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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북한을 움직이는가 - 한국 KBS, 영국 BBC, 독일 ZDF 방영 다큐멘터리
KBS 누가 북한을 움직이는가 제작팀.류종훈 지음 / 가나출판사 / 2018년 6월
평점 :
우리는 북한을 모른다. 사회주의가 붕괴되고 중국마저 개혁 개방을 내걸고 시장에 뛰어든 지 40여 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대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 나라, 최고 강대국 미국을 상대로 핵을 들고 도박을 하는데도 폭주를 막을 길이 없는 나라, 그런 와중에 전문가들도 현기증을 느낀다고 할 만큼 순식간에 판을 바꿔 미국 대통령 트럼프와 협상의 장을 연 나라다. - '프롤로그' 중에서
독재 국가 북한의 실체를 파헤치다
책의 저자 류종훈은
KBS 기획제작국 소속 프로듀서이다. 2004년부터 방송국에서 일하면서, 2010년 <특별기획 김정일>제작을 계기로 이후 〈KBS 스페셜〉에서 다수의 북한, 통일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민언련 선정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한국방송대상 시사보도상, 방송통신위원회 사회문화상, 휴스턴 국제영화제 심층시사보도 대상, 뉴욕 TV 페스티벌 은상 등을 다수 수상 했다. 특히 〈탈북 그 후, 어떤 코리안〉을 연출해 세계 3대 TV 상으로 일컬어지는 반프상을 KBS 최초로 수상했다.
그는 2018년에 영국 BBC, 독일 ZDF 등 전 세계 공영방송사를 통해 선보일 〈누가 북한을 움직이는가: 달러 히어로즈〉를 공동 제작했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사 프로그램인〈BBC PANORAMA〉에 공동 연출로 이름을 올렸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누가 북한을 움직이는가: 달러 히어로즈〉는 영국 BBC를 비롯하여 독일 ZDF, 스웨덴 SVT, 노르웨이 NRK 등 전 세계 70개 방송사에 편성, 방영을 앞두고 있다.
북한은 지금, 어떤 로드맵을 갖고서 달려가고 있을까? 그 해답을 찾아보고자 국내외 최초로 북한의 파워 엘리트와 달러 히어로즈를 심층 분석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국제적 공조로 진행됐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는 KBS가 맡고,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은 독일 저널리스트 팀이 맡아 현장을 누볐다. 또한 러시아 정부 문서보관소, 중국 공산당사 연구소 등에 보관된 기밀자료를 방송 최초로 공개하고, 언론에 공개되지 않던 고위급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독보적인 심층성을 확보했다.
이 불가사의한 독재 국가를 누가 어떻게 굴리고 있는지, 우리는 잘 모른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종합적으로 정리한 책이 바로 이 책 <누가 북한을 움직이는가>이다. 현재의 북한을 객관적으로 바라봄으로써 변화하는 한반도에 우리 모두가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 준다.
달라진 권력 구도
권력 구도를 파악해야 독재자 김정은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에다 힘을 집중하고 있는지 등을 짚어볼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은 공식적으로 서열 발표를 하지 않는다. 권력 구도와 내부 정보가 장막에 가려져 있기에 외부에서는 누가 실제 권력자인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 서열과 권력 구도를 파악할 때는 김정은의 현지지도에 참석한 횟수, 공식 행사에서 호명하는 순서 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누가 북한을 움직이는가> 제작팀은 김정은 집권 7년 동안 주요시기를 분류해 권력의 흐름을 분석해보았다. 국내 최초로 북한 권력층의 인적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했고, 그들 상호 간의 연결 관계를 네트워크 통계로 살펴보았다. 정확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로동신문〉과 조선중앙TV에 보도된 김정은의 현지지도 수행원을 전수 조사하는 것은 물론 정보기관 내부 자료와 통일부, 한국은행 등 유관기관들이 조사한 자료도 모두 수집해서 반영했다.
