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쑹훙빙 지음, 차혜정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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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은 십 수 년 동안 탈레반을 섬멸하지 못했다. 미군 병사 한 명이 아프가니스탄에 1년간 주둔하는 데 드는 비용은 50만 달러에 달한다. 10만 명 이상이 주둔하는 데 600억~700억 달러가 지출된다. 테러 사건이 빈발하는 이라크에서는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이런 비용을 감당하면서까지 미군이 계속 주둔할 수 있겠는가. 결국 미군이 철수하자 중동의 요지는 권력의 공백 상태가 되었고, 그 틈을 타서 수니파 극단주의 집단인 IS가 빠른 속도로 세력을 키웠다. 여기에 기존의 알카에다와 수많은 극단주의 무장 단체까지 가세해 중동 일대는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아랍권 전체에는 역사와 전통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범아랍주의 움직임이 점차 퇴조한 자리에는 독재자들만 남았고, 독재자들이 제거된 후에는 종교만이 남아 중동은 지금 천 년 전으로 회귀하고 있다.- '미군 철수와 종교 세력의 균형' 중에서

 

 

중동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강대국들의 패권 경쟁

 

이 책의 저자 쑹훙빙은 중국에 <화폐전쟁> 폭풍을 일으킨 인물로, 글로벌재경연구원 원장이다. 1968년 생인 그는 둥베이 대학을 졸업한 후, 1990년대 초 미국으로 건너가 정보공학과 교육학을 전공, 석사학위를 받은 후 오랫동안 미국 역사와 세계 금융사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오고 있다. 연방정부와 굴지의 금융기업, 의료업, 통신업, 정보안전, 미국 매스컴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몸담았으며, 부동산 대출 자동 심사시스템의 설계나 금융 파생기구의 세무계산 분석, MBS의 리스크 평가 등의 일을 하며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정부보증기관인 페니메이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의 컨설턴트 고문을 맡기도 했다. 이때 미국의 금융파생산업에 깊게 접촉하고 최종적인 시스템 회계와 고객을 겨냥한 제품을 설계했다. 그의 이런 경력은 <화폐전쟁>을 쓰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융의 '배후세력'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오랜 연구 기간을 통해 <화폐전쟁>을 완성, 중국 경제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 <관점觀點>을 통해 중동지역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 등 강대국들 간의 얽히고설킨 패권 경쟁구도를 시사, 경제, 역사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시사적 현안과 연결하여 면밀히 분석한다. 2014년 중국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쿠Youku와 함께 국제 정치, 경제, 역사 등의 관점에서 과거와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온라인 금융경제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그는 각 대국 간의 어마어마한 암투가 숨어있는 예멘 전쟁, 인질 참수로 유명한 IS의 자금 출처, 아랍-이스라엘 분쟁의 진실, 천연가스 확보를 위한 미-중국 간 자원전쟁의 결말 등의 내용을 통해 세상을 넓게 바라보고 미래를 해독하는 혜안을 얻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IS 의 수입은 어디에서 나올까?

 

IS의 경제 운영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건 불가능해 대략적인 분석만 할 뿐이다. IS 점령 지역은 주로 시리아 동부와 이라크 서부이다. 시리아 영토의 4분의 1, 이라크 영토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2015년 기준으로 IS는 800만여 인구를 통제했으며, 이것이 곧 그 국토와 경제의 잠재력이다. 전쟁을 하려면 돈과 군량, 병참과 재정이 필요하다. 특히나 방대한 병력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 IS의 재정 상태는 어떨까? IS가 조직된 2014년 총수입은 약 14억 달러였으며, 그중 6억 달러는 세금 징수와 약탈을 통해 조달했다. 5억 달러는 이라크의 수많은 은행을 점령해서 얻은 것이고, 1억 달러는 석유로 벌어들인 것이다. 그 밖에 인질을 납치하고 금품을 요구해서 받은 돈이 2천만 달러에 달한다. 골동품을 팔거나 해외 원조로 받은 것도 있다.


