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400억 원의 빚을 진 남자
유자와 쓰요시 지음, 정세영 옮김 / 한빛비즈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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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을 경영하는 분은 물론, 창업을 꿈꾸는 분, 부모님이 회사를 경영하는 분, 그리고 지금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고 생각하는 분, 진로 문제로 고민하는 학생도 상상조차 하기 힘든 내 인생을 들여다보았으면 좋겠다. 인생에는 부조리한 일이 산더미처럼 많다. 그런 일만 생긴다고 여겨지는 날도 있다. 하지만 아침이 오지 않는 밤은 없다.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 머리말 중에서

 

 

도산 직전의 회사와 거액의 빚을 물려받다

 

저자 유자와 쓰요시는 1962년 일본 가나가와 현 가마쿠라 시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주식회사 유사와 대표이사다. 그는 와세다 대학 법학부 졸업 후 기린맥주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국내 맥주 영업을 시작으로 인사부 인재개발실 뉴욕 주재원, 의약 사업본부 해외사업 담당으로 일하였다. 1999년, 창업자인 아버지가 갑작스레 타계하면서 주식회사 유사와를 물려받아 40억 엔이라는 막대한 부채를 떠안게 되었다.

 

이후 그는 도산 직전의 회사를 16년에 걸쳐 재건에 성공했다. 지금은 가나가와 현에서 음식점 열네 곳을 경영하며 '사람이 빛나고 지역을 밝히며 행복을 퍼뜨린다'라는 경영이념 실현에 매진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려 중소기업 경영자를 대상으로 '포기하지만 않으면 길은 개척할 수 있다, 아침이 오지 않는 밤은 없다'라는 주제로 강연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주인공인 저자가 대기업에 다니며 장밋빛 인생을 구가하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으로 부도 직전의 회사와 400억 원의 빚을 떠안게 된 사건으로 시작한다. '빚을 다 갚으려면 80년은 걸릴 것'이라는 은행의 극단적인 선고에도 불구하고, 그는 16년간의 분투 끝에 회사 재건에 성공한다.

 

주요 내용으로는 지하철에 투신할 뻔한 사건, 회생의 조짐이 보이던 무렵 터진 광우병 사태, 노로바이러스 발생으로 신문에 보도된 사건, 신뢰하던 직원의 죽음, 화재로 불타버린 가게 등이 소개된다. 불행의 여신에게 사로잡혀 악몽의 나날을 보내던 그가 어떻게 자살을 생각하지 않고 다시금 일어나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일류기업에 다니던 주인공은 어느 날 요식업 회사를 운영하던 아버지의 부고를 접한다. 장례식이 끝나자 채권 은행들이 줄줄이 방문하고, 빚을 갚기 위해 회사를 물려받아 사장 자리에 취임할 것을 요구한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회사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잠시 휴가를 내지만 어느 샌가 이미 회사 직원들에게 '사장님'이라 불리고 있었다.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고 빚 투성이 회사를 물려받기로 했지만 아무리 필사적으로 대책을 강구해도 온갖 문제가 매일같이 덮쳐왔다. 16년간 진흙탕 속을 허우적대며 사는 동안, 시간은 흐르고 흘러 2015년 5월이 되었다. 마침내 빚의 대부분을 상환, 서른여섯이었던 그는 어느새 쉰둘이 되어 있었다.

 

일기예보에 바들바들 떠는 나날

 

음식점은 원래 현금 장사라 그날 번 돈을 바로 결제에 충당할 수 있어서 자금 변통이 어려워지기 힘든 구조다. 하지만 유사와는 그조차도 뜻대로 되지 않을 만큼 어제 매출로 오늘 결제를 메꾸며 근근이 버티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가장 낭패스러운 일은 주말의 비였다. 날씨가 궂으면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고, 수천만 원 단위로 입금액이 달라졌다. 그것은 다시 말해 월요일에 결제할 돈이 없어진다는 의미였다. 돈을 갚지 못하면 또 사죄하러 가서 결제일을 늦춰달라고 부탁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이유로 주말에 비라도 내리면 머리를 쥐어뜯었다. 정말이지 환장할 지경이었다. "제발 비가 오지 않게 해주세요" 하며 정성을 다해 빌고 또 빌었다. 기상캐스터가 "이번 주 날씨입니다. 주말에는 강한 비가 내리겠습니다"라고 말하면 우울함이 극에 달해 영상 화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비가 오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기분이 나빠졌다.

