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 설득 -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설득 프레임
로버트 치알디니 지음, 김경일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로버트 치알디니 박사는 이 책을 머리와 손으로만 쓴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체험하면서 썼다. 그는 다단계 프로그램에서 어떻게 사람들을 모으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제 그들이 현장 교육을 진행하는 버스에 올랐다. 사람에 관한 연구를 한다는 심리학자 중 이렇게 사람들 속으로 '직접' 들어가 몸으로 부대끼며 연구 내용과 현실 세상의 연결성을 검증해보는, 이른바 '교수'나 '연구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그것도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저명한 심리학자가 말이다. - '역자의 말' 중에서

 

 

실천적 삶을 통해 깨달은 진정한 설득 기술

 

이 책의 저자 로버트 치알디니는 <설득의 심리학>으로 우리들에게 이미 친숙한 인물이다. 그는 애리조나 주립대학 심리마케팅학과 명예교수로,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컬럼비아 대학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았다. 그 후에 오하이오 주립대학, 캘리포니아 대학, 아넨베르그 커뮤니케이션 스쿨,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방문연구원을 거쳤다.

 

<설득의 심리학>을 포함해 그가 쓴 책은 수십 년 동안 '왜 사람들은 요청에 순응하는가'에 대한 연구관찰을 통해 얻은 결과다. 설득의 과학을 연구하는 데 평생을 바치고 있으며 설득과 순응, 협상 분야에서 전문가로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전세계 CEO들이 즐겨 읽는다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도 그의 연구를 '현대 비즈니스 어젠다를 위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전 세계 300만 부가 넘게 팔린 <설득의 심리학>은 뉴욕타임스,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3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또한 경제잡지 <포춘>이 선정한 '가장 뛰어난 비즈니스서 75권'에도 등재되었을 정도로 그의 최첨단 심리과학 연구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그래서 '설득의 대부'로도 불리는 그는 현재 인플루언스 앳 워크의 대표이자 CEO를 맡아 윤리적 설득 훈련, 기업 기조연설 프로그램 등을 이끌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설득의 성공 여부는 메시지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심리와 행동 패턴을 이용해 설득에 성공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예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계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바로 그 타당한 맥락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익히 잘 알려진 설득의 6가지 불변 원칙(상호성, 호감, 사회적 증거, 권위, 희귀성, 일관성)이 초전 설득 전략에도 유효함을 설명할 뿐만 아니라, 새롭게 7번째 키워드'연대감(UNITY)'의 원칙도 선보인다. 특히 과학적 연구와 함께 다양한 상황과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사례들을 엮어 냄으로써 누구나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고대 중국의 병법가 손자孫子가 "모든 전투는 치러지기 전에 이미 승패가 결정된다"라고 사전 계획의 가치를 역설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컨설턴트들은 먼저 '신뢰할 수 있는 조언자'의 지위를 획득한 후 고객으로부터 일을 받으라고 배운다. 데일 카네기는 "2년 동안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게 관심을 갖도록 노력하는 것보다 두 달 동안 당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더 많은 친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라고 확신했다. 모두 현명한 조언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여기에도 무언가 빠진 것이 있다. 일日, 주週 또는 월月 단위의 사전 활동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점을 메워준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초전 설득이란?

 

설득의 귀재는 상대방이 메시지를 접하기도 전에 미리 그것을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과정이라 할 수 있는 '초전 설득'을 통해 마침내 최고로 거듭난다. 따라서, 설득을 잘하려면 이 초전 설득을 잘해야 한다. 그 방법은 무엇일까? 의사소통에 있어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여겼던 원칙이 하나 있다. 즉, 가장 먼저 무엇을 말하고 보여주느냐에 따라 상대방이 그다음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이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레스토랑 이름이 '스튜디오 17'일 때보다 '스튜디오 97'일 때 사람들이 더 비싼 음식값을 기꺼이 치르려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벨기에 초콜릿 한 상자의 희망 가격을 쓰라는 실험에선 자신의 사회보장번호(주민등록번호에 해당함) 중 가장 작은 숫자 2개를 적으라고 했을 때보다 가장 큰 숫자 2개를 적으라고 했을 때 희망 가격이 더 높아졌다.

