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기는 힘 - 그들은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는가
이지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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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리더의 고민은 그리스 로마 고전에 등장하는 영웅, 정치인, 군인 등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함께 공부하던 리더들이 수천 년 전의 이야기에 웃고 우는 모습을 보면서, 케케묵은 고전의 어떤 면면이 저들의 공감을 자아내는지 궁금했다. 공감의 코드를 풀어낸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고금의 고민을 병렬하고 비교함으로써 리더의 덕목에 대한 지혜를 입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 '저자 서문' 중에서

 

 

위기를 넘어서면 성공의 기회가 보인다

 

책의 저자 이지훈 경제학 박사는 <조선일보> 경제부 금융팀장과 증권팀장, 경제부장을 거쳤으며, '위클리비즈' 편집장을 지냈다. 프리미엄 경제섹션인 위클리비즈를 통해 그는 전 세계 경영의 대가들을 인터뷰하고 글로벌 뉴스를 심층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우리나라 1% 오피니언리더들의 멘토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같은 학교 최고경영자과정 '혼창통 아카데미'의 주임교수로서 기업 CEO 및 임원진들에게 필요한 강의를 엄선하고 있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탁월한 비즈니스 스토리텔러인 저자는 특히 현장과 체험을 중시하는 데, 시대의 흐름에 대한 예민한 시각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하고 있다. 경제, 경영 분야의 다양한 이슈와 인물들을 직접 취재하며 얻은 인사이트와 교수로서 경영 분야에 몸담으며 체득한 지식 등을 경영 이론이나 수식이 아닌 스토리로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기업의 사례에 특유의 해석을 담아 감동과 교훈이 담긴 이야기로 재구성, 우리 시대 비즈니스맨들에게 통찰과 영감을 선사한다.

 

그는 책의 '인트로'에서 "우리 모두는 어떤 의미에서 영웅이다. 자신의 노래를 부르려는 자, 자신의 시를 쓰려는 자,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찾아나서는 자, 그들이 바로 영웅이다. 버티는 자, 그도 영웅이다. 아무리 안온한 삶을 원해도 삶은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시련은 늘 닥쳐오기 마련이고, 도전은 종종 우리의 등을 떠민다. 버티고 뛰어넘어야 한다. 그때 우리는 영웅이 된다"고 말한다.

 

나아가 총 9장으로 구성된 책을 통해 마치 '길찾기 앱'처럼 '영웅들의 여정'을 제시하면서 우리들 모두 쉽게 영웅이 될 수 있는 길로 인도한다. 즉 그는 영웅의 여정을 10단계로 나누어, 영웅이 모험을 떠나기 전 단계인 1단계부터 정신적 스승을 조우하는 4단계, 항해를 떠나는 5단계, 거듭되는 시련을 마주하는 6단계 등을 거쳐 최후의 투쟁에서 승리하는 마지막 10단계까지의 과정을 차근차근 우리들에게 설명한다.

 

 

 

 

주어진 일을 사랑하라

 

많은 사람들이 성공의 문을 두드리기 전부터 상당한 고민에 빠진다. 과연 지금 자기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일이 적성에 맞는 천직일까?라고 말이다. 왜냐하면 우리들 대부분은 좋아하는 일을 해야 보람과 기쁨을 느낄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 이를 평생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 교세라의 창업자이자 명예회장인 이나모리 가즈오는 "처음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해 평생 자신의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애석하게도 그런 사람은 1000명 중 한 명이 될까 말까다"라고 대답한다. 이어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추구하기보다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좋아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사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도 못했고, 원하는 직업도 얻지 못했다. 어렵게 취직한 회사는 도산 직전이었으니 일에 재미를 붙일 수가 없었다. 탈출구가 전혀 보이지 않아서 그는 입에 불평과 불만, 그리고 변명을 달고 살았다. 이후 그는 이런 자기 자신을 버리고 눈앞에 놓인 일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당시 회사 연구소에서 파인세라믹이라는 신소재를 연구하고 있었는데, 결심한 그날부터 연구소 한켠에 솥과 냄비등 취사 도구를 갖다 놓고 불철주야 연구에 몰입했다. 물론 이 업무는 자신의 전공도 아니었고, 이미 대기업엔 이 분야의 전문가도 많았기에 한마디로 무도한 도전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일에 몰두하면서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즉 놀랄만한 실험 결과가 연달아 나타났던 것이다. 이로 인해 그는 한동안 지녔던 향후 진로에 대한 의심과 방황이 한꺼번에 사라지고 말았다.

