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Messy - 혼돈에서 탄생하는 극적인 결과
팀 하포드 지음, 윤영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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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시스템과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의사결정과정에 집착하는 여러분에게, 약간의 혼란과 무질서를 수용할 때에 어떠한 폭발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안내하고자 한다. 이 책을 통해 혼란과 무질서의 다양한 측면을 탐구하면서, 이 작은 변화가 일궈내는 창조적 혁신과 회복탄력성, 예상치 못한 성과를 촉발하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완벽한 계획을 조금만 엉성하게 바꾸어보라

 

저자 팀 하포드세계은행 국제금융공사(IFC) 수석 경제학자들의 집필 자문이다. 경제학자이자 언론인인 그는 경제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경제담당 논설위원으로 활동했으며, 그의 첫 번째 저서인 <경제학 콘서트 Undercover Economist>가 일상경제학의 새로운 열풍을 불러일으키면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파이낸셜 타임스 매거진에 기고한 '안녕, 경제학자Dear Economist'라는 칼럼은 최신 경제 이론을 이용해 독자들의 고민거리에 대한 해답을 익살맞고 명쾌하게 제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혼란스럽고 엉망진창인 상태를 뜻하는 '메시(messy)'라는 개념을 통해, 혼돈의 시기에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내는 혁신의 비밀을 설명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가 세우는 많은 계획은 실은 실행하기에 가장 좋은 타이밍을 방해하는 요소이며, 또한 주변을 질서정연하게 정리하고자 하는 욕망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원동력을 통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은 모든 계획과 질서를 파괴하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일간계획과 월간계획의 사례처럼, 왜 어떤 계획은 성공의 발판이 되고 어떤 질서는 진화의 도화선이 되는지 그 속성을 안내한다. 오늘날처럼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것들이 탄생하는 시기에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변화 그 자체에 숙련되는 힘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들이 수립하고 있는 완벽한 계획을 약간만 엉성하게 바꾸어보라. 그것이 바로 혁신의 시작이다.

 

 

 

 

노구치 파일링 시스템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분류체계는 세 가지로 나누는 것이다. 세 줄 요약은 깔끔하게 조직된 관료제 시스템의 상징이기도 하다. 날짜에 따라, 주제에 따라, 대상에 따라 똑같은 모양의 문서파일을 세 개 만든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 배의 공간이 필요하고, 어마어마한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종이문서를 꼭 분류해야만 한다면, 일본의 경제학자 노구치 유키오가 발명한 아름다운 대안을 떠올리는 것도 좋을 것이다. 노구치 시스템에는 범주화가 없다. 그냥 서류가 생기면 봉투에 넣은 뒤 봉투 가장자리에 무슨 서류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이름을 쓴 다음, 글씨가 보이도록 책꽂이에 꽂아놓는 것이 전부다.

 

이제부터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봉투를 꺼내 서류를 사용한 다음에는 반드시 책꽂이의 왼쪽 끝에 꽂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주 사용하는 문서는 왼쪽으로 이동하고 거의 사용하지 않은 문서들은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이런 식으로 가끔 한 번씩 오른쪽에 몰려 있는 서류들을 치우기만 하면 된다. 어떤 서류를 찾아야 할 때는 그 서류를 언제 찾아보았는지 생각하기만 하면 된다. 이 파일링 시스템은 노늘날 많은 이들이 실천하고 있다.

 

 

기계가 만드는 혼란

 

우리는 컴퓨터가 언제나 정확할 것이라 생각한다. 컴퓨터가 실수를 했다고 말하면, 우리는 그들이 착각했거나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쇼핑센터로 걸어 들어오는 우리들의 얼굴을 컴퓨터가 상습 좀도둑으로 잘못 인식하는 바람에 사설경비원들이 출동해 우리들을 끌고 나간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실제로 이러한 안면인식 기술은 이미 상용화되어 있다. 물론 지금은 구매성향이 가장 높은 고객을 선별해 특별가격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자동화시스템은 경이로운 기술이다. 하지만 그것을 지나치게 신뢰하다 보면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 스탠포드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건축가이자 대학강사인 서른 아홉 살의 라히나 이브라힘은 컨퍼런스에 참석할 목적으로 하와이행 비행기를 타러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으로 갔다. 얼마 전에 수술을 받은 상태라서 그녀는 휠체어를 타야만 햇다. 그런데, 탑승수속을 밟던 도중 10대 딸이 보는 앞에서 수갑이 채워진 채 연행되고 말았다. 이는 데이터베이스에 그녀가 테러리스트 용의자 명단에 잘못 입력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자율권을 부여한 사무실의 비밀 

개개인에게 자율권을 준 세 번째 사무실의 성과는 대단했다. 깔끔한 첫 번째 사무실에 비해서는 30퍼센트, 장식을 한 두 번째 사무실에 비해서는 15퍼센트 더 많은 일을 해냈다. 이것은 대단한 효과다. 첫 번째 사무실에서는 네 사람이 할 일을, 세 번째 사무실에서는 세 사람이 해낼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자율권이 처음부터 없었던 두 번째 사무실과 자율권을 줬다가 박탈한 네 번째 사무실은 겉으로 보기에 똑같았지만, 두 번째 사무실에 비해 네 번째 사무실은 생산성도 낮고 사기도 매우 낮았다.

