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짓 - 최악의 의사결정을 반복하는 한국의 관료들
최동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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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회가 이토록 엉망진창이 된 것은 수십 년에 걸쳐 수많은 요소들이 얽혀 이루어 낸 결과입니다. 대통령이 바뀐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어느 하나만의 원인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간과 조직을 반성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가치관, 사회와 문화를 제도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통찰력, 나아가 올바른 가치관에 기초한 통찰력을 기를 수 있는 '생각하는 힘'이 필요합니다. 생각하는 힘을 연마해야 어느 정도 치유의 실마리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최악의 의사결정이 왜 이렇게 반복될까?

 

저자 최동석은 독일 기센대학교에서 경영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은행에서 20년간 일한 후, 2001년부터 지금까지 크고 작은 조직에서 경영자, 경영학자 그리고 경영컨설턴트로 일해 오고 있다. 2006년부터 서강대학교 MBA 과정에서 리더십개발론을 가르치고 있으며 2014년부터 '최동석인사조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인간과 조직에 관한 철학적·심리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성과관리, 역량관리, 조직시스템설계, 리더십개발, 교육훈련 분야에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저서로는 <4차 산업혁명과 제조업의 귀환>(공저),  <다시 쓰는 경영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인재전쟁>, <셈코 스토리>, <성공적인 팀의 5가지 조건>등이 있다.

 

우리나라 관료 사회에는 일제시대부터 내려 온 군국주의적 조직문화가 아직도 남아 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보다 상명하복의 규율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침몰 사건이 그것을 말해 주고 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문화를 바로잡으려면 관료 조직의 시스템적 개혁이 필요하고,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제언을 이 책에 담았다.

 

세월이 바뀌고, 사람이 바뀌는 데도 불구하고 관료사회의 의사결정 시스템은 전혀 변하지 않는 소위 '철밥통'이다. 즉 고위직에 오를수록 권한과 권력이 많아지지만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인간과 조직을 어떻게 볼 것인가?', '무엇이 조직을 병들게 하는가?', 이렇게 총2부로 구성된 이 책은 관료사회의 문제점을 짚어내면서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관료 사회의 구성원들은 각자 자신의 고유한 일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직무의 사유화'라는 말을 통해 구성원들의 자율적인 판단과 주체적인 업무 수행 권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셈이다. 둘째, '국민에 의한 평가 방식 도입'이다. 공공서비스를 제공받는 주체는 국민이므로 공무원 조직의 최우선 과제는 국민의 만족도 증대로 귀결되어야 함에도 공무원들의 인사고과는 윗사람의 평가로 이루어지기에 소위 '눈치 보기' 문화가 개선되기 어렵다는 현실적 애로점을 내세운다. 셋째, '선발의 객관화'다. 즉 내부 승진을 줄이고, 똑똑한 인물을 공개적으로 기용해야만 조직에 미래가 있다는 설명이다.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보듬는 게 민주주의다

 

세월호 유가족에게 달려간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들의 행태를 살펴보라. 그들은 비서진을 데리고 현장에 도착해서 한결같이 뭔가를 보여 주려고 애를 쓰고 있다. 사진을 찍어서 시민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보여 주려고 한다. 심지어 동영상이나 사진을 위해 연출하거나 조작하기도 한다. 보여 주어야 한다는 자본주의 이념에 깊이 물들어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이념을 생활화하는 정치인이나 공직자라면 유가족 앞에서 무릎을 꿇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듣는 행위는 타인의 고통을 함께 나누어 갖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타인의 아픔에 깊이 공감할 때 비로소 들을 수 있다. 공감이 없으면 보여주기 식의 들리는 척만 할 뿐이지 절대로 들리지 않는다. 

 

 

구호성 처방만 난무한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공감의 리더십을 기르자, 소통 능력을 기르자, 허리띠를 졸라매고 스펙을 쌓자, 창의성을 길러야 한다, 인성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등 다양한 구호성 처방만이 팽배해 있다. 물론 이런 접근 방식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대증對症요법일 뿐 근원적 치유책이 될 수 없다. 더구나 이러한 구호성 대증요법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대개의 경우 우리 사회의 지도층 인사라는 데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런데, 이런 인사들이 그동안 잘못된 제도적 장치에 의해 사회적 혜택을 톡톡히 보아 왔다는 사실을 우리들은 알아야 한다.

 

이들의 주장은 선동적이어서 매우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일시적 붐을 형성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시 잘못된 제도, 즉 사회적 정의에 반히는 제도의 반사적 이익을 향유하게 되는 것이다.

 

 

품의제도, 오히려 의사결정을 방해한다

해난사고 발생 시 해경이 긴급한 구조명령을 내리는 것처럼 의사결정이란 본시 문제해결을 위한 결단을 말한다. 의사결정이란 현 상태에서 떼어내어 다른 상태로 만들려는 개인의 인격적 의지형성을 의미한다. 의지형성意志形成은 본능이 아닌 인격을 갖춘 인격체에게만 가능하며, 비인격적 존재는 의지형성이 불가능하다. 결단은 인간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이 의사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조직은 인간의 의사결정을 위한 보조적 수단에 불과하다. 그러나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인격체가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비인격체인 조직이 결정하는 것처럼 의제擬制되어 있다. 어떤 개인이 그 의사결정에 대하여 책임지는 것을 매우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에 조직 전체가 책임지도록 의사결정체계를 만들어 놓았다. 이것이 바로 품의제도이며 총체적 부패를 감싸고 있는 핵심적 체계의 하나이다.

 

소위 관피아 문제를 비롯해 보고서 위주 문화, 의전 중시 문화 등이 행정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러한 지적 중에 공무원 조직의 의사결정시스템이 근본적인 문제점이라는 주장이 있다. 품의에 의한 의사결정방식에서는 장관이 어떤 부하에게 업무지시를 내리면 업무지시를 받은 관료는 자신의 직속부하에게 동일한 업무지시를 내리고, 그 부하는 다시 자신의 부하에게 동일한 과정으로 맨 말단 공무원에게로 업무지시가 전달된다. 아래 사진을 참조하면 이해가 쉬울것이다. 

 

 

 

인재 선발의 공정화 및 객관화

인재 선발의 공정화 및 객관화야말로 조직의 사회적 효과성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여기서의 객관화라는 용어는 인사고과를 점수화하라는 말이 아니다. 객관화란 누가 봐도 그 사람이 그 자리의 적임자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하라는 것이다. 한 직장에서 몇 년을 같이 일해 보면, 그 사람의 실력, 인격, 가치관을 훤히 알게 된다. 바로 그런 주관적 판단들이 모여 서로 합의를 이룸으로써 유능한 인재를 발탁하게 된다.

 

 

시스템의 전면적 개혁이 요구된다

 

관료들에게 자신들이 섬겨야 할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오직 자신에게 은혜를 베풀어 줄 우두머리에게만 잘 보이면 되기 때문이다. 일반 직장사회에서도 권한이 전혀 분산되지 않은 채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도록 제도화돼 있기 때문에, 오로지 승리와 승진의 이데올로기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을 뿐이다.


불법적으로라도 일단 올라서고 보자는 생각이 팽배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사회에서 관료들이 오로지 위만 쳐다보며 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부정직하고 불합리한 사람은 이익을 보지만, 정직한 사람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그런 사회가 된 것이다. 더욱 높은 윤리와 도덕, 청렴성, 그리고 국민들을 위한 공복이 강조되는 관료 사회로의 변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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