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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
마이클 루이스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8년 7월
평점 :
이 책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THE UNDOING PROJECT>는 직관에 의존하는 사람들의 비효율성을 꼬집었던 <머니볼>이 간과한 인간 심리와 감정의 함정을 파헤친다. 우리는 왜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오류를 범하는 것일까? 저자는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의 파트너십과 연구 과정을 재구성해 행동경제학의 드라마틱한 탄생을 그려냈다.
행동경제학의 탄생을 살펴본다
이 책의 저자 마이클 루이스는 말콤 글래드웰이 천재적 글쓰기의 전범으로 극찬한 세계 최고의 논픽션 베스트셀러 저자로, 미국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하고, 영국 런던경제대학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월스트리트 투자은행 살로먼 브라더스에서 채권 세일즈맨으로 일했다. 이후 저널리스트로서 〈이코노미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글을 썼으며, 시사주간지 〈스펙테이터〉 미국판의 편집인, 〈뉴리퍼블릭〉의 주필로 지냈다. UC 버클리에서 방문교수로 있었으며, 현재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경제학도로서 경제학과 현실을 접목한 책을 써온 그는 <플래시 보이스FLASH BOYS>, <부메랑BOOMERANG>, <머니볼MONEYBALL>, <빅 숏THE BIG SHORT>, <라이어스 포커LIAR’S POKER> 등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특히 서브프라임 사태의 본질과 세계 금융위기의 원인을 파헤친 <빅 숏>과 스포츠에 경제학을 도입해 성공 스토리를 쓴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의 실화를 재구성한 <머니볼>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심리학자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과 그의 단짝 동료이자 괴짜 천재로 의사 결정 연구에 탁월한 성과를 남긴 아모스 트버스키, 성향이 극과 극으로 달랐지만 학계에서 손꼽히는 훌륭한 단짝이 된 두 천재 심리학자의 공동 연구는 행동경제학으로 발전해 세상이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었고, <생각에 관한 생각>으로 출간되어 학계와 대중의 주목과 극찬을 받았다.
인간을 편향에 빠뜨리는 머릿속 속임수에 주목해 모든 판단과 결정에는 이성과 합리성이 아니라 심리와 감정이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밝혀낸 두 천재 심리학자의 파트너십은 어떤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겨 있을까? 이 책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는 기존의 주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엎은 혁신적 사상의 탄생 스토리이자 행동경제학의 태두인 두 사람의 상상을 초월하는 우정과 파트너십이 빚은 휴먼드라마를 담아냈다.
통계 수치가 저지르는 오류
통계는 이미 발생한 모든 일의 결과를 수치로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 인간들은 어디까지나 오류를 안고 있는 확률에 지나지 않는 이 통계 수치를 지나치게 맹신하면서 중요한 의사결정에 있어서 치명적인 실수나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책은 미국프로농구단 휴스턴 로키츠의 선수 스카우트 업무를 담당하는 대릴 모리의 실수 사례들로 시작한다. 그는 당시론 드물게 과학적인 방법으로 선수 스카우트에 나선 인물이다. 하지만 통계 수치, 즉 선수에 관한 데이터는 당해 선수의 능력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일 뿐인데, 이를 지나치게 맹신할 경우 훌륭한 선수를 스카우트함에 있어서 오류를 범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프로스포츠계는 물론 다른 분야에서도 결정 방식이 바뀌게 된 바탕에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인간 정신이 작동하는 과정에 관한 이해가 깔려 있다. 이런 생각이 사회에 스며들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지만, 판단 자체를 점검하지 않을 때 개인이, 그리고 시장 전체가 저지를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체계적 실수를 사람들은 새롭게 자각했다.
스카우트 담당자가 선수를 관찰하면 거의 즉각적인 인상을 받곤 했는데, 그러면 다른 모든 데이터가 그 인상을 중심으로 정리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바로 '확증 편향'이다. 인간의 머리는 애초에 예상하지 않은 것을 포착하는 데 서툴고, 애초에 예상한 것을 포착하는 데 엄청 익숙한 셈이다. 그래서 이런 편향이 작동하는 걸 잘 인식하지도 못한다.
