또 페이스북의 첫 외부 투자자로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성공 신화를 쓴 바 있기 때문이다. 2017년 봄 페이팔의 기업가치는 520억 달러였고 이를 팰런티어의 200억 달러, 페이스북의 4,100억 달러와 합치면 틸이 투자한 기업들의 가치총액은 무려 4,820억 달러에 달한다. 참고로 버핏이 운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기업가치는 4,100억 달러다. 버핏이 버크셔의 경영권을 인수한 때가 지금으로부터 50년도 더 전인 1965년이고 페이팔이 설립된 때는 1998년이니, 틸은 버핏의 성과를 20년 만에 따라잡은 것이다.
"남들이 공황에 빠졌을 때 사고 남들이 팀욕에 사로잡혔을 때 판다"
틸은 두 차례나 벤처캐피털의 상식을 뒤집으며, 트렌드와는 반대로 투자하고 뛰어난 혁신을 알아채서 적절한 타이밍을 노려야만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그는 숨겨진 문, 한쪽 구석에 있어서 아무도 들어가려 하지 않는 문으로 들어가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몰려드는 문은 피하라는 뜻이다.
독점기업에 투자하라
창업을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방향의 설정일 것이다. 이런 점에게 이 책은 피터 틸의 파괴적 사고법과 투자 원칙을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으므로 무척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한편, 피터 틸은 독점기업에 투자하라고 권한다. 어쩌면 이는 모든 투자자에게 해당되는 투자 원칙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그는 <제로 투 원>이란 책에서 이를 강조하고 있다. 이 책과 함께 읽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