 

 

한심한 남편

아내와는 기린맥주에서 동료로 만나 회사를 물려받기 4년 전에 결혼했다. 당시만 해도 아내 역시 멋진 해외 주재원 생활을 꿈꾸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불행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아내와 함께 새벽같이 일어나 회사에 출근하고, 사무실 직원들이 모두 퇴근간 후에도 밤늦게까지 둘이 남아 일했다. 퇴근길에는 문 닫기 직전인 슈퍼마켓에서 떨이 채소를 사다가 초라한 저녁 식사를 했다. 지칠 대로 지쳐서 대화조차 없었다. 매일 그런 생활이 반복되었다.

 

직장에 다닐 때는 회사 근처에서 만나 맛있기로 유명한 음식점 이곳저곳을 다니곤 했지만 말이다. 힘든 생활의 연속으로 이제는 식탁에 마주 앉아 떨이 채소나 먹는 신세이니 말 한마디조차 나누지 않았다. 우리 두 사람 모두 운명의 장난에 농락당하고 있었다. 그에게 사생활이란 전혀 없었다. 동창회도 경조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런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지하철 투신 미수 사건

 

회사를 물려받고 1년쯤 경과했던 어느 날, 저자는 국세국에 체납액 납부 문제로 불려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우울한 기분으로 오테마치 역 플랫폼에 서 있었다. 새 담당자는 전임자와 달리 모질고 냉정한 남자였다. 담당자에게 상당히 벅찬 납부 계획을 강요받은 그는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나저나 이제 더는 못 버틸지도 모르겠군'
'이제 한계인가'
'요구대로 납부하지 못하면 어쩌지'

 

그때였다. 갑자기 몸이 플랫폼에 들어오는 전철 쪽으로 기울어지나 싶더니 나도 모르게 선로에 뛰어들려 하고 있었다. 그 순간 벌어진 일이 믿기지 않았다. 궁지에 몰려 있기는 했지만 결단코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진 빚도 아닌데, 그것 때문에 죽는다는 건 너무 억울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랬는데도, 그렇게까지 확실하게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있었는데도, 그때 그의 몸은 틀림없이 선로를 향하고 있었다. 분명히 삶을 중단시키려는 행동을 하려고 한 것이다. 이처럼 자신에게 처한 상황이 막다른 길에 몰리게 되면 인간의 몸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달리 움직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자살 보도 뉴스에서 말하는 '충동적으로'라는 것이었다.

 

 

 

무엇이 늘어나든 날짜만은 확실히 줄어든다

 

이 5년, 즉 1,827일분의 '일일 달력'을 만들었다. 아내의 도움을 받아 수작업으로 완성했다. 그리고 침실에 걸어두었다. '오늘도 회사는 망하지 않았어', '오늘 하루도 그럭저럭 버텼구나', '나도 회사도 아직 살아 있다…' 등의 그런 생각을 하며 잠자리에 들기 전에 달력을 한 장씩 넘김으로써 내일을 향한 집념을 굳건히 유지할 수 있었다.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 '아, 오늘 하루도 끝났다. 이제 1,800일 남았어' 하며 달력을 넘기는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홀가분했다. 괴롭고 굴욕적인 일이 있더라도 어쨌든 하루는 지나간다. 하루가 줄면 다시 늘어나는 법은 없다. 빚은 늘어날지도 모르고 상황이 나빠질 수도 있지만 날짜만은 반드시 줄어들었다. 그것이 정말 감사했다. 카운트다운의 효과는 절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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