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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적 진화 - 인간을 탄생시킨 1%의 기적
사라시나 이사오 지음, 조민정 옮김 / 생각정거장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진화'와 '변화'는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 생물과 구름은 둘 다 변화한다. 하지만 생물은 진화하는 반면 구름은 진화하지 않는다. 앞으로 우리의 '몸'을 단서삼아 이 진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 '머리말' 중에서
원숭이는 왜 사람으로 진화하지 않는가?
책의 저자 시라시나 이사오는 1961년 도쿄에서 출생했다. 도쿄대 대학원 의학계 연구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민간 기업에서 근무하다 대학으로 돌아와, 도쿄대 종합연구박물관 연구사업 협력자로 일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코단샤 과학출판상을 수상한 <화석 분자생물학>, <우주에서 어떻게 인간이 탄생했을까> 등이 있다.
그는 세포를 설명하는 '막'을 시작으로 입, 뼈, 눈, 폐, 다리, 깃털, 뇌, 성, 마지막으로 생명까지 10개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폭발적 진화'라는 기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즉 30억년 전 인간은 세포였고 4억년 전에는 물고기였으며 1000만년 전에는 침팬지와 같은 부류였다는 점을 제시하면서 말이다. 현존하는 인간은 바로 '폭발적 진화'로 인한 기적이며 아직도 미완성인 인간의 두뇌, 눈 등은 계속 진화 중이라고 말한다.
화석은 생물학의 중요한 연구자료다. 그렇지만 생물화석은 과거의 모든 시기에서 발견되지 않고, 특별히 약 5억 3,000만 년 전인 캄브리아기의 생물화석이 상당히 많이 발견된다. 왜 그럴까? 첫 번째로는 이 시기에 많은 동물들의 골격이 일제히 진화했으며, 골격은 화석으로 남기 쉽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많은 동물의 '체계'가 이 시기에 완성됐기 때문이다. 즉 지구상의 동물은 대략 30개 이상의 그룹으로 분류되는데, 이 시기에 동물의 체계가 형성됐다. 심장과 눈이 생기고 각기 다른 형태를 지니게 되면서 화석으로 남겨지기 쉬웠던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생물이 폭발적으로 진화했던 시기를 '캄브리아 폭발'이라고 부른다.
최초의 동물은 바다에서 탄생했고, 꽤 오랫동안 동물은 물을 떠나지 못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육지로 진출했고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동물이 호흡을 하려면 산소가 필요한데 물고기들은 주로 아가미로 호흡하고 육상동물은 폐로 호흡한다. 그런데 몇몇 동물의 경우 아가미와 폐를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한편 고래의 경우 줄곧 물속에서 생활하는데도 폐로 호흡을 한다. 바로 여기에 생물의 진화 과정을 엿볼 수 있는 힌트가 있다. 이 책은 다양한 동물의 신체기관을 통해 생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인간의 형태로 진화해왔는지 살펴본다.
침팬지나 고릴라 같은 유인원은 인간과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인간으로 진화하지 않았다. 생물의 진화는 아주 천천히 일어났다. 그러나 거대한 시간 속에서 본다면 순식간이라고 할만큼 다양한 종이 폭발적으로 진화하는 시기가 있었고, 새로운 종의 탄생을 불러일으킨 핵심적인 사건이 있었다. 직립보행이 인간의 진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는 직립보행을 한지 수백만 년이 지나는 동안 인간의 뇌는 전혀 커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떤 사건이 인간을 변화시킨 걸까? 책은 입, 뼈, 눈, 뇌 등 신체기관을 힌트 삼아 아주 미세한 세포가 동물이 되고 인간으로 진화하기까지의 시간을 추적한다.
포유류의 아래턱은 진화해서 귀 뼈가 되었다
포유류는 젖을 먹여 새끼를 키우는 동물들의 총칭이다. 그런데, 포유류의 또 다른 뚜렷한 특징은 '턱 뼈'와 '귀 뼈'다. 우리의 귀는 고막이 진동하면서 소리를 포착한다. 그리고 작은 뼈 3개가 진동을 크게 증폭시켜 내이內耳로 전달한다. 이 뼈들을 바깥쪽부터 순서대로 망치뼈(추골), 모루뼈(침골), 등자뼈(등골)라고 부른다. 고막 안에 뼈가 3개나 있는 생물은 포유류가 유일하다.
처음 물에서 육지로 진출한 척추동물에게는 원래 등자뼈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망치뼈와 모루뼈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사실 망치뼈와 모루뼈는 원래 턱뼈였다. 그것이 진화 과정에서 귀까지 이동한 것이다. 척추동물의 아래턱엔 큰 뼈가 2개 있었다. 아래턱의 끝부분에 있는 치아뼈 그리고 위턱과 연결된 부분에 있는 관절뼈다.
중생대의 트라이아스기(약 2억 5000만 녕 전~ 약 2억 년 전)에 포유류의 조상인 키노돈트류는 아래턱의 연결부인 관절뼈가 작아지고, 작아진만큼 치아뼈가 커졌다. 그리고 포유류가 진화하자 작아진 관절뼈가 귀 가까이로 이동, 망치뼈가 되었다. 또 위턱 역시 연결부인 방형골이 작아지고 귀 가까이로 이동해서 모루뼈가 되었다.
