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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처럼 투자하라 - 꾸준히, 조금씩, 착하게, 세계 최고의 부를 이룬 북유럽 투자의 롤모델
클레멘스 봄스도르프 지음, 김세나 옮김 / 미래의창 / 2019년 2월
평점 :
노르웨이는 1971년부터 해저 유전에서 석유를 채굴하기 시작해, 1996년부터 원유 사업에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전 세계에 투자를 히고 있으며, 1988년 이후 주식으로까지 투자 대상을 넓혔다. 거대 석유 회사, 스탓오일에 대한 국가 지분에서 나오는 분배 이익금(배당금), 석유사업에 대한 세금, 그리고 정부가 직접 참여하는 석유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모두 공식 명칭 '노르웨이 정부 연기금'인 노르웨이 오일펀드로 유입된다. 이로써 자국 경제가 과열되는 것을 막으면서 미래 세대 또한 노르웨이의 번영과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 '서문' 중에서
노르웨이 오일펀드에서 지혜를 배운다
이 책의 저자 클레멘스 봄스도르프는 프리랜서 언론인이자 북유럽 특파원이다. 2012년에서 2014년까지 미국 최대 경제 전문 일간지인 <월스트리트저널>에서 근무했다. 특파원협회 벨트레포터의 회원이며 스칸디나비아 국가들과 금융 및 문화를 주제로 한 글을 쓰고 있다. <포쿠스>, <디차이트>, <월스트리트저널>, <내셔널지오그래픽>, <디벨트>, <비어트샤프츠보헤> 및 <아트뉴스페이퍼> 등의 매체에서 그의 칼럼을 볼 수 있다.
노르웨이 오일펀드는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국민연금과 같은 것이다. 국민연금과 다른 것이 있다면 오일펀드의 돈은 국민들의 연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노르웨이 석유 수익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 노르웨이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부자 나라이며, 아직도 해저에는 무진장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 거기에 오일펀드까지 말이다. 부럽지 않은가?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라면, 이들은 자연의 축복을 함부로 낭비하지 않으며, 오롯이 미래 세대를 위해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세계 최대 국부펀드로 성장한 오일펀드를 통해 가치투자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꾸준히, 조금씩, 그리고 착하게' 말이다. 1998년 주식에 투자한 이후, 노르웨이 오일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6%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주요 벤치마크 지수인 독일의 DAX보다 높은 수치이다. 오일펀드가 특히 오로지 수익만을 쫓지 않고 비윤리적인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 점을 감안한다면, 6%의 수익률은 더욱 더 의미가 깊다.
돈의 축복을 대하는 현명한 자세
"노르웨이 오일펀드는 네덜란드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한 노르웨이식 처방전이라고 하겠다. 자원 사업에서 들어오는 수입을 해외에 외환으로 투자함으로써, 노르웨이 크로네에 대한 수요를 제한해 자국 통화의 강세를 막는 것이다. 이를 통해 노르웨이는 석유가 없는 미래를 대비하고 다른 부문들이 계속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미래를 내다보는 이러한 대응법에 대해 미국 경제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천연자원을 여러 세대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현명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는 노르웨이는 경탄 받아 마땅하다" - '40쪽'에서
지하자원 덕분에 갑자기 부유해진 국가들은 많다. 하지만 이런 축복에 제대로 대처한 나라는 별로 없다. 오히려 국민들이 고통을 겪눈 경우도 많다. 경제학자들을 이를 가리켜 '자원의 저주'라고 말한다. 국민 전체에게 귀속되어야 할 부부를 소수의 정치집단 또는 엘리트 계급들이 이를 착복하거나 횡령해서 해외로 빼돌리는 등 사리사욕이나 채우고 국민들의 미래에는 전혀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네델란드 병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수십 년 전 네델란드도 자국에서 막대한 양의 가스를 발견했지만, 노르웨이처럼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수입금을 해외에 투자하지 않았던 것이다. 가스의 높은 수출 비중은 결과적으로 네델란드 통화 휠던의 환율을 치솟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다른 부문들은 경쟁력을 잃엇으며, 통화 강세로 소비자들의 수입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로 인해 내수 경제가 악화되는 양상을 맞이했다. 이후 호황이 지나가자, 네델란드의 경제성장은 멈추고 말았다.
수익률이란 무엇인가?
