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라이프 - 내 삶을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최인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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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관한 책이면서도 제목을 '굿 라이프'라고 정한 이유는, 행복을 '순간의 기분'으로만 이해하는 경향성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행복은 순간의 기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삶'의 행복이기도 하다. 좋은 음식이 좋은 맛 이상의 것인 것처럼, 삶의 행복은 순간의 행복 이상의 것이다. 행복이 좋은 기분과 좋은 삶의 두 가지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은 좋은 기분으로서의 행복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좋은 삶'으로서의 행복까지 균형 있게 생각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책의 제목을 의도적으로 '굿 라이프'로 정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좋은 삶을 찾아서

 

이 책의 저자 최인철은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미시간 대학에서 사회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를 지냈고, 국제 학술지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의 ASSOCIATE EDITOR를 역임했다.

 

2000년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래, 2010년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를 설립하여 행복과 좋은 삶에 관한 연구와 함께 초, 중, 고등학교에 행복 교육을 전파하고 전 생애 행복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행복의 심화와 확산에 매진하고 있다. 2017년 제8회 홍진기 창조인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40만 독자가 선택한 스테디셀러 <프레임>, 역서로 <생각의 지도>,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등이 있다.

 

'굿 라이프'란 바로 좋은 삶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좋은 삶이란 뭘까? 이는 재미와 의미, 성공과 행복, 현재와 미래, 자기 행복과 타인의 행복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는 삶을 뜻한다. 저자는 지금까지 자신의 연구팀과 함께 해온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마치 하늘의 뜬구름을 잡는 듯한 행복 개념을 재정의하고, 행복뿐 아니라 의미와 품격을 더한 '굿 라이프'의 구체적인 방법론과 굿 라이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깊이 있는 통찰을 현실감 가득하게 펼쳐놓는다.

 

저자는 행복에 관한 개인들의 생각은 다양하지만 대체로 '순간의 기분'으로만 이해하는 편향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행복은 '순간'이기도 하지만 '삶의 차원'에서 계획되고 실행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즉 고요함, 몰입감, 유능감 등 행복한 감정을 느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복'이라는 특수한 감정을 느껴야 비로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경향, 자신이 불행한 것은 유전적 기질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 행복을 가볍다고 여겨 이를 천시하는 경향 등 행복에 관한 오해와 염려들이 세상에 가득하다. 그래서 그는 행복에 관한 오해들을 바로잡고, 행복해지는 것을 염려하거나 두려워하는 우리의 마음을 하나하나 짚어낸다.

 

 

행복은 가벼운 것이라는 오해

 

행복幸福이라는 한자어는 단일한 감정의 존재를 가정하게 하고, 그 감정은 피상적이고 얕은 것이라는 오해를 초래한다. 따라서 이는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지닌 사람들이 추구할만한 감정이 아니라, 천박한 사람들이 추구하는 안락함 정도의 감정이 행복이라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행복에는 행복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사실만 알아도 마음이 편해진다. 행복을 가볍다고 경계하는 이유는 행복을 영감이나 관심 같은 상태가 아니라 아이스크림 먹을 때의 즐거움 정도라고만 이해하기 때문이다. 행복에 대한 피로감이 늘어난 이유는 행복이 일상을 벗어나야만 경험되는 '福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복은 생각보다 훨씬 깊이 있으면서 동시에 지극히 일상적이다. 



유전이 행복을 결정한다는 오해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개인의 행복은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생각이 있다. 마치 쳇바퀴를 도는 것처럼, 쾌락이라는 감정은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일련의 연구를 통해서 지지를 받아왔다. 즉 행복한 사건을 경험한 후 일시적으로 행복감이 상승하거나 또는 불행한 사건을 겪은 후 행복감이 하락하더라도 이 사람의 정해진 행복 수준은 원위치로 돌아온다는 거다. 그래서 굳이 노력할 필요조차 없다는 해석이 된다.

하지만 이처럼 행복의 측면에서든 고통의 측면에서든 결국 원래의 감정 상태로 돌아갈 것이기에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은 지나치게 냉소적인 태도다. 언제 죽음이 찾아올지 모르는 인간 실존의 한계를 감안하면, 우리 삶은 매 순간이 소중하다. 결국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는 이유로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무시하는 것은 삶에 대한 현명한 자세가 아니다. 우리에게 가장 확실한 삶은 언제나 지금 이 순간이기 때문이다.


물론 유전이 인간의 행복에 관여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인간의 거의 모든 특성에 유전이 관여한다는 행동유전학의 제1법칙에서 보면 이는 그리 놀랄 만한 점은 아니다. 중요한 점은 유전이 행복에 기여하는 것은 맞지만 유전이 결코 행복을 운명 짓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유전자 결정론, 특히 강한 유전자 결정론은 오류일 뿐만 아니라 행복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약화시키고 행복해지기 위한 개인과 사회의 노력을 과도하게 냉소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행복한 삶의 기술 - 좋아하는 일을 한다 

행복한 사람들의 '마음의 기술'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복한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을 어떻게 구성하는지를 배우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행복한 사람과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같은 일상을 다른 마음으로 살고 있을 수도 있지만, 애초부터 서로 다른 일상을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행복한 사람들의 마음보다 행복한 사람들의 일상을 분석해보려는 시도가 우선이 되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어떤 음식을 먹더라도 감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부터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이 중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누구를 만나든 즐거운 마음으로 만나려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처음부터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중요하고, 지루한 일도 기쁘게 할 수 있는 마음의 비결을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처음부터 즐거운 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행복한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중 무엇을 우선적으로 할까? 좋아하는 일을 먼저 한다. 우리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에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수 없다는 '어른스러운' 조언이 들려올 때, 늘 잘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수도 없다는 주문을 외워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행복한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비결이기 때문이다.