먹고 먹히는 생존경쟁
옛날에 동물은 몸이 작고 보드라웠다. 몸을 크게 만들 이유는 전혀 없었다. 골격 따위 만들어봐야 성가시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 평화로운 세계에 어떤 작은 사건이 일어났다. 한 동물이 다른 동물을 잡아먹은 것이다.
동물을 먹는 동물이 등장하자 먹히는 입장에 놓인 동물도 그에 대항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먹히지 않게 진화한 동물이 탄생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먹는 쪽의 동물 역시 대처할 필요가 생겼다. 이런 식으로 마치 군비 확장 경쟁을 하듯, 단숨에 동물의 다양화와 대형화가 진행된 것은 아니었을까. 또 이러한 생태계의 변화는 골격의 진화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효율성이 가장 좋은 눈
박쥐는 초음파로, 엘리펀트 노즈는 전기로 사물을 본다고 했다. 어두운 곳에서도 잘 볼 수 있다니 대단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는데, 이는 사실 고육지책이다. 박쥐가 사는 동굴 안은 너무 어두워서 앞을 보기가 어렵다. 또 전기어가 사는 남미와 아프리카의 하천은 진흙으로 인해 너무 탁해서 시야의 확보가 매우 어렵다. 이처럼 이들이 소리나 전기로 보게 된 것은 빛으로 볼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살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빛으로 볼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소리나 전기로 보는 법을 택한 것이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빛을 활용해 보는 것이 가장 좋다. 빛은 일단 속도가 빠르다. 그래서 빛으로 보면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재빨리 알 수 있다. 또 빛을 사용하면 작은 것까지 잘 볼 수 있다. 참고로 박쥐는 인간이 들을 수 없을 만큼 파장이 짧은 소리, 즉 초음파를 사용한다.
폐가 먼저 진화한 이유
자라가 물속에서 느긋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아가미호흡보다 폐호흡 쪽이 훨씬 효율이 좋기 때문이다. 사실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는 많지 않다. 온도에 따라 다르지만, 분자의 수로 비교해보면 대기 중의 약 3% 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물속에서 산소는 별로 퍼지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만 잘못해도 금방 무산소 상태가 되고 만다. 게다가 물은 무거워서 공기보다 빨아들이고 내뱉기가 훨씬 힘들다.
다시 말해서 물은 산소를 거두어들이는 점에서 봤을 때 단점 투성이다. 물속에서 호흡하는 편보다 공기 중에서 호흡하는 편이, 즉 아가미호흡보다 폐호흡이 훨씬 효율이 높은 셈이다. 줄곧 육지에서 생활하는데 아가미호흡을 하는 동물은 없다. 하자민 고래처럼 바다에서만 사는데 폐호흡을 하는 동물은 많다. 이는 효율성 때문이다. 폐호흡이 훨씬 효율이 좋다는 얘기다.
필트다운인 화석은 조작
1912년, 영국의 변호사 찰스 도슨이 인류 두개골의 파편을 가지고 대영박물관의 아서 스미스 우드워드를 찾아왔다. 영국의 필트다운이라는 채석장에서 발견한 이 두개골은 매우 오래된듯한 빛깔을 띄고 있었다. 이 파편에 흥미를 느낀 우드워드는 동료 2명과 함께 이 채석광에 가서 인류 화석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은 중요한 인류 화석을 발견, 일약 유명인사가 되었다. 발견한 화석 인류는 '필트다운인人'이라고 명명했다.
시간이 흘러 1950년 무렵이 되었을 때, 이 필트다운인 화석 속의 불소를 측정했다. 퇴적물 속에 묻혀 있는 뼈는 주위로부터 불소를 거두어들이는 성질이 있다. 따라서 오래된 화석에는 불소가 아주 많이 들어 있어야 하는데, 필트다운인의 화석에는 불소가 거의 들어 있지 않았다. 필트다운인의 화석이 오랜 세월 땅속에 묻혀 있었던 게 아니었던 것이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그 후 여러 가지로 조사한 결과, 필트다운인의 화석은 현대인의 두개골에 오랑우탄의 턱뼈를 붙여서 착색 등의 가공을 거친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필트다운인 화석은 날조된 가짜였던 것이다. 도대체 범인은 누구일까? 왜 발견 당시엔 이 화석이 가짜라는 게 드러나지 않았을까? 바로 인종적 편견 탓이다. 그 무렵 '베이징원인'이 중국에서 발견되었다. 그래서 필트다운인은 유럽인의 선조로 여겨졌던 것이다.
인간의 진화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생물 중에서 인간의 두뇌가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뇌의 크기만 보면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의 뇌보다 더 크다. 약 1만년 전에 살았던 인간이 현재의 인간보다 뇌가 더 컸다. 따라서 인간의 뇌는 최근까지 작아지는 쪽으로 진화해온 셈이다. 앞으로 우리의 뇌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될지는 아무도 단언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은 몇 가지 종으로 나뉘어 있을지도 모른다. 또는 멸종해서 단 한 사람도 지구상에 생존하지 않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인간의 모습은 변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인간의 진화에 관하여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