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존 그린 지음, 노진선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내가 소설 속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을 때 나는 평일이면 인디애나폴리스 북쪽에 위치한 화이트 리버 고등학교에 다니는 중이었고, 정부의 지원을 받는 이 학교에서 나보다 훨씬 거대하며 정체를 짐작조차 할 수 없는 힘에 의해 특정한 시간, 다시 말해 오후 12시 37분 부터 1시 14분까지 점심을 먹어야만 했다. - '첫 도입부' 중에서

 

 

마주보는 것은 누구하고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와 같은 세상을 보는 사람은 흔치 않다.

 

저자 존 그린은 미국도서관협회가 수여하는 마이클 L. 프린츠 상과 에드거 앨런 포 상 등 여러 차례 권위 있는 상을 수상했으며, 타임지 선정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뽑힌 베스트셀러 작가다. 첫 작품 <알래스카를 찾아서>로 일약 유명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한해 가장 뛰어난 청소년 교양도서를 선정, 수여하는 프린츠 상과 가장 뛰어난 미스터리에 수여하는 에드거 상을 동시에 수상한 것은 그가 뛰어난 재주꾼임을 증명하는 셈이다.

 
그는 글을 쓰는 재능에만 그치지 않고 다방면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어서 21세기형 지식인으로 불릴 만하다. 동생 행크 그린과 함께 운영하는 교육 채널 크러쉬 코스와 블로그브라더스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온라인 동영상 프로젝트 중 하나이며, 블로그 '너드파이터'와 SNS로도 팬들과 활발히 소통 중이며, 특히 그의 트위터는 팔로어가 540만 명을 넘는다. 작품으로는 <알래스카를 찾아서>, <종이 도시>, <렛 잇 스노우>, <윌 그레이슨, 윌 그레이슨>,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등이 있다.

 

현대인들은 우울증, 강박증, 공황장애 등 심리적인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공황장애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며, 불안증세와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도 점점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책은 바로 저자 자신이 어릴 적부터 겪어 온 개인적인 경험, 즉 불안 장애를 바탕으로 불안에 떨고 있는 현대인들을 위로하기 위한 글이다.

 

줄거리는 정신 장애로 고통 받는 한 소녀, 에이자 홈스가 평범한 삶을 지탱해 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겪는 우정과 사랑, 가족에 관한 이야기인데, 에이자가 친구와 함께 한 소년의 아빠이자 현상금(10만 달러)이 걸린 수배범 러셀 피킷을 찾아나서는 모험담으로 진행된다. 이런 행동에 나선 이유는 수배범이 어린 시절 에이자가 호감을 가졌던 데이비스 피킷의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인디애나폴리스에 살고있는 16살의 고등학생 에이자 홈스는, 극도의 불안감과 강박적인 생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낸다. 물론 에이자도 보통의 십대들과 마찬가지로 같은 관심사에 몰두하며 사춘기의 통과 의례를 겪고 있는 중이다. 즉 대학 진학 문제로 고민하고, 지나치게 염려 많은 엄마를 진정시키며, 불만 많은 단짝 친구를 달래는 동시에 남자친구와 설레는 사랑을 키워 가는 중이다. 하지만 이런 평범한 모든 일상이 강박증과 불안 장애를 갖고 있는 에이자에게는 마치 전쟁과 같다는 사실이다. 


에이자는 자신이 세균에 감염되어 목숨을 잃게 될 거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실수로 손가락에 상처가 생기면 병균에 감염되어 죽지 않을까 몹시 걱정하고, 이런 불안감으로 인해 남자친구와 스킨십하는 것조차도 어려워한다. 심지어 증세가 심해지면서 키스로 세균이 감염됐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손 세정제를 마시기 시작한다. 

 

"집에 도착해 욕실로 가서 상처를 확인했다. 아까보다는 덜 부푼 듯했다. 아마도. 욕실 조명이 약해서 잘 안 보이는 걸 수도 있지만. 비누와 물로 상처를 씻고 잘 말린 다음, 다시 살균제를 바르고 반창고를 감았다. 늘 먹던 약도 먹고, 몇 분 뒤에는 공황 발작이 일어날 때마다 복용하라고 한 길쭉한 하얀색 알약도 먹었다. 혀에 알약을 올렸더니 희미한 단맛과 함께 녹아내렸고, 나는 약효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무언가가 날 죽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당연히 그렇겠지. 언젠가는 무언가가 날 죽일 것이다. 다만 그날이 오늘인지 아닌지 모를 뿐이다"(148 쪽에서) 


이처럼 주인공 에이자를 괴롭히는 것은 세균뿐이 아니다. 그녀는 때때로 자기 자신이 허구일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품는다. 자기가 스스로의 생각을 통제할 수 없다면 '나'를 움직이는 건 도대체 누구일까라는 의문 속에 빠진다. 이렇게 불안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이 소녀는 과연 자신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그냥 내 몸 안에서 살아야 하는 게 싫어. 이게 말이 되는 소린지 모르겠지만. 난 그냥 산소를 이산화탄소로 바꾸려고 존재하는 도구 같아. 그리고 소위 내 '자아'라는 것을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도 무서워. 예를 들어서, 너도 분명 눈치챘겠지만, 지금 내 손에서는 땀이 나고 있어. 땀이 나기에는 너무 추운 날씨인데도 말이야. 그리고 일단 땀이 나면 멈출 수가 없고, 땀을 흘리고 있다는 생각밖에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싫어.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을 선택할 수 없다면 어쩌면 나는 진짜가 아닐 수도 있잖아, 안 그래? 어쩌면 난 그냥 나 자신에게 속삭이는 거짓말일지도 몰라"(118 쪽에서)

 

사랑으로 극복하라

 

불안 장애를 가진 십대 소녀의 심리 변화, 정신적 문제, 그리고 심적 갈등 등을 읽을 수 있다. 이는 장애를 가지지 않았다고 해도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다. 갈수록 핍박해지는 현대인의 삶과 연동해서 불안감은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장애를 극복하려면 결국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아닐까 싶다. 특히, 지금 장애를 겪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너무도 놀랍고, 감동적이며 또 진솔해서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다!

에이자처럼 불안 장애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해도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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