되어야 하는 나보다 되고 싶은 나를 본다

비교하지 않는다

돈의 힘보다 관계의 힘을 믿는다

소유보다 경험을 산다

돈으로 이야깃거리를 산다


행복한 사람은 소유보다는 경험을 사는 사람이다. 소유를 사더라도 그 소유가 제공하는 경험을 얻으려고 하는 사람이다. 반대로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경험보다는 소유를 사는 사람이다. 심지어 경험을 하면서도 그 경험을 소유화, 혹은 물화해버리는 사람이다. 사는buy 것이 달라지면 사는live 것도 달라진다. 행복한 사람들이 다르게 사는live 이유는 사는buy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의미 있는 삶


인간만이 추구하는 행복을 좋은 삶으로만 설명하는 데레는 한계가 있다. 인간이란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그 삶에 스토리를 부여하는 존재다. 과거를 회상하고 미래를 계획하여,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소위 'connecting the dots'라는 의미 창출 작업을 하는 것이 인간의 특징이다. 이 작업은 삶의 순간순간에 관한 것이 아니라 삶 전체에 관한 것이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이는 세계적인 희극 배우이자 명감독인 찰리 채플린의 말이다. 그렇다. 삶이란 해석과 재해석의 연속이다. 과거의 즐거움이 지금 생각하니 어리석은 일이었다고 후회하고, 과거의 고통이 지금 생각하니 축복이었다고 감사하는 것이 인간이다.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순간의 경험들은 그 순간에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재평가된다. 따라서 순간 혹은 기분만을 가지고 좋은 삶을 이해할 수는 없다.


의미에는 무겁고 큰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작고 가벼운 의미도 존재한다. 작은 의미란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미를 뜻한다. 아침마다 아이들의 밥을 지어주는 것, 연로한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거는 것, 맡겨진 과제를 제시간에 해내는 것, 아이에게 구구단을 가르치는 것, 식사 기도를 하는 것,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것, 화초에 물주는 것, 약속 시간을 잘 지키는 것 등 일상적인 일을 통해서 경험되는 의미다. 자기를 희생해야만 얻어지는 것이 의미가 아니다. 즐거움을 포기해야만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작고 확실한 행복 '소확행'이 있듯이, 작고 확실한 의미 '소확의小確意'도 있는 것이다.


의미란 중요성이다

의미는 유용성이다

의미는 이해이다

의미는 정체성이다


의미의 중요한 원천은 자기다움에 있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자기가 누구인지를 드러낸다고 느낄 때, 인간은 의미를 경험한다. 일이 잘되면 기분이 좋지만, 그 일이 자기다운 일이면 의미가 경험된다. 우리가 성공, 성취, 효용, 효율 등 무엇을 이루는 것에만 집착하게 되면 순간적인 기분의 행복을 누릴지는 모르지만, 의미 있는 삶을 경험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의미 있는 삶이란 자기다움의 삶이다.



품격 있는 삶


행복은 모든 가치를 뛰어넘는 최상의 가치일까? 이에 우리들은 보다 품격 있는 삶의 필요성을 더 실감하게 된다. 즉 타인의 행복을 침해하면서까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결코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행복 지상주의자가 아닌 이상 YES라고 답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행복은 타인의 행복을 침해하지 않을뿐더러, 나아가 타인의 행복을 돕는 행복이어야 한다. 타인을 위한 자기희생의 삶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삶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아끼면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인간의 최고 덕목 중 하나가 타인의 행복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보면, 품격 있는 삶을 굿 라이프의 핵심 요소로 끌어안아야 하는 점이 더 분명해진다.


자기중심성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삶

여행의 가치를 아는 삶

인생의 맞바람과 뒷바람을 모두 아는 삶

냉소적이지 않은 삶

질투하지 않는 삶

한결같이 노력하는 삶

"내 그럴 줄 알았지"라는 유혹을 이겨내는 삶

가정이 아름다운 삶

죽음을 인식하며 사는 삶

지나치게 심각하지 않은 삶


품격 있는 사람은 예상치 못한 일에 대해서 솔직하게 놀라는 사람이다. 모두가 빠른 진단과 대책을 앞다투어 내세울 때, 몇 년이고 그 문제를 집요하게 그리고 골똘히 생각해서, 그 문제로부터 마땅히 배워야 할 것들을 배우는 사람이다. 자신의 전문 분야든 아니든 모든 문제에 대해서 늘 답을 지니고 있는 사람을 우리가 경계하는 이유는, 그에게서 자신의 지적 한계를 인정하는 격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인격이란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가정의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인격은 도덕적 완성의 정도가 아니라 한 개인이 세상에 대하여 지니고 있는 가정들의 정확성과 품격의 문제다. 그러므로 인격 수양이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정들을 점검하여 나쁜 가정을 좋은 가정으로, 근거가 없는 가정을 정확한 가정으로 바꾸어가는 과정을 뜻한다.



좋은 것이 많은 삶


굿 라이프란 '좋은 것이 많은 삶'이다. 물론 좋은 것의 기준이 주관적이긴 하다. 그렇더라도 웰빙과 행복에 관한 다양한 연구들의 결과를 참조한다면 자기 자신만의 '좋은 것 리스트'를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지나치게 구속되는 것은 분명 저자가 원하는 바가 아닐 것이다. 스스로 좋은 것을 일일이 기록하거나 세지 않더라도 맘 속에 자연히 알려주는 신호를 찾아보면 된다.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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