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할 것인가 - 쫓기지 않고 시간을 지배하는 타이밍의 과학적 비밀
다니엘 핑크 지음, 이경남 옮김 / 알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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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타이밍에 관한 책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문제는 우리가 타이밍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우리의 삶은 ‘언제when’라는 결정의 끊임없는 연속이다. 언제 직장을 바꿀지, 언제 안 좋은 소식을 전할지, 언제 수업 일정을 정할지, 언제 결혼생활을 청산할지, 언제 마라톤을 할지, 언제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할지 등등…. 그러나 이런 결정들은 직관과 억측들로 난무하기 십상이다. 나는 책을 통해 타이밍이 과학이라는 사실을 입증해보일 것이다. 타이밍의 과학은 인간의 조건을 새로운 시각으로 꿰뚫어보고 더 영리하게 일하고 더 잘 살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다면적이고 다방면에 걸친 최신의 학문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타이밍은 과학이다

 

책의 저자 다니엘 핑크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미래학자다. 그는 사회변화를 예측하고, 심리학과 과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결과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명징하게 제시해왔다. 특히 사회 구조 변화를 주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의 변화에 천착하여 우리가 어떻게 일하고, 살아가게 될 것인지에 대해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또 뉴웨이브 경제 잡지 〈패스트 컴퍼니〉의 기고가 겸 편집위원으로 일했으며, 1995년부터 1997년까지 앨 고어 전 부통령의 수석 연설문 작성자로 백악관에서 일하기도 했다. 뉴욕 타임스〉,〈워싱턴 먼슬리〉,〈뉴 리퍼블릭〉등에 경제, 기술, 노동에 관한 기사와 평론 및 서평을 기고하기도 했다. 현재는 프리 에이전트의 삶을 영위하면서 경제변화와 기업전략, 미래 트렌드 등을 주제로 전세계 기업체, 대학, 기관 등에서 활발한 강의를 하고 있다.

 

책은 타이밍이 과학이라는 사실을 입증해보인다. 사실 우리들의 삶은 '언제'라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선택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타이밍에 관해서 별로 아는 게 없다. 언제 직장을 바꿔야 할지, 언제 결혼을 할지, 언제 결혼생활을 청산해야 할지, 언제 안 좋은 소식을 전해야 할지, 언제 마라톤을 할지, 언제 창업을 해야 할지 등등처럼 결정을 내랴야 할 순간들이 정말 많다.

 

이처럼 선택은 바로 타이밍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해 독일 U보트에 의한 루시타니아 호 피격침 사건을 한 예로 들고 있다. 약 1,200명의 승객이 수장된 이 대형 침몰 사고는 단순히 독일의 공격에 의한 사고인지, 아니면 터너 선장의 결정 오류에 의한 것인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이 사고에서 미국인 승객 141명 중 123명이 사망함으로써 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100년 동안 수없이 거론된 이 사고의 의혹이 만들어 낸 억측보다는 터너 선장의 몇 가지 잘못된 결정과 그 결정 시점이 하필 오후였기에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의견을 제시한다.

 

 

 

 

총 3개의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많은 분야의 과학을 섭렵한다. 먼저 고대 이집트의 해시계부터 16세기 유럽의 기계식 시계를 거쳐 19세기에 나온 표준시간대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역사를 더듬어보면서 우리들이 그저 당연시 여기는 시간의 단위가 실제로는 우리 조상들이 시간을 가두기 위해 세운 울타리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든다.

 

 

지력은 하루 동안 어떻게 변화할까?

 

100여 년 전부터 많은 과학자들이 기분과 성취도의 상관관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측정하기 시작했다. 독일의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는 무의미하게 나열된 단어를 외우고 기억하게 하는 실험을 통해 사람들의 기억력이 밤보다 아침에 더 좋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이 분야에서 선구적 업적을 세웠다. 이후로도 여러 사람들이 여러 분야에서 두뇌 활동을 탐구해서 세 가지 핵심적 결론을 이끌어냈다.

 

첫째, 우리의 인식 능력은 하루라는 시간 단위 속에서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는다. 우리는 보통 16시간 정도 깨어있지만 그 시간에도 인식 능력은 계속 변하는데 그 기복은 규칙적이어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우리는 이 시간보다 저 시간에 더 똑똑해지고 더 두뇌회전이 빠르고 더 창의적이 된다.

 

둘째, 이런 하루의 기복은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더 심하다. 옥스퍼드대학교의 신경과학자이자 시간생물학자인 러셀 포스터에 따르면 하루 중 최고점과 최저점 사이에서 일어나는 성과의 변화는 음주운전에 해당하는 혈중 알코올 농도 이상의 술을 마셨을 때 운전 기능의 변화에 비교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시간대에 따른 효과는 인식적 업무에 대한 실적에서 20퍼센트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셋째, 일하는 방식은 하는 일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영국의 심리학자 사이먼 포카드는 이렇게 말한다. "아마도 시간에 따른 성과의 차이를 밝히는 연구들이 제시하는 중요한 결론은 특정 과제를 수행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 그 과제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점심 시간은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어느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직장인 중 62퍼센트는 하루 종일 일하는 바로 그 장소에서 점심을 해치운다. 그래서 한 손에 스마트폰을, 다른 한 손에 짓무른 샌드위치를 입속에 우겨넣는 장면을 연출한다. 이를 '서글픈 책상머리 점심'이라고 명명했다. 이제는 우리들이 점심식사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왜냐하면, 점심식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우리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 교육, 미디어 분야 등 서로 다른 11개 조직에서 일하는 직장인 8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6년의 보고서에 따르면,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점심을 대충 해치우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사무실을 벗어나 밖에서 식사를 하는 직장인들은 나머지 하루 일과뿐 아니라 1년 내내 일로 인한 스트레스에 더 잘 대처하고, 쉽게 지치지 않고 일에 더욱 의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점심시간은 건강과 복지를 증진시키는 중요한 회복 장치다"

 

이 보고서를 위해 투입된 조사팀은 이렇게 말한다. 특히 정신적, 정서적으로 부담이 큰 업무를 하는 직장인들에게 점심은 더욱 중요하다고 말이다. 특히, 소방대원처럼 긴밀한 협력이 요구되는 직업의 경우 함께하는 점심은 팀워크를 높이는 효과를 갖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직장인들이여, 이젠 혼밥을 즐기지 말고 직장 동료들과 함께 즐거운 담소를 나누면서 점심을 하는 게 어떻겠는가? 