농업을 영위하는 농부는 감자를 수확물로 인식한다. 그렇다면 금융 자산의 수확물은 무엇일까? 그렇다. 바로 '돈'이다. 이제 수익률을 알아보자. 농업에선 수확물을 재배하는 면적 1헥타르당 감자 몇 톤이라고 표현한다. 투자에선 이를 백분율로 표시한다. 쉽게 말해서 몇 %로 말이다. 예컨대 10,000원을 투자해서 15,000원을 만들었다면 수익률은 50%가 되는 것이다. 투자에 있어서 중요한 개념이 바로 수익률이다. 이는 투자 성과를 나타내는 척도이자 지표이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오일펀드는 1998년 이후 연 평균 수익률 6%를 기록했다. 연간으로 따지면 최저 마이너스 23.3%부터 최대 25.6% 사이를 오갔다. 이 오일펀드는 당연히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구성을 자주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상 훌륭한 포트폴리오의 핵심은 평균 수익률이 좋고, 관리하는 데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물론 다른 펀드들도 펀드매니저들이 심사숙고해서 종목들을 분석, 선정해 포트폴리오에 편입한다. 그런데, 오일펀드의 경우 매니저들의 종목 선별 부담이 비교적 덜하다고 한다.
단타 거래를 선호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거래를 자주 하지 않는 투자자들보다 일반적으로 더 적은 수익률을 낸다는 수많은 연구 결과들이 있음을 명심하라. 이는 전자가 (적절한 벤치마크를 따르는) 시장보다 더 높은 목표를 달성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단타에 익숙한 투자자들은 기껏해야 아주 적은 수익을 내거나 그도 아니면 아예 손실을 볼 뿐이고, 여기에 더해 잦은 거래로 인해 수수료만 더 냄으로써 수익이 더욱 감소한다. 때로는 수수료 절감을 통해 연 0.5%의 수익을 더 낼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주식에 대한 지침
주식 투자에 대한 노르웨이 오일펀드의 벤치마크 지수는 현재 FTSE 글로벌올캡(Global All Cap)이다. 이 지수에선 2017년 12월 말 기준으로 선진국과 신흥공업국(주로 이머징 마켓 또는 약칭 EM이라고 불린다)의 약 7,400개 기업이 대형주, 중형주, 그리고 소형주라는 3개의 표준 세그먼트로 분류되어 있다.
주식 투자의 추이
2016년 12월 31일 기준 노르웨이 오일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10대 기업을 살펴보면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총망라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스위스의 거대 식품기업 네슬레, 영국의 석유회사 셸, 미국의 기술기업 애플,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스위스의 제약사 로슈, 노바티스, 미국 자산운용기업 블랙록, 미국 석유회사 엑슨, 미국 제약사 존슨앤존슨 등이다.
애플, 네슬레, 블랙록 같은 세계 주요 기업들의 최대 주주가 된다는 것이 언뜻 보기에는 광범위한 분산 투자와 별 상관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조금만 더 자세히 살펴보면, 노르웨이 오일펀드가 상위 5개 기업에 190억 유로를 투자했고 이들 기업이 실제로 최대 개별 주주로 꼽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5개 기업 전체 주식이 노르웨이 오일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다. 예를 들어, 네슬레의 비중은 전체의1% 정도다. 그러니까 오일펀드가 주식에 투자한 전체 금액이 100유로라고 하면, 네슬레에 1유로 정도밖에 투자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노르웨이 투자공식
노르웨이는 풍부한 석유 때문에 늘 특별한 경우라고 언급된다. 그리고 그저 운이 좋았다고들 이야기한다. 그러나 노르웨이보다 가난한 국가나 그저 자산을 불리려는 개인들도 노르웨이처럼 미래를 내다보며 행동할 수 있다. 물론 개인은 국가가 아니고, 민간 투자자는 수십억을 가진 오일펀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르웨이와 일반 개인 투자자들은, 둘 다 체계적으로 자산을 증식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돈을 투자한다는 점에서 서로 비슷하다.
노르웨이 오일펀드는 먼 미래에도 건실한 재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장기적으로 그리고 다양하게 분산 투자를 실시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노르웨이는 예측 불가능한 것들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놓고 있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노르웨이의 투자공식을 이용해, 우리는 세계 최대의 펀드 중 하나로 꼽히는 이 펀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배울 수 있다.
분산투자에 적당한 주식 찾기
개인 투자자인 우리들이 글로벌 큰손을 따라 개별 주식들을 대거 매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어, FTSE 글로벌올캡이나 이와 비슷한 지수의 상위 500개 종목을 사들이는 것만 해도 거의 불가능하다. 엄청난 금액을 투입한다 할지라도 해당 주식의 높은 가격 때문에 종목당 10개 미만의 주만 취득할 수 있을 뿐이며, 매수에 따른 수수료도 만만치 않다.