놀라운 분석결과가 나타나났다. 김정은 집권 이후 2012년 1월부터 동년 7월까지 6개월 간 조사한 끝에 평양 파워 엘리트들의 사회연결망 분석을 완료했다. 지금의 김정은 정권과는 확연히 다른 권력 구도가 나타났다. 이는 그동안 김정은 주변에서 무슨 일이 발생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즉 초기엔 장성택, 김기남, 최태복, 리영호, 김영춘, 김정각, 우동측 등 소위 '운구 7인방'이 당과 군의 요직에서 김정은의 권력 세습을 도운 공동 통치 기간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모습을 드러낸 김정각을 제외한 나머지 6인은 김정은 옆에 없다. 밀월 기간이 끝나자 대대적인 숙청 작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구도의 변화는 현재도 진행형이라고 봐야 한다.
김정은의 최측근
김여정이 공식적으로 텔레비전에 모습을 비친 것은 2011년 12월 20일 아버지 김정일의 유체가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당시 금수산기념궁전)에서 김정은이 조문객을 맞는 장면에서다. 그 자리에 김정일의 다른 아들들인 김정남과 김정철은 없었다. 김정일이 총애하며 신뢰했다는 김설송의 모습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공적인 추모의 자리에 김정은과 김여정만 있었던 것이다.
"김여정은 김정은의 권력 기반을 확고히 하고, 그의 리더십을 굳건하게 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또한, 김여정의 권력은 지도자와의 근접성 때문에 존재합니다. 김여정은 김정은이 그 누구보다 신뢰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 국장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
과연 김정은은 비핵화의 길을 걸을 것인가. 북한이 경제를 비롯해 여러 방면에서 협력을 끌어내고 국제사회에서 투자를 유치하려면 북미관계 정상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과거 리비아의 예를 보면, 핵을 포기하고 미국과 국교 정상화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카다피 정권은 붕괴했다. 또 미얀마도 미국과 국교 정상화를 했지만 군부가 아웅 산 수 치의 인권을 탄압하자 미국은 일방적으로 대사관을 폐쇄했다. 김정은이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김정은이 대화 테이블에 나온 것은 국제적인 강력한 대북 제재에 그 원인이 있는 듯하다. 국내외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결코 북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고 있다. 우리도 이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북한 노동자들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힘든 일을 기피하는 현상이 생기자 중국은 부족한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북중노무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북한의 노동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그 결과 단둥과 투먼, 훈춘 등 북중 국경지대에는 2만 명이 넘는 북한 여성 노동자가 넘어와 있다. 이들은 대부분 봉제와 식품 가공 공장에서 일한다.173
중국의 경제 성장을 위해선 북한의 노동력이 없어서는 안 될 정도이다. 매우 힘든 노동, 불합리한 처우, 감시와 처벌에서 자유롭지 못한 생활, 현지인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데도 북한에서 일하는 것보다 벌이가 낫다는 이들이 많아서다. 값싸고 질 높은 노동력을 바라는 중국과 외화 획득을 원하는 북한의 밀월관계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변화, 경제로부터 시작되다
아버지 김정일과는 달리 유럽 유학을 다녀온 김정은은 훨씬 더 개방적이고 실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서구 문명 생활에 대한 경험이 많기 때문에 북한 체제의 생존을 위해, 또 자기 개인의 생존을 위해 어떤 선택이 올바른지 잘 알고 있을 터이다. 비록 지금은 고립되고 제재받는 국가의 지도자이지만 국제사회에서 남부럽지 않고 남에게 뒤지지 않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열망을 품어왔을지도 모른다. 237-8
베트남은 중국처럼 사회주의 체제이지만 지도자 호찌민 덕분에 일찍부터 실리주의 노선을 걸었다. 오바마 정부 시절, 미국과 수교를 회복한 후 개방과 개혁 정책으로 세계 제조업의 신흥 강자로 급부상했다. 이에 북한도 베트남 개혁개방 모델을 많이 연구해왔다고 알려져 있다. 김일성종합대학과 사회과학원을 통해 경제 분야를 연구하는 엘리트들도 많이 양성했다. 김정은은 2012년부터 사회주의 개혁개방 모델 연구를 지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