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경제의 미래 - 공유경제의 완성
박항준 지음 / 스타리치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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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는 몰락해야 한다. 공유경제는 분배의 형평성에 중심을 두는 경제 시스템이다. 공유경제의 기본 철학이 나눔이므로 벌어들인 돈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관심 있을 뿐 어떻게 벌었는가에 대한 관심은 적을 수밖에 없다. 봉사단체가 기부를 많이 받으려면 기부자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 그들이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눔을 위해 부의 축적 수단이 무시되는 점은 공유경제의 한계다. 이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탐욕적 금융이 아직도 건재한 이유다. - '프롤로그' 중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돈을 벌기만 하면 되나?

 

이 책의 저자 박항준은 인하대학교 법정대를 나와 정보공학과 경영학을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세한대학교 창업전담 전임교수이자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기업 '하이퍼텍스트메이커스'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다. 남북경제협력을 수행하는 우리경제교류협회와 블록체인산업협회 수석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기존의 산업과 암호화폐와의 결합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인류는 크게 세 차례의 산업혁명기를 거쳤다. 농업산업혁명, 기계산업혁명, 디지털산업혁명이 바로 그것이다. 첫 번째는 철鐵의 발명으로 농기구가 발달하여 농업기술의 발전과 여기에 화폐제가 결합되었던 농업산업혁명이고, 두 번째는 증기기관으로 대표되는 기계기술이 발전하면서 여기에 금융이 만났던 기계산업혁명이다.

 

이렇듯 혁명은 기술로만 발현되지 않는다. 혁신적인 기술은 당시 사회 상황에 적합한 경제적인 매개체를 만났을 때 엄청난 폭발력을 발휘한다. 지금은 제4차 산업혁명이 도래했다고 말한다. 즉 IT, ICT, IoT등 디지털 기술이 이 혁명을 이끌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혁명의 기폭제이자 경제적 매개체는 뭘까? 책은 '크립토'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2008년 발생한 미국발 금융위기의 대안으로써 혜성같이 등장한 나눔의 철학, '공유경제'의 한계를 지적하고, 이를 보완하는 새로운 경제 철학으로 '누림의 경제'를 소개한다. 이는 사회적 합의에 의해 사회통합 목표를 설정하고, 공동체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공동의 이익을 창출하며, 형평성 있게 분배함으로써 생태계 구성원 전체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회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런 사회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크립토이다.

 

 



공유경제의 탄생

 

2008년에 발생했던 '리먼 쇼크'를 우리들은 쉽게 잊을 수 없다. 전 세계를 금융위기로 몰고갔던 리먼브라더스 사태는 이후 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한 금융경제 철학을 전면적으로 수정하도록 했다. 즉 금융위기를 초래했던 탐욕스러운 금융에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에 분배에 초점을 두는 나눔의 경제가 등장하면서 '공유경제'라는 개념이 바로 이 시기 탄생했다.

 

분배의 철학이 녹아든 공유경제는 잉여자산을 공유하여 협력적인 소비를 하자는 기본 정신을 기반으로 한다. 흔히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CSV(공유가치 창출)로 대변되지만 여기엔 구조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분배의 형평성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분배에 활용되는 소득의 투명성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즉 '개 같이 벌어서 정승 같이 쓰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 도박 사업을 통해 번 돈일지라도 이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선한 기부자로 대접받는 셈이 된다. 이처럼 공유경제는 아래와 같은 논리가 숨어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효율성과 수익을 우선시해서 돈을 벌어라"
"빈부 격차, 범죄 확대, 개도국의 몰락, 환경오염 등 사회문제는 수익의 일부를 다시 분배하면 된다"
"CSR, 기부, 공익재단, 학교 설립 등 존경받으면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돈을 벌어라"

 

 

 

나눔의 대안, '누림의 경제'

나눔의 철학과 누림의 철학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둘은 시작부터 다르다. 누림의 경제는 설계부터 '주는 이', '받는 이'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호혜互惠의 원칙이다. 누구를 특정해서 돕는 것이 아니다. 시스템 내의 모든 공동체 구성원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나눔'과는 달리 참여하는 이도 혜택의 대상이 된다. 상부상조, 두레, 품앗이 같은 우리 조상들의 공유 시스템은 누림의 실천이었다. 