어쩌면 상위 10개 주식만 매수하는 건 가능할지도 모른다. 2017년 중반 여기에는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네슬레 등이 포함돼 있었는데, 이들은 지수의 8%만을 대표할 뿐이었다. 즉, 여기에만 투자한 사람은 시장의 꼭대기 일부분만을 모방할 뿐이며, 따라서 분산 투자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노르웨이 오일펀드 방식을 따라 하는 투자 전략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 특정 지수의 구성과 성과를 수동적으로 모방하는 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s), 즉 ETF에 가입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지속적인 투자가 핵심이다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한다는 건 사실 어렵다. 그런데, 노르웨이 투자공식의 핵심 요소는 지속적인 투자다. 시장이 널뛰기를 하든 아니면 차분하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계속해서 포트폴리오를 불려나가라. 우리들의 경제 상황이 바뀌어서 갑자기 저축할 돈이 더 많아지거나 더 적어지게 되는 경우에만 투자금의 액수를 조정하면 된다.
따지고 보면 직장인들의 수입은 노르웨이 오일펀드보다도 훨씬 더 안정적이다. 따라서 직장인들이 규칙적으로 투자하는 금액은 노르웨이 오일펀드보다도 훨씬 더 변동이 적을 것이다. 혹시 수입이 불규칙한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라 하더라도 매월 일정한 금액을 투자하고, 경우에 따라 연말에 당초 생각보다 여유 자금이 더 생긴다면 이 돈을 추가로 불입할 것을 추천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들은 노르웨이의 모델에 따라 처음 정한 금액을 꾸준히 투자하게 되는 셈이다.
대주주 노르웨이 오일펀드의 힘
노르웨이 오일펀드의 투자 배제 결정은 바로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해당 기업을 위협하는 수많은 부정적인 보도들이 쏟아진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 오일펀드가 윤리 규칙을 마련한 직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기업 중에 월마트가 있었다. 이같은 결정에 대해 영국의 가디언은 "최대의 연금 펀드, 월마트를 보이콧하다"라고 보도했고,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은 "월마트에 대한 노르웨이의 결정: 우리는귀사의 주식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왜 이런 발표를 했을까? 월마트가 아동 노동을 허용하고 근로자들에게 무급 초과근무를 강요함으로써 인권과 노동자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노르웨이 주재 미국 대사의 항의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덕분에 노르웨이 오일펀드는 전 세계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소위 '윤리적인 투자'를 일깨운 사건이었다.
최초의 결정
오일펀드는 오직 해외에만 투자해야 한다는 점이 처음부터 분명히 명시됐다. 자국 통화인 크로네의 강세를 막기 위해서였다. 또한 펀드의 대부분은 미래를 위해 재투자되어야 하고, 정부 예산에는 아주 일부만 사용될 수 있도록 했다. 마구잡이로 국고에 석유 자금을 쏟아붓던 과거에 비하면 훨씬 더 적은 금액이었다. 석유 사업에서 비롯된 모든 수익금은 일단은 무조건 펀드로 불입되고, 그러고 나서 국가가 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펀드 수익의 쓰임새에 대해 매우 엄격한 제약을 두어 한번 펀드에 들어간 돈을 다시 빼내는 것을 상당히 어렵게 만들었다.
1996년 5월, 최초 자금이 펀드에 불입된 이래 이 종잣돈은 점차 불어나서 2017년 최초로 1조 달러를 넘어섰다. 1996년 당시 노르웨이 인구 437만 명의 1인당 투자액 약 54유로는 2017년 160,000유로라는 엄청난 금액이 되었다. 성경에 나오는 "처음은 미약했으나 나중에 창대하리라"라는 구절처럼, 노르웨이 오일펀드는 네델란드 병을 교훈 삼아 새로운 교훈을 창출했다.
국민연금 운용도 미래를 위해 투자하자
한국의 최대 기관투자가로 불리는 국민연금의 운용을 보노라면 한심할 때가 많다. 우선 기금을 운용함에 있어서 정책적 판단을 하는 사람이 소위 현 여권의 낙하산 인사이다. 정치적 보상 차원에서 심어준 인물이라고 보면 된다. 이는 기금 운용을 중립적으로 내지는 독자적으로 할 수 없으므로 정치적 판단에 휘둘릴 수 있다는 얘기다. 얼마 전에도 외국인 투자자의 대량 매도로 인해 국내 주식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주식시장 부양차원에서 무조건 매수를 하는 그런 행태를 반복했다. 이런 구태의연한 투자 때문에 연금이 크게 줄어든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비록 책임자를 찾아낸들, 깨진 쪽박을 어찌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