즉 농구 전문가들이 중국계 제러미 린을 NBA 선수로 알아보지 못했던 것, 유럽에서 센터로 활약하던 22살의 216센티미터 장신 선수 마크 가솔의 사진 한 장만 달랑 보고 출렁이는 가슴을 가진 '유방남'이라고 조롱하면서 선수의 진가를 무시했던 것, 인도 청년 사트남 싱이 제2의 샤킬 오닐이 될 것임을 알아보지 못했던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모리는 사람들이 자기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누가 말해주기 전에는 자기가 물에서 숨 쉰다는 것을 모르는 물고기와 같죠"
아모스와 대니
아모스와 대니, 즉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는 1969년 가을에 모두 히브리대학으로 복귀해 있었다. 두 사람은 깨어 있는 시간엔 함께 있었다. 아침형인 대니를 만나려면 점심시간 전에 만나야 했고, 반면 아모스와 시간을 보내려면 늦은 밤에나 가능했다. 둘은 세미나실을 전세 낸 듯 이용했는데, 세미나실 밖으로 서로에게 고함치는 소리가 새어 나오곤 했지만 대체로 웃는 소리가 들렸다.
한때 히브리대학의 두 스타가 왜 거리를 두고 있을까 의아해하던 학생들이 지금은 성격이 극과 극인 두 사람이 서로 공통점을 발견한 것도 모자라 어떻게 정신적 단짝이 되었는지 의아할 따름이었다. 두 사람의 연구에 모두 참여했던 대학원생 디사 카프리는 이렇게 말했다. "두 분이 죽이 잘 맞으리라고는 정말 상상하기 힘들어요"
대니는 어렸을 때 홀로코스트를 겪었고, 아모스는 거드름을 피우기 좋아하는 이스라엘 토박이였다. 대니는 항상 자기가 틀리다고 확신하는 사람이었고, 아모스는 항상 자기가 옳다고 확신하는 사람이었다. 아모스는 가는 파티마다 생기를 불어넣었지만, 대니는 파티에는 가지 않았다. 아모스는 자유롭고 격식이 없었지만, 대니는 격식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할 때조차 자신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내려온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모스를 만날 때면 그를 마지막으로 본 지가 아무리 오래되었어도 바로 전에 만난 시점부터 이야기를 이어가면 그만이었다. 대니를 만날 때면 어제 그를 만났어도 처음부터 새로 시작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모스는 음치였지만 히브리 전통 노래를 신나게 부르곤 했다. 대니는 노래하면 감미로운 목소리가 나올 텐데도 그런 목소리를 발견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 같았다.
아모스는 비논리적 주장에 철퇴를 가하는 사람이고, 대니는 비논리적 주장을 들으면 '거기에서 어떤 진실이 있을까?' 묻는 사람이었다. 대니는 비관적이었다. 아모스는 낙천적일 뿐 아니라 낙천적이 되려고 무척 노력했다. 비관주의는 어리석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비관적인 사람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면, 나쁜 일을 두 번 겪게 된다. 걱정할 때 한 번,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났을 때 한 번", 이게 바로 그가 즐겨 하던 말이다.
어림짐작
우리 머리는 확률 법칙을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짐작 법칙으로 대체한다. 대니와 아모스는 이를 '어림짐작heuristic'이라 불렀다. 쉽게 말하자면 이는 우리들의 경험을 토대로 생각의 회로가 이미 만들어져 있는 생각법인 셈이다. 오랜 옛날 생존이 주목적인 인류의 선조들은 수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에 빠른 의사결정이 요구되었고 이에 적응한 결과가 바로 '휴리스틱'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탐구하고 싶은 첫 번째 어림짐작에 '대표성'이란 이름을 붙였다.
사람들은 판단을 할 때, 판단 대상을 머릿속에 있는 어떤 모델과 비교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저 구름은 내 머릿속에 있는 다가올 폭풍 모델과 얼마나 닮았는가? 이 궤양은 내 머릿속에 있는 악성종양 모델과 얼마나 가까운가? 제러미 린은 내 머릿속에 있는 미래의 NBA 선수 그림에 잘 들어맞는가? 호전적인 저 독일 정치 지도자는 내 머릿속에 있는 집단 학살을 자행할 수 있는 사람과 닮았는가?
세계는 단지 무대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는 카지노이며, 우리 삶은 확률 게임이다. 그리고 삶의 여러 상황에서 확률을 계산할 때면 곧잘 유사성, 즉 대표성을 판단한다. 사람들 머릿속에는 '먹구름', '위궤양', '집단 학살을 자행하는 독재자', 'NBA 농구선수' 같은 모집단마다 그것과 관련한 대표적 이미지나 느낌 등이 있게 마련이다. 사람들은 구체적 사례를 그런 모집단과 비교한다.