언론 매체에는 IS의 인질 참수에 관한 보도가 자주 등장한다. 여기에는 분명한 경제적 목적이 있다. 인질 납치는 석방금을 노린 것으로, 그들의 중요한 재정수입원이다. 잔인한 장면을 온라인에 노출하는 것은 적나라한 경제적 공갈 협박 행위이다. 관련 국가에 돈을 내놓지 않으면 인질을 참수하겠다고 협박하는 셈이다.

 

 

수니파의 기원

 

무슬림의 85퍼센트를 차지하는 수니파는 '순나(sunnah)', 즉 '선지자의 성스러운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정통을 수호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누가 황제가 되든, 누가 할리파나 술탄이 되든 무슬림의 사업을 계속 확대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면 정통파로 인정한다. 이것이 수니파의 태도다. 현대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전 세계 수니파의 지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에 이란 사람들은 대부분 시아파인데 그 이유는 3가지다. 첫째, 이란 사람들은 아랍인이 아닌 페르시아인이다. 페르시아인은 자신들이 키루스 대제의 후예이며, 고귀한 아리안족의 피가 흐른다고 생각한다. 페르시아가 세계 최대의 제국을 건설할 때 아랍인은 여전히 사막에서 낙타를 몰고 다녔다. 따라서 페르시아인은 페르시아문명에 대해 강한 우월감을 갖고 있다. 훗날 페르시아가 아랍인의 손에 멸망하자 사람들은 비통함에 잠겼다. 이러한 비통함은 시아파가 알리와 후세인을 위해 복수를 다짐한 것과 매우 유사하다. 따라서 페르시아인은 감정적으로 시아파에게 깊이 공감한 것이다. 

 

후세인은 암살당하기 전에 페르시아 사산 왕조 마지막 황제의 딸과 결혼, 아들 알리를 낳았다. 즉 12대 손이다. 이는 선지자의 혈통임과 동시에 페르시아 왕족의 혈통이기도 하다. 현대 이란의 시아파에는 혈연의 계승, 강한 비통함, 그리고 페르시아문명에 대한 우월감이라는 세 가지 심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이런 기초 지식하에서 중동 분쟁을 바라보면 깨닫는 바가 분명 달라진다. 

 

 

금융계의 '부력의 법칙'

 

2009년 오바마가 취임할 때 9조 달러였던 미국 국채는 2015년 18조 달러에 달했다. 미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을 3퍼센트로 계산했을 때 경제위기 이후 몇 년간 미국의 GDP는 약 20퍼센트 성장했으나 국채는 100퍼센트 상승했다. 세수 성장이 국채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이 경우 장차 달러 시스템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정부의 세수 중 국채 이자 상환(원금 제외)에 들어가는 비중이 12퍼센트이다. 2020년에 이 비중은 20퍼센트로 상승할 것이며, 2030년 무렵에는 36퍼센트, 2040년에는 58퍼센트로 상승할 것이다.

 

이자 상환에 들어가는 재정 세수가 58퍼센트를 차지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미국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은 몇 가지 역사적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첫 번째는 프랑스대혁명이다. 혁명이 일어나기 1년 전인 1788년 프랑스 정부는 세수의 62퍼센트를 이자 상환에 사용했다. 국왕이 부채를 갚지 않았기 때문에 은행가를 포함한 채권자들이 모든 계층과 연합하여 루이 16세를 단두대에 보냈다. 프랑스대혁명을 초래한 직접적 원인은 프랑스 정부의 재정 파산이었다. pp. 234~235

 

두 번째 사례는 오스만제국으로 1877년 제국은 정부 세수의 50퍼센트 이상을 국채 이자 상환에 사용함으로써 심각한 디폴트에 빠짐으로써 결국 국가 재정 전체가 영국과 프랑스 금융기관의 관리하에 들고 말았다. 세 번째 사례는 대영제국이다. 1939년 재정 세수의 44퍼센트를 국채 이자 상환에 사용함으로써 국가 재정이 파탄나고 말았던 것이다.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도 정치적 야욕으로 무분별하게 복지정책을 남발함으로 인해 크게 늘어난 부채(지방채)에 대한 이자 때문에 곤욕을 치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십자군의 동방 정벌   

