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면 왜 안돼요? - 남들처럼 산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닌데
정제희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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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는 꿈만으로 먹고살 수 없다고 말한다. 꿈과 현실은 다르다며, 현실적인 직업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당연히 현실은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꿈을 현실적인 직업으로 만드는 일 또한 가능하다. - '프롤로그' 중에서

 

 

꿈과 직업을 한꺼번에 이루다

 

이 책의 저자 정제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이란어과를 졸업하고, 테헤란대학교 국제관계학과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현재 이란 전문 통·번역 회사 '이란아토즈'의 대표다. 인기 학과, 대기업 취업 등 대세를 좇지 않고 소신으로 이란어과에 지원했고, 이란에서 공부를 마치고 자신의 회사를 창업했다. 정부와 대기업에서 진행하는 이란 비즈니스의 주요 파트너로 활동하며, 국내에 이란 관련 비즈니스를 안착시킴으로써 '이란 플랫폼'으로 통한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그녀는 언제나 선택의 기준이 '나 자신'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세상의 정답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것인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고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지금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녀의 저서로는 <테헤란 나이트>가 있다.

 

총 5개의 Stage로 구성된 이 책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 어설프더라도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저자 자산의 이야기를 통해 꿈과 현실 앞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길을 제시해준다. 진로를 선택하는 수험생이나 취업에 불안해하는 대학생, 그리고 이직을 고민하는 직장인들에게 새로운 롤모델이 되어줄 것이다.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싶었다

 

"이란어과에 가고 싶어요"

 

저자가 진지하게 자신의 희망 진학 학과 1순위를 이렇게 말하자 선생님과 부모님은 당연히 말렸고 친구들조차 그랬다. 담임 선생님은 좀 더 취업이 잘되는 인기 외국어학과로 진학하라고 권했고, 부모님은 부산의 국립대학교에 진학해서 평생 직장이 탄탄한 교사가 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확고해서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가 아랍어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외항선을 타던 그녀의 아버지가 오랫만에 집에 돌아올 때면 외국 선물을 잔뜩 챙겨왔는데, 이때 가져온 초콜릿 박스 뒤편에 빼곡히 쓰여진 예쁜 글자에 매력을 느끼면서다. 이란어는 이랍어 문자를 차용해서 표기한다. 당시엔 이 글자가 아랍어인 줄도 몰랐지만, 영어와는 딴 판의 모습인 꼬불꼬불한 글자에 사로잡혀 궁금증이 많았던 것이다. 이게 바로 그녀가 간직한 꿈이었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는 그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취업이 잘될 것 같아서, 어른들이 권해서, 남들 다 하니까' 같은 이유는 순간의 불안함은 달랠 수 있을지언정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못한다. 선택에 앞서 우선 내 마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헤아리는 시간을 갖는 게 좋다. 물론 그 선택이 모두 옳은 결정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그런 행동 자체가 자아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하는 중요한 양분의 된다.

 

 

현실과 타협하기

 

이란어를 전공하는 저자는 취업을 위해 이란 관련 해외 영업직군에만 지원서를 냈다가 모두 낙방했다. 이렇게 실패가 거듭되다 보니 이젠 적성이나 자신의 꿈은 뒷전이고 주객이 전도된 양 취업만 된다면 어떤 회사도 괜찮다는 방향이 되고 말았다. 즉 은행은 은행 나름대로 좋아 보였고, 공기업은 공기업대로, 여행사는 또 여행사대로 좋아 보였다. 직무도 그랬다. '국내 영업이면 또 어때?'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서 좋아 보이는 회사에 모두 지원서를 넣었다. 여타 취업준비생이 그러하듯 회사에 맞춰 각기 다른 '자소설'을 써가며 억지춘향 격으로 회사에 내 적성과 꿈을 끼워 맞추었다. 지원할수록 자기소개서는 그럴싸해졌지만 갈수록 자아는 상실되고 있었다. 이러면서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다 보니, 정말 내 꿈이 무엇인지 망각한 것만 같았다.

 

이 어려운 시기가 바로 20대다. 영영 내 꿈과 멀어지는 다른 삶을 살 것만 같아 스스로를 자책하며 지냈다. 하지만 마음 속 깊은 속에 간직한 꿈이 있었기에 이는 결코 시간 낭비는 아니었다. 오히려 실패와 좌절을 통해 내 꿈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된 것이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처럼,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힘을 비축할 수 있었다. 따라서, 취준생들은 절대 자신을 책망해선 안된다.