 

더욱 놀라운 점은 '최초로 등장하는 것의 강력한 힘'이 큰 숫자가 먼저 나오는 경우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 연구에서는 대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고 각각 종이 위에 긴 선과 짧은 선을 그리게 했다. 그런 다음 미시시피 강의 길이를 물었더니 선을 길게 그린 학생들이 짧게 그린 학생들에 비해 강의 길이를 훨씬 더 길게 추정했다. 그뿐만 아니라 ‘최초로 등장하는 것의 강력한 힘’은 숫자와 전혀 상관없는 상황에도 적용된다. 손님들이 와인 상점에서 와인을 고르는 동안 매장 안에 독일 음악이 흘러나오면 독일산 빈티지 와인을 구매할 확률이 더 높았으며, 프랑스 음악이 흘러나오면 프랑스산 빈티지 와인을 구매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이렇듯 하나의 특정한 경험만이 나중에 일어나는 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숫자일 수도 있고, 선의 길이일 수도 있으며, 배경음악의 종류일 수도 있다. 어떤 심리학적 대상에서도 순간적인 주의 집중이 사람들의 반응을 바꾸는 현상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설득력을 높이는 것이므로, 상대방의 동의를 끌어낼 가능성이 가장 높아지도록 돕는 것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초점의 대상이 원인이 된다

 

우리들은 순간적으로 집중하는 대상에 더 높은 중요성을 부여한다. 요컨대 눈에 띄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지고 '초점의 대상이 곧 원인' 으로 간주되기 십상이기 때문에, 메시지의 특정 측면으로 사람들의 주의를 유도하면 그들로 하여금 이미 상당한 수용성(receptivity)을 내재하게 만들 수 있는 이점이 커뮤니케이션에 존재한다.

 

실제로 이렇게 유도된 주의는 초전 설득 단계에서 듣는 사람의 경계를 허문다. 그 메시지를 처리하기도 전에 이미 마음의 빗장을 열어놓는 셈이다. 이는 모든 설득가의 꿈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설득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내 메시지가 가지는 장점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시간과 에너지를 쪼개서 그 메시지에 이목을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상품이나 서비스를 팔기 전에 이미 나에게 호감을 갖고 시선을 집중하기 때문에 상대를 설득하는 데 훨씬 유리한 것이다.

 

 

어떻게 주의를 유지할 수 있을까?

 

앞서 살펴본 것처럼 특정 자극으로 사전에 주의를 끌 수 있도록 한다면 상대를 설득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초반에 주의를 집중시키는 힘만 있다고 효과적인 설득을 하기엔 부족하다. 뭐가 부족할까? 그렇다. 주의가 다른 곳으로 분산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유지시키는 힘'도 동시에 필요한 것이다.

 

한 가지 예를 살펴보자. 다양한 청중 앞에서 강연을 할 때마다 저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알리려고 노력하는데, 바로 설득이라는 경연 무대에서는 일반적으로 주장보다 반론이 훨씬 더 강력하다는 점이다. 특히 경쟁자의 주장이 부분적으로 문제가 있다거나 그릇되었다고 강조하기보다는 경쟁자가 신뢰할 수 없는 정보 제공자라는 것을 보여주면 그 효과가 뚜렷이 나타난다. 물론 반론의 위력을 높이기 위해 미스터리를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구성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래와 같은 순서로 정보를 제공하면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1단계~ 미스터리를 제공한다
2단계~ 미스터리를 심화한다
3단계~ 대안과 이를 반박하는 증거를 제시한 후 적절한 설명으로 넘어간다
4단계~ 적절한 설명의 단서를 제공한다
5단계~ 미스터리를 해결한다
6단계~ 해당 현상의 시사점을 설명한다

 

이러한 방식의 설명은 개념을 쉽게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듣는 사람이 스스로 의문을 품도록 하므로 일종의 보너스 효과도 볼 수 있다. 이는 청중이 발표 내용의 매우 세세한 부분에까지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발표 기술의 일부이다. 미스터리 또는 탐정물을 제대로 해결하려면 관찰자는 모든 관련된 디테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찬찬히 생각해보자. 우리에게는 듣는 사람의 주의를 특정 주제로 유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요하지만 때로는 지겹거나 도저히 집중할 수 없는 세부 내용에 스스로 집중하도록 만드는 강력한 무기가 있는 셈이다.

