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울 것
임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정으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책임과 통제, 자기 규율이 전제가 되어야만 한다. 험한 대가를 치러야 하더라도 나는 끝까지 자우로운 사람으로 남고자 노력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생생히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실감처럼 소중한 것이 어디 있을까. - '서문' 중에서

 

 

진정 자유로워지고 싶다면

 

책의 저자 임경선은 1972년생으로 물병자리에 AB형이다. 5살 때부터 17살 때까지의 유년 시절을 일본, 미국, 포르투칼, 브라질 등 남미와 유럽 등지를 옮겨 다니며 살면서 무국적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자아가 형성되었다. 서강대학교와 일본 도쿄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후 호텔, 음반사, 인터넷회사, 광고대행사, 잡지사 등의 다양한 회사를 거치며 10여 년간 마케팅 매니저로 활동해왔다. 

 

서른 살을 기점으로 여러 일간지와 잡지에 연애와 커리어에 대한 칼럼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캣우먼'이라는 닉네임으로 MBC 라디오 <김C스타일>과 <세상을 여는 아침>, EBS 라디오 등에서 연애와 인생 상담을 하기도 했다. 현재 메트로, 스포츠서울, 마리끌레르, 한겨레21 등에 고정칼럼을 연재 중이다. 아이디가 '배트맨' 인 남자를 만나 3주만에 청혼을 받고, 100일 만에 결혼했다.

 

2002년에 칼럼집 <러브 패러독스>를 냈고, 또 <캣우먼의 발칙한 연애 관찰기>, <연애본능>, <하루키와 노르웨이 숲을 걷다>,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여자로 산다는 것>, 장편소설 <어떤날 그녀들이> 등의 책을 썼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비, 수국, 온천, 치즈, 조지아 오키프, 보사노바를 좋아하고 하드록, 언더문화, 갑을관계, 유교사상을 싫어한다.

 

책은 작가가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는지 그리고 글을 쓰게 된 후 있었던 일들, 글을 쓰면서 겪은 다양한 일상과 희로애락에 대해 풀어간다. 그녀는 회사원으로 십 년 넘게 살아오다 네 번째 재발한 갑상선암으로 출퇴근을 할 수 없었기에 차선으로 선택한 글쓰기이지만 재능과 노력, 그리고 운이 더해져 그녀의 글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행복과 욕망

 

행복의 유효기간은 얼마나 될까? 대부분 느끼는 감정이겠지만, 행복은 욕망의 정도에 따라 그 유효기간이 결결정되는 것 같다. 즉 평소 갖고 싶던 반지를 생일선물로 받은 아내는 한동안 행복감에 젖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창 모임에서 만난 대학 친구가 내미는 손에 기고 있는 반지가 이보다 더 멋지다면 그 유효기간은 짧아진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행복과 욕망은 옆에서 각자 따로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욕망과 행복은 둘 다 인간이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욕망은 욕망대로 최대한 노력해서 추구하는 근력도 필요하고 행복은 행복대로 너그럽게 감지하는 촉도 필요하다. 다시 말해, 욕망을 위해 행복을 포기할 필요도, 행복해지기 위해 욕망을 포기할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솔직하다는 것

솔직함이란 감정에 따라 일어난 생각을 숨기지 않고, 타인을 의식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성향이다. 그리고 선한 의지를 바탕으로 한 솔직함은 사람과 사람을 보다 깊은 곳에서 연결해준다. 상대로부터 제대로 이해받고 있다고 느낄 때 드는 안도감과 충족감. 이런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는 서러에게 깊은 친밀감을 가진다.

 

솔직해짐으로써 타인의 비난을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하고 싶은 말을 억누르면서 스스로를 미워할 것인가. 가급적이면 전자였으면 좋겠다. 독립된 개개인이 솔직해질 수 있는 힘을 가지기를 바란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솔직한 감정들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다. 확고한 가치관 위에서 심플하게 솔직해지는 것이다.

 

 

연애소설을 쓰는 여자들

현실에서 누군가를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면, 적어도 플라토닉 사랑이라도 소중히 품고 있어야 한다. 혹은 과거에 느꼈던 열정의 불꽃이 아직가지 꺼지지 않아 지금도 그 느낌을 세밀하게 복기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 또한 그녀들은 사랑에 바지면, 그 사랑을 마음껏 표현하고 기록하고 싶은 욕망에 휩싸이기에 그에 관한 글을 쓰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 터질 것 같은 감정을 글로 적절히 소화시켜주지 못하면 미쳐버릴 것만 같다. 그러고 보면 연애소설을 쓰기 가장 좋은 때는 연애가 막 끝났을 때인 것 같다. 열정의 기운도 여전히 남아 있고, 이별 상처로 감각은 예민할 대로 예민해져 있다. 직업 작가라면, 격한 슬픔의 감정이 글을 저절로 쓰게 만들어줄 것이다. 소설을 쓰는 일은 유일하게 연애를 하는 일 만큼의 자극과 충족감을 주는 행위다.