 

누림의 철학을 완성하는 필요충분조건

 

1. 사회적 통합성

2. 사회적 경제성

3. 사회적 형평성

 

돈을 벌고 나서 돕는 것이 아니다. 함께 참여하고 같이 누리자는 것이다. 그 혜택은 참여자와 더불어 사회 구성원 전체가 누릴 수 있다. 결국 누림의 경제는 사회통합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 이들이 창출한 이익과 혜택을 형평성 있게 배분함으로써 '함께 누리자'는 경제철학이다. 그러므로 소득의 취득 과정에서부터 투명성과 사회통합을 중요시하게 되며, 자산 분배 과정에서부터 형평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크립토 경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누림의 경제는 사회적 통합성, 경제성, 형평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충족되어야 한다. 그래서 누림의 경제는 잉여가치를 나눠 주거나 빼앗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환경운동도 아니다. 기업에게 수익을 나눠달라고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지도 않는다. 중요한 것은 여기에서 새로운 가지가 뻗어난다는 사실이다. 바로 '크립토 경제'.

 

본래 블록체인이라는 정보공학을 기반으로 설계된 크립토 경제는 암호화폐라는 금융공학적 요소와 결합되어 사회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누림의 경제라는 사회공학적 요소와 결합되면서 새로운 세상을 열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즉 공동의 노력으로 창출된 이익을 공유함으로써 사회 발전, 실질소득 향상, 그리고 부의 편중을 막는 '누림의 상생 생태계'가 시작된 것이다.

 

 

 

암호화폐

 

분산저장을 위해서는 조각을 보유하는 참여자가 많이 필요하므로 분산저장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대가로 지불하기 위하여 발행하게 된 것이 암호화폐이다. 쉽게 말해서 한국의 품앗이와 유사한 개념이다. 암호화폐의 특성을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블록체인의 발전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으나 현재는 자본주의의 구성 요소들을 삼키면서 그 덩치를 키우고 있다. 계속 무한확장하고 있다.

 

암호화폐는 교환화폐와 주식투자 성격 외에도 크라우드 펀딩, 공동구매, 대출채권과 포인트, 결제 시스템, 신탁, 자사주, 수집품, 저축예금, 보험, 금융상품, 공유자산, 기본 소득, 선물카드, 스톡옵션, 보상, 기부, 실물자산 펀드, 상장주식, 엔젤투자, 신용장, 거래 수단, 상조 등 자본주의경제하에서 운영되고 있는 다양한 상품, 서비스, 시스템의 성격을 고루 갖추고 있다.

 
이러한 다중적 성격으로 인해 암호화폐와 그 특성을 현재의 시스템으로 정의하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거시적 차원의 철학적 정의를 내릴 수밖에 없는데, 저자는 '정제된 자본주의를 완성하기 위해 수행되는 누림의 비즈니스를 촉진하는 촉매제'로 정의하고자 한다.

 

공유경제는 환경운동에 기반을 둔 아나바다운동(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과는 맥을 달리한다. 생산을 촉진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경제다. 공유경제는 기업의 마인드도 변화시킨다. 주주 우선주의에서 기업은 사회적 책임CSR을 강요받게 된다. 그러나 태생적으로 이익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업에게 사회적 목적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더욱이 사회적 목적을 충족하다 보니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낮아져 연속성을 갖지 못하게 되었다. 사회적 기업으로 대표되는 CSV 기업들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다.

 

 

정제된 자본주의 

산업구조적 문제점과 기업의 리스크 관리 비용, 과도한 금융비용을 제거함으로써 소비자에게는 실질소득의 향상을, 공급자에게는 예측 가능성 있는 기업 경영을, 금융에게는 금융의 바른 역할을, 국가에게는 국민이 디지털 슬레이브가 되지 않도록 호혜의 상생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누림의 경제를 말하는데, 이를 실천하기 위한 사회구조적 알고리즘이 바로 '크립토 경제'라고 할 수 있다.

'크립토 경제'를 이루는 누림의 경제 정신블록체인, 암호화폐는 정제된 자본주의를 확대하고 완성하는 '혈액' 역할을 하고 있다. 서민들은 블록체인 기반 크립토의 공유 비즈니스로 인해 생활비가 낮아짐으로써 실질소득이 증가해 삶의 여유가 생긴다. 삶의 여유는 곧 여행, 교육, 의료, 복지 등의 비용으로 지출되어 삶의 질을 높인다.

 

 

 

 

크립토는 공유경제를 완성한다

 

이 책의 저자는 크립토 경제의 최종 목표를 상생이라고 강조한다. 그들로부터 모집된 사회적 자본은 사회통합 영역에 쓰이게 되며, 결과적으로 참여자와 대상자 모두 만족감과 긍정적 정서를 경험하는 것이다. 사회통합 목표와 금융적 동기부여, 기술적 안전성을 통합한 완결판이 바로 크립토 경제인 것이다. 이처럼 무한한 가치와 가능성을 지닌 크립토는 단순히 암호화폐라는 개념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광범위하고도 복잡한 개념의 경제 모델이다. 참여, 공유, 개방이라는 철학적 근거에서 탄생하였으므로 궁극적으로 물질이 아닌 정신의 소산이다. 열린 사고로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분들에게는 크립토 입문서로 다가갈 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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