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울렁증 32세 이승환 씨는 어떻게 재무제표 읽어주는 남자가 됐을까
이승환 지음, 최병철 감수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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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이실직고한 대로 저는 숫자 울렁증이 심합니다.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한 독자 분들은 이해하시겠지만 저는 지금도 숫자 단위가 커지면 더하기, 빼기가 서툴러서 계산기 어플을 애용합니다. 학창시절 수학이 싫어서 문과를 선택했고, 사회에 나와서도 주로 숫자와 관련 없는 일을 해왔습니다. 회계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도 서른이 훌쩍 넘어서입니다. - '머리말' 중에서

 

 

숫자 울렁증을 극복할 수 있다  

 

책의 저자 이승환은 한국공인회계사회 홍보팀을 거쳐 현재 연구2본부 선임으로 근무 중인데, 숫자 울렁증 때문에 문과를 선택했고 대학에서도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교원, 아주그룹 홍보 담당자로 일하며 순탄한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한국공인회계사회로 이직하면서 비로소 회계와의 악연이 시작됐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한국의 공인회계사라면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법정단체이자. 회계와 관련한 법체계, 기준 등을 정할 때 중요한 목소리를 내는 기관이다.

 

이직 후 그는 공인회계사회 홍보 담당이란 이유로 기자와 지인들로부터 회계와 관련해서 쏟아지는 질문 공세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친한 회계사들의 도움을 받아 민원(?)의 처리를 시도했지만 오히려 회계사의 답변을 더 이해하기 어려웠다. 결국 어쩔 수 없이 회계 공부를 시작해, 마치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격으로 공부할수록 재테크, 취업 및 이직, 승진, 창업 등 사회생활에 유용한 정보가 재무제표 속에 담겨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회계 용어 외우지 말고 관심 있는 회사 재무제표부터 읽어봐요.

워런 버핏도 재무제표 읽고 투자하는 거야. 승환 씨는 그거면 충분해!" 


그러나 실생활에 회계 지식을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다가 자신과 같은 직장인이 회계사의 공부법을 무작정 따라하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후 공인회계사와 경제지 기자들과 교류하며 소비자의 입장에서 재무제표를 읽는 법을 연구했다. 이런 노력 끝에 현재의 그는 회계 사건사고가 있을 때마다 기자들이 찾는 홍보 담당자로 변했다. 또 그는 매일 출근길에 재무제표를 읽고 분석한 정보를 카카오톡, 브런치, 페이스북 등에 공유하면서 '재무제표 읽어주는 남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워밍업)에서는 회계가 어렵다는 편견을 초래하는 회계에 대한 잘못된 상식과 오해를 회계의 역사와 실제 기업 사례를 통해 재미있게 풀어낸다. 또한 회계정보의 보물창고로 불리는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재무제표를 찾고 읽는 법을 소개한다. 2부(STEP1)에서 5부(STEP4)까지는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주석 등 재무제표 4대 천왕을 중심으로 '재무제표 읽는 법'을 담았다.

 

복잡한 이론은 최대한 줄이고, 실제 기업의 재무제표를 함께 읽는 방식으로 구성해 실전에서 바로 응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기업의 여러 재무제표를 하나의 표로 정리할 수 있도록 저자가 직접 고안한 '재무제표 분석표'는 복잡한 기업 정보를 한 눈에 정리할 수 있어서 회계 초보들에게 도움이 된다. 상세한 그림과 도표, QR코드를 활용해 제공하는 회계 정보와 강의 형식으로 쓴 문장은 회계 공부를 망설이던 이들도 회계의 유용함과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줄 것이다.

 

 

 

 

회계에 대한 불편한 진실

 

우리는 회계 정보를 객관적인 데이터라고 생각한다. 매년 정기적으로 공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이해이다. 회계 정보에는 당해 회사의 '의도'가 담겨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재무제표 상의 숫자는 100% 팩트이지만, 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의도가 담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노트북을 판다면 이를 매출액으로 회계처리하고, 현대자동차는 이를 유형자산 처분으로 계리한다. 이처럼 동일한 거래임에도 상황에 따라 회계 정보는 다르게 기록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회계 정보는 객관적이지 않고 오히려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된' 정보라고 생각해야 한다"

 

회계는 최신 재무정보가 아니다. 결산과정과 외부감사 등을 거쳐 검증, 확정되기 때문에 외부로 공개될 때까지 시차가 있기 마련이다. 말하자면 숫자는 과거의 그림자인 셈이다. 또 재무제표를 읽을 때 우리들이 현금주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회계 정보는 금전출납장처럼 '수입-지출=잔액'이라는 논리로 작성되는 게 아니다. 기업의 거래는 발생주의 관점에서 이루어진다. 즉, 현금 이동이 없더라도 거래가 실행되는 순간 장부에 기록된다.

 

회계에 대한 3가지 오해

 

1. 회계는 객관적인 정보다

2. 회계는 가장 최신의 재무 정보다

3. 회계는 숫자 그대로 팩트를 담고 있다 



'읽는 회계' vs '쓰는 회계'


저자는 회계를 '쓰는 회계'와 '읽는 회계'로 구분한다. 이는 회계 전문가들의 구분이 아니라 저자 스스로 깨달은 바를 통해 터득한 결론이다. 즉 '쓰는 회계'는 회계 정보를 만드는 과정에 중점을 둔 전통적인 회계 업무를 말한다. 재무제표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 어떻게 정보를 취합할지 고민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이에 반해 '읽는 회계'는 회계의 결과물인 재무제표를 해석하는 일에 초점을 맞춘다. 숫자 뒤에 감추어진 기업의 진짜 정보를 읽어내는 통찰력을 가리킨다.