"많은 경우에, A사건이 B사건보다 대표성이 더 커 보이면,
사람들은 A가 B보다 발생 확률이 높다고 판단한다는 게 우리 요지다"
아모스와 대니는 그런 모델이 사람들 머릿속에 맨 처음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유사성 판단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다루지 않았다. 그보다는 머릿속에 있는 모델이 꽤 명확한 경우에 초점을 맞추자고 제안했다. 구체적 사례가 머리릿속에 있는 대표적 이미지나 느낌과 유사할수록, 사람들은 해당 사례가 그 대표 집단에 속한다고 생각할 확률이 높다. 즉 어떤 농구선수가 우리 머릿속에 있는 NBA 선수 모델과 많이 닮았을수록 우리는 그 선수가 NBA 선수가 될 확률을 높게 평가한다.
후회이론
1973년 말에 아모스와 대니는 하루 중 여섯 시간을 함께 지냈는데, 회의실에 틀어박혀 있거나 예루살렘을 가로질러 한참을 걷거나 둘 중 하나였다. 아모스는 흡연이라면 질색했고, 담배 피우는 사람 근처에도 가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대니는 하루에 담배 두 갑을 피웠는데 도 아모스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대화였다. 두 사람은 함께 있지 않을 때면, 상대에게 짧은 글을 썼다. 앞서 나눈 이야기를 명확히 하거나 확장하는 내용이었다. 어쩌다 같이 모임에라도 참석할라치면, 둘은 항상 구석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니가 말했다. "다른 사람보다 둘이 더 재미있으니까. 하루 종일 같이 일하는데도 그랬다니까" 두 사람은 합심해서 사람들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이론을 만들고, 그것을 증명할 이상한 실험을 고안했다.
어떤 행사장에 갔다가 경품 추첨에 응모했다. 한 사람에게만 주는 큰 경품을 탈 희망에 비싼 응모권을 한 장 샀다. 커다란 단지에서 표를 뽑는 식이었는데, 뽑아 보니 107358이 적혀 있었다. 이어서 추첨결과가 발표되고, 행운의 숫자는 107359였다.
대니와 아모스는 참가자에게 이 상황에서 불행의 정도를 1부터 20까지 숫자로 표시하라고 했다. 두 참가자 집단에게 행운의 숫자만 바꾼 동일한 시나리오를 주었다. 첫 번째 집단은 행운의 숫자가 207358이었고, 두 번째 집단은 618379였다. 그 결과 첫 번째 집단은 두 번째 집단보다 훨씬 더 불행하다고 느꼈다. 즉 행운의 숫자와 응모권 숫자가 많이 다를수록 안타까움을 덜 느꼈다는 사실이다.
고립효과
대니와 아모스는 후회를 연구하면서 확실한 결과가 제시된 도박에서 사람들은 그 확실성에 꽤 큰 대가를 지불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런데, 이제 불확실성의 정도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이 다르다는 것을 새롭게 목격했다. 어떤 결과가 나올 확률이 90%인 내기와 10%인 내기를 제시하자, 사람들은 전자가 후자보다 그 결과가 나올 확률이 9배인 것처럼 행동하지 않았다.
이 감정의 정체가 무엇이든 간에 가능성이 희박할수록 감정은 더 강해졌다. 한 뭉치 돈을 따거나 잃을 확률이 10억 분의 1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그 확률이 1만 분의 1인 것처럼 행동했다. 돈을 잃을 확률이 10억 분의 1일 때는 필요 이상으로 걱정을 하고, 돈을 딸 확률이 10억 분의 1일 때는 필요 이상으로 희망을 품었다. 극히 낮은 확률에 이런 감정을 보이다 보니 위험을 대하는 평소의 감각이 뒤바뀌어, 가망 없는 이익을 추구하느라 위험을 추구하고 손실이 생길 확률이 극히 낮은데도 위험을 회피했다(복권과 보험이 팔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단 그 가능성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생각이 부풀려져. 딸아이가 늦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머릿속은 온통 걱정뿐이잖아"
그리고 그 걱정을 없애느라 필요 이상의 대가를 지불하곤 한다. 사람들은 발생 확률이 아무리 낮아도 모두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취급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하는 이론을 만들려면, 현실에서처럼 각 확률에 감정 '가중치'를 부여해야 했다. 그렇게 하면 보험과 복권이 팔리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었다.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다
기존의 주류 경제학은 인간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토대로 행동한다고 단언했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끊임없이 오류에 빠지고 늘 실수를 저지른다. 이에 대하여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는 이렇게 인간들이 편향에 빠지는 데에는 바로 머릿속 속임수, 즉 휴리스틱 사고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렇게 행동경제학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 책은 이를 발견한 두 천재의 숨겨진 이야기이다. 특히, 주식투자자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