 

 

생각의 씨앗을 포착하라

 

유명 광고인에서 책방 주인으로 변신한 최인아 대표, 그녀는 광고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라는 유명한 광고 카피를 만든 장본인이다. 그녀는 삼성 그룹 공채 출신 첫 여성 임원으로 제일기획 부사장을 역임했었다. 이후 그녀는 변신을 시도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최인아책방'이라는 서점을 차린 것이다. 이곳에선 북콘서트, 강연회, 다양한 프로그램 등이 진행된다.

 

카피라이터로서의 그녀가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그녀는 창의성은 흔히 생각하듯 아주 기발한 데서 나오는 게 아니며, 또한 "이 세상 모두가 아이디어의 재료"라고 말한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내게 신호를 보내는데 단지 내가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다. 그것을 알아차리고 내 것으로 취하는가, 아니면 그냥 흘려보내는가 하는 점이 창조자가 되느냐, 범인凡人으로 남느냐를 결정한다.

 

문화부 장관을 역임했던 배우 김명곤 씨도 "절름발이 배역을 맡고 나니 거리에 절름발이가 그렇게 많이 보이더라"라고 어느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영화 <바보 선언>(1984년)에서 절름발이 배역을 맡아 절름발이의 삶을 유심히 관찰했던 것이다. 그렇다. 생각의 씨앗은 우리가 "보고, 듣고, 읽고, 행동한 모든 것"에 있는 거다.

 

 

나영석의 '혼,창,통'과 '소통의 리더십' 

 

국민 PD로 불리는 나영석은 KBS 공채 출신으로 현재는 CJ E&M에 몸담고 있다. 자리를 옮기자마자 그는 <삼시세끼>, <꽃보다 할배>, <윤식당> 등 히트작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대학 시절 경영학도가 아니라 행정학이 전공이다. 그럼에도 경쟁이 치열한 예능 분야에서 연이어 히트작을 낼 수 있는 비결은 뭘까?

 

그는 성공하는 프로그램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요소가 만나 스파크가 터질 때 나온다고 말한다. 이순재, 신구, 백일섭, 박근형 등 노령의 배우들이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가 바로 이런 케이스다. 당초 '해외 배낭여행'이란 주제로 아이디어 회의를 하다가 기존의 예능 출연자는 모두 젊은 가수, 배우, 개그맨, 전문 MC 등이 주류인 점을 깨고 "할아버지는 어떨까?"를 누군가가 말했고, 이를 웃음으로 넘기지 않고 그는 진지하게 생각하고 살을 붙여 이 프로그램을 탄생시켰던 것이다.   

이렇게 나영석 PD의 남다른 성취의 이면에는 혼창통이 작용하고 있다. 그는 신선함과 보편성, 새로운 것과 익숙한 것을 하나로 버무리는 데 지혜가 있으며, 일의 목적과 핵심 콘셉트를 정한 뒤 흔들리지 않고 집중한다. 또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겸손함과 후배들에게 기회의 장을 열어주는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들에게 나영석을 우리들의 멘토로 강력하게 추천한다.