 

 

설득의 일곱 번째 주제, 연대감UNITY

 

어떤 종류의 존재, 어떤 종류의 인식된 관계가 동료 간의 호감을 극대화할까? 그에 대한 답은 미묘하지만 중요한 차이점을 필요로 한다. 사람들이 가장 실속 있는 호의를 베풀도록 이끄는 관계성은 "그는 우리와 비슷한 사람이야"가 아니라 "그는 우리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관계성이다. 이미 우리들은 2002년 월드컵 때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기만 하면 비록 외국인일지라도 모두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고 함께 어깨동무하면서 응원전을 펼지 않았던가.

 

예를 들어보자. 취향과 선호도 면에서 자신의 형제보다는 직장 동료와 공통점이 많지만, 둘 중 누구를 내 사람으로 여기고 누구를 그저 나와 비슷한 사람으로 여길지, 그리고 도와달라는 말을 들었을 때 누구를 더 도우려 할지는 분명하다. 연대감의 경험은 단순히 유사성에 대한 것이 아니다. (유사성도 작용할 수는 있지만 호감의 원칙을 통해 낮은 정도에 그칠 뿐이다.) 중요한 것은 정체성 공유다. 정체성은 정치적, 종교적 소속감과 더불어 인종, 민족, 국적, 집안처럼 자기 자신과 집단을 정의하는 데 사용하는 범주들이다. 이런 범주의 특성은 속한 구성원들이 서로 통합된 하나라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연대감~ 함께 행동하기

 

실제로 고고학과 인류학의 기록들을 보면 모든 인간 사회에서 노래, 행진, 의례, 구호, 기도문, 춤이라는 형식으로 함께 혹은 동시에 반응하도록 하는 방법들이 발달해왔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게다가 이러한 것들은 선사시대부터 행해졌다. 예를 들어 신석기시대와 금석병용기(金石竝用期, 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그려진 그림이나 암각화나 동굴벽화에는 집단으로 춤을 추는 장면이 상당히 자주 표현되어 있다.

 

 

행동과학 연구 자료에 그 이유가 명확히 드러난다. 사람들은 일원화된 방식으로 행동하면 실제로 결속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집단 연대감은 대개 훨씬 작은 가족 단위에서만 보이는 충성도와 자기희생 정도를 사회에 대해서도 가능하도록 하면서 사회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인간 사회는 심지어 고대 사회에서조차도 조율된 반응을 포함하는 집단 결속 '테크놀로지'를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 그 효과는 혈연관계에서만 나타나는 효과와 유사하다.

 

 

강력한 약속을 통한 지속적 변화 만들기

 

전통적으로 행동과학자들은 초기의 긍정적인 반응을 지속시키는 방법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하나 제시해왔다. 바로 자신이 한 반응을 지키도록 노력하게 만드는 것인데 보통 능동적 행위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방법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를 줄일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병원이나 치과 진료 예약일에 나타나지 않은 환자들은 단순한 불편 이상의 피해를 준다. 그들은 의료 복지 분야에 상당한 비용 손실을 초래하는 것이다. 병원은 이렇게 나타나지 않는 환자들을 줄이기 위한 일반적인 방법으로 환자들에게 약속을 상기시키도록 하루 전날 전화를 한다.

 

저자의 동료인 스티브 마틴이 영국의 의과대학에서 실시한 연구에서 이런 노력은 이른바 노쇼(no-show) 비율을 3.5퍼센트까지 줄였다. 그러나 전화 알림 서비스는 시간과 돈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마저도 언제나 예상 목표에 도달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방법과 약속 절차를 이용하는 지혜로운 방법을 비교해보자. 병원 방문 후 다음 예약을 할 때 우리는 모두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 알고 있다. 접수처에서 다음 약속 날짜와 시각을 카드에 적어 환자에게 준다. 이렇게 하는 대신에 환자들에게 카드를 채우도록 요청하면 이런 행동 단계로 인해 그들은 약속을 지키려고 더 노력하게 된다. 비용이 들지 않는 이 절차를 영국의 의과대학에서 시도하자 노쇼 비율이 18퍼센트까지 줄었다.

 

 

"어떤 선택과 관련하여 우리가 누구인지는 그 선택을 하기 직전에

우리가 어디에 주의를 두는지에 상당히 좌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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