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자금이 없습니다
가키야 미우 지음, 고성미 옮김 / 들녘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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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츠코, 그래도 어떻게 우리 입장만 생각하나? 사돈댁 입장이라는 것도 있잖아"
예비 사위는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는 샐러리맨이다. 집은 기후현에서 규모 있는 마트 체인점을 경영하고 있다. 바깥사돈 될 분은 산간 지역에서 태어난 분으로, 그곳에서는 결혼식을 성대하게 올리며 많은 사람들과 떠들썩하게 지내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도쿄에서 결혼 피로연을 성대하게 올리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하객들 역시 대부분 마트 거래처 사람들이라 하니, 비즈니스상의 접대를 겸한 결혼 피로연임이 분명했다. - '본문' 중에서

 

 

노후자금에 관하여


이 소설의 저자 가키야 미우垣谷 美雨는 1959년 효고 현에서 태어났다. 소프트웨어 회사를 거쳐 2005년 추리소설로 문단에 데뷔, 이 소설로 신인상을 수상했다. TV 드라마화된 <リセット>, <のカノジョ(한국어판 제목: <남편의 그녀>, 콤마, 2016년 출간)> 외에, <ニュ?タウンは黃昏れて>, <あなたの人生, づけます>, <子育てはもう卒業します>, <IF : サヨナラがえない理由>, <避難所> 등 다수의 저작이 있다.

 

주인공 고토 아츠코평범한 50대 주부다. 남편의 정년까지 남은 기간은 3년. 그 전에 주택자금대출도 모두 갚아야 하고, 잡지에서 읽은 최소 노후자금 6천만 엔도 모아야 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돈 나갈 구석이 많은지…. 딸 결혼식, 시아버지 장례식 비용 등으로 예상치도 않게 큰돈을 써버린 그녀는 걱정이 태산이다.

 

이에 시어머니에게 생활비로 보내는 9만 엔조차 힘에 겨운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계약직으로 일하던 직장에서도 해고되고, 남편마저 구조조정으로 실직하면서 믿고 있던 남편의 퇴직금마저 날아가버린 상황. 게다가 연금사기, 실종, 가정폭력 등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그녀 앞에 들이닥친다. 과연 그녀는 마냥 한숨이 푹푹 나오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무사히 노후자금 6천만 엔을 모을 수 있을까?

 

 

 

 

소설 속 주인공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보통의 삶을 살던 50대 주부 고토 아츠코, 그녀는 중견 건설회사에 다니는 57세의 남편 아키라, 대학을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결혼을 앞둔 딸 사야카, 취직자리가 정해진 아들과 함께 살며 자신도 신용카드회사의 계약직으로 일하며 착실하게 돈을 모아왔기에 이젠 큰돈 나갈 일이 없다는 생각에 나날이 행복하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일로 그녀의 통장에서 착실하게 돈이 빠져나가게 된다. 즉 사위의 집안이 대대로 대형마트를 경영하던 부잣집이기에 비즈니스상의 접대 목적으로 호화로운 결혼식을 치르게 되는데, 딸 사야카는 사돈댁에 휘둘리며 똑부러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남편은 체면 때문에 큰돈이 나가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결혼식 비용을 정확하게 나눠 내야 할 판이지만 사돈인 부잣집이 더하다. 아츠코는 딸이 시집살이를 당할까 안쓰러운 마음에 답답하지만 돈을 지출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얼떨결에 시아버지 장례식 비용까지 모두 아츠코 집에서 책임지게 된 것이다. 가게를 팔아 2억 엔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다가 이후 최고급 요양원에 입주해 호위호식하던 시부모가 예상보다 더 장수하는 바람에 어느새 돈은 바닥을 보였고, 그런 시점에서 시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장례비용을 부담하고 말았다.

 

거실 청소를 하고 있을 때, 주머니 속 핸드폰이 울렸다.
남편이다.
근무 중에 전화를 하다니 별일이네.
혹시 시어머니가 돌아가셨나
- 여보세요. 아츠코
"무슨 일이에요? 이 시간에"
- 우리 회사, 이젠 글렀어.
"글렀다니? 무슨 말이에요"
남편의 회사가 2008년의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지금까지 고전하고 있다는 말은 전부터 들어서 알고 있다.
- 오늘 아침, 본사 인사과에서 나왔는데, 설명에 따르면 본사의 기능만을 남겨두고 전원 해고라는군.
"설마 당신도 포함되어 있는 건 아니겠죠"
- 포함되어 있어. - 119쪽 중에서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아츠코 부부 모두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믿었던 남편의 퇴직금마저 한 푼도 건지지 못한 상태이다. 이 와중에 부잣집으로 시집을 간 딸 사야카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것 같고, 시어머니에게 매달 보내는 9만 엔의 생활비까지 아츠코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처럼 노후에 닥쳐오는 예상치 못한 불행은 모두 돈과 연결되는 것이다. 그래서 소설은 우리들에게 '귀하의 노후자금은 안녕하신지요?'라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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