점심이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위력적인 점심 효과를 기대하려면 두 가지 핵심적인 요소가 갖춰져야 한다. 자율성과 분리다. 자율성은 자신이 하는 일과 그 일을 하는 방법과 시간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 통제력이 확보되어 있는 것으로, 특히 복잡한 업무에서 실적을 높이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복잡한 업무에서 잠깐 손을 떼는 시간이다.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점심시간에 무엇을 하느냐 못지않게 중요하다.

 

심리적으로도 일과 분리되어야 한다. 점심 식사 도중에 일을 생각하거나 심지어 사교적 목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행위는 오히려 피로도만 높일 따름이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사무실 생각을 잠깐 지운다면 그 반대의 효과가 나타난다. 점심식사 시간이 길고 식사 장소가 사무실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오후 업무의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된다는 사실에 주목하라. 그래서 어떤 회사는 사무실에서 점심을 떼우는 행위를 금지시키기도 한다. 

 

 

우리가 몰랐던 낮잠의 중요성

낮잠은 최저점에 대한 영리한 대응으로 꼭 챙겨야 할 귀중한 휴식이다. 낮잠은 두 가지 중요한 혜택을 준다. 첫째, 인식적 성과를 향상시킨다. 둘째,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증진시킨다.


여러 면에서 낮잠은 우리 두뇌의 잠보니(Zamboni: 아이스링크의 표면을 고르게 하는 장비-옮긴이)이다. 낮잠은 하루를 보내면서 생긴 얼음판 위 흠 같은 정신적 상처를 말끔하게 없애준다. 잘 알려진 미 항공우주국NASA의 한 연구에 따르면 낮잠을 40분 정도 잔 우주인들은 반응시간이 34퍼센트 빨라지고 각성도가 두 배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의 연구에 따르면 오후의 낮잠은 두뇌의 학습 능력을 향상시킨다고 한다. 낮잠을 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정보를 간직하는 시간이 더 길다. 낮잠을 자는 사람은 낮잠을 자지 않거나 그 시간에 다른 활동을 하는 사람보다 복잡한 문제를 풀 확률이 두 배 높다. 낮잠은 단기기억력뿐 아니라 얼굴을 보고 이름을 떠올리는 것 같은 연상기억력도 높여준다. 낮잠이 두뇌에 미치는 전반적인 혜택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커진다. 낮잠에 관한 문헌을 개관한 어떤 학술 자료에 따르면 밤에 충분한 숙면을 취한 사람이라도 낮잠을 자면 기분이나 각성도나 인지수행능력이 크게 향상된다. 낮잠은 심지어 '몰입flow'의 강도를 증가시킨다. 몰입은 창의력의 강력한 원천이다. 

 

 

왜 결승점이 가까워지면 더 분발하게 될까

사회심리학자 애덤 알터할 허시필드는 조직위원회에 등록한 선수들의 나이를 보고 마라톤에 처음 참가하는 사람들 중 아홉수에 걸린 사람들이 무려 48퍼센트에 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중에서도 29살이 가장 많았다. 29살은 28살이나 30살보다 두 배 많았다. 한편 처음 마라톤에 참가하는 사람은 40대 초반에 줄어들다 49세에 갑자기 늘어난다. 49살은 한 살 더 많은 사람보다 마라톤에 도전하는 확률이 약 세 배 많았다.

 

더욱이 10년 구간의 마지막에 가까워지면 달리는 사람의 속도도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라톤에 여러 번 참가한 사람들의 기록은 29살과 39살 때가 2년 전이나 2년 뒤보다 더 좋았다.

 

10년 구간의 마지막에 나타나는 이런 분발 효과에 무슨 논리적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마라톤에 도전하는 과학자 모로조프스키는 "인생은 짧으니까요.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봅니다. 60살이 되기 전에 내 몸으로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 것뿐입니다"라고 말했다.

 

호주의 예술가 홍리 또한 어느 순간 나이 마일리지의 표시판이 눈에 들어와 생각을 전환했다면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30살이 가까워지자 29번째 해가 끝나기 전에 뭔가를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마지막 해를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어요"

 

이와같은 발전적인 도전 외에 '아홉수에 걸린 사람들의 자살률이 더 높다'거나 아내 몰래 바람피우는 성향이 더 높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즉 불륜 알선 사이트인 애슐리 매디슨에 접촉하는 사람들은 29살, 39살, 49살, 59살이 8명 중 1명 꼴이었으며, 이는 당초 예측했던 것보다 약 18퍼센트기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10년이 가까워진다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면서 변화를 촉구하려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타이밍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과거에 나는 점심시간 뒤의 휴식이나 낮잠이나 산책이 좋다고 믿었다. 이제 나는 그런 것들이 꼭 필요하다고 믿는다. 과거에 나는 일터나 학교나 가정에서 잘못된 시작을 만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난 일에 대한 생각을 털어버리고 계속 전지노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다다시 시작하거나 함께 시작하는 것이 더 나은 결정이라고 믿는다" - '마지막 결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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