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 우리가 놓치는 민주주의 위기 신호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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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신호를 인식하고 위험한 신호를 가려내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 배워야 한다. 또한 다른 나라의 민주주의를 파멸로 몰아갔던 치명적인 실수를 인식하고, 다른 나라의 시민들은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에 맞서 어떻게 저항했는지, 그리고 민주주의 붕괴를 막기 위해 어떻게 뿌리 깊은 양극화를 극복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물론 역사는 똑같이 반복되지 않는다. 하지만 거기에는 패턴이 있다. - '들어가며' 중에서

 

 

민주주의 붕괴를 말하다

 

이 책의 저자 스티븐 레비츠키하버드대 교수이자 정치학자로 정당,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라틴아메리카의 정권 교체 등에 중점을 두고 연구해왔다. 2003년부터 하버드대 역사상 최대 규모의 비교정치학 기초 강의를 가르쳐왔고, 2004년에는 하버대드 우수 강의자에게 수여하는 로슬린 에이브럼슨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뉴욕 타임스, 더 애틀랜틱등 각종 매체에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진단하는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경쟁적 권위주의: 냉전 이후의 혼합 체제>가 있다. 

 

공저자인 대니얼 지블랫 또한 하버드대 교수이자 정치학자로 19세기부터 현재까지의 유럽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연구의 독보적인 권위자다. 저서 <보수 정당들과 민주주의의 탄생>으로 2017년 미국정치학회가 주는 우드로 윌슨 상, 2018년 미국사회학회가 주는 배링턴 무어 상 등을 수상했다. 수년 동안 하버드대 학부 최고 인기 세미나 중 하나인 <민주주의는 어디에서나 가능한가?를 이끌어오고 있으며,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두 저자들은 민주주의에 관하여 권위가 높은 연구자답게 책을 통해 독재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극단적인 포퓰리스트가 어떤 조건 하에서 선출되는지, 선출된 독재자는 어떻게 민주주의를 합법적으로 파괴하는지 등을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즉 많은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비슷한 패턴으로 붕괴되었으며, 그 속에서 민주주의의 붕괴를 감별하는 신호들을 찾아냈다.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선출된 독재자들이 민주주의 제도를 무너뜨리는 데 비슷한 전략을 구사했으므로 그 전략 패턴을 우리들이 미리 안다면 민주주의의 붕괴를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이 책을 쓴 공저자의 목적일 것이다. 민주주의 정치가 고도로 발전된 미국의 경우 '견제와 균형'이라는 성문화되지 않은 규범을 지켜왔지만, 지금은 이런 가드레일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책은 민주주의의 붕괴에 대하여 미국 시회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위기에 처한 다른 나라의 민주주의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살펴보고, 동시에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시민사회가 추종해야 할, 그리고 이를 삼가해야 할 전략을 제시하려 한다. 물론 역사는 동일하게 반복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속에 패턴은 있다. 이 패턴이 한국 정치에는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성찰해 보자.

 

 

 

 

여론의 지지가 대통령의 독재를 부추긴다

 

미국의 웨스트버지니아 주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게 가장 우호적인 주로 알려져 있다.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2017년 전반기 그의 지지율은 무려 평균 60퍼센트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평균 40퍼센트에 비한다면 엄청난 수치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높은 지지율은 정치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즉 이를 의식해 민주당 인사들조차 트럼프에 대한 비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만약에 미국 전역이 웨스트버지니아 주처럼 움직였다면, 아마도 트럼프는 러시아 스캔들을 비롯한 여러 논란에서 저항을 결코 받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지지율이 높을수록 트럼프는 더욱 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위험한 인물이 될 게 분명하다. 전쟁이나 대규모 테러 같은 안보 위기는 정치 게임을 완전히 바꿔 국민의 지지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즉 북한의 핵미사일 탄두가 북미로 향한다는 엄포(?)가 트럼프 행정부에 권력을 부여한 셈이다. 어쩌면 트럼프는 앞으로도 북한 이슈를 적극 활용할 거라는 예감이 든다. 이리 된다면 정적들을 공격하는 구실이 생기므로 그만큼 미국의 민주주의는 큰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제 시각을 한국으로 돌려보자.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도 방송 프로그램 시청율 공개하듯 자주 공개된다. 취임후 높은 지지율을 지속적으로 보이면서 일각에선 여론조작설까지 모락모락 피어 나왔다. 그렇다.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분명 지나친 수치일 것이다. 이런 문제는 뒤로 돌리고 높은 지지율은 국내 정치, 경제, 국방, 외교 등 국정운영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일례로 이상한 경제정책으로 인해 지지율이 하락하자 남북평화회담으로 실추된 지지율을 끌어올리면서 이젠 "평화가 경제입니다"라는 얄궂은 플랭카드를 길거리에 내걸고 있다. 사실 남북회담의 이면에는 국민들에게 모두 소상히 밝히지 않는 천문학적인 경제협력예산이 숨어있다. 그래서 높은 지지율로 야당을 압박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잠재적 독재자를 감별하라

 

민주주의 사회에 잠재적 대중선동가는 흔히 존재한다. 때때로 이들은 대중의 감성을 충분히 어루만진다. 그럼에도 어떤 사회에서는 정치 지도자들이 이를 경고신호음으로 받아들이고, 이런 인물들이 정치판의 중앙 무대로 올라서지 못하도록 방어한다. 그래서 극단주의자나 선동가가 대중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으면 기성 정치인들은 연합해서 이들을 마치 소피스트인 양 만들어 버린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당이 민주주의의 문지기로서의 사회적 거름망 역할을 수행하는가의 여부이다. 하지만 독재자는 높은 지지율을 활용해 이를 무력화시킨다.