 

 

내리막길에서 도약하다

 

2009년, 발뮤다에 최악의 위기가 도래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직원이라곤 고작 3명인 이 회사를 피해가지 않았던 것이다. 발뮤다는 주로 매킨토시 사용자를 대상으로 틈새 고가 제품을 소량 판매하는 업을 영위하고 있었다. 경기가 바닥이니 그나마 있던 주문이 제로 상태가 되었다. 회사 패망은 바로 눈 앞에 있었다. 이에 창업자 테라오 켄어차피 망할 거라면 해보고 싶었던 제품을 만들기나 해보자고 결심했다. 즉 이판사판 정신인 셈이다. 

 

꼭 해보고 싶었던 제품이 선풍기였다. 여름에 사용하는 선풍기가 늘 시원하지 않다고 느꼈던 그는 어린 시절 딱정벌레를 잡으려고 나무에 다가갔을 때 느꼈던 그 시원한 바람을 재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바로 '자연풍'이다. 이후 선풍기 바람와 자연풍의 차이를 밝히려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신발이 닳도록 드나들었던 한 공장의 직원들이 선풍기를 벽 쪽을 향하도록 설치한 것을 보고 깨달았다. 바람이 벽에 부딪히면 쇼용돌이 기류가 파괴되어 돌아오는 바람이 부드러워 진다는 사실을.

 

테라오 겐은 이렇게 말한다. "인생이란 뚫고 나갈 수 있다. 아무리 불리한 상황에서도 역전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이에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가 떠올랐다. 조르바는 "인생이란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법이지요.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브레이크를 써요. 그러나 나는 브레이크를 버린 지 오랩니다. 나는 꽈당 부딪치는 걸 두려워하지 않거든요"라고 말한다. 그렇다. 언제나, 누구나 그 가능성을 갖고 있다.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큰 잘못이다.

 

 

적에게서 이익을 얻다

 

플루타르코스<도덕론>에는 '적에게서 어떻게 이익을 얻을 수 있는가'라는 대목이 있다. 그는 적이라는 존재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우리를 향상시킨다는 논리를 편다. 물론 경쟁 상대와 적은 다르다.  경쟁 상대는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반면 적은 내 목숨까지 내놓으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적에게서조차 얻을 게 있다고 시인한다면 경쟁 상대에게서 느끼는 압박감은 훨씬 줄어들지 않겠는가 말이다.

 

플루타고라스가 생각하는 적의 가장 큰 덕목은 바로 '우리를 늘 경계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적은 우리의 약점을 살피면서 언제든 우리를 덫에 빠뜨릴 궁리를 한다. 스스로 건강체라고 자랑하는 사람이 오히려 중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말하는 것처럼, 병이라는 적을 항상 경계하는 약골은 미리 대비하므로 잔병은 치를지 몰라도 상대적으로 큰 병엔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플루타르코스는 비난의 여지없이 당당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둘 중 하나가 필요하다고 한다. 정직한 친구를 두는 것이 하나이고, 분노한 적을 두는 것이 다른 하나다. 친구는 솔직한 충고로, 적은 험담과 욕설로 내가 죄를 저지르는 것을 막는다. 그러나 문제는 정직한 친구를 찾기가 힘들다는 데 있다.  마치 남과 북의 대치 상황처럼 말이다. 그에 대해 플루타르코스는 이렇게 말한다.


"이 시대에 우정은 거의 침묵으로 바뀌었고, 예전에 갖고 있던 자유로움을 잃어버렸다. 그것은 아첨에는 달변이지만, 충고에는 눌변이다. 결국 우리는 적의 입을 통해서만 진실을 들을 수 있다" 

 

 

진짜 여행은 지금부터

 

용기를 내어 모험을 떠나긴 했지만 언제든지 우리들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또한 실패의 가능성도 상존한다. 그렇다고 이를 포기하는 것은 이제껏 읽은 독서를 내팽개치는 것과 같다. 우리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도전해 보는 것, 내면의 경게를 허물고 나 자신을 확장하는 것, 진정 살아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것이 아닐가 싶다. 그 어느 때보다 도전이 절실한 시기이다. 자, 진짜 여행은 이제부터다. 영웅의 길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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