십자군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동방 정벌에 나선 것은 종교적 이유도 있지만 경제적 이유가 컸다. 중동 지역을 점령해 약탈로 전리품을 얻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프랑스 사람들이 유대인을 학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독일도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프랑스 십자군이 유대인을 약탈하여 많은 재산을 차지하는 것을 보고, 독일인들도 라인 지역을 지날 때 각 도시의 유대인을 학살하고 약탈했다. "유대인을 죽여 당신의 영혼을 구제하자!"는 것이 당시의 구호였다. 유대인 배격과 반유대인 정서가 폭력 행위로 확산된 것이다.


1099년 제1차 십자군 원정에서 예루살렘을 함락하고 성전산에서 10만 명을 학살했다. 종교에 대한 광적인 집착과 경제적 빈곤이 더해지자 십자군은 갈수록 악랄해졌다. 몇 차례의 십자군 원정을 통해 수많은 유대인이 학살되었다. 스페인은 1492년부터 대규모 유대인 배척 운동을 전개해 이단 재판소를 세우고 유대인 40만 명을 붙잡아 그중 3만 명을 살해했다. 역사적으로 무슬림은 기독교도보다 유대인에게 훨씬 너그러운 편이었다.

 

십자군 원정은 유대인의 상업 네트워크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 국제 무역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하던 그들은 유럽 각국에서도 지역 네트워크를 통해 천하를 좌지우지할 정도였지만 십자군의 원정으로 인해 각국의 경제 네트워크 자원이 훼손되었고, 다른 한편으로 십자군 원정으로 인해 지중해 동쪽 해안에 일련의 기독교 공국이 수립됨에 따라 국제무역에서 유대인의 독점적 지위가 와해되고 말았던 것이다.

 

 

제국 붕괴를 결정하는 마지막 방아쇠

 

오스만제국이 붕괴된 가장 큰 외부 요인은 국제무역로의 영구적인 전환이었다. 청나라의 쇠락을 앞당긴 근본적인 외부 요인은 아편 무역의 성행으로 중국 화폐 시스템이 혼란에 빠진 것이었다. 국제무역로 이전과 아편 무역의 성행이라는 두 외부 요인이 오스만제국과 청나라의 경제를 심각하게 악화시켰고, 그 과정에서 각종 요인이 상호작용을 하여 위기가 더욱 커지고 복잡해졌다. 경제 위기는 정치 위기로 변질되었으며, 터키에서는 심지어 민족 위기와 종교 충돌 등으로 비화되었다. 이 모든 것이 외부요인으로 인해 파생된 것이었다.

 

 

서방은 경제 선순환에 돌입

 

오스만제국과 청나라는 경제의 악순환에 처한 반면 유럽은 무역 이익으로 공업 생산에 투자하고, 공업 생산이 무역 이익을 늘려주는 선순환 궤도에 진입하여 점점 강력한 사회를 형성했다. 청나라와 오스만제국의 외부 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졌으며, 내부 개혁을 통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했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었다. 시간이 늦어질수록 악순환은 점점 심각해진다. 마지막 기회를 놓치면 제국을 구하지 못하고 붕괴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외부 요인으로 인한 경제, 사회, 통치 제도와 통치 기반의 악화가 초래한 바꿀 수 없는 과정 그 자체이다.

 

 

 

 

오늘을 토대로 미래를 전망하다

 

크게 '시사를 보다', '경제를 관망하다', 그리고 '역사를 관망하다' 등 3개 챕터로 구성된 이 책은 미국, 중국, 유럽, 러시아 등 강대국들이 중동 지역에서 벌이는 헤게모니 쟁탈전의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참된 의도를 밝혀줌으로써 우리들이 보다 넓은 안목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를 토대로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혜안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미중 간에 벌어지는 작금의 무역전쟁과 연계하여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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