 

모든 정치인들이 권좌에 오르기 전에는 자신의 독재성을 겉으로 드러내는 법이 없다. 처음엔 민주주의 규범을 성실하게 준수하면서 민중들의 아픈 마음을 구석구석 헤아리다가는 나중에 자신의 본색을 드러낸다. 일례로 헝가리 총리 빅토르 오르반과 그의 피데스 당은 1980년대 말에 자유민주주의 노선으로 출발, 2002년까지 국정을 민주적으로 운영했다. 그러다 2010년 다시 권력을 잡았을 때 그는 독재자로서의 얼굴을 드러냈다. 책의 저자들은 예일대 린츠 교수의 연구를 기반으로 잠재적 독재자를 감별하는 경고신호를 우리들에게 제시한다.

 

1. 말과 행동에서 민주주의 규범을 거부한다

2. 경쟁자의 존재를 부인한다

3. 폭력을 용인하거나 조장한다

4. 반대자의 기본권(언론의 자유 등)을 억압한다

 

 

정적을 탄압한다

 

1990년, 페루는 하이퍼인플레로 인해 경제가 무너지고 게릴라 무장단체는 무력을 앞세워 수도 리마를 포위하고 있었다. 이때 대통령 선거가 있었는데 일본계인 알베르토 후지모리는 자신이 직접 정당을 만들어 대통령에 도전했다. 당시의 페루 상황은 기존 정당에 대해 심할 정도로 혐오감을 가지고 있었다. 후지모리는 "당신과 같은 대통령"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포퓰리즘을 앞세워 마침내 당선되었다.

 

하지만 후지모리 앞에는 숱한 장애물이 놓여 있었다. 그는 정치판의 아웃사이더였기에 페루의 유명 정치인과는 인맥이 전혀 없었다. 비록 선거에서 이겼지만 여전히 권력은 정적인 바르가스 요사가 장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정당 대표들과 협상하는 대신 "놀고먹는 사기꾼"으로 비난의 공세를 이어나갔다. 또 정부에 비협조적인 판사를 "악당"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이에 위기를 느낀 기성 장치인들은 후지모리를 "독재자"라고 주장했고, 언론은 그를 일본 황제에 비유했다.

 

이렇게 선출된 대중선동가는 비판자들을 적이나 체제 전복자, 심지어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한다. 후지모리는 자신의 정적을 마약 조직과 연결시켰다.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인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정권에 반대하는 인물이 테러 집단과 관련되어 있고, 언론이 가짜뉴스를 퍼트린다고 주장하면 어리석은 대중들이 이를 순진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면 이들의 독재는 정적 탄압의 정당한 수단이 되어 버린다.

 

그런데, 비판하는 지식인, 언론인, 정적을 탄압함에 있어서 서서히 점진적으로 해나가므로 시민들과 국민들은 쉽게 이를 알아채지 못한다. 나아가 독재자는 권력을 제어하도록 설계된 민주주의 제도를 허물어버린다. 예를 들어, 부패와의 전쟁(적폐 청산), 부정선거방지, 평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군병력 감축, 군복무기간 단축 등을 내세워 합법적으로 민주체제를 서서히 전복한다. 이를 위해 사법부의 심판를 매수한다.

 

심판 매수는  흔히 공직자 또는 비당원 관료를 내몰아내고, 자신에게 충직한 측근들로 채우는 방식을 택한다. 현재 한국에서도 이런 형태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독재자는 비판자들의 입막음을 시행한다. 예컨대 자신을 비판하는 경쟁자에게는 거액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거나 언론사에게는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거나 세무조사 등을 동원한다. 에콰도르 대통령 라파엘 코레아는 이러한 기술에 특히 능했다. 2011년 코레아는 주요 일간지 <엘 우니베르소〉가 자신을 '독재자'라고 칭한 사설을 게재한 것에 대해 4천만 달러의 명예훼손 소송을 걸었고, 승소했다. 

 

또한, 자신들의 정적을 파시스트 또는 적폐 세력 등으로 낙인 찍고 아예 정치적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싹을 잘라버리는 비열한 수법을 서슴치 않는다. 심지어 "견제와 균형"이라는 정당 정치의 규범을 무시하고 야당측 인사들이 상호 반목하도록 공작 정치를 펼치고, 정치적 세력으로 힘을 못쓰는 오합지졸로 변하는 분당分黨을 획책하기도 한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안전한가?

 

미국 사회는 2016년 대선을 통해 소위 스트롱맨인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지금까지 그는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숱한 민주주의 제도에 도전하는 파열음을 생산해왔다. 이에 대해 저자들은 두려움과 분노만으로는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없다면서 경고신호를 가려내기 위해 다른 나라의 실패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치에 깊은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책을 통해 한국의 민주주의는 현재 안전한지 따져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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