 

 

미래의 모습을 그리다

 

GS칼텍스의 임시 직원이 된 저자는 이제 단순한 통, 번역 일을 벗어나 '이란 엔진오일 시장조사' 업무를 부여받았다. 업무는 다이나믹했다. 1차 조사 작업을 마치고, 드디어 이란 현지 조사를 위해 출장을 떠났다. 러시아 지사장이 이란으로 넘어와 함께 시장조사를 수행했다. 러시아 유학 1세대 여성경 지사장은 매우 냉철하게 업체를 파악하는 전문가였기에, 저자의 롤 모델로 자리잡았다.  

 

귀국 후 '이란 엔진오일 시장조사 업부 보고서'를 일주일 넘게 만들어 회사 임원 회의에서 주제 발표를 하게 되었다. 며칠 간 밤을 새우며 발표 자료를 챙긴 덕분에 성공적으로 발표는 마무리되었다. "경 지사장처럼 우리 회사에서 일해요"라는 말까지 들었지만, 아쉽게도 회사는 이란에 진출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이 나고 말았다.  

평소 저자는 한 번 정한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지 않으면 목표의 기반이 와르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원칙이란 내 꿈에 다가가기 위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칙이다. 그런데 오히려 원칙을 따르지 않는 일이 목표에 다가가는 일이었고, 결과적으로 그 선택으로 인해 현재 우리 회사의 업무 영역 중 하나인 '기업 컨설팅' 영역을 개척할 수 있었다. 가끔은 과감하게 자신의 원칙을 깨볼 필요도 있다. 그로 인해 더 큰 경험을 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작은 일부터 변화시켜라

 

테헤란 현지 통, 번역 시장의 실세는 한국인이었다. 즉 그들은 주로 이란에서 게스트하우스나 여행사를 운영하는 중년 여성의 한국인 사장이었다. 그런데, 이들만의 네트워크는 견고하게 형성되어 있었다. 자신들의 분야를 개척했다는 점은 존경받을 일이지만, 이들은 분명히 이란어 전문가는 아니었다. 그래서 저자는 이란어 관련 전문 시장 이런 비전문가에 의해 주도된다는 점이 매우 실망스러웠다.

 

이와같은 먹이 사슬을 깨부수려면 자기 자신을 알리는 일부터 해야만 했다. 이란의 대학원에 와서 돈을 받고 일을 하면서부터는 스스로를 아르바이트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일을 맡기는 다른 사람들도 제대로 일하는 '전문가'와 협업한다고 생각하길 원했다. 이란에 유학 온 대학원생들은 늘 이란에 잠깐 머물다 가는 '객식구' 혹은 통역 일을 '아르바이트' 삼아 한다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투에 임하는 장수의 자세

 

통역사가 언어를 잘 구사해야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당연하다. 전쟁에 나가는 장수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무기이고, 그 다음은 그 무기를 잘 갈고 닦아야 하는 게 올바른 이치다. 저자의 무기는 바로 이란어다. 그렇기에 그녀는 요즘도 매일 빼먹지 않고 이란어 공부를 한다. 무딘 칼을 날카롭게 갈고닦는 것처럼 말이다.

 

장수에게 무기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또 있다면, 그것은 전쟁에 임하는 '자세'가 아닐까? 제아무리 훌륭한 장수도 철저한 준비가 없으면 전투에서 이기지 못한다. 그래서 그녀는 통역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이란의 역사와 문화까지 필요한 정보를 익혔다. 이는 자신이 통역일을 수행했던 어느 회사의 회장님이 역사에 무척 관심이 많다는 정보를 회사 관계자가 미리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운이라는 씨앗이 싹틀 수 있도록 토양을 다진 셈이다. 찾아 온 기회를 잡아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자세는 누구에게나 모범이 될만 하다.

 

 

스스로 롤모델이 되다

 

저자가 처음 회사를 만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정말 걱정을 많이 했다. 롤모델이 없다는 말은 시장성이 없다는 말과 동의어였다. 돈이 되지 않아서, 위험해서, 찾는 사람이 없어서 아무도 하지 않는 분야였다. 그런 분야에 뛰어들려던 그녀를 수많은 사람들이 만류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 회사를 차릴 수는 없으니 최대한 비슷한 회사들을 열심히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았다. 이제 시작한 이상 그녀는 이란어 관련 시장을 더 확고히 만들어 파이를 키우고 싶은 소망을 지니고 있다.

 

 

꿈과 직업을 한꺼번에 이루라

 

사실 이란이라는 나라에 대해 우리들은 대체로 나쁜 선입견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내용들이 그리 긍정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이란어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대학교는 한국외국어대학교일 정도로 희소하기에 젊은 학생들에게 그리 환영받지 못한다. 하지만 저자는 주위에서 만류할 정도의 이런 희소성을 딛고 자신만의 브랜드를 창조해냈다. 모든 취준생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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