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달다. 어제는 지랄맞았지만,
달다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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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해도 어려웠고, 잘하려 해도 할 수 없었다.
간절한 연애는 쉽게도 깨졌고 아무리 마음을 줘도 내 마음 같은 친구가 없었다.
언제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늘 노력한 만큼의 대가가 없었다.
한발 한발이 외줄 타듯 아슬했다.
앉지도 서지도 못해 엉거주춤한 자세로 내일아 오지 마라, 오지 마라 멍청하게 울기도 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인생, 나 좋으면 그만

 

이 책의 작가 달다는 사서 고생하는 스타일이라고 남들이 평한다. 고3이 되던 해, 미술 학원을 등록하는 기괴한 일을 벌였다. 연필 잡는 법도 모르는 늦깎이 미대 입시생은 결국, 재수를 했다. 대학에 진학해서는 자신의 전공과는 무관한 광고에 빠졌다. 3년 반을 장기 취업 준비생으로 허우적대다 꿈에 그리던 광고 회사에 아트디렉터로 입사했다.

 

불꽃같은 신입 사원의 아이디어가 이리저리 까이다가 잿더미로 해체되는 무참한 광경에 좌절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마저 익숙해졌다. 불꽃같은 열정보다는 꼬투리 잡히지 않는 노하우를 익히며 무미건조한 매일이 계속되던 날, 회사를 때려치웠다. 초소형 벤처 회사로 이직했지만, 몇 개월 만에 회사가 문을 닫았고 실업자가 되었다. 실업 급여가 나오는 동안만 하고 싶은 일 해보자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일러스트, 웹툰, 글과 그림을 닥치는 대로 쓰고 그리는 중이다. 비록 가난한 작가이지만 지금의 삶이 가장 마음에 든단다.

 

책은 '나는 나에게 서툴다', '민감함은 사랑의 그림자였다', '내 눈에 예쁜 꽃이면 되었다', '누구나 꽃을 품고 산다', '오늘은 달다' 등 이렇게 총 5개 파트에 걸쳐 56개의 산문을 담고 있다. 저자는 글을 통해 우리들에게 비록 조금은 서툰 자기 자신이지만 언젠가는 다가올 미래에 분명히 행복해질 거라고 자신을 믿고 사랑하라는 메세지를 던진다.

 

 

 

 

나란 여자

 

벌겋게 열이 올라 뛰쳐나왔다.
몸속의 뜨거운 공기를 한숨으로 뿜어내며 다짐했다.

"너무 애쓰며 살지 말자"

한결 나아진 표정으로 길을 건너다가
애써 횡단보도의 흰색 금만 밟는 내게 울컥한다.

 

 

 

나를 용서

 

무지해서 삼켜버린 아픔은
여지없이 날카롭다.

깊은 곳에 박혀
여전히 욱신거리다 울컥한다.

그것들은 분명 내게 상처였다.

견디지 않았어야 하는 일.
마땅히 방어하고 밀쳐냈어야 하는 일.
나를 지키느라 날카로운 가시를 세웠어야 하는 일.
큰 소리로 아이처럼 울어도 되는 일들이었다.

나에게 용서를 구한다.
외면하고 상처 주어서
더 사랑해주지 못해서
긴 외로움 속에 혼자 두어 미안하다고.

그리고 약속한다.
다시는 내게 서운한 일이 없기를.

나는 이제서야
자신과 눈 맞추는 것만이
온전한 위로임을 느낀다.

 

 

내 눈에 예쁜 꽃이면 되었다

 

나는 칭찬에 매달리곤 했다.

부모님께는 그럴싸한 딸이고 싶었다.
애인에게는 끊임없이 내가 예쁜지를 물었고,
직장에서는 다재다능한 만능 사원을 꿈꿨다.

돌아오는 답변에 거뜬히 힘이 나고 쉽게도 무너졌다.

갈대처럼 흔들렸다.
누군가의 인정이 목표가 되고 내 마음은 묵살되기 일쑤였다.

의기소침해진 나는 자주 삐치고 서러웠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드는 생각.
"나 좋으면 그만인 인생, 뭐 그리 복잡하게 살아?"

 

 

나조차도 내 편일 수 없는 순간이 있다


그렇지만 변치 않는 하나.
사랑이라 불리는 누군가이다.

살다 보면
나조차도 내 편일 수 없는 순간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토록 불완전한 서로를
연민하고 사랑하며 살게 되었는지 모른다.

 

 

 

 

언젠가는 행복해질거다

 

누구나 아이 때엔 어른들이 칭찬해주면 어깨가 저절로 으쓱 올라간다. 하지만 이후 세상을 점점 알게 되면서 우리들은 내면의 자아와 끊임없이 부딪히고 싸워가면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간다. 즉 열등감, 자괴감, 부러움, 질투, 서운함 등 불안 요소들이 휘몰아치는 격정의 이십 대를 보고, 그런 기운조차 소진된 삼십 대의 문턱에서 무너지는 자신을 바라본다. 마침내 빨간 비상등이 켜진다. 이렇게 살봐에야 빨리 죽는 게 속 편하겠다는 깊은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는 우리 모두에게 죽을 때까지 함께 할 단짝은 오직 자기 자신 뿐이라면서 언젠가는 행복해질 자신을 믿고 한없이 사랑하라는 메세지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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