 

연애소설을 쓰는 것만이 실제로 연애하는 상태를 대신한다. 그러니 결국엔 나를 포함한, 사랑에 탐욕적인 여자들이 끝까지 연애소설을 써나가게 될 것이다. 위험하든 아니든 일단 살아야 하니까.

 

 

그 사람을 잊지 못할 때

하지만 대부분의 것들은 시간이 해결해준다. 세상에는 시간이 어느 정도 경과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일들이 있는 것이다. 혹은, 세상에는 시간만이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긴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스스로가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싫은 것은 아닌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시간이 이별의 고통을 해결해주기를 기다리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몸을 움직여보는 것. 일상을 지켜나가는 것. 평소대로 규칙적안 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것. 이런 행동들은 나를 추수르고 중화시키는 역할을 하면서 이별의 고통을 서서히 극복할 수 있게 돕는다. 시간을 아군 삼아 버티는 일이 상처 입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최선이다. 그러는 동안 비는 언젠가는 반드시 그친다.

 

 

양자택일의 문제

일 A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그럭저럭 잘하지만 크게 보람은 못 느끼는 일

그렇다고 버리기엔 그동안 해온 게 있으니 좀 아까운 일

 

일 B

내가 하고 싶은 일, 꿈의 일

재미있어 보이는 일

막상 하면 적성에 맞을지,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 

 

아무튼 일은 실제로 경험해보는 것 말고는 결코 그 적성도를 알 방법이 없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무리를 해야 기회가 열린다. 추진 동력을 가지려면 그 일을 해보고 싶다는 간절함 이상으로 내게 주어진 시간은 이것밖에 없다는 절박감을 느껴야 한다. 기회와 타이밍도 제한되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모든 것을 감안해야 겨우 B를 꿈꿔볼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 냉혹한 현실의 모습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글을 쓰는 일

 

아이는 어쩌면 그저 이 세상에 태어나준 것만으로도 부모에게 할 도리는 다한 것일지도 모른다. 혹자는 첫 삼 년 아가 시절의 사랑스러움으로 이미 평생 할 효도는 다 했다고도 한다. 아무튼 아이는 존재 자체가 기쁨이고, 순수한 행복이라는 감정을 가장 자주 느끼게 해준다.

 

가령, 아침에 딸아이가 등교할 때 같이 손잡고 초등학교까지 걸어가는 그 십오 분이 하루 중 가장 순수하게 행복한 시간이다. 아침의 신선한 공기, 하루를 시작하는 설렘, 어린이들이 만들어내는 흥겨운 소음, 희망을 약속해줄 것만 같은 환한 햇살 그리고 꼬옥 잡은 두 손. 소설가 오르한 파묵<다른 색들>이란 에세이집에서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 

 

 

결혼하지 않는 인생

 

간혹 어떤 사람들에게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대로 나 혼자 늙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내 아이, 내 가족이 없으면 노후가 외로울까 봐, 혼자 죽어갈까 봐 두렵다. 하지만 그건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게, 노후엔 결혼 여부, 자식 유무를 막론하고 모두가 공평하게 불안하고 외롭고 서럽고 혼자 죽어간다. 가족으로 보장받는 것은 무엇 하나 없다.

 

결혼해서 아이를 가지는 삶. 결혼해도 아이를 가지지 않는 삶. 결혼하지 않고 연애만 자유롭게 하는 삶. 결혼하지 않고 혼자를 누리는 삶. 동성 친구들과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삶. 현재로서는 그 어떤 방식도 문제가 될 것은 없어 보인다. 단지 선택하는 이가 어떤 삶을 추구하는지에 달린 것이다. 

 

 

글을 쓰게 된 계기

 

"삶은 할 일로 채워지는 것이지 안정과 성취는 실상 존재하지 않는 관념이다"

- <한겨레> 칼럼, 여성학자 정희진

 

멈추고 만족하며 안주할 수 있는 지점은 애초에 어디에도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던 저자는 곰곰이 다시 생각해보니 이제 와서 글을 쓰게 된 계기 따위, 작가의 출신 대학만큼이나 하등의 의미가 없었다. 계기가 그럴싸하게 들리지 않아도, 이쪽 일로 넘어오게 된 애초의 목적이 불순했더라도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지금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나의 페이스를 지켜가면서 조금이라도 더 깊은 글을 가급적 오래도록 써나가는 일, 오로지 그것만이 누가 뭐래도 설레는 일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