 

2010년, 액서터대학의 심리학자 알렉스 하슬람크레이그 나이트는 피실험자들에게 다양한 질문을 했다. 피실험자들은 자율권을 준 사무실을 좋아한 반면, 깔끔한 사무실과 자율권을 줬다가 박탈한 사무실은 싫어했다. 그들이 느낀 실망감은 단순히 인테리어에 관한 것에 머물지 않았다. 일이 지루하다고 불평한 사람도 있었고 사무실이 너무 더웠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그런 공간을 내준 회사는 물론 자신이 하는 업무도 싫어했다. 

 

 

롬멜의 혼돈전략

 

1915년 1월 하순, 독일군의 젊은 중대장 에르빈 롬멜은 부대를 이끌고 프랑스 북동쪽 비르나빌에서 프랑스군의 참호를 향해 나아갔다. 얼어붙은 땅에 엎드려 더 이상 전진할 수 없는 상태가 되자 조준도 하지 않고 무조건 쏘아대는 프랑스군의 동태를 파악한 롬멜은 빠르게 적진을 향해 돌진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이에 프랑스군은 당황하여 허둥지둥 도망치고 말았다. 이렇게 롬멜의 병사들은 1, 2, 3차 방어선을 뚫고 거침없이 돌진해 나갔다.

 

프랑스군 지역 깊숙이 침투한 롬멜은 대대장에게 지원을 요청했지만 갑자기 철수 명령이 떨어졌다. 롬멜의 부대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처럼 위급한 상황에서도 롬멜은 항전, 투항, 또는 후퇴 중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다. 오히려 프랑스군에게 빼앗긴 건물을 공격해 이를 재차 확보했다. 그러자 프랑스군은 롬멜의 작전을 파악코자 공격을 멈추었다. 이 기회를 타 롬멜은 대원들을 모두 재빨리 퇴각시킴으로써 작전 중 한 명도 사망하거나 부상당하지 않았다.  

 

초기 비나르빌 전투에서도 볼 수 있듯이 롬멜은 상대방을 혼란에 빠뜨리는 전술의 제왕이었다. 그는 혼란스러운 상황일수록 기회를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믿었다. 한마디로 그의 전략은 전장에서 더 많은 혼란을 초래해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재빠른 기동과 독자적인 과감한 작전은 일종의 피드백 루프를 만들어낸다. 적이 혼란 상태에 빠지면 이는 예상치 못한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다. 롬멜은 그 기회를 잡아 더 큰 혼란을 만들어내고 더 큰 기회를 잡는다.

 

 

도널드 트럼프의 우다루프OODA loop 전략 

예측과는 전혀 다르게, 2015년 가을 도널드 트럼프는 공화당의 대통령후보 선두주자로 부상하고 젭 부시는 고사 직전에 처하고 말았다. 여기에는 한 가지 패턴이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 먼저, 트럼프가 불법이민과 같이 민감한 이슈에 관해 공화당 지지자의 밑바닥 정서를 자극하는 매우 선동적인 발언을 쏟아낸다. 경쟁자들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관심사에 동조한다는 것을 표시하면서도 훨씬 부드럽고 균형 잡힌 어조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조심 발을 떼지만 그것이 도리어 족쇄가 된다. 

 

평생 정치를 해온 트럼프의 경쟁자들은 깔끔하게 정리된 상황을 추구한다. 언론보도를 작성하고 인터뷰 내용을 브리핑하는 홍보전문가들이 이미지를 다듬어주고 실수를 막아준다. 하지만 그들이 공들여 준비한 연설이나 발표보다도 트럼프의 재빠른 트윗 한 줄이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지지율을 이끌어낸다.

 

 

3M의 순환정책

 

3M에서는 몇 년마다 한 번씩 엔지니어들이 부서를 옮긴다. 이러한 순환정책은 기업들은 물론 직원들도 싫어하는 것이다. 몇 년 노력해서 기껏 방음기술이나 평면스크린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더니, 백신이나 에어컨 같은 엉뚱한 부서로 발령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짓인가? 이는 기업에게는 자원낭비이며, 직원에게는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사포에서 마스킹테이프를 만들어내고 포장지에서 스카치테이프를 만들어내는 기업에게는, 아이디어를 한 곳에만 쌓아 두고 공유하지 않는 것이 진짜 낭비인 것이다.

 

 

다양성이 재능을 능가한다

 

다양성이 있는 팀은 높은 성과를 내지만, 그 팀에 속한 구성원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내린 결정에 대해서 확신하지 못했고, 진행과정을 의심했으며, 전반적으로 뒤죽박죽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여겼다. 동질성이 높은 팀은 성과는 낮았지만 만족감이 높았다. 의사소통이 매끄럽게 이뤄지고 무리 없이 모든 일이 풀려나갔기 때문에 결과도 당연히 좋을 것이라는 '잘못된 확신'에 차 있었다.

 

 

기회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기회의 신 카이로스는 네 가지 특이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첫째, 긴머리로 앞을 가려 얼굴이 보이지 않으므로 기회인지 위기인지 잘 모른다. 둘째, 뒷머리가 없어서 한번 놓치고 나면 잡을 수가 없다. 셋째, 어깨에 날개가 달려있어서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넷째, 다리가 없어서 발자국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처럼 기회는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르는 것이다.

 

그런데, 기회를 잡고자 꼼꼼하게 계획을 수립하다가 그 기회를 놓친다면 그 계획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말이다. 정치 얘기를 잠시 하자면 얼마전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다가 2등도 아닌 3등으로 낙선한 안철수 후보가 좋은 본보기다. 그는 기회의 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당시 현 시장인 박원순에게 후보직을 물려주지 않았다면, 즉 기회의 신을 잡았다면 아마도 그는 지금 더 높은 자리에 있을지도 모른다. 기회는 계획이 설 때까지 결코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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