따라서, 저자는 '읽는 회계'가 '쓰는 회계'에 비해 쉽게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마치 책을 볼 때 작가가 될 것인가, 아니면 독자가 될 것인가 고민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이다. 그래서 굳이 회계사 자격증이나 이에 준하는 전문가를 목표로 삼지 않는다면 '읽는 회계'로 충분함을 강조한다. 평범한 일반인이라면 회계 자료를 유익한 방향으로 이용하고 해석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추면 된다는 것이다.


'읽는 회계'로 성공한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주식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다. 그는 소위 '가치투자의 대가'로 불리는데, 수많은 회사의 재무제표를 읽고서 내재가치보다 저평가된 회사를 찾아낸 후 이 회사에 투자하여 크게 수익을 내는 투자 기법을 활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투자를 얼마나 잘하는지 '오마하의 현인현인'이라고 불릴 정도이니 주식투자자에겐 재무제표를 읽는 효과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셈이다.



기본적인 회계 용어


모든 회계 용어는 다섯 가지 범주로 나눠질 수 있다. 자산, 부채, 자본, 수익, 비용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쉽게 풀이하면 자산은 앞으로 팔아서 돈이 될 자원이며, 부채는 남에게서 빌려 온 '빚'을 가리킨다. 자본은 기업 스스로 출자한 '내 돈'이고, 수익은 벌어들이는 모든 것, 즉 수입의 총합이다. 비용은 경영 활동을 위해 사용되는 모든 자원을 가리킨다.



재무제표 4대 천왕


재무제표는 회사의 재무 상태와 경영 성과 등을 나타내는 표이다. 따라서, 재무제표는 기업의 모든 것이므로 재무제표 상의 숫자를 한눈에 살펴볼 줄 아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중 가장 중심이 되는 재무상태표(종전, 대차대조표)는 기업의 자산, 부채, 그리고 자본을 표시하고 있다. 손익계산서는 지난 1년간의 회사 손익을 담고 있다. 현금흐름표는 회사의 돈 흐름을 보여주므로 속사정을 알려주는 셈이다. 주석은 재무제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정보로 말하자면 숫자를 해석하는 첨부자료다.

 



현금흐름은 이미 알고 있었다


2000년 초반, 대우조선해양선박 제조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이었다. 그런데, 이 회사가 2016년 분식 회계가 들통나면서 한국 경제를 뒤흔들었다. 경영환경의 악화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럼에도 워낙 덩치가 큰 대마대마이기에 이 회사의 심각성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회사의 현금흐름표는 이미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2015년 이전 7년간의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흑자임에도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모두 마이너스 상태이다.


현금흐름표 체크포인트


1. 현재 보유한 현금을 확인한다

2. 회사가 현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확인한다

3. 재무상태표의 영업이익과 영업활동 현금흐름의 숫자를 비교해본다

 



재무제표 3단계 정리법


앞서 얘기했듯이 워런 버핏 같은 투자 고수도 투자 대상 기업을 선정하기에 앞서 당해 재무제표를 제일 먼저 꼼꼼하게 검토한다고 한다. 기업체를 분석할 때 재무제표 상의 숫자는 객관적인 시각을 갖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이때 재쿠제표를 읽을 때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목적이 많다면 챙겨봐야 할 숫자 또한 많아질 게 분명하지만 방향을 이미 설정했기에 충분히 빨리 읽을 수가 있다. 저자는 3단계 읽기를 소개하고 있다.


1단계, 큰 숫자에 주목하라

2단계, 주석 골라보기

3단계, 분석표 만들기


책은 네이처리퍼블릭이라는 회사의 사례를 통해 기업체 분석을 보여준다. 익히 알고 있는 사람도 많겠지만 이 회사는 화장품 제조, 판매를 영위하고 있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 이 회사의 수분크림이 인기를 끌었는데, 난데 없이 2016년 오너 리스크가 불거졌다. 즉 회사 오너가 마카오에서 거액의 도박판을 벌였다는 것이다. 이 회사의 미래는 어떠할까?

 


이 회사의 매출액은 2011년 이후 증가 추세였다. 영업이익 또한 2014년 238억이라는 놀라운 실적을 거두었다. 그러나, 2016년 이후 회사의 경영 실적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비록 오너 리스크라 할지라도 기업 내외부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은 재무제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미 우리들이 이해하고 있는 바와 같이 재무제표는 기업경영활동을 보여주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건전한 투자자라면 이런 기업에 투자할 수 있겠는가?

 

 

숫자 울렁증을 두려워하지 말라

 

차근차근 책을 읽어가다 보면 저자가 강조하는 '읽기 회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마치 숫자로 만들어진 보물찾기 게임을 하는 느낌마저 든다. 더구나 '읽기 회계'를 실천한 덕택에 세계적인 주식투자자가 된 워렌 버핏의 이야기는 회계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해소하게 만들었다. 숫자 울렁증